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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목 회장 "신약개발 리스크 나눠야 할 때..5조 메가펀드 조성 시급"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메가펀드 조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조선·자동차·반도체 산업도 초창기에는 인프라가 낙후돼 있었지만 결국 해내지 않았습니까. 제약·바이오산업은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인력 등의 상황이 그때 그 산업들보다 좋습니다. 제대로 된 지원만 있으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써 경제적 동력을 실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지난달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K-파마(K-Pharma)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려면 규제는 현실화하고 신약개발 투자 리스크는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원 회장은 그러면서 연구개발(R&D) 자금의 40%가량을 정부가 지원하는 벨기에를 예로 들었다. 한국도 현재 10%에 불과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체 매출 대비 R&D 정부 지원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2020년 기준 전체 산업 수출액 대비 국내 의약품 수출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반면 전폭적인 정부지원 덕에 신생제약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벨기에는 의약품 수출액이 17%를 차지한다.원 회장은 새 정부가 산업 도약의 골든타임을 효과적으로 쓰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두고 산업의 큰 그림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제약·바이오산업이 한국의 미래 3대 주력산업이 될 정도로 성장했는데△2008년 국회에 있었을 때만 해도 내가 제약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여론과 정부, 국회는 시급성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을 때 의원들과 각 부처를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제약·바이오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언급했을 정도로 정책결정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제약산업계에서도 뭔가 해보려는 의지들이 많이 생겼다.-범 정부 차원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데△제약바이오혁신위라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고 한 것은 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별로 R&D와 임상시험 등 담당 역할이 다 쪼개져 있다.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더러 ‘기술이전만 목표로 한다’, ‘뒷심이 없다’ 등의 평을 하는데 그건 결국 끝까지 투자할 돈이 부족해서다. 화이자 한 기업이 쓰는 연간 R&D 비용이 국내 10대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비용을 전부 합친 것보다 크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개발 의지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임상 3상을 하려면 많게는 조 단위의 R&D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메가펀드’를 만들어 민관이 같이 출자, 투자해서 수익과 리스크를 나눠야 한다. 민간기업과 벤처캐피털(VC), 정부가 연합해서 5조원 정도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똘똘한 후보물질, 개발물질은 중간에 기술이전해 버리지 말고 임상 3상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5조원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면 더 크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지금은 정부도 산업계도 베팅을 할 때다. 언제까지 계속 기술이전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지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이 1500개다. 3년 전엔 500개에 불과했는데 그 사이 세 배가 됐다. 전임상단계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후보물질 숫자도 꽤 많이 늘었다.-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의 관리·감독도 강화됐다.△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워 산업 육성을 선포했지만 동시에 각종 규제가 생겼다. 의약품 품질관리와 약가 규제 강화가 대표적이다. 상시적이고 중복적인 약가인하 체계는 산업계에 지속적 위협 요인이다.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한 취지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등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네릭 약가 차등제 등 산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다양한 형태의 약가인하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약가정책 시행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최근 개정된 코스닥 제약바이오 기업 포괄 공시가이드라인에 대한 견해는△투명한 기업 공시 기준이 일정 부분 제약·바이오산업의 신뢰도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제약·바이오산업은 전문적이고 복잡한 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적으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자에게 혼동을 줄 수도 있다.예컨대 신약개발은 임상 디자인에 따라 해석이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공시기준에 대한 P값이 맞지 않아 실패로 예단되면 투자자의 오해가 커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성공확률이 작아 장기간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신약개발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기술이전 거래에 대해서는 상대기업의 경영상 비밀유지 항목을 준수하지 못해 자칫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공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 의견이 수렴된 기준이 필요하다.-코로나19 기세가 잦아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치료제·백신 개발 중단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기업들의 개발 의지가 시장 수요에 휘둘리지 않도록 이 역시 정부의 꾸준한 지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타이밍이 늦더라도 제대로 된 백신, 치료제가 나오면 정부가 구매한다거나 개발비용을 보전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으로 팬데믹은 또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백신개발 능력이 있다는 건 K-파마에 소중한 경험이 될 거다. 치료제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노하우와 경험이 쌓여 신종 바이러스가 나왔을 때 대응하는 것에 가깝다. 백신, 치료제는 물론이고 필수 일반의약품 공급이 끊이지 않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1년가량 남은 제약바이오협회장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아직 K-파마에서 아직 글로벌 블록버스터 혁신신약은 나오지 않았지만 신약 30여개, 연간 기술수출 규모는 10조원이 넘는 등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그 변화의 한 가운데다. 변화를 딛고 일어나 우리가 세계적인 혁신신약, 블록버스터 신약을 발명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일들이 앞으로는 벌어져야 한다. 산업계의 노력이 빛을 보려면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은 임기 동안 보건안보 확립과 국부창출을 이뤄낼 수 있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산업계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과 정부의 지원 정책을 극대화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 협회장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메가펀드 조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1954년 출생 △용산고 △서울대 약학학사 △강원대 약학대학원 약학석사 △강원대 약학대학원 약학박사 △대한약학정보화재단 이사장 △제33·34대 대한약사회 회장 △강원대 약학대학 초빙교수 △서울대 약학대학 겸임교수 △제18대 국회의원 △이화여대 임상보건대학원 겸임교수 △현 연세대 제약산업학과 협동과정 겸임교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 [경찰人]“의대생처럼 밤낮 공부…경찰도 의료 수사 전문가”
- [이데일리 이용성 김형환 기자] “도둑질 잘해야 절도사건 잘 해결하나요, 의료 사건도 수사 전문가가 맡아야죠.”강윤석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수사1팀장(경감)은 지난 2015년 신설된 서울청 의료수사팀에 발령받았다. 의사의 과실로 인해 사망한 고(故) 신해철씨 사건이 계기였다. ‘곧 없어질 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경찰 내부의 새로운 팀은 1년이 채 안 돼 없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수사팀은 달랐다. 전국 시도 경찰청에 의료전담수사팀이 꾸려질 정도로 외려 규모가 커졌다. 8년여 의료전담팀을 이끌어온 강 팀장을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만났다. 강윤석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수사1팀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형환 기자)◇국내 최초 경찰 의료수사팀장…‘권대희 사망사건’ 등 맡아서울청에 처음 의료수사를 전담으로 하는 팀이 생기기 전엔 의료 사망 사건이라도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맡았다. 방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고, 수사도 꼬인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억울한 피해자는 늘어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4년 ‘고(故) 신해철씨 의료 과실 사망 사건’으로 의료 분야에 대한 전문 수사 요구가 높아지면서 의료수사팀이 탄생했다. 강 팀장은 이 신설 팀의 수장을 덜컥 맡게 됐다. 1989년 경찰생활을 시작해 강력사건, 장기미제사건 등을 주로 담당해온 강 팀장으로선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없이 백지상태였다”며 “일단 판례를 다 찾아 분석해서 판례집을 따로 만들었고, 일선에서 발생한 모든 의료 사건들을 다 보고 밤낮없이 공부했다”고 돌이켰다.팀에 처음 떨어진 건 중국에서 유학 온 여대생이 불법 낙태 수술을 받다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이었다. 집도한 의사는 정상적으로 수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강 팀장은 “의료 수사도 결국 다른 수사와 마찬가지로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과정”이라며 “여러 객관적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밝혀낸 여러 증거들을 갖고 감정 의뢰를 받는 과정을 밟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의료 과실로 드러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론 ‘권대희씨 사망사건’을 꼽았다. 2016년 당시 20대 대학생 권씨가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뒤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당시 권씨가 이상증세를 보였음에도 수술을 집도한 병원장은 수술방을 빠져나갔다. 강 팀장은 권씨 사망과 의사의 행위간 인과관계를 밝혀야 했다. 2년여 지난한 수사 끝에 결국 병원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권대희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강 팀장은 “이 사건은 검찰도 못 밝힌 사건”이라면서 “의료 수사를 하면서 자부심을 느낀 순간”이라고 회고했다.◇“의대생처럼 공부…경찰, 검사에 뒤지지 않는다”의료 수사는 최근 정국의 ‘태풍의 눈’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에서도 언급됐다. 의사 출신으로 신해철씨 의료 사망사고를 수사했던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형사부 장준혁 검사는 지난달 21일 검찰 내부망에 “(의료분야 수사는)경찰에게도 검찰에게도 쉬운 사건이 아니고, 분야 자체의 전문성·폐쇄성으로 인해 의료과오 사건의 실체 접근이 어렵고, 증거 확보도 어렵고, 이에 대한 분석도 어렵다”며 “수사 전문가인 검사들이 그 역량을 펼쳐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 법안 입법을 멈춰달라”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강 팀장은 경찰도 검찰 못지않은 ‘의료 수사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강 팀장은 “경찰도 흰종이에 처음 글을 쓰듯 바닥부터 수사를 시작한다”며 “그동안 의대생처럼 의료 수사만 매진했고, 노하우도 구축했다. 그런 경험치를 볼 때 우리 팀처럼 수사를 잘하고 따라올 수 있는 조직이 몇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료 사건에 숙련된 수사관을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면서 “후배 경찰들이 열정과 의지를 갖고 팀에 머무를 수 있게 유인책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의료 사건의 수요도 늘고 있다. 의료 관련 사건 수사는 의혹을 밝히고 송치할 때까지 보통 1년이 걸리는 만큼, 업무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현재도 의료수사팀엔 의료 사망사건이 15건 정도 배정돼 있다. 강 팀장은 유가족들의 ‘고맙다’는 한 마디에 힘을 얻는다. 그는 “의료라는 생소한 분야 때문에 유족분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많이 억울해 한다”며 “의사들을 처벌하고 감옥에 보내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의혹을 풀고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라고 했다.강 팀장은 “의료수사도 결국 수사”라면서 “맨 처음 의료수사팀은 ‘1년 있다가 없어질 팀’이었지만 이제는 귀감이 되는 ‘롤모델’로 거듭났다. 의료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경찰에 가지는 인상도 긍정적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상속세 제도 손 볼 적기…자본이득세·유산취득세 대안"
- 코로나19, 신(新) 냉전, 기후변화 등으로 비롯된 글로벌 대격변기, 혼탁해지는 세계질서 속에 대한민국은 거센 풍랑을 만난 것처럼 혼돈과 위기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빠진 형국입니다. 그간 짓밟힌 기업가 정신, 손상된 국격의 복원을 위해 안으로의 개혁이 절실한 때입니다.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은 다행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데일리는 이에 발맞춰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국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아 우리 시장에 적용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 겸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와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상속세 최고세율을 당장 30%로 낮추고 궁극적으론 폐지해야 한다.”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 겸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데 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60%까지 올라간다. 기업 규모가 커지며 자산 내 주식 비중이 커지는데 지분으로 상속세를 감당해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경영권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0년 지금의 세율로 고정된 이후 20년 넘게 그대로인 상속세제도를 현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 교수는 상속세 과세에 이중과세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적법하게 소득세를 내고 상속을 하는 것인데 상속인이 추가로 세금을 내는 방식임에도 상속세 최고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인 45%보다 5%포인트 높다”며 “상속세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최고세율을 30%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금이라는 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쓸 재원을 거두는 것인데 너무 많은 부담을 주거나 합리적으로 부담시키는 게 아니라면 기업 승계과정에서 곤란해진다”며 “장기적인 목표는 상속세 폐지로 둬야 하며 자본이득세(일종의 양도소득세)로의 대체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받은 재산을 물려받을 때가 아닌 추후 처분할 때 과세하는 방식이다. 오 교수는 “그간 상속세 완화·폐지가 언급될 때마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좌절됐지만 최근 집값이 올라 더 많은 국민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상속세 완화를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거듭 역설했다.그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가업 승계 시 혜택으로 적용되는 가업상속제도의 상속공제 기준 완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고용 유지와 업종 변경, 최대주주 지분율, 자산 유지 등 사전·사후 관리 요건 같은 제도 탓에 2011~2019년 한국의 가업상속공제제도 평균 이용건수는 85건, 공제금액은 2365억원에 그치며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세형평성을 위해 현행 상속세의 과세방식을 상속인이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인데, 이는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각자 재산을 분할 받기 전의 유산총액을 누진세율에 적용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가 받은 증여재산가액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과세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논리다.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OECD 회원 38개국 중 우리나라처럼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물리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4국뿐이다. 이를 토대로 입법조사처는 “개개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과세 기준으로 해서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오세훈표 복지실험 ‘안심소득’, 성패 좌우할 세가지 변수는?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새로운 복지실험인 안심소득이 오는 7월부터 첫 선을 보인다. 중위소득 85% 이하 800가구를 대상으로 3년간의 지원기간을 포함해 총 5년간 진행되는 중장기 시범사업인 만큼 기존 복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심소득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는 비교집단 1600가구의 이탈 여부, 재원 조달 현실성, 정치권·중앙정부와의 협조 등이 꼽힌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500가구를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12일간 공개 모집한다. 올해 첫 시행하는 이 사업은 1단계로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하고, 내년에는 2단계로 중위소득 50~85% 300가구를 추가로 선정한다. 서울시 제공.안심소득은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모든 가구를 동일하게 지원하는 기존 복지 정책이 아닌 ‘더 어려운 가구를 우선 돕는다’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모델이다. 과거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해 비극으로 끝난 ‘송파세모녀’, ‘성북구 네모녀’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 오 시장이 고안해 발전시킨 사업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시내 중위소득 50% 이하(소득하위 25%)에 해당하는 121만 저소득 가구 중 72.8%인 88만 가구는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기존 복지제도의 헛점, 낮은 소득보장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시는 시범사업을 통해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에 속하면서 별도로 재산 기준을 3억2600만 원 이하로 설정, 총 800가구를 지원집단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예컨대 월 소득이 0원인 1인가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85%(165만3000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165만3000원-0원)의 절반인 82만7000원(월 기준)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실제 월 수입이 적거나 아예 없을 경우에도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이유로 안심소득은 소득과 재산을 별도로 분리하고, 사회형평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재산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제공.다만 안심소득은 현행 복지제도 중 현금성 복지급여인 △생계·주거급여 △기초연금 △서울형 기초생활보장 △서울형 주택바우처 △청년수당 △청년월세 등과는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 생계·주거 급여자의 경우 특례 규정으로 기존 수급자의 자격은 유지되기 때문에 전기세·도시가스비 감면 혜택은 전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 시범사업을 진행할 때 비교집단 1600가구를 별도로 선정해야 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실험 도중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험집단 800가구와 유사한 재산·소득 수준 등을 가진 비교집단을 별도로 설정해 안심소득 전후 효과를 비교·분석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지만, 이들은 기존 복지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할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는 비교집단에 적정선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시 관계자는 “비교집단이 실험 도중 이탈하더라도 다시 구성원을 모집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이를 감안해 안심소득 지급 대상자의 2배나 많게 비교집단 인원을 정했다”며 “이미 독일 베를린에서는 비교집단 조사나 인터뷰를 진행할 경우 30EUR(유로)를 준다고 들었는데 그것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상품권이나 현금 지급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5년간의 안심소득 실험·검증 이후 복지정책으로 채택할지 고려할 예정이다. 물론 서울시의회의 동의는 물론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동의도 필수다. 시는 서울시민 전체에 안심소득을 도입할 경우 연간 예산을 약 8조6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 보건복지, 노동 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의 30%가 넘을 정도로 충분히 많기 때문에 기본 복지제도 틀을 수정하면, 과도한 증세 없이 안심소득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또 “아무런 조건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노동손실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제도는 취약계층을 하후상박으로 집중 지원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尹 과기공약 설계자 "정부조직이 끝 아냐..낡은 시스템 버려야"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비롯한 과학계 여러 시스템이 낡았습니다. 정부부처, 출연연구소의 일하는 방식은 예전과 똑같고, 연구비를 나눠주는데 집착하는 관행도 여전합니다. 정부조직 개편도 중요하나 실질적 혁신에 소홀했던 만큼 이제는 바꿔나가야 합니다.”박 교수는 과학기술 공약 설계자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계 혁신을 이끌어내고, 민간 혁신 활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봤다.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외형보다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낡은 시스템은 과감히 버리는 결단도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박영일 이화여대 교수가 자신이 설계한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박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도 과학기술적 요소가 가장 많이 투입돼 정부혁신과 앞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공약”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 정치와 과학의 분리 등도 예전 방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공약에 넣었다”고 설명했다.대통령 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는 이처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그동안 대통령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있었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자문 역할에 주로 국한됐다. 이와 달리 민간위는 연구자, 개발자, 기업인, 행정가들로 구성돼 청와대 조직을 대신해 기능하면서 과학기술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박 교수는 “민간위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기구”라면서 “4차위가 여러 안건을 심의하며 특정 사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모아 결집된 의견을 내는 것과 달리 실행력을 갖는 의사결정을 하고, 범부처를 아우르며 국가과학기술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박 교수는 이러한 위원회 가동과 함께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정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권장해야 하며, 정부도 민간 전문가를 활용해 코로나19 방역, 에너지 정책 등에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과학기술처부터 과학기술부에서 공무원으로 활동하며 경제 규모와 과학기술력 향상, 부처 간 협력을 봤지만 거버넌스 개편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운영하고 협력할지가 관건”이라며 “정부는 과학기술 혁신 범위에 인재양성, 산업 육성 등이 들어가니 전체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며 과학기술인을 중용하고, 민간 전문가들도 정책결정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항공우주청 신설도 비슷한 맥락에서 봤다. 윤 당선인의 지역공약으로 항공우주청 신설이 대두됐지만 지역 이해관계를 떠나 관계 부처, 연구기관, 민간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민간우주시대에 대처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약 설계자 입장에서 골치 아팠던 부분”이라면서도 “정부부처별로 흩어진 우주기능을 모으고, 국가 우주정책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는 것으로 민간, 정부의 단순 비율 문제보다 부처, 민간 협력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인터뷰 말미에 박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노력한 만큼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과학기술계 현장도 가고 원자력, 방역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학적 판단을 못했고, 과학기술인에게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당선인은 곁에서 지켜본 결과 과학기술계 전문가를 중시하고, 과학기술과 정치의 분리를 당선인이 직접 강조한 만큼 기관장 선임부터 과학기술계 체계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박 교수는 “과학기술과 정치의 분리는 당선인이 직접 언급한 것으로 정권 교체에 따라 연구 관행이 바뀌거나 과제들이 중단되는 것들과도 연관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임명된 분들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문가 역량에 따라 인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당선인이 자신이 무엇을 한다기보다 창조형 혁신 체계로 가도록 제도를 비롯한 기반을 마련해줘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진 만큼 인수위에서 공약의 취지를 살려 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끝으로 박 교수는 과학기술인들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박 교수는 “과학기술계 공약은 가만히 있으면 후퇴할 수도 있고, 제약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며 “과학기술계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제시하며 과학적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덧붙였다.◆박영일 교수는..▲1958년 출생 ▲서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KAIST 산업경영학 박사 ▲23회 행정고시 합격 ▲전 과학기술부 차관 ▲전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전 강원연구원장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 과학기술정책분과 위원장 ▲현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