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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aily리포트)IMF 5년의 가족사
- [edaily 문주용기자] 지난 5년간 아픔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날입니다.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5년전 오늘밤 IMF구제금융을 정식 요청하면서 IMF사태는 시작됐습니다. IMF사태를 국난이라고까지 하는 까닭은 나라님만이아니라 백성 개개인 모두에게 참혹함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문주용 기자가 짧은 가족사를 통해 IMF 5년을 되돌아봤습니다.
5년전 오늘,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를 만나고 나서 임창렬 부총리는 구제금융 요청사실을 정식으로 밝혔습니다. 이어 열흘가량이 지난 12월3일. 임 부총리는 저녁9시 TV중계를 통해 210억달러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IMF와 합의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우리가 감당하고 넘어가야 할 고통의 불가피성을 이해해주시고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시든지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백성이 어느 곳에 있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수 없다는 뜻일까?
저는 미셸 캉드쉬와 임 부총리의 모습을 처가 가족들과 지켜봤습니다. 이렇게 저는 처가와 함께 IMF를 맞았습니다. 처가 어른 중 한 분이 "캉드쉬 영어발음 한번 엉망이네. 아무리 프랑스 사람이라지만 IMF총재가 발음이 뭐 저래"라고 하셨죠. 영어발음은 어리버리했지만 그가 제시한 긴축정책은 추상 그자체였습니다.
가장 먼저 캉드쉬의 발음을 놀리시던 그 분이 회사를 그만두셔야 했으니까요. IMF사태가 시작된지 며칠 지나잖아서 기업들마다 인원정리 태풍이 불었습니다. 곧 저의 처가에 두번째 실직자가 나왔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다닌다며 자랑하기도 했는데, 어느 회사보다 먼저 삼성이 먼저 손을 댔습니다.
IMF 위기가 기업들의 과잉투자 때문에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맘때 같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다준 반짝 경기에 도취한 나머지 이기업, 저기업마다 은행돈 빌려서 투자에 나섰다가 빚만 지게됐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보그룹이 무너지고, 기아자동차가 부도나는 등 과잉투자의 산물들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얼마있지 않아 또다른 가까운 처가친척이 회사에서 그만뒀습니다. 희망퇴직이라는 희한한 단어가 그때 탄생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던 그 불안한 시대에 누가 퇴직을 희망하겠습니까마는, 그는 어처구니없이 희망퇴직이라는 역겨운 이름아래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이미 정년퇴직했기에 쉬고있던 또다른 처가친척, 다니던 중소기업이 인원조정에 나서는 바람에 사표를 낸 또다른 처가 가족이 방바닥을 긁고 있었습니다. 수년째 계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또다른 처가 어른은 수년째 공사장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98년이 되자 우리의 대마(大馬), 대우그룹이 벼랑끝에 몰렸습니다. 노무라증권 보고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건 단지 불씨였을 뿐 훨씬전부터 대우그룹은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 금융권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98년6월말 모처럼 불안감을 잠시 잊고 본가의 형제들끼리 짧은 휴가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난데없이 둘째 형님의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라는 급전이었습니다. "은행 합병이 금방 발표됐다. 우리 은행이 경기은행과 합친대. 나는 내일부터 경기은행 파견나간다. 나중에 합병되면 내 자리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 올라가야겠다" 황망히 서울로 올라간 둘째형님은 근 두달간 경기은행 본점옆의 여관에서 잠을 자야했습니다.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것은 이맘 때였습니다. 저는 두 아이 돌잔치때 들어왔던 반지들을 긁어모았습니다. "나중에 너네들 크면 꼭 갚아줄께"라고 다짐하면서. 또다른 금반지도 냈습니다. 이태전에 돌아가신 선친께서 제가 대학교 다닐 때 "혹시 돈이 떨어지면 이 반지 맡겨서라도 잠은 따뜻한데서 자라"며 주셨던 정년퇴직 기념반지. 아마 살아계셨으면 이 반지까지 맡기겠다는 제 뜻을 "가상타" 하셨을 겁니다.
저에게 짙은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노조를 이끌고 있었는데, 봐서는 안될 것을 본 것이 화를 키웠습니다. 회사의 자금상황을 알려주는 장부. 진작에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모기업, 제가 다니는 회사, 다른 계열사의 자금 사정을 보고 입을 다물어야 했습니다. 그 장부에는 "회사가 살아날 방법은 절대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숫자들만 깨알같이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불면의 밤이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술취한 채 잠들어도 새벽 5시만 되면 사나운 꿈때문에 눈을 떠야했습니다. 꿈속에서 갓난아이 티를 벗은 둘째아이와 첫째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 허덕대는 저 자신을 수도 없이 발견했습니다. 더 괴로왔던 건 그렇게 가위눌리고 눈앞이 캄캄했지만 장부 얘기를 아내는 물론, 동료 누구와도 나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회사보너스가 끊긴지 수개월이 된 후에도.
존경하는 선배에게 차마 하지못할 말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인원정리가 시작됐는데 한 선배에게는 누구도 말을 못했습니다. 이 회사를 나가면 다른 곳에 쉽게 정착할 수 있을 것같은 선배들이야 회사에서 쉽게 말했지만 유독 한 분에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선배님,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도와드릴 방법이 없어 죄송하게..." 악역이 저에게 주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의 상황이 더 심각하게 변해갔습니다. 저는 처가, 처이모네 등 주변 다섯 가족을 통틀어 그나마 월급이라도 받아오는 가장이 저 혼자뿐일 정도가 됐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조금만 더 계속되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처가 친척들은 나름대로 생계 대책을 세우며 재기에 나섰습니다. 처가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서 신도시로 옮겼고, 처이모 한 분은 낮시간 식당일로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집이 두개면 한개를 팔고, 빚을 얻어 샀던 부동산은 헐값으로라도 내놓아 빚을 갚아나갔습니다.
그렇게 버틴 지 2~3년, 경기가 풀리면서 하나둘 예전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처가가족과 친척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성공했으며 더이상 자신을 내쫓았던 회사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 장부의 망령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직장을 구했습니다.
IMF 덕분에 고쳐진 것도 있습니다. 실속을 챙기는 자세를 갖게 된 것은 그중 하나일 겁니다. 휘황찬란하고 요란한 술집의 술맛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회사가 언제라도 제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자각도 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항상 회사가 발전하는 것보다 빨리 나아가도록 자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많은 아픔과 불면의 나날들, 길거리로 내몰렸던 선후배 동료들의 힘겨운 어깨떨림들. 어떤 분은 저보다 더 심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이런 기억들을 우리의 아들, 딸에겐 절대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 채권수익률 큰 폭 상승..예보채에 "발목 잡혀"(마감)
- [edaily 정명수기자] 채권수익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채권가격 하락) 일주일 내내 끌어내렸던 수익률을 하루만에 다 까먹은 셈이다.
15일 채권시장에서 국고3년 2-7호는 전날보다 6bp 오른 5.20%, 국고5년 2-11호는 8bp 오른 5.45%, 통안2년 11월물은 7bp 오른 5.21%를 기록했다. 전날 5.40%에 낙찰된 예보5년 80호는 5.50%까지 상승했다.
예보채 후유증에다 미국 금리 급등, 국내외 주가 상승, 한국은행의 물가 코멘트 등이 채권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반면 예보채 악성 매물이 국채선물 매도로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이제부터 다시 수익률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장막판 연기금과 보험권에서 통안채, 예보채 등을 매수한다는 루머가 나돈 것도 이같은 기대의 반영이라는 설명이다. 오늘밤 미국에서 발표되는 소비자심리 등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음주 초반 시장 분위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시황
실업수당 신청자수 등 미국에서 들려온 뉴스는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종합주가지수까지 상승 출발하자 채권 현선물 가격은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국고3년 2-7호는 전날보다 4bp 오른 5.18%로 상승했고, 2-1호도 5.19%에 거래됐다. 국채선물이 107.3선을 지켜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예보채 손절매 물량이 의외로 많이 나오지 않았다. 국고3년도 5.2%선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분위기를 바꿔 버린 것은 한은의 금융협의회 자료. 일주일 전 금통위 때와 달리 "11월부터 물가 우려가 있다"는 코멘트가 나온 것.
선물 가격이 밀려 내려가고, 국고3년도 5.2%선을 상향 돌파했다. 일주일만에 말을 바꾼 한은을 성토할 겨를도 없이 예보채 5년 80호는 5.50%까지 튀어올랐다. 예보채를 제때 손절하지 못한 단기 딜링펀드들은 서둘러 국채선물 매도로 헤지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통안채 창구 판매를 실시하지 않았고, 3일물 RP는 2조원을 지원했다.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였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오후들어 수익률은 변변한 하락 시도조차 없었다. 국고3년 5.25%선에서 대기 매수세가 일부 있었으나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예보채 손절을 선물로 막기에 급급한 증권사들은 장막판까지도 국채선물 매도 포지션을 꺾지 않았다. 장마감을 앞두고 연기금이 통안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루머가 유포되기도 했다.
거시경제정책 점검회의에서 "디플레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채권수익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고3년 2-7호는 5.20%, 2-1호는 5.21%로 마쳤다. 국고5년 2-11호는 5.45%를 기록했다.
증권협회가 고시한 최종 호가 수익률은 국고3년이 전날보다 9bp 오른 5.27%, 국고5년은 8bp 오른 5.45%, 통안2년은 6bp 오른 5.21%, 회사채 3년 AA-는 7bp 오른 5.86%, BBB-는 6bp 오른 9.36%였다.
◇골치거리 예보채..바닥이냐 아니냐
결국 예보채가 발목을 잡았다. 전날 5.40%에 낙찰된 후 5.43%로 올랐던 예보채 80호는 개장초부터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미국 시장 분위기마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선물로 손절을 치고 보자는 심리가 강했다.
연이어 한은의 물가 코멘트, 국가 신용등급, 주가 상승은 `악성 매물` 처리와 맞물려 수익률 상승 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대기 매수 의지가 있었던 기관들마저 "오늘은 아니다. 월요일날 보자"며 힘을 아꼈다.
JP모건의 한 딜러는 "눈치 빠르게 선물로 헤지를 한 기관들은 예보채에서 본 손질을 충분히 커버한 것으로 보인다"며 "포지션이 건전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간 수익률이 떨어진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기관들도 적지 않다. 대우증권의 김범중 스트레티지스트는 "미국 금리와 주가를 보면 바닥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10월부터 미국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11월 지표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장에서도 장기 금리 하락에 의한 플래트닝은 한계에 도달한듯하다"고 덧붙였다.
- (채권전략)금리전망의 비법..`시간을 포섭하라`
- [edaily 정명수기자] "금리에 대해 말할 때는 두가지 원칙을 지켜라. 첫째, 방향을 얘기할 때는 시기를 말하지 말라. 둘째, 금리변동의 시점을 얘기할 때는 방향을 얘기하지 말라."
미국에서 금리 분석으로 이름 높은 한 경영학 교수가 제자에게 전수했다는 `금리전망의 비법`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금리`라는 상품의 특성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금리가 내린다`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언제부터 금리가 떨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금리의 고점을 정확하게 맞췄다고 해도 그 때부터 채권을 사면 이득이 크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 가격은 올라갈테니까. 물론 비싸게 산 채권을 더 비싸게 판다면 모르지만.
이번에는 `금리가 오른다`는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역시 언제부터 금리가 오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금리 저점을 알 수 없다면 무작정 채권 비중을 낮출 수도 없다. 물론 바닥을 `귀신같이` 맞춰서 저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채권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이처럼 `방향성 투자`에서는 어떤 경우이건 금리가 움직이기 전에 어느 정도 채권을 들고 있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그런가. 올초로 돌아가보자.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은 올해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방향 전망`은 빗나갔다. `시점에 대한 예측`만 남은 셈인데 금리가 변동하는 시점을 맞추는 게임도 방향 예측만큼 불확실하다. 쉽게 말해 `딜링`으로 수익률을 쌓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를 보자. A은행의 상품채권 투자한도는 2조1000억원이다. 3분기말까지 운용평잔은 1조4000억원. 매매손익은 160억원, 평가손익은 70억원, 이자수익은 600억원, 파생손익은 -10억원, 손익 합계는 820억원이다. 이 은행의 채권운용 순익 820억원의 대부분은 이자수익이다.
날고 긴다는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이 딜링으로 얻은 이익은 평가손을 포함 230억원.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채권 그 자체가 벌어준 이익, 즉 이자수익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펀드매니저없이 연초에 채권을 한도만큼 담고, 중도에 채권 매매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 이 은행의 운용 실적(?)은 어떠했을까.
앞서 조크에 등장하는 교수가 제자에게 전수해준 `비법`은 그야말로 `비법`이다. 채권은 기본적으로 `이자 따먹기`라는 것, 그래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게임을 해야한다는 것, 채권 투자에서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사족 하나. `금리 전망`이 아니라 `시간을 포섭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3개월 짜리 단기펀드 비중이 높은 투신권의 운용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 (이진우의 FX칼럼)美 금리인하가 의미하는 바는?
- [이진우 칼럼니스트] 그린스펀 FRB 의장은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인물입니다. 6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연방기금 금리(Federal Fund rate)를 기존의 1.75%에서 1.25%로 0.50% 포인트나 낮췄습니다. 25b.p.정도의 금리인하 폭을 예상하고 있었던 국제금융시장은 이제 그러한 액션의 배경과 향후 시사점을 읽어 내고자 분주합니다.
한 번 커지기 시작한 환율 변동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나라 바깥이나 안에서 벌어지는 달러 매수와 매도 공방이 치열하다 보니 환율은 연일 춤을 추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 외환시장은 1214원의 지지여부를 두고 한 바탕 전투를 치르고 있군요. 상당히 주목 받아온 FOMC의 금리인하 폭이 50b.p.로 결정된 이 시점에 그 의미와 향후 환율 방향성을 한 번 정리해 보고 갈까요?
◆왜 이 시점에 50b.p.나 금리를 떨어뜨렸나?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FOMC의 금리인하 배경과 그 영향력 등에 대한 분석기사는 인쇄용지가 부족할 정도로 뽑아 읽을 수 있다. 동일한 사안과 재료에 대해서도 각자의 뷰(view)가 다르면 그 해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필자로서는 여기저기 제시된 분석이나 전망들을 정리하기 보다는 필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밝히는 것이 낫다고 본다.
첫째, 미국은 지금 “불확실성의 제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9월 테러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라는 망령에 시달려 왔다. 추가테러에 대한 우려, 부시 행정부가 밀어 붙이고 있는 ‘악의 축’과의 전쟁 가능성, 좋았다가 나빠졌다가도 미련을 버리기에는 아쉬운 경제지표 등등……
그런데 우선 정치적인 불확실성을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집권 공화당 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제거했다. 판결로 뽑힌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태생적 약점을 지니고 흘러왔던 부시 행정부는 이번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로 말미암아 향후 정책입안 및 실행에 있어서 보다 힘을 갖추게 되었으며, 세금감면이나 대이라크 전쟁 등 선거전 공약과 현재 계획중인 일들을 잡음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린스펀 FRB 의장이 11월 FOMC 정례회의에서 아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0.50% 포인트의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던졌고 추가적인 경기침체의 위험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혀 정책기조를 “경기둔화 우려”에서 “중립”으로 전환하는 고단수의 코멘트를 시장에 선물로 남겼다. 어정쩡하게 시장에서 예상하던 25b.p. 인하로 인해 12월에 가서 다시 25b.p. 추가인하 가능성을 두고 시장이 왈가왈부 할 여지를 아예 없애면서 “금리인하는 여기까지다.”라는 사인을 주었으며, 동시에 급격한 미국 경기의 회복세를 자신하는 것도 아니지만 더 이상 나빠질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둘째, 어쩌면 그린스펀도 50b.p. 추가 금리인하라는 재료 이후에 미국 증시 및 채권시장, 그리고 달러화의 시세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부에서 분석하듯이 이번 FRB의 금리인하 조치는 증시부양을 통한 미국 내 소비활동의 확대와 그로 인한 경기확장을 노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그 동안 금리인하 가능성이라는 재료로 상승랠리를 지속해 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 뉴욕증시가 실제 금리인하가 단행된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지난 10월10일 이후의 상승랠리는 보다 믿을만한 추세전환으로서의 지위를 다지게 된다.(“Buy on rumor, sell on fact”라는 시장 격언이 있듯이 그저 금리인하라는 재료에 기댄 상승세였다면 향후 뉴욕증시는 그 동안 벌어놓은 상승폭을 까먹기 시작할 것이다. 반면, 미 국채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증시가 단기조정 후 랠리를 이어간다면 최악의 국면은 이미 지났음을 의미하게 된다).
최근 달러화의 주요통화 대비 약세현상도 금리라는 변수로 설명되어져 왔다.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FRB가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아직 요원함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고 따라서 달러표시자산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달러매도 포지션 구축이 이뤄져 왔는데(그래서 유로화는 다시 1달러선을 넘어섰고 달러/엔 환율은 121엔대 중반까지 밀려났다), 이제 FRB의 뒤를 이어 ECB(유럽중앙은행)도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의 여부와 유로화 및 엔화가 달러대비 강세를 지속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유로화가 소위 달러대비 등가(等價 :Parity)수준 위에서 계속 거래가 될 것인가와 달러/엔 환율이 121.30~40 정도에 위치한 기술적 지지선 아래로 추가급락 할 것인가에 주목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 우리 원화환율은 그럼 어떻게 되나?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1월중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인 4.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한국과 미국간의 금리격차는 더 벌어졌다. 고금리 통화가 저금리 통화에 비해 강세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전통적 이론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달러를 예치하는 것보다는 원화로 환전하여 예금할 때 훨씬 많은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어 원화수요 요인이 된다면 쉽게 이해가 된다).
반면 양국간의 이자율 차이를 감안할 때 달러/원 선물환율(forward rate)은 현재 시점의 환율보다 더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어 선물환율이 미래 현물환율의 불편추정치(不偏推定値)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선물환平價이론(Forward parity theory)과는 앞서 말한 금리격차(interest differential)에 따른 고금리통화의 강세가능이라는 명제가 서로 부딪힌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선물환평가이론이 잘 맞는 경우도 드물어 금리변동으로 향후 환율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FRB의 금리인하가 계속 달러화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 또한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약세로 전환하면 한 번 해보는 소리에 불과하다.
시장 움직임은 움직임 그 자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향후 환율을 예측함에 있어서는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가격 움직임 그 자체에서 힌트를 얻어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으로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서울 외환시장이 언제까지 “달러/엔 장세”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엔/원 980원대에서 1020원까지 몇 번의 출렁거림이 있었으나 결국은 시장참여자 모두가 편안하게 여기는 엔/원 수준은 아직까지 100엔당 1000원 수준임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나 수급요인보다는 아직 달러/엔 환율의 레벨에 따른 장중 등락 및 개장가 결정이라는 범주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장세인 만큼 당분간은 달러/엔 환율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121.30 근처에서 두 번에 걸쳐 형성된 바닥이 무너지고 달러/엔 환율이 120엔 아래까지 내려설 정도의 글로벌 달러약세가 재개된다면 달러/원 환율도 궁극적으로 1100원대 환율로 다시 내려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달러/엔 환율이 121엔대에서 바닥을 다지고 위로 방향을 틀게 되면 달러/원 환율도 더 이상 쉽게 빠지기는 힘들다. 달러 회복세가 뉴욕증시의 상승세와 맞물려 이루어진다면 우리 원화는 달러/엔을 따라가야 할지 증시에서의 추가적인 달러매물 압력에 따라 절상추세를 재현해야 할지 애매해진다는 얘기다. 달러/엔 동향을 무시하고 자체적인 수급이나 펀더멘털 요인만으로 환율 방향을 논하기에는 아직 역내외 시장참여자들의 엔화 움직임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1214원의 지지 혹은 붕괴여부에 따라 연말 환율의 레벨이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1267원에서 환율이 내려오는 와중에 한 동안 격전이 치루어졌던 레벨은 1228원 레벨이었다. 그 근처에서 한 차례 들어올리다 밀리는 와중에 1164원에서 1267.50원까지의 환율 상승장에 대한 조정국면은 38.2%가 아니라 50% 혹은 61.8% 되돌림 수준까지 가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는데(물론 단순한 조정국면 차원이 아니라 하락추세의 재현이라는 전망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점이다), 지금 시장에서 주목하는 레벨인 1214원이 얼추 50% 되돌림 수준이며 1214원의 붕괴는 추가적으로 1200원대 초반까지의 추가하락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1214원의 하향돌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11월7일(목요일) 오전 장세에서 느껴지는데, 엔화강세(달러/엔 하락) 및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지속이라는 완벽한 환율하락 여건 하에서도 1214원은 단단히 지켜지고 있다. 여기에서 이중 바닥(double-bottom)을 형성하고 1267원대에서 1214원까지 53원 정도 환율이 떨어진 것에 대한 기술적 반등 내지 단기추세 전환을 이루자고 덤비면 그 또한 나름대로 말 되는 장세가 된다.
11월 첫 칼럼에서 제기한 “환율이 갇혀 들 가능성”이 아직은 유효하다. 시장을 주도하던 역외세력도 최근 부쩍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고, 레인지 장세로 흘러가는 듯한 상황에서 다시 국책은행과 포지션 크게 들고 왔다갔다 하는 몇몇 시중은행들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사소한 재료의 변화에도 이미 커진 환율 변동성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급등 아니면 급락장세를 거듭하고 있고, 기회가 왔을 때 아주 뿌리를 뽑겠다는 심정으로 시세를 형성하다 보니 적정한 레벨에서의 손절 기회도 주어지지 않아 롱플레이어들이나 숏플레이어들 할 것 없이 “버티기”로 들어서는 모습도 관찰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며칠간의 달러/엔 환율이 절대적이다. 서울에서의 달러수급이란 것이 참 묘해 환율이 빠지는 시점에는 매물만 부각되고 환율이 오르는 시점에는 결제수요나 역외매수세 밖에 안 보인다. 1214원의 하향돌파 이후 추가하락이냐, 아니면 1214원을 단기바닥으로 삼아 반등에 나서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
- (스케치)한라산, 북 시찰단 맞아 첫 눈발
- [공동취재단] 방문 8일째인 지난 2일 북측 고위급 경제시찰단은 공식행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한림공원,한라산 국립공원,중문관광단지,여미지 식물원,월드컵 경기장 등 제주도 관광지를 둘러봤다.북측 시찰단은 한림공원,여미지 식물원등에서 제주도 특유의 아열대 식물 등을 주의깊게 살폈으며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독특한 건축양식과 공법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제주 국제공항에 도착한 박남기(朴南基 국가계획위원장) 단장 등 북측 시찰단은 곧바로 미리 대기한 승용차와 버스에 나눠 탄 뒤 제주 한림공원으로 향했다.공원 입구에는 송봉규(宋奉奎) 한림공원 회장과 직원들이 나와 박수로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송 원장은 "여러분이 국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 제주 한림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삿말을 건넸으며 박 단장은 "생각보다 제주도가 꽤 춥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박 단장은 산야초원,비자나무,용암동굴지대를 보면서 지역의 유래와 나무 수령 등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했으며 "뒤에 따라오는 단원들에게도 이야기 해 달라"면서 자세한 안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단장은 제주도관광 목적 등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집요한 질문을 받았으나 "우리나라 땅인데 어디를 못가겠는가"라는 식의 원론적인 대답으로 일관했다.북한에도 이런 공원시설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남과 북은 지형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곤란하다.이곳에 없는 나무가 평양에 있기도 하다.또 우리는 이처럼 인공적이 아닌 자연 식물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단장은 한갑수(韓甲洙 농어촌특별위원장) 남측 영접위원장,송봉규 회장 등과 한림공원 연못에 위치한 카나리아자 나무에 식수 행사를 갖고 방명록에 "통일의 화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갑시다"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송 회장은 현무암 하르방,감으로 염색한 모자,선인장 술 등을 선물했으며 박 단장은 공예벽걸이로 답례했다.
○…북측 시찰단은 한라산 영실에서 한라산 일대를 전망하려 했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세찬 눈발 때문에 휴게실에서 잠시 차를 마신뒤 발걸음을 돌렸다.송상옥 국립공원 관리소장은 박 단장이 한라산에 눈 오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하자 "올들어 처음 내린 눈이며 이는 북측 시찰단을 환영하는 상징"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남한 방문뒤 연일 이어진 강행군으로 피로에 지친 시찰단과 달리 박 단장은 시종 활기찬 발걸음을 내디뎌 "철인"이라는 호칭을 듣기도.박 단장은 한림공원 등 관광지를 관람할 때마다 너무 빨리 걷는 바람에 남측 안내원들과 북측 단원 일부가 "뒤에서 힘들어 쫓아오지를 못한다"면서 속도를 늦추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중문단지에서 북측 일행을 맞이한 조홍규(趙洪奎)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다"면서 박단장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북측 시찰단은 방문 초기와는 달리 사실상의 마지막 방문길인 이날은 남측 안내원 등과 농담도 하는 등 여유있는 비교적 모습을 보였다.한림공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원동연 조선아태평화위 실장은 남측 안내원들과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여자 안내원에게 "남쪽 미인계에 북측 대표단이 속아 넘어갈 것 같다"며 진한(?) 농담을 걸기도 했다.
○…방문 전부터 독특한 이름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김히택 당중앙위 제1부부장의 한자이름은 "金熙澤"인 것으로 확인됐다.김 부부장은 "어려서부터 "히택"으로 불러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으며 북에서는 "熙"를 "히"로 한글표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이번 시찰단 일정동안 기자들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는 등 각별히 행동에 조심을 보여온 장성택(張成澤) 당중앙위 제1부부장은 이날도 박 단장 등 일행과 비교적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 등 외부와 접촉을 피했다.그는 한림공원 등에서 관광객들이 "반갑습니다"하고 손을 흔들자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남측 여자 안내원이 기념사진 촬영을 제의했을 때에는 손사래를 치며 "워낙 미인이신데 이쪽(남한)에는 미남들이 많아 같이 못 찍겠습니다.나중에 봅시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한 북측 시찰단은 경기장의 시공 방법이나 구조 등을 집중 질문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전기 토목 분야가 전공으로 알려진 박 단장은 강상주(姜相周) 서귀포 시장이 경기장을 설명하자 "콘크리트와 지주의 접합부분을 보고 싶다"며 주 기둥쪽으로 안내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강 시장이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섭섭해 하기도 했다.박 단장은 고창립 수도건설위 기술국장을 불러 "지붕 아치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하고 물었으며 지붕막의 자재와 기술 공법에 대해서도 수시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박 단장은 이날 관광을 하면서 불쑥불쑥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남측 일행들을 놀라게 했다.박 단장은 한림공원에서 바닥에 꽃으로 수놓은 한반도 지도를 보면서 "독도가 없네요.다음에는 조그맣게라도 독도를 꼭 집어넣어주세요"라고 말했다.또 제주 월드컵 경기장 지붕 천막이 바람에 찢긴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공한 외국업체가 제대로 측정을 못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꼭 돈을 받아내라"고 강조했다.한림공원을 나서면서는 출구에 세워져 있는 "잘 갑서예.또 옵서양"이라는 제주도 인삿말 표지를 가리키며 "저것이 제주도 사투리냐"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단장은 우리쪽 운영진이 제주 월드컵경기장이 남측 방문의 마지막 일정이라고 귀띔하자 "마지막은 무슨 마지막이냐.앞으로도 자주 와야되는 것 아니냐"고 지속적인 남북 왕래를 희망했다.특히 마지막 일정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직접 쓴 "우리는 헤어져 살수 없는 하나의 민족입니다"라는 방명록 글귀를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입니다"라고 했다.
○ …시찰단으로 참여한 김철호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 부학장은 "남측에 와서 컴퓨터에 관련한 다양한 것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알 수 있었으며 북과 남이 공동으로 협력할 만한 일들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그는 북한에서도 소프트웨어기술은 세계최고로 자부한다고 소개했다.
- (이진우의 FX칼럼)큰 승부에서 이겨야
- [이진우 칼럼니스트] 10월 첫 날 1227원으로 시작하여 월 중반인 16일에 고점 1267.50원을 찍었던 환율이 월말에는 일중 저점 1219.40원까지 밀린 이후 1221.60원으로 마감됐습니다. 크게 보아 한 달 내내 왕복달리기 한 판 한 셈이고 쓸데없이(?) 확대된 환율 변동성으로 업체들이나 역내외 투기세력들이나 체력이 많이 소모된 10월이었습니다. 소소한 하루하루의 환율 등락을 그 누가 자신 있게 예측하겠습니까? 11월을 맞아 큰 그림이나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 10월 장세의 특징
첫째, 역외세력이나 큰 수급(需給)을 들고 거래하는 Market maker라 해서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는 장세였다.
10월 16일 1267.50원의 고점을 찍고 환율이 다시 급하게 돌아선 결정적인 요인은 역외세력의 매도세였다. 우선 그들의 패착(?)은 달러/엔 환율에 대한 틀린 예측과 자신들이 달러/엔 시장을 움직일 수 있기에 서울 외환시장 정도는 갖고 놀 수 있다는 일종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 124엔대에서 125엔대 진입을 노리던 달러/엔 환율에 관해서는 향후 몇 개월 내로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엔화 초약세장을 보게 될 것이라는 루머 내지 리포트가 돌아 다녔고, 10월15일 1262원에서 하루 종일 GM의 대우차 지분참여 물량 4억불 가량을 혼자 받아내던 해외투자은행 한 곳도 달러/엔 환율을 125엔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엔화가 125엔대 이상으로 약세를 이어가기에는 이미 투기세력들의 달러 롱 포지션이 무거워진 상황에서 그들은 달러/엔 시장에서의 실패를 예감하고 전일 무지막지하게 받아 놓았던 물량을 서울의 시장참여자들에게 소리 소문 없이 떠넘기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으며, 그렇게 쌓인 물량은 결국 달러/원 시장에서 폭탄 돌리기 게임을 한 판 형성하더니 이틀간에 걸쳐 30원에 가까운 환율 급락장세를 유발하였다. 이후 장세에서 매도와 매수가 혼재하는 헷갈리는 매매패턴을 보여오기는 했으나 필자가 짐작하기에 역외도 손실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바쁘게 속앓이 하며 움직인 것에 비해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 것 같다.
10월30일과 31일 막바지 장세는 필자가 그 동안 본 칼럼에서 계속 주목해주길 바라던 1228원에서의 승부에서 숏플레이어들의 판정승으로 결론이 났다는 점에서 한 차례 정리가 필요하다. 우선 30일(수요일)의 엔화강세가 진행되고 있는 월말 네고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평소 포지션 큰 것만 믿고 장세를 주도하겠다고 설쳐대던 곳도 아닌 시중은행 한 곳에서 장 중 내내 거액의 달러 매수세를 형성하며 환율의 상승을 주도하자 시장에는 온갖 미확인 루머가 나돌았다. 선물환 매도와 관련한 되감기 수요라는 설에서부터 모 공사의 거액 결제설, 그 공사가 옵션거래가 있었는데(정확한 옵션구조 및 거래내역은 당사자 외엔 아무도 모른다) 옵션 때문에 은행이 10월 말 기준율(시장평균환율)을 높게 형성할 필요가 있는지 모른다는 추측에 이르기까지 별의 별 얘기가 다 돌았다.(그러나 아직까지도 확인된 것은 없다.)
31일 아침에는 턱없이 높게 형성된 NDF(역외선물환) 시세의 영향으로 전일의 강한 톤이 유지되는 듯한 개장 초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결국 122엔대로 진입하는 달러/엔 환율과 쏟아지는 달러매물에 1230원, 1228원은 물론이고 전저점으로 의미를 지니던 1223원 마저 무너지며 장 중 세 차례나 1220원이 깨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전일은 출처가 불분명한 달러매수세에 시장이 당황하였다면 이 날은 또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알 수 없는 매도세에 웬만한 메이져급 은행들 딜러들조차 손을 놓고 시장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30일부터 쌓인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엄청났다는 분석이나 월말 정도로 예정되어 있던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반선 매각대금이 소리없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 전일 무리한 롱플레이의 후유증이 환율의 과도한 급락세를 유발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에 이르기까지 10월 마지막의 장세도 명쾌하게 정리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틀간 그러한 급등과 급락을 거쳤다면(그것도 평소 시장을 지배하던 재료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세로서) 수급을 끼고 시장을 주도하였던 세력들로서도 자칫 이익보다는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에 10월 장세는 위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Market maker들도 피곤한 장세였다고 정리된다.
둘째, 연중 저점 1164원에서 지난 10월 6일 기록한 고점 1267.50원까지의 파동에 대한 해석 측면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율의 점진적인 하락세를 주장하는 세력들에게는 1267.50원은 조정 파동으로서의 2파 정점에 불과하다는 것이고(1332원에서 1164원까지의 하락 1파에 대한 61.8% 되돌림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 환율이 1164원을 바닥으로 삼아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믿는 세력들에게는 1164원에서 1267원까지의 단기급등에 대한 조정이 어디까지 이어지다가 상승랠리가 재개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래서 떠오르는 주요 레벨들이 1228원, 1216원, 1204원 등이다)
이틀 간의 급등과 급락을 겪고 11월 첫 날 들어 환율은 1220원대 중반에서 뚜렷한 방향을 못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11월 첫 날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 및 ISM (공급관리자협회) 지수, 그리고 그에 따른 뉴욕증시의 반응과 달러/엔 환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각각의 경우에 따르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 11월 환율은 의외로 갇혀 들 가능성이 커
첫째, 뉴욕증시가 상승 무드에 접어들 경우를 상정해 보자. 최근 며칠간에 걸쳐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는 그야말로 엉망이다.(지면 관계상 상세 내역 생략). 그러나 뉴욕증시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10월 한 달간 월간으로 살피면 다우존스 지수는 10.5%, 나스닥 지수는 13%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장 초반 급락세로 출발하는 날에도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낙폭을 줄이거나 상승반전 마감을 이루어낸 날이 많은데, 그만큼 지금 뉴욕증시는 더 이상의 하락보다는 상승반전에 갈급해 하고 있다. 1일 발표되는 실업률을 비롯한 고용지표와 ISM 지수의 호악을 떠나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연말 세계 증시는 뉴욕에 힘입어 강세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가 정착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으로 발전한다면 환율은 추가하락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를 유발할 수 있기에 달러/엔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낙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뉴욕증시가 11월 들어 결국 하락세로 돌아서며 그 동안의 상승세가 이른바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에 불과했음이 드러난다면 국내 증시의 침체 및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세가 이어지며 환율은 오르기 쉽다. 그러나 이 때에는 글로벌 달러약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 달러/엔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세가 서울 환시에서의 환율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가 있다.
셋째,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당분간 1215~1238원 정도에서 환율이 갇혀 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환율 급락기에 역배열 상태로 미끄러지던 이동평균선들이 이후 급등과 급락을 거치며 각각의 기울기가 각도를 달리한 채 1220원대로 수렴하고 있는데, 일간 차트상으로 60일선과 120일선이 1218원 근처에서 받치고 있으며 위로는 1228원, 1240원 등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급락과 급등을 겪으며 시장참여자들간의 뷰가 어느 한쪽 방향으로 쏠리지 않게 되고 위로도 아래로도 자신 없는 레벨에 지금 처해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하는 그림인데, 환율의 1200원 아래로 내려가는 급락세나 1240원 위로 올라가는 급등세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수급변화나 재료가 출현하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 칼럼에서는 오는 6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하 여부나 그에 따른 달러화의 가치전망, 핵 문제로 다시 시끄러워지는 북한이나 이라크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취할 태도 혹은 전쟁 가능성, 대선을 앞두고 예상 가능한 국내의 혼미한 정국 등은 다루지 않았다. 왜 이 시점에서 FRB가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해야 하는지 선뜻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고, 나머지 정치적인 변수들이 고려되는 장세는 수급이나 차트 분석으로 논할 성질의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분위기로 가는 장에서는 분위기를 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는가? 주말 뉴욕 시장과 내주 초 장세를 관찰하고 나면 좀 더 구체적인 환율 전망이 가능해질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주말인 오늘만큼은 남은 시간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가판분석)10월21일자 조간신문 주요기사
- [edaily 최현석기자] ◇헤드라인
-경향 : "美, 제네바核합의 파기"
-동아 : 부시행정부 중유 연50만t 北지원 중단
-조선 : "美, 제네바합의 파기결정"
-한겨레 : "美, 제네바협정 폐기 결정"
-한국 : "美, 제네바 核합의 파기 결정"
-매경 : 전국 아파트값 하락
-서경 : 마곡지구 2005년부터 개발
-한경 : 새정부 행정부처 개편시 1순위..재경부·금감위·예산처
◇주요기사
-서울강남·신도시 아파트값 한달새 10~15% 급락(전 조간)
-임금 큰폭 상승..내년 물가 부담(조선 등)
-창업 2년만에 최저수준(경향 등)
-주요국 채권값 급락(한경)
-국고·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 "최저"(한경)
-대만, 중국진출 가속..한국 시장점유율 급감(조선 등)
-미, 이라크 반체제세력 군사훈련 돌입(한겨레 등)
-이라크전 발발땐 긴축경영..전경련 80개사 설문(한경)
-시설자금 대출 크게줄어..기은·산은 분석(서경)
-국민銀 차세대 전산망 개발(매경)
-"2-3개 자은행 둘수 있다"..김정태 국민은행장(조선)
-산은 부동산신탁 470억어치 판매(매경 등)
-인터넷·폰뱅킹 대출도 전금융기관 정보 공유(한국)
-금융기관 단기외채..정부, 비상점검 착수(매경)
-정책·감독 총괄 금융委 필요(매경)
-카드연체율 "위험수위"(동아 등)
-현대캐피탈·SK텔레콤 제휴..모바일·대출기능통합카드(서경 등)
-교보자보, 2004년 온라인 손보사 새출발(서경 등)
-현대상선 계좌추적 검토(동아 등)
-파워콤 매각 다시 갈림길에(경향 등)
-현대차 2010년 전기차 양산(매경 등)
-(주)한보 등 부지 11만여평 한보철강 매각서 제외(서경)
-삼성 1.2기가 CPU기술 개발(매경 등)
-동부전자, 1兆 설비투자 연기(한경)
-STX조선 법인세 110억 돌려받는다(매경 등)
-연합철강 "동신특강 인수 계속 추진"(한경 등)
-도이체방크, 대우자판 2대주주로(매경)
-대우자판 워크아웃 이르면 내달 졸업(서경)
-코스닥 내년부터 1,2부 분리 운영(동아)
-거래소 올해부터 회계감사 받는다(한국 등)
-2억불펀드 조성, 내년 한국에 투자..존리 도이치자산운용 전무(조선)
-이달 외국인 4700억원 순매수..미국계 2479억원으로 최대(매경)
-반등장 수익률 26%..외국인이 최대수혜(한국)
-세계증시 바닥 아니다..영 이코노미스트지(서경)
-미 8월 무역적자 "사상 최고"(한겨레)
- (가판분석)10월18일자 조간신문 주요기사
- [edaily 이진우기자] ◇헤드라인
매경 : 북, 핵개발 계획 시인
서경 : 코스닥 퇴출 대폭 강화한다
한경 : 북, 비밀핵개발 계획 시인
경향 : 北, 핵개발 계획 시인
동아 : 북, 농축우라늄핵 개발
한겨레 : 북 핵무기개발 계획 시인
한국 : 북한, 핵개발계획 시인
◇주요기사
-SK증권주 이면계약 논란(매경)
-SK·JP모건 이중거래 계약 의혹(한경)
-SK, JP모건과 SK증권주 대량거래..이면계약 이중거래 의혹(서경)
▲북한 핵무기개발 관련,
- 내일 남북장관회담서 핵 거론(한겨레)
- 일본 수교교섭 중지도 검토(동아)
- 풀루토늄 추출 막히자 우라늄 농축(동아)
- 대선가도 북핵 변수 폭발음(경향)
- 햇볕정책 중대기로 놓여(한경)
- 특정카드 거부,수수료 차별 등 백화점 카드사에 42억 과징금(서경)
- 단체수의계약 위반조합에 철퇴(서경)
- 자동차보험료 인상 담합 아니다..과징금 취소(한경)
- 이자부담 한집에 300만원(한경)
- 전체근로자 절반이상 퇴직금 상여금 없다(한경)
- 하이닉스, 3분기도 적자전망(서경)
- 반도체수출 올 170억 달러..5.8% 증가(한겨레)
- LG전자 PDP에 1조원 투자(매경)
- 휴대폰 부품 바닥..수출 비상(서경)
- 환율 널뛰기, 애타는 중소기업(매경)
- 중국 갑부들 "포브스 무서워"..부자명단 오르면 세무조사(매경)
- 기업 배당성향 30년째 뒷걸음질(한겨레)
- 모닷텔 청약 미달 파문..손배소 검토(매경)
- 올 세금감면 14조4000억원..재경부(한국)
- 서울 5개권으로 개편..도시기본계획 재정비(매경)
- KDI, 정부 부동산정책 전면비판(경향)
- 농민 정치권, FTA 강력 반발(한경)
- 환란책임 강경식 김인호 2심도 무죄(동아)
- (edaily 리포트)이 사진, 다시 한번 보시죠
- [edaily 조용만기자] 아침 신문에서 통신사 사장들 4명이 서로 악수하는 사진보셨습니까? 사진설명에는 "통신 4사 사장들이 정통부 기자실에서 열린 1조8000억원 투자확대 발표에 앞서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다"고 돼 있습니다. 설명 그대로라면 얼마나 바림직한 일이겠습니까. 정통부를 출입하는 조용만 기자가 IT투자확대 방안에서 느낀 문제점에 대해 얘기합니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연말까지 1.8조원이라는 돈이 IT부문에 투자됩니다. 통신 4사가 `자발적으로` 3000억원의 IT투자펀드를 새로 만들고 1조3000억원을 설비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달 남짓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만, 제가 하려는 얘기는 앞으로의 문제보다는 IT투자확대 방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것입니다.
통신사업자들이 IT투자펀드와 설비투자에 수천, 수백억을 내놓기까지는 이상철 장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습니다. 이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IT쪽 분위기를 생각하면 밤에 잠을 설칠 때가 많다며 IT투자 확대에 대한 소신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 장관은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IT투자에 소홀할 경우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이 내년부터 당장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IT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 왔습니다. 16일 행사는 결국 이같은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정통부의 이같은 노력과 통신사들의 투자확대에 대해 여론은 처음부터 곱지 않은 시각을 보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통신사들이 IT펀드에 내놓을 돈중 상당부분이 향후 소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이나 정통부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었고, 그래서 일각에서는 "요금이나 내릴 일이지 그 돈으로 왜 정통부가 생색을 내려하느냐"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3132만명(8월말 기준)의 휴대폰 가입자가 매달 적게는 2~3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씩 내는 휴대폰 요금으로 통신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남겼고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 연내에 휴대폰 요금을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IT투자활성화를 고민하던 정통부(정확히 말하자면 이 장관일 수도 있습니다만)는 휴대폰 요금을 조금 적게 내리는 대신 통신사들의 이익금을 투자쪽으로 유도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동안 국회와 소비자단체, 언론, 심지어 정부내 다른 부처 등에서 제기된 요금인하 압력에 대해 이상철 장관이 "요금인하만이 능사가 아니다. 통신업체들의 여유자금이 IT 투자에 사용될 수 있는 여건마련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누누이 밝힌 것은 이같은 배경때문입니다.
휴대폰 이용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IT투자에 돌리겠다는 정부의 생각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가름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시장의 실패 가능성과 정부의 역할을 들먹이지 않아도, 현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몇천원씩을 돌려주는 것보다 그 돈으로 IT투자의 물꼬를 터 불획실성에 대비하자는 장관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발상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것이 진행되는 과정이 엉성하거나 무모해서 결국 "쇼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이 불안한 경기상황과 정치일정을 감안, 현금만 싸들고 있겠다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1.8조를 투자하겠다는 것은 결코 작은 뉴스가 아니었지만 신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장관은 밤 잠을 설치면서 IT투자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그 돈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돈이었고 그걸 투자로 돌리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을 `쪼아서` 갹출을 요구하는 것 못잖게 소비자들과 여론을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했습니다.
여론에서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통부 관료중 누구도 앞장서서 이 문제에 대해 설득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업자들을 소집해 밀어부치는 데는 능했지만 산하 연구기관이나 관련부서에서 해외사례나 객관적인 데이타 등을 통해 "이 방향이 맞다"고 설명하는 노력은 없었습니다. 장관은 계속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원맨쇼 같았습니다.
한때 막강파워를 자랑했던 재경원 등에서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민감한 사안이나 여론향배를 살펴야 할 제도도입시 KDI나 금융연구원 등 산하 연구기관을 통해 `바람`을 먼저 잡습니다. 해당부서에서도 나서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장·차관이 강연 등을 통해 한마디씩 거들어 설득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그동안 보아왔던 관례입니다.
이같은 노력없이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밀어부치기로 일관하고, 언론에 대해 구체적인 투자대상이나 방법도 정해지지 않은 채 숫자만 덜렁 던져주는 `막무가내`식은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내용이 빈약한 반면 포장은 좀 과했습니다. 발표장에 4개 통신사 사장을 불러모아 자율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오버`였습니다. 이번 투자확대 방안은 정통부(정확히 말하자면 이 장관일 수도 있겠습니다만)가 아이디어를 내고 KT가 중간에서 조정 내지 실무자 역할을 했습니다.
정말 IT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통신사들이 이를 공감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면 정통부가 배경이나 이유 등을 설명하고 실무를 담당한 KT의 책임자가 업계 분위기와 그동안의 과정, 향후 투자계획 등을 전해주면 되는 일입니다. 통신사 사장들을 다 기자실로 불러모아 `자율포장`을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죠.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만 대우사태때 `채권시장 안정기금`이란 게 있었습니다. 대우사태로 금융시장이 붕괴위기에 직면하자 27조원의 펀드가 조성돼 채권사들이기에 나섰는데, 물론 정부가 아이디어를 냈고 40개 금융기관이 돈을 냈습니다.
사정이 급해서 그랬는지, 당시 금융사 사장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벌인 기억은 없고 이후에도 정부의 펀드조성에 업체 사장들이 몽땅 참석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정통부를 출입한 경력이 짧아 이 바닥 분위기가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오늘 신문을 보니 민간업체 사장들이 정부부처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과거 상공부 시절에나 볼 수 있던 풍경이라고 한 기자가 썼더군요.
사장들의 공동발표는 또 다른 `쇼`였습니다. 당초 정통부에서는 16일 오전 11시30분부터 통신사 사장단이 IT투자확대 방안을 발표한다고 고지했지만 막상 16일 아침이 되자 `아직 입장조율이 안됐다더라. 어디는 사장이 참석하지 않는다더라`는 소문이 돌면서 발표자체가 연기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사장 불참업체로 지목된 SK텔레콤에서는 표문수 사장이 참석할텐데 우리에게 화살을 돌리느냐며 해명하는 해프닝도 벌였습니다.
발표는 KT 이용경 사장이 맡았고 기자들의 질문은 KT와 SKT에 집중됐습니다. 이날 발표장에서 발언비중이나 언론의 관심을 감안하면 두 명의 사장은 들러리를 선 표시가 확연했는데, 이들은 "사진찍히는 데 동참하는 것"외에 다른 역할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사진, 다시 한번 보시죠. 통신 4사 사장들이 서로 팔을 교차해 악수를 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평소에는 서로 못믿고 헐뜯기에 급급한 통신사들의 꼬인 관계와 팔 비틀려 돈 내놓은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악의적인 시선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