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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獨 지방선거서 첫 극우정당 승리…집권 연정 패배
- 2024년 9월 1일,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서 열린 작센 주 선거의 첫 출구 조사 결과 발표 후, 독일대안당(AfD)의 최고 후보인 요르그 우르반(가운데)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AFD)[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독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지역 선거에서 승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1년 뒤 있을 전국 선거를 앞두고 큰 타격을 입었다.1일(현지시간) 독일의 방송사 ZDF의 예측에 따르면, 독일대안당(AfD)는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33.2%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독교민주당(CDU)의 23.6%를 훨씬 앞섰다.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자유민주당(FDP)은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러 참패했다.인접한 작센 주에서도 CDU가 31.5%로 1.1% 포인트 차이로 AfD를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다.AfD가 튀링겐주 선거에서 1당을 차지했지만, 튀링겐과 작센에서 모두 정부를 구성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독일 기성 정치권을 대표하는 SPD와 CDU 등 대부분 정당은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헌법수호청은 튀링겐·작센 지역 AfD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튀링겐 AfD 지도자인 비요른 회케는 역사왜곡, 인종 차별적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로이터 통신은 “AfD가 튀링겐주 의회의 의석 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판사나 최고 보안 관리자 등 3분의 2 이상의 다수결이 필요한 결정에 대해 AfD가 저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어 “이는 극우 세력을 견제하고 방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구축된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CDU 소속 작센주 총리 마이클 크레치머는 이번 결과를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라는 명령으로 해석하며, AfD의 강세는 사회민주당 슐츠 총리의 분열된 연정이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AfD는 지난 2023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솔링겐시에서 발생한 사건 이후 지지율 상승곡선을 탔다. 이 사건은 불법 체류 중인 시리아 출신 한 남성이 가족 모임 중 여러 사람을 공격해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온 사건이다. 이 사건은 독일에 큰 충격을 줬고, 이민 정책에 대한 논란을 더욱 증폭 시켰다. AfD는 이 사건 이후 반이민 정서를 바탕으로 지지를 확대했다.AfD와 마찬가지로 이민 감소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좌파 포퓰리스트 사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 역시 양 주에서 창당 8개월 만에 3위를 차지했다.바겐크네히트는 튀링겐 주에서 보수당 및 다른 정당들과 함께 정부를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접근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슐츠 총리의 연정이 참패를 당하면서 내년 전국 선거를 앞두고 연정 내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이번 성과는 더이상 AfD가 더 이상 배제될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독일 좌파당(디 링케) 소속 보도 라멜로 튀링겐 주총리는 모든 민주 정당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은 보수당이나 BSW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파시즘의 정상화와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시리아 난민 최소 10명 사망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갈등 종식을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는 가운데 공격이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이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크파르 하맘 마을 외곽을 공습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에 나바티예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무기 저장 시설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모두 내전을 피해 레바논에 입국한 시리아 난민들로, 어머니와 두 딸도 포함돼 있었다. 부상자는 시리아인 3명, 수단인 1명, 레마논인 1명으로, 시리아인 2명은 중태여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습에 대응해 이스라엘 북부 아엘렛 하샤하르에 로켓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발사체 55개가 날아와 해당 지역에 다수의 폭발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인명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중부 알자와이다에도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2~11세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일가족 등 1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들 공습과 별도로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를 공격해 헤즈볼라 사령관을 사살했으며, 레바논이 대응해 쏜 로켓으로 자국군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도 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은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종료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아울러 블링컨 장관이 갈등 봉합을 위해 18일 이스라엘 방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다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해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전 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은 도발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다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듭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휴전할 의지가 없다는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의 주장도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미국의 새로운 제안에 따라 휴전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에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 [오일 Drive]일촉즉발 중동에 자본시장도 '긴장'…UAE·사우디 괜찮을까
-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하반기에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군수·안보 섹터 투자에 집중할 겁니다.”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복잡다단하게 변모하면서 중동 전역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에도 전운의 영향은 미칠 전망이다. 다수 전문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경제 다각화 정책을 펼친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투자 분야를 군수·안보로 선회할 것이라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UAE와 사우디가 지역 내 불안감 고조를 이유로 투자를 줄인 만큼, 하반기에도 관련 분야를 제외하고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중동에 진출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긴장감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국산무기체계의 수출방안과 방산협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5월 사우디를 방문했다. 살레 알 아킬리 사우디 군수산업청(GAMI) 부청장과 면담하는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사진=연합뉴스)14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불안한 중동 정세의 영향으로 UAE와 사우디 투자시장이 위축될 전망이다. UAE·사우디 내에서 돈을 풀기보다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운용사(GP)들의 오일머니 발 자금조달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UAE·사우디의 국부펀드 등 출자자(LP)나 투자사들이 중동 정세가 불안할 때 일단 투자를 잠시 중단하거나 줄이는 편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실제로 데이터 플랫폼 매그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벤처캐피털(VC) 펀딩 규모는 7억 6800만달러(약 1조 604억원) 규모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전쟁의 중심지인 가자지구와 우리 기업이 대거 진출한 UAE·사우디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상당해 별 영향이 없을 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조만간 상황이 급변할지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UAE나 사우디 쪽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지금 당장은 영향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두 국가가 중간에 낀 형국이기도 하고 자국 내에 레반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지역 국민이 많이 살다 보니 여러모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투자 분야 역시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경제 다각화 정책을 이유로 다양한 분야에 자금 조달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펼쳐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군수·안보 섹터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카네기재단은 하반기 UAE와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군수·안보 섹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카네기재단은 GCC 국가들이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영토 안보에 힘쓰리라 예측했다. 이에 더해 영공·해상 구역 보호, 초국가적 방어 협정 체결, 드론·감시 기술에 투자가 쏠릴 것으로 보인다.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실장 역시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성 실장은 “UAE·사우디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군수·안보 협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국의 안보 자체를 미국처럼 중국이나 러시아가 보장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하다 보니 미국에 더 치중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호환 가능한 무기를 우리나라가 잘 만들고 있다 보니 국내 기업에 관련 분야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어 “그쪽에서는 무기 수입뿐 아니라 기술 이전도 원하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유연하다 보니 매력적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성 실장은 우리 기업에 현지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이란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이스라엘에 입히느냐에 따라 이스라엘의 반격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UAE·사우디 등 중동 전역에 미칠 영향이 달라지니 전쟁 양상을 계속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일각에서는 전쟁이 길어지면 군수·안보 섹터 외에도 푸드테크 섹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상황이 전면전까지 치달으면 UAE나 사우디가 식량안보에 신경 쓸 것”이라며 “푸드테크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오늘 이란, 이스라엘 공격할까…"침략자, 처벌해야"
- 파키스탄의 라호르에서 지난 2일자미아트 우레마-에-이슬람 (F) 당의 활동가와 지지자들이 테헤란에서의 공습으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것에 반대하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사진= AFP)[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란 정부는 하마스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과 관련,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는 뜻을 5일(현지시간) 재확인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이르면 이날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를 원치 않지만 침략자(이스라엘)는 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이어 “중동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으나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모험적 행태에 대응해 억지력을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칸아니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국제사회가 “침략자에 대한 처벌”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란 외무부는 이날 테헤란에 거주하는 각국 대사와 공관장을 소집해 알리 바게니카니 외무부장관 대행과의 회동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의지를 재확인했다.바게니카니 외무장관대행은 “이런 공격(하니예의 살해)에 대해서는 답변 없이 지나갈 수 없다”며 “이슬람 공화국의 대응은 확고하고 단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또 오는 7일 하니예의 살해와 이란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이슬람협력기구(OIC) 소집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날 아침 이란은 조종사와 항공 당국에게 GPS 및 항법 신호의 잠재적인 혼란에 대한 경고를 발령했다. 앞서 이란은 4월 13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도 이같은 경고를 발령한 바 있다.미국은 이란의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4일 “이란의 공격이 24~48시간 이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공중공격 무기를 장착한 F-22 전투기 부대 등을 배치하고, 함공모함 전투함인 USS 에이브러햄 링컨을 추가 배치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수장도 지난 4월과 마찬가지도 이스라엘로 급파됐다.미국은 이란의 공격이 이스라엘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 않도록 방어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연쇄적인 보복대응을 막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어떻게 이뤄질지다. 지난 4월 공격에서는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360여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지만, 99%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격추됐다. 이에 따라 이란은 보복대응의 명분을 챙기고, 이스라엘은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 않아 일정기간 양측간의 공방이 소강상태가 됐다.그러나 이번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기 위해 발사체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4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최대한의 타격을 주기 위해 수도 텔아비브의 군시설뿐 아니라 이 지역의 미국 군대와 지중해의 가스유전까지 포함하는 입체적인 공격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란의 영향권에 있는 이라크 민병대 등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경우 큰 피해가 야기되며 다시 응전이 응전을 부르는 피의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미국뿐 아니라 주변 관계국들도 이란을 설득하고 있다. 요르단 외무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란을 방문했고, 이란과 미국간 중재 역할을 하는 카타르도 이란과 접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이스라엘은 재보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양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군 공군 지하벙커를 찾아 “공격으로 신속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이스라엘 역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나면서 예비군 병력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군과 다른 서방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서부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향해 카추샤 로켓 2발이 떨어져 미국인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이 이란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미국이 지난주 이라크에서 무인기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무장세력과 미국과 연합군에 위협을 가하는 개인을 상대로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 이스라엘은 왜 하마스 1인자를 암살했나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중동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가 이란의 심장과도 같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을 당했다. 범행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됐다. 이스라엘은 현재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하마스 및 레바논 헤즈볼라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란까지 개입하면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란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대규모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유가 상승을 비롯해 글로벌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이 예상된다.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운데)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와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외신들 “이란의 심장, 테헤란이 뚫렸다”31일(현지시간)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성명을 내고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피살당했다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하니예는 이날 새벽 2시께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성명을 통해 하니예가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테헤란에 있는 그의 거주지에서 이스라엘군의 급습을 받아 경호원 1명과 함께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또 “이번 사건의 원인과 규모를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고위 군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하니예까지 암살을 당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외신들은 “하니예 암살은 헤즈볼라 사령관이 사망한 위태로운 시기에 발생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란의 보안이 뚫려 치욕을 안겨줬다는 점, 즉 적군에게 심장을 내준 것과 같다는 점에서 보복 위험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NYT는 이번 공격은 이란 내부적으로도 최고지도자 등의 안전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면서, 고위급 인사들이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하니예의 사망이 확인된 직후, 대응 방안 및 수위 등을 결정하기 위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긴급 소집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는 차치하더라도 이란 역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 “테러 정권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이란은 주권, 존엄, 명성과 명예를 수호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언론을 통해 “하니예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보복 수위다. 이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SNSC에는 IRGC 고위 지휘관들과 친이란 무장세력 네트워크를 총괄 감독하는 IRGC 산하 쿠드스군 총사령관 등이 참여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뿐 아니라 이란을 포함한 친이란 세력 전체와 무력 충돌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네타냐후, 휴전할 뜻 없음을 보여준 것”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의 골은 지난 4월 공격을 주고받은 이후 더욱 깊어졌다. 당시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은 수백개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했고, 이후 이스라엘이 다시 이란에 보복 폭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해 긴장감을 높였다. 아울러 하니예는 하마스 측에서 휴전 협상에 참여해온 핵심 인물이었는데, 그가 암살을 당했다는 것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할 뜻이 없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면전을 막으려던 서방의 외교전도 물거품이 됐다는 진단이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이날 하니예 살해를 “사악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이스라엘은 평화를 이룰 의도가 전혀 없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공격은 가자전쟁을 지역적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을 멈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지역은 훨씬 더 큰 갈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우방 국가인 미국도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하니예의 사망 보도를 접했다면서도 “추가적으로 언급할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그 문제에 대해선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다. 한편 하니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시간으로 오전 8시 39분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전일보다 1.39% 오른 배럴당 79.72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63% 상승해 배럴당 75.95달러에 거래됐다. 유가가 더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전운 감도는 레바논…미국·독일, 자국 시민들에 "당장 떠나라"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독일이 레바논에 거주하는 자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둘러 출국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의 지난 주말 공격에 대응해 보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서다. 양국의 충돌이 커지면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레바논에 거주하는 외국 시민들이 29일(현지시간) 베이루트 라픽 하리리 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AFP)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영사국 담당 레나 비터 차관보는 이날 레바논에 있는 자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떠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역 통신 및 운송 인프라가 손상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상업 항공기가 최선의 선택이지만, 상업 항공기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장기간 대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독일도 비슷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세바스찬 피셔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레바논 내 자국 국민들에게 “현재 레바논을 떠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긴급 활용하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독일인에게 아직 시간이 있는 동안 레바논을 떠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재미 삼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적 대격변(conflagration)이 발생하면 (레바논을 떠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7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 축구장에 로켓을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12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고 등 주요 시설을 밤새 공격하고,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보안 내각은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보복 방법 및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곳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법을 제정해 자국 영토로 병합했으나, 국제사회에서는 영토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레바논과 시리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 지역을 둘러싼 양측 간 무력 충돌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을 최종 승인한 데다, 이스라엘의 최우방 국가인 미국이 대피 명령을 내렸다는 점에서 양국 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국경에서 연일 충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민간인 90명을 포함해 레바논에서 450명 이상, 이스라엘에서 군인 최소 21명을 포함해 45명이 사망했다.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헤즈볼라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무장단체인 만큼,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전면전을 막기 위해 전방위 외교전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한 외교 소식통은 FT에 “9개월 전 레바논이 이스라엘을 적대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강력한 공격이 예상된다”면서도 “전면전은 피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심야 공습했을 때에도 이스라엘이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또다른 한 외교관은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을 전쟁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대응책을 조정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균형을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운이 고조되면서 주요 글로벌 항공사들은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를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독일의 루프트한자그룹은 다음달 5일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그리스의 에게항공, 튀르키예항공, 에티오피아항공 등도 일부 항공편을 취소했다. 레바논 중동항공 역시 다른 중동 국가들을 향하는 일부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