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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공주르포①)공시지가 보상 "턱도 없다"
- [연기·공주=edaily 윤진섭기자] 국사봉이 우뚝 솟고 전월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너른 평지, 1번 국도를 따라 조치원에서 10km 떨어진 연기군 남면 종촌리를 장마비로 불어난 금강이 휘돌아가는 기세가 무서웠다.
이 마을은 연기군 송담에서 오른쪽으로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남면, 그리고 금남면, 동면 중간에 위치해 신행정수도가 들어설 경우 중앙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주말 굵은 빗줄기는 수도자리 매김이라도 하려는듯 팍팍 흙바닥을 파고들었다.
송담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빠져 들어선 종촌리는 초입에 컨테이너를 개조한 중개업소와 함께 `신행정수도 연기·공주 평가 1위`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1위 평가를 자랑하는 현수막은 앞으로 일어날 그 많은 혼란을 예고하듯 바람에 이리저리 어지럽게 날리기만 했다.
◇"9천만원으로 뭘해? 어디가서 땅을 사나?"
2차선 길섶을 따라 10여 개의 중개업소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첫번째 방문한 남촌중개업소엔 백발의 노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화제는 당연히 행정수도 이야기.
“보상관련해서 소문이 무성한데, 공시지가로 보상하면 나갈 사람이 하나도 없지. 지금 땅값이 몇 배로 올랐는데 4만~5만원하는 공시지가로 보상하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나...”
남촌 공인 임진수(70)대표는 인사말을 생략하고 말을 쭉 이었다.
“내가 여기 논 1300평을 가지고 있는데, 올해 1월 1일 공시지가 평당 3만 5000원선이었어. 아무리 2배로 보상 해준다고 해도 9000만원 조금 넘을 것"이라며“주변 농지가격이 평당 20만~30만원을 넘는디, 어디 가서 땅을 사라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함께 자리하고 있던 김 모(68. 남면 종촌리)씨는 한술 더 뜬다. “공시지가로 보상받으면 주민 반은 거지된다”며 “행정수도 오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여기에 사는 사람들 살 궁리는 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오는 수도 만큼, 떠나는 민심은 말이 많았다.
이주자 택지에 대한 보상 역시 기대 하지 않는 분위기다. 원사봉 자락에 산다는 임웅제(67)씨는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 농가주택 사서 딱지 받을 요량으로 오는데, 그거야 돈 있는 외지 사람들 야그(이야기)”라며 “딱지를 수십장 받으면 뭘해.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조성비용의 70%를 내야 하는데, 여기서 그 돈 낼 사람 아무도 없을 거야”라고 큰소리 높였다.
보상얘기가 계속되는 도중 동네 주민들이 모여들어 너도나도 한마디씩 아우성했다. 이들은 언성을 높이며 걱정을 쏟아놓았다.
젊은이 축에 끼는 임호택(59)씨는 “행정수도 확정 환영한다고 마을 입구에 플래카드 붙인 사람들 욕들 많이 먹었지” 라며 “이제 이 동네 사람들도 행정수도 오는 것 반기지도 않고, 주민들만 희생시키는 행정수도라면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복지공인 김모(52세)대표는 “정책 세우는 사람들이 농민마음 헤아려 주면서 일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 해선 안된다”고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토지거래허가, 특례지역 등 투기를 방지한다고 이중 삼중으로 규제를 묶어놨는데, 그래도 현지 주민들이 팔도록 숨통은 터줘야 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또 그는 “월하리나 쌍정리 등 조치원 서부지역 사람들은 평당 30만~40만원에 팔면서 수십억대 부자가 됐다는데,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땅 100평 못 파는 상황에서 과연 행정수도가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상대적인 배고픔을 강조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눈 임모씨 (53)는 "우리 임씨 문중이 여기서 600년을 살아왔고, 한 집에서 농사지으면서 살고 있어요. 조상들 묘도 다 여기 있는데, 무슨 돈으로 다른 곳으로 이장할까 라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보상이 택없다는 얘기만 절절했다.
◇외지인들, 이주자 택지노린 농가주택 신축 `붐`
종촌리를 빠져나와 1번 국도를 따라 월산리가 나왔다. 1번 국도변에서 행락객을 대상으로 복숭화를 파는 월산리 토박이인 윤광현(68)씨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동네 인심만 사나워졌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윤씨는 “월산리 사람들은 행정수도 발표 한참 전에 평당 3만~4만원에 외지인에게 땅을 넘겼다”라며 “그런데 지금 그 땅이 평당 30만~40만원까지 치솟았으니, 다들 술로 날을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가 묶여 외지인들도 토지를 팔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 라는 질문에 윤씨는 “외지인들은 사전에 사둔 토지에 주택을 짓는다”라며 “뼈대만 있는 엉성한 건물을 짓고, 나중에 이주자 택지를 분양 받을 것이란 게 이 일대 마을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외지인들의 농지주택 개축은 인근 양화리나 금남면 금천리 등 대부분 마을에서 성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남면사무소에는 최근 농가주택을 짓기 위해 신고된 농지전용건수는 수백건에 이르고 있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정부가 마음대로 땅 빼앗아도 되나..청와대앞에서 드러누울 것"
공주시 장기면 당암리.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비닐하우스를 손보러 나왔다는 최상규(53)씨는 “엄연히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정부 마음대로 가져다 쓰겠다는 심보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이 나라가 공산국가인가”라며 정부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제 막 애들이 대학에 들어가 농협에 빚진 돈 8000만원에 융자를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최씨는 “현 시가하고 공시지가가 10배나 차이 나는데, 공시지가 보상은 빼앗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한다면 여기 주민들 청와대 앞에서 드러눕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공주와 연기 일대 주민들이 공시지가 보상이란 소리에 격앙돼 있는 반면 배후지로 지목된 조치원 일대 중개업소는 외지인 손님으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연기·공주 논밭보다 조치원 자갈밭이 더 나았다.
◇외지인 투자 몰리는 조치원, "자갈밭도 금값 입니다`
조치원 역에서 연기·공주 방향으로 500m 거리에 위치한 충남공인 사장은 때마침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 10분마다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피하고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대전, 서울 분들 전화가 하루에도 평균 50여건에 이른다”며 “요즘 상담하고 땅 소개하느라 점심을 거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다 보니 웬만한 길가에 위치한 임야는 `자갈밭도 팔린다`고 할 정도로 인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년 말에 평당 7만~8만원 하던 땅이 지금은 평당 30만원에도 거래가 쉽지 않다”라며 “특히 월하리와 쌍정리, 고복리 등 대지나 임야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부근 기존 아파트, 분양권 호가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떴다방`이 출현해 화제를 낳았던 신흥리 대우푸르지오. 모델하우스가 위치한 침서국회정리지구엔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7~8개의 중개업소가 분양권 거래를 위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아 공인 이모 대표는 “첫날 1000만원에서 시작된 로열층 프리미엄이 지금은 호가만 3000만원”이라며 “워낙 이 아파트가 평당 450만원 이상에 분양돼,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주변 신동아나 욱일 1차 아파트값도 최근 들어 1000만~2000만원이 뛰었다”고 말했다.
연기군 종촌에 시누이가 산다는 양모(48. 조치원읍 상업)씨는 “조치원읍은 연일 들떠 있는 투기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아파트 값도 하루가 다르게 뛰는데, 시누이네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걱정한다”며 혈육간 희비를 안타까워했다.
또 양씨는 “외지인들의 부동산 투기로 자칫 마을 주민들간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전라도 부안 못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靑 `조선·동아, 저주의 굿판…`(전문)
- [edaily 조용만기자] 다음은 9일자 청와대 브리핑에 실린 양정철 청와대 국내언론 비서관의 기고문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전문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행정수도 보도 4大 모순…부끄럽지 않은가
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紙上 논란이 뜨겁다. 나라의 중대현안인 만큼 언론이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는 일은 언론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공공적 영역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일관성과 균형성 여부다. 백지상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특정매체, 바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다.
균형성 포기…비판 일변도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실이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두 신문의 최근 신행정수도 관련 보도내용은 가치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비판일변도로만 흐르고 있다는 것은 통계가 웅변하고 있다.
이 문제가 다시 쟁점화 되기 시작한 6월 1일부터 7월 8일 현재까지 조선일보의 관련보도는 모두 113건이었다.(정부 단순발표 보도건수는 제외). 스트레이트 해설 86건에, 사설 14건, 칼럼이 13건이다.
먼저 스트레이트 해설에서 가치중립적 내용은 18건(20.9%)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적 내용은 무려 47건(54.7%)에 달했다. 아예 행정수도 이전 반대 주장만 소개하거나 이를 제목으로 부각시킨 경우도 21건(24.4%)에 이르렀다. 1면 톱 역시 9건 중 7건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스트레이트 해설뿐 아니라 사설 14건 모두와 칼럼 13건 중 9건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부정적 비판적 내용(80.5%)이 가치중립적 내용(19.5% )보다 네 배가 많다.
동아일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이 신문의 관련보도는 모두 130건이었다.(정부 단순발표 보도건수는 제외) 스트레이트 해설 112건에, 사설 13건, 칼럼이 5건이다.
먼저 스트레이트 해설에서 가치중립적 내용은 26건(23.2%)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적 내용은 무려 68건(60.7%)에 달했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 주장만 소개하거나 이를 제목으로 부각시킨 경우도 18건(16.1%)에 이르렀다. 1면 톱 9건 모두도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스트레이트 해설뿐 아니라 사설 13건과 칼럼 5건 모두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선일보와 똑같이 부정적 비판적 내용(80%)이 가치중립적 내용(20% )보다 네 배나 많다.
이런 수치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결코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지 않은 C일보(가치중립적 내용 36.5% 對 부정적 비판적 내용 63.5%)와 비교해 봤을 때에도, 두 신문이 결코 일관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두 신문의 이 같은 논조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균형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이든 편집방향이나 나름대로의 제작기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균형성 상실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조차 신문사 고유의 편집영역에 해당한다고 우기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일관성 문제, 언론으로서의 책임 있는 공론화 노력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실은 두 신문의 최근 논조를 나름의 소신으로 전제하고, 과거 보도태도를 따져 봤다. 행정수도 이전이 균형성을 무시해야 할 만큼의 특별한 중대사태이며, 균형성을 포기할 정도의 위중한 사안일 만큼 과거에도 두 신문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흥미 있는 결론이 나왔다. 놀랍게도 두 신문은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지난 1977년 이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적극 지지’ ‘반대’ ‘암묵적 동의’ ‘적극 반대’ 입장을 수시로 바꿔가며 줄타기를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두 신문의 최근 행정수도 이전 극렬반대 입장이, 얼마나 허상으로 가득찬 저주의 굿판인지, 과거 보도의 4대 모순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표변의 부끄러운 발자취를 일깨우고자 한다.
첫째 모순 : 박정희가 하면 영도자의 심모원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서울시 연두보고에서 행정수도 구상을 밝히자 두 신문은 낯부끄러울 정도의 적극 지지입장을 앞다퉈 밝혔다.
두 신문의 주요 제목, 사설 내용을 인용한다.
“천도, 충격의 청사진…過密서울 분산 위한 대수술”
“서울의 중심적 위치 불변…뉴욕과 같은 격”
“계획적으로 건설된 정치중심지”
“박대통령 2년前 진해구상서 싹튼 새 수도”
“최고 통치권자의 결심 여하에 달린 문제”
“박대통령의 일대영단”
“시민들은 우선 대통령의 영단에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서울의 엄청난 교통난 등 서울의 난제들이 해결될 것을 기대”
“임시행정수도 건설, 지나친 억측이나 기우는 말아야.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이 관연 수도를 옮기는 천도의 문제인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국력의 팽창과 발전의 상징. 영도자로서 심모원려에 의한 구상이기 때문에 국리민복에 부합된 것. 국민들도 당치 않은 억측이나 우려는 버려야 할 것”
당시 보도 어디에도, ‘영도자의 영단’ 앞에서 감히 임시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이나 이전비용, 시기나 규모, 수도권 공동화, 안보상의 문제, 국민적 합의 여부 등을 따져보는 내용은 없었다. 스트레이트에서부터 해설, 사설, 전문가 기고, 특집기획 등에선 지지여론 조성에 필요한 찬사가 주조였다.
△군사정권 아래 엄혹한 상황 △임시행정수도라는 특성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쟁점은 그 당시 상황에 그대로 대입해도 거의 똑같이 점검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앞에 열거한 보도와 최근 보도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둘째 모순 : 수도권 과밀문제 지속적 제기가 돌연 중단된 배경은?
두 신문은 그 이후에도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수도권 과밀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경우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을 강도 높게 역설하기도 했다. 특히 93년 수도권정비법 제정 당시와 2001년 판교 신도시 건설 문제가 본격 검토되면서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집중 부각했다.
1990년부터 2002년 9월 이전까지 국토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 8건, 내부필진 칼럼(외부 필진 기고 제외) 13건, 스트레이트 혹은 기획물이 15건이었다. 동아일보의 경우에도 사설 17건, 내부필진 칼럼(외부 필진 기고 제외) 16건, 스트레이트 혹은 기획물이 41건이었다.
두 신문의 주요 스트레이트, 칼럼, 사설 내용을 살펴보자.
“수도를 옮겨라. 서울은 상업 및 문화기능을 갖는 도시로 남겨두고 행정 및 정치기능을 갖는 새 도시의 건설을 검토함직한 시기. 그래야만 인구분산 및 전국의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조선-최청림 칼럼)
“서울은 지옥. 인위적 단절로 못 막을 지경. 투자집중과 신도시 개발투자 등이 총투자재원의 왜곡과 편중을 낳고 인구의 수도권 유입을 가속화 하는 것 같은 악순환에 이제 인위적 단절을 꾀하지 않으면 막지 못해”(동아 사설)
“현재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에 인구의 46.3%가 몰려 있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실정”
“지역간 소득격차 줄여라. 지난 70년부터 각종 조치가 취해졌으나 아무 실효가 없었다. 이제 강력한 새 문민지도자가 나왔다면 다시 과감히 도전해야”
“초과밀의 경인지역”
“폭발하는 수도권”
“無策의 수도권 과밀”
오랜 기간, 우리 신문에서 참으로 오래 보아온 익숙한 제목, 식상한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수도권 집중’ ‘서울 과밀’ ‘인구폭발’ ‘국토균형발전’은 해묵은 과제였다.
두 신문 역시 이 문제에 충실히 천착했다. ‘이대로 안 된다’는 지적은 1년에도 여러 번 단골로 등장한 나라 전체의 숙제요, 국가과제였다.
그런데 분석 결과,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됐다. ‘수도권 집중’ ‘서울 과밀’ ‘인구폭발’ ‘국토균형발전’ 등을 다룬 기사는 지난 대선 이후 두 신문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노무현 후보의 선거공약과 동시에, 자신들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주창해 왔던 국가과제를 마치 한 정치집단의 당파적 문제로 전락시켜 버린 방증이다. 두 신문은, 그렇게 오랜 세월 주창하고 관심을 기울여 온 사안에 대해 왜 노무현 후보 공약으로 내걸리자마자 즉각 외면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수도권은 이대로 둬야 하는가? 국토균형발전은 어찌 하자는 것인가? 의문이 꼬리를 물 뿐이다.
셋째 모순 : 단골 선거공약으로 등장할 때마다 왜 침묵했는가?
행정수도 건설은 언론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외에 역대 정권이 늘상 거론했던 해묵은 과제였다. 그 뿐인가. 92년 민자당의 김영삼 전 대통령, 97년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도 행정수도 이전이나 제2행정수도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대선공약은 집권 이후 정책비전이요 국민과의 약속이다. 후보의 자질검증 못지않게, 정책실행의 전단계로서 언론의 깐깐한 검증을 받게 돼 있다.
이 때 두 신문 어디도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해 반대는커녕 지금 제기하고 있는 잣대로 정책검증을 시도한 사례는 없다. 당위와 필요성에 대해 회의를 품은 보도도 없었다. 암묵적 동조인지 도도한 당위론적 흐름에 대한 순응인지 알 수 없으나, 역사는 이어진다.
2002년 9월, 노무현 선대위가 다시 행정수도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때부터 비로소 두 신문이 반대에 나섰을 것이란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두 신문을 포함한 대다수 매체는 사실 위주로 드라이하게 보도하는 냉정한 태도를 취했다. 선거 때마다 이어지는 단골메뉴로 판단한 때문일까, 아니면 이 역시 당위에 대한 순응이었을까.
놀랍게도 두 신문이 비난의 칼날을 들이대며 균형성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은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부터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역대 선거 때와 달리 의외의 파괴력을 나타내면서 한나라당이 TV토론을 통해 정치쟁점화 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두 신문의 표변은 시작됐다. 한나라당 구령에 맞춰 ‘백기 내려, 청기 올려’가 시작됐다. 김영삼 이회창 후보에겐 들이대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만의 검증이 뒤늦게 시작됐다.
“당장의 표만 노린 공약 절제해야. 중앙정부와 국회 등이 떠난 후의 서울대책은 무엇인가. 엄청난 이전비용도 간과할 수 없어”
“천만 명이 넘는 서울 인구에서 50만명 정도 빠져나간다고 서울의 인구과밀, 교통난, 환경문제가 해결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데 이에 대한 배경이 궁금”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요, 어이없는 표변이 아닐 수 없다. 똑같은 대선공약인데 누가 하면 찬성하거나 침묵하고, 누가 하면 반대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배경이 없다면 77년 이래 그 어느 때에도 까맣게 몰랐던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들을 ‘언론修行’ 25년 만에야 갑자기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서 돈오(頓悟)의 경지에 이르기라도 한 것인가.
넷째 모순 :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왜 반대하지 않는가?
헌데, 두 신문의 표변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선과정에서 두 신문의 혹독한 검증과 비판을 받았던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후보 당선과 함께 국민들로부터 일정한 검증과 선택을 받은 추진과제로 탄력을 얻으면서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 절차에까지 이르게 된다. 2003년 12월의 일이다.
대선과정에서 단지 노무현 후보 낙선을 노린 한때의 시비였든, 고뇌 끝에 갑자기 내린 번복이든 간에 두 신문이 결연하게 취했던 입장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였다.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며 나라가 결딴날 것처럼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다면 이제야말로 이전 강행을 코앞에 둔 국회통과 과정에서 두 신문이 취했어야 할 방향은 특별법 저지가 맞을 것이다. 대선공약 검증에서도 냉엄하게 따진 문제인데, 특별법 제정 단계에서야말로 더욱 비장하게 한판을 벌여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두 신문의 태도는 의외다. 한나라당 입장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시 행정수도 이전 찬성이라는 과거의 입장으로 회귀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두 신문은 침묵했다.
국회 특별법 통과를 전후한 2003년 12월 25일부터 30일까지 두 신문에서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짚어보거나 문제점 등을 진단한 기사는 전무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백년대계를 정략으로 정하나” 제하 비판적 내용의 해설기사 한 건이 전부였다. 동아일보 역시 “45조 국책사업 졸속결정 논란” 제하 해설기사 한 건이 전부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일까, 두 신문의 무거운 침묵은 총선까지 이어진다. 2004년 총선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조차 총선 공약으로 신행정수도 이전을 내세웠다.
“신행정수도의 성공적인 충청권 이전이 차질 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 때에도 두 신문은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문제점을 따져보거나 시비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한나라당 구령에 맞춰 이번엔 ‘청기 내려 백기 올려’의 태도를 보여줬을 뿐이다.
한나라당 구령에 맞춘 ‘청기 백기’ 게임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놀라운 일치가 아닌가. 구여권(혹은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두 신문도 여지없이 찬성하거나 침묵이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사생결단의 반대다. 오로지 노무현 정부가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모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가정이 수치스럽게 느껴진다면 시기, 시기마다의 표변과 여반장(如反掌)에 대해 답해야 한다.
이제 다시 두 신문은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춰 ‘신행정수도 건설 결사반대’의 머리띠를 둘렀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적어도 나라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균형성을 포기할 만큼의 소신을 발휘하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스스로 참회하고 국민 앞에 고해성사해야 한다.
어떤 때엔 왜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찬성에 앞장섰는지, 어떤 때엔 왜 아무 지적 없이 침묵했는지, 현재의 입장을 견지하게 된 것은 언제 어느 계기에 어떤 각성 때문에 반대에 나서게 됐는지, 모두 밝혀야 한다.
비겁인지 직무유기인지 무능인지 오기인지 알 수 없는 흐름에 떠밀려, 결과적으론 종잡을 수 없는 오락가락 논조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긴 전비(前非)를 뉘우쳐야 한다.
그게 하기 싫다면 이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Golf and Music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지난달 US오픈 구경을 갔다. 내 평생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언제 또 실물로 볼 수 있겠는가. 큰 맘 먹고 티켓을 끊었다. 대회 공식 웹 사이트를 찾아봤다. 음료수나 음식은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5만명 관중을 어떻게 먹일 셈일까. 교통 문제는 또 어떻게 처리하려는 것일까.
그 주에 우연히 맨해튼 카네기 홀에 갈 일이 생겼다. 센추럴 파크 바로 아래 57번가에 자리잡은 카네기 홀은 생각만큼 근사하지는 않았다. 연주회 중간 화장실에 가려고 나섰다가 `시티 카페`라는 휴게실을 발견했다. 시티그룹에서 마련해준 카페란다. 시티그룹과 카네기 홀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까. 자꾸 엉뚱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시네콕 힐즈로 가는 길
월가도 접대를 한다. 중요한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접대도 비즈니스다. 골프도 그 중 하나다. AIG그룹은 뉴욕 인근에 호화 골프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AIG 임원과 고객을 위한 전용 골프장이다. 다른 골퍼들은 아예 받지도 않기 때문에 골프장에 문패도 없다.
US오픈같은 메이저 대회도 접대용으로 안성마춤이다. 골프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대회이니만큼 골프를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티켓을 돌리면 효과 만점이다.
그러나 월가의 접대는 그 이상이다.
올해 US오픈은 뉴욕 롱아일랜드 사우스햄톤에서 열렸다. 이 지역은 부자들의 여름 별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US오픈이 열린 시네콕 힐즈 골프장은 바로 사우스햄톤 입구에 있었다.
시네콕 힐즈는 1891년에 만들어진 미국 최초의 18홀 골프장으로 현대 골프장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더구나 사우스햄톤 같은 비싼 동네에 대규모 주차장이 있을 리 없다.
자동차를 몰고 골프장으로 가는 유일한 도로로 접어들자 "일반 관중들은 A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A 주차장은 골프장에서 20여분 떨어진 지역 공항이었다. 여기서 셔틀 버스를 타고 골프장으로 이동하게 돼 있었다.
일반 관중들이 있다면 특수 관중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주최측은 `특수 관중`을 위한 B, C, E 등의 주차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미국 골프 협회(USGA)는 후원사(corporate sponsors)들에게 별로도 대회 입장권을 판매했다. 이 티켓을 가진 관중들은 골프장에서 비교적 가까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후원사들은 USGA로부터 넘겨받은 티켓을 자사의 고객들에게 접대용으로 돌렸을 것이고, 이 티켓을 가진 관중들은 골프장 입장 단계부터 `차별 대우`를 받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A 주차장을 이용하는 다수의 미국인들도 아무런 불만없이 셔틀 버스에 올라탔다.
유명 선수들의 멋진 스윙 동작에 감탄하는 사이 점심 때가 됐다. 대회장 곳곳에 설치된 식료품 판매대에 줄을 서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야했다. 타이거 우즈의 신기한 벙커샷을 본 것은 정말 좋았지만, 핫도그 하나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하는 것은 분명 고통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골프장 홀과 홀 사이 대형 천막이 군데군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천막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는 마실 것과 먹을 것이 그냥 제공되는 듯했다.
"아하. 특수 관중용" 나중에 US오픈 관련 기사를 읽다가 이런 천막이 56개나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수 관중들`은 아침식사로 벨기에 와플, 캐나다 베이컨, 머핀, 베이글을, 점심으로 안심, 게살 케익, 샐러드, 양고기, 닭고기 등을 즐겼다.
이들은 우아하게 한 손에 백포도주를 들고, 천막 앞에 설치된 파라솔 그늘에 앉아, 필 미켈슨이 5번 아이언으로 세컨 샷을 날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만약 내가 일반 관중으로 US오픈에 온 것이 아니라, 거래하는 투자은행의 초청으로 이곳에 왔고,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해보라. 앞서 말했듯이 사우스햄턴은 별장지대로 이름이 높다. US오픈을 보면서 하루 숙박료가 300달러를 호가하는 호텔까지 제공받는다면, 난감한 세일즈 상담도 저절로 해결될 것 같았다.
실제로 US오픈 기간 중 사우스햄턴의 호화 숙박 시설들은 초만원을 이뤘다. 이것도 모자라, 해변가와 시네콕 힐즈 인근의 일반 주택들은 불법 임대로 일주일에 최대 5만달러라는 엄청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사우스햄턴 타운 조례는 한달 미만의 단기 주택 임대를 금하고 있다.)
◇골프와 비즈니스
이쯤되면 골프는 스포츠의 차원을 넘어선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금융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월스트리트는 골프 그 이상의 접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월가가 골프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 스포츠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중요한 고객들이 `자치기`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자. 월가는 당장 자치기 전용 클럽(?)을 만들어 고객들의 환심을 끌 것이다. 클럽 하우스도 근사하게 만들고, 최고급 음식을 제공할 것이다.
자치기의 작은 자와 큰 자에도 상표가 붙어서, 나이키 작은 자, 타이틀리스트 작은 자, 탑 플라이트 작은 자 등이 생산될 것이다. 큰 자를 생산하는 업체도 생겨서 켈러웨이 큰 자, 테일러 메이드 큰 자, 혼마 큰 자 등이 경쟁을 벌일 것이다. 월가는 자치기 메이저 대회 후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고객들이 자치기를 좋아한다면 자치기도 골프만큼이나 고급스러운 운동으로 얼마든지 치장할 수 있다.
순수하게 스포츠의 입장에서 보면 자치기와 골프를 비교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는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고객들이 자치기가 아니라 골프를 훨씬 좋아하고 있으니, 월가도 자연스럽게 골프를 매개로한 비즈니스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번 US오픈이 열린 시네콕 힐즈 컨트리 클럽의 면면을 보면 골프와 비즈니스의 관계가 좀 더 뚜렷해진다. 이 골프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이한 외형을 한 클럽 하우스가 인상적이다. 이 클럽 하우스는 1892년 미국에서 최초로 세워진 것이다. 당시 미국 최고의 건축가였던 스탠포드 와이트가 설계했다. 와이트는 매디슨스퀘어가든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와이트는 골퍼들이 라커룸 이외에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골프장을 드나드는 재력가들은 단순히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런두런 모여 앉아 정치, 사회, 경제를 논하는 폐쇄적인 클럽을 원했다. 이들은 빅토리아 풍의 라운지 앉아 자연스럽게 사업 얘기를 주고 받았고, 사무실로 돌아가서는 계약서를 작성하곤 했다.
시네콕 힐즈는 지금도 275명 회원 중 결원이 생겨야만 신규 회원을 받아들인다. 성별이나 인종이 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지만 신입 회원은 나머지 회원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회원 중에는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로 악명이 높은 존 메리웨터, LBO(Leveraged-Buyout)의 제왕이라는 헨리 크라비스 등이 포함돼 있다.
회원 자격 심사에만 5년이 걸린다. 회원 신청을 하려면 기존 회원 7명의 추천이 필요하다. 추천을 받은 회원은 전 회원에게 자신의 상세한 이력이 담긴 편지를 보내야한다. 가족, 친구, 골프에 대한 애정 등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야한다.
회원권 가격은 얼마나 할까. 최고 사교 클럽의 기능을 가진 다른 골프 클럽과 비교해보면 시네콕의 회원권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시네콕의 회원 자격을 얻으면 일단 5만달러를 내고, 연간 6000달러씩 회비를 내야한다. `아틀란틱`이라는 골프 클럽의 회원권은 20만달러를 호가한다고 한다.
회원 자격을 얻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만큼, 회원들의 면면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페쇄적인 클럽 안에서 오고가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비즈니스와 연결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카네기 홀은 57번가의 골프장
월가는 스포츠뿐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예술도 사업의 매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카네기 홀과 시티그룹 샌디 웨일 회장의 관계다.
웨일 회장은 카네기 홀 운영이사회의 의장이다. 그는 카네기 다음으로 카네기 홀에 기부를 많이한 사람이다. 카네기 홀에는 웨일 회장의 이름을 딴 실내악 콘서트 홀이 있을 정도다.
웨일 회장은 월가의 밑바닥에서 시티그룹 회장에 오를 때까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는 바람에 예술에 신경쓸 겨를이 없던 사람이다. 그런 웨일 회장이 카네기 홀에 이렇듯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카네기 홀은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아이작 스턴이 백기사로 등장하기 전까지는 삼류 극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었다. 카네기 홀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허덕일 때 아이작 스턴은 자신의 명성을 이용, 월가 투자은행의 거물들을 운영이사회에 영입, 제2의 카네기 홀 창건에 나선다.
스턴은 웨일 회장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를 이사회 멤버로 끌어들였다. 웨일 회장이 아멕스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스턴은 웨일과의 친분을 계속 유지했다.
스턴은 웨일 회장에게 "카네기 홀은 57번가에 있는 골프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무실 밖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소인 것이죠"라고 말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오페라 혹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는 날이면 카네기 홀 운영이사회 멤버 전원이 특별 게스트로 초대를 받게 된다. 공연 중간 휴식시간에 이들은 특별히 마련된 공간에서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삼삼오오 대화를 나눈다. 웨일 회장은 월가의 유력자들이 한 구석에서 조용히 귓속말을 나누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웨일 회장 자신도 카네기 홀 운영이사회에서 친분을 쌓은 월가의 다른 인사들과 여러차례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웨일 회장은 보잘 것없는 학력에 유태인이라는 핸디캡을 이같은 `사교의 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카네기 홀은 맨해튼 중심부에 있지만, 예술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킬 만큼 웅장하거나, 고풍스러운 건물이 아니다. 공연장 내부도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과 비교할 때 이렇다할 차이 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카네기 홀이 뉴욕의 명소가 되고, 고급 사교장으로 자리잡은 것은 하드웨어때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시네콕 골프장 역시 다른 고급 골프장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페어웨이는 좁고, 짧았다. 그린 위치도 고약했다. 그늘집같은 부대 시설도 전무했다.
어떤 인물들이, 어떤 목적으로 만나서, 무슨 얘기를, 어떻게 나누느냐가 그 공간의 용도와 품위를 결정한다. 월스트리트식 접대의 핵심은 외형적인 화려함이 결코 아니었다.
- 채권수익률, 전약후강.."수급고비 넘겼다" 안도(마감)
- [edaily 이학선기자] 21일 채권수익률이 하락 마감했다.
국채 10년물 입찰 후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에 따라 강세 분위기가 힘을 얻었다. 내일 실시되는 통안채 입찰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수익률 하락에 힘을 보탰다. 대기매수도 유입, 오후 들어 채권시장에 수익률 하락시도가 펼쳐졌다.
국채선물 저평가폭이 확대된 점도 선물 강세를 견인, 현물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외국인은 모처럼 1만2000계약 이상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며 가격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정부 유관기관의 자금집행이 대기하고 있는 점도 4.40% 지지인식을 확산시켰다.
다만, 자금사정이 좋지 않고 수급변수가 남아있어 적극적인 하락시도는 제한됐다. 단기물 바닥 인식도 강해 기술적 반락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라크에서 한국인 피랍사건이 발생했지만, 채권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장 안전자산선호 현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핵 리스크와 같은 컨트리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 채권시장에 비우호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4-1호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4bp 하락한 4.35%를 기록했다. 경과물인 국고3-5호도 4bp 하락한 4.38%였다.
국고채 5년물 4-4호는 3bp 하락한 4.70%로 마감했다. 경과물인 국고4-2호와 국고3-6호는 각각 4.70%, 4.60%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실시된 국고채 10년물 1조2200억원어치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5.18%에 결정됐다. 전날보다 8bp 높았으나, 오후 들어 소폭 하락하며 5.16%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장내시장에서는 6000억원 정도가 거래됐다. 국고4-1호가 3200억원 정도 거래됐고, 국고3-5호가 1600억원 정도 손바뀜이 있었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이 4bp 하락한 4.35%였다. 국고채 5년물은 3bp 하락한 4.70%로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은 5bp 상승한 5.15%로 고시됐다.
통안채 2년물은 3bp 하락한 4.37%, 통안채 364일물은 1bp 하락한 4.19%였다. 3년만기 무보증 회사채 AA-와 BBB-는 나란히 4bp 하락하며 4.97%, 9.43%를 기록했다.
(더 자세한 시황은 edaily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에 게재됩니다.)
- 채권수익률, 전약후강.."수급고비 넘겼다" 안도(마감)
- [edaily 이학선기자] 21일 채권수익률이 하락 마감했다.
국채 10년물 입찰 후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에 따라 강세 분위기가 힘을 얻었다. 내일 실시되는 통안채 입찰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수익률 하락에 힘을 보탰다. 대기매수도 유입, 오후 들어 채권시장에 수익률 하락시도가 펼쳐졌다.
국채선물 저평가폭이 확대된 점도 선물 강세를 견인, 현물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외국인은 모처럼 1만2000계약 이상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며 가격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정부 유관기관의 자금집행이 대기하고 있는 점도 4.40% 지지인식을 확산시켰다.
다만, 자금사정이 좋지 않고 수급변수가 남아있어 적극적인 하락시도는 제한됐다. 단기물 바닥 인식도 강해 기술적 반락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라크에서 한국인 피랍사건이 발생했지만, 채권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장 안전자산선호 현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핵 리스크와 같은 컨트리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 채권시장에 비우호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4-1호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4bp 하락한 4.35%를 기록했다. 경과물인 국고3-5호도 4bp 하락한 4.38%였다.
국고채 5년물 4-4호는 3bp 하락한 4.70%로 마감했다. 경과물인 국고4-2호와 국고3-6호는 각각 4.70%, 4.60%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실시된 국고채 10년물 1조2200억원어치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5.18%에 결정됐다. 전날보다 8bp 높았으나, 오후 들어 소폭 하락하며 5.16%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장내시장에서는 6000억원 정도가 거래됐다. 국고4-1호가 3200억원 정도 거래됐고, 국고3-5호가 1600억원 정도 손바뀜이 있었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이 4bp 하락한 4.35%였다. 국고채 5년물은 3bp 하락한 4.70%로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은 5bp 상승한 5.15%로 고시됐다.
통안채 2년물은 3bp 하락한 4.37%, 통안채 364일물은 1bp 하락한 4.19%였다. 3년만기 무보증 회사채 AA-와 BBB-는 나란히 4bp 하락하며 4.97%, 9.43%를 기록했다.
◇불확실성 해소기대로 "전약후강"
지표금리 4.40%에 대한 지지가 확인됐다. 60일선이 지나는 4.42%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으나, 수급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매수세가 힘을 얻었다.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시기를 저울질하던 한국은행도 결국 자금지원 결정을 내리며 참가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줬다.
투신사 한 매니저는 "낙찰결과가 다소 높게 나왔지만, 시장은 크게 밀리지 않았다"며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시장 전반적으로 우호적 심리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채가 안정되면 장기채도 다소 안정될 것 같다"며 "이번주 시황을 나쁘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세적 강세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현대선물 정성윤 연구원은 "일단은 지표금리 4.40%에 대한 일차적인 지지의사를 확인한 하루였다"며 "장기물 입찰재료 소진에 대한 선반영 인식도 일부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월말 환시용 국채 발행 변수가 남아있고, 단기물 시장의 바닥인식도 강하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추세적 강세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 고비 넘겼다"..4.30% 테스트
수급 측면에서 최악의 고비는 지났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투신권 자금집행이 임박했다는 기대도 수익률 하락압력을 높이고 있다. 다만, 4.30%대 초반에 걸려있는 20일선에 대한 부담과 은행채 발행 압력이 수익률 하락시도를 꾸준히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10년물 낙찰금리가 5.20%를 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응찰액도 예상보다 많아 시장이 안도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반기결산을 앞두고 포지션 변경이 쉽지 않고,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어 금리가 오를 위험은 있다"면서 "그러나 투신권 자금집행이 임박한 데다, 월말까지 국고채 발행 공백이 있어 내일은 박스권 하단을 테스트하는 장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그는 "지금까지 돈은 있어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채권발행과 같은 공급측면 부담만 부각됐었다"면서 "반기 결산이 결산이 마무리되면 투자계정쪽 매수여력이 다소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Workaholic①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사람 얘기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성공`이 뭘까.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라디오 방송국 광고 세일즈맨으로 시작, 미국 최고 미디어 그룹 사장에 올랐다. 다른 한 사람은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어, 일흔에 `제국`을 건설했다.
일에 미친(workaholic) 두 사람이 만났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이아컴 얘기다. 멜 카마진 사장과 섬너 레드스톤 회장의 `뉴욕판 성공시대`다.
◇굴러온 돌
미국 3위의 미디어 그룹 바이아컴은 카마진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가 사임한다고 1일 전격 발표했다. 바이아컴의 회장 레드스톤은 MTV의 톰 프레스톤(58)과 CBS의 레슬리 문비스(54)를 공동 사장 겸 공동 COO로 선임했다.
레드스톤은 올해 81세, 카마진 사장은 60세다. 레드스톤은 경영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3년내에 자신도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바이아컴은 CBS(공중파), MTV(케이블), 파라마운트(영화) 등 미디어의 전 영역을 커버하고 있는 제국이다. 제국의 황제는 레드스톤이고, 황태자는 카마진이다. 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카마진이 이렇게 쉽게 물러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카마진이 어떤 사람인가. 일때문에 결혼생활마저 파탄난 일중독자가 아닌가. 월가는 쑤군거리기 시작했다. "카마진이 디즈니로 옮겨가는 것이 아닐까. 카마진이 그냥 물러날리가 없지. 뭔가 계획이 있을거야."
카마진은 원래 TV 쪽 사람이 아니다. 그는 라디오 광고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이 라디오인 셈이다. 라디오 명예의 전당에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나중에 CBS의 최고 경영자가 되고, 회사를 부흥시키자, 월가는 그를 IBM의 루 거스트너, GE의 잭 웰치, 바이아컴의 섬너 레드스톤,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에 버금가는 CEO로 추겨세웠다.
카마진은 뉴욕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의 가난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고, 어머니는 커튼 공장에 다녔다. 고등학교때부터 광고회사의 우편실에서 사환으로 일했다. 페이스 칼리지 야간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라디오 광고 세일즈일을 시작, 연봉 7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970년 WNEW-AM으로 옮겨 라디오 광고 시장을 평정했다. 그가 광고 수당을 너무 많이 받아갔기 때문에 회사에서 그를 견제할 정도였다. 1981년 카마진이 38살때 12만5000달러 연봉을 받고 인피니티 방송국에 스카웃된다. 그는 매일 아침 6시30분에 출근했다. 인피니티는 카마진의 지휘하에 위치가 좋은 라디오 스테이션을 하나 둘 인수하기 시작했다. 카마진은 스포츠와 성인방송으로 미국 라디오 업계를 통일한다. 1985년 NBC가 내쫓은 하워드 스턴을 받아들여, 악명 높은(?) 성인 방송을 시작했고,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 프로 스포츠 중계권도 사들였다. 인피니티는 전국적으로 44개 스테이션을 보유한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라디오 방송사가 됐다.
카마진의 진정한 전성기는 1996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CBS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로 유명한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의 소유였다. 웨스팅하우스는 1995년 CBS를 사들인 후 그룹 명칭도 CBS로 바꾸고, 제조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카마진은 당시 CBS의 CEO였던 마이클 조단(시카고 불스의 조단과 동명이인)에 접근, CBS 소유의 라디오 스테이션을 인수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단은 어쩐 일인지 역으로 인피니티를 CBS가 사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인피니티 주가는 1992년 기업공개 당시 주당 17.50달러였다. 카마진이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 알 수 없지만, CBS는 인피니티를 주당 170달러에 인수한다. 카마진은 피인수 기업의 CEO였지만, CBS 라디오 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카마진은 여기에 만족할 사나이가 아니었다. CBS와 인피니티가 합병한지 5개월만에, 카마진은 20년간 TV 부문에서 일해온 피터 런드 시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월가는 카마진이 `머니 메이커, 딜 메이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카마진이 CBS의 사장이 됐다는 소식에 CBS 주가는 급등세를 나타낸다. 한 칼럼리스트는 "마이클 조단 회장에게 드리는 메모: 만약 멜이 당신을 밀어내면 웨스팅하우스 주가가 얼마나 급등할 지 상상해 보셨나요?"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칼럼은 나중에 빈 말이 아닌게 됐다.
1997년말까지 CBS 주가는 17달러에서 30달러로 상승했다. 시가 총액도 91억달러로 늘어난다.
그는 일중독 때문에 이혼까지 했다.(장성한 그의 아들은 3개의 라디오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고, 딸은 연예오락 채널 이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고 있다.) 500달러 이상 지출 결제는 자신이 직접 했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단 돈 1센트도 쓰지 못하게 했다. 대신 광고 인센티브는 파격적으로 배정했다.
카마진은 CBS를 최고의 방송국으로 키우기 위해 인피니티 라디오의 흥행기법을 그대로 동원했다. 하워드 스턴을 시켜서 NBC의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같은 심야 성인방송을 프로모션하도록 했고, NFL 중계권 등을 사들였다.
카마진은 1998년 조단을 밀어내고 CBS그룹의 CEO가 된다. 그해 CBS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버렸다.
카마진에게 고민이 있었다. 경쟁사인 ABC나 폭스TV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헐리우드 스튜디오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NBC는 GE라는 막강한 배경이 있다. "TV 방송사가 홀로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마진은 70년대 한몸이었던 바이아컴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부도옹(不倒翁)
바이아컴의 늙은 맹주 섬너 레드스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즐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바이아컴은 나다. 나는 곧 바이아컴이다. 이 결혼은 영원할 것이다.(Viacom is me. I"m Viacom. That marriage is eternal, forever.)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 나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I know I don"t look my age and I don"t act my age and therefore I will not accept that age.)고도 말했다. 올해 그는 81세다. 건강 비결을 묻자, "고단백 다이어트를 한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당분이다. 나는 영양학에 있어서도 박사다"라고 말했다.
레드스톤도 카마진처럼 원래 방송미디어가 본업이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같으면 은퇴할 나이인 63세때 바이아컴을 인수했다.
경쟁사의 CEO들이 전후의 풍족함을 누리며 성장했지만, 그에게는 대공항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다. 2차 세계대전때는 일본군 암호 해독 작전에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워싱턴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고향인 보스턴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었다. 레드스톤의 아버지 막스 로스테인(아버지가 후에 성을 바꿨다.)은 자수성가해서 조그마한 나이트 클럽을 경영했다. 수완이 좋았던 아버지는 사업을 확장, 보스톤 등 뉴잉글랜드 일대 극장 체인점을 구축했다. 이것이 가업이 됐다. 어린 레드스톤은 쇼비즈니스가 뭔지 배웠다. 어머니도 엄격했다. 피아노 연습시간을 정확하게 체크하곤 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미디어 세계에서는 레드스톤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극장에 내걸 영화 판권을 사기 위해 헐리우드를 드나들었지만, 그가 이바닥에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날린 것은 바이아컴 인수 이후부터다.
바이아컴은 그가 미디어 제국을 만드는 발판이었다. 음악전문 채널 MTV와 어린이 채널 니컬로우디언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1994년 USA네트워크의 배리 딜러와 피튀기는 인수전 끝에 파라마운트를 손에 넣는다. 바이아컴은 어린이부터 청장년, 중년층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모두 구비하게 됐다.
그러나 그가 인수한 바이아컴과 파라마운트는 빚더미 위에 올라 있었다. 그는 무자비하게 비용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했다. 뉴욕 맨해튼 한 가운데 위치한 매디슨 스쿼어 가든과 프로 스포츠 팀들도 팔아버렸다. 라디오 스테이션과 비디오게임 회사도 주저없이 팔았다. 그는 파라마운트의 부채를 11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줄이는데 성공한다.
그는 늘 "컨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라고 말했다. 채권 은행들은 부채 정리를 위해 MTV 등을 매각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컨텐츠 제조 능력이 있는 이들 채널을 팔 수는 없었다. 그는 컨텐츠 대신 케이블 시스템을 팔아버렸다.
이렇게 구조조정을 한 덕에 바이아컴은 빠르게 회생할 수 있었다. 월가를 열광시키는 저력만큼은 &51211;이 경영자들을 능가한다. 1987년 바이아컴에 100달러를 투자한 주주는 현재 926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 타임워너에 같은 액수를 투자했다면, 771달러, 디즈니라면 770달러, 뉴스콥이라면 543달러가 된다.
그는 일중독자 이상이다. 그와 회사는 한몸이다. 가끔 테니스를 치는 것 외에 특별한 취미도 없다. 레드스톤은 바이아컴 의결권의 68%를 컨트롤하고 발행주식의 13%를 소유하고 있다. 그에게 바이아컴은 회사가 아니라 그 자신이다. 회사는 그의 인생이고, 취미이고, 그의 모든 것이다. 일과 휴식, 주중과 주말, 사람과 회사 사이에 경계가 없다.
파라마운트 인수전이 한창 진행중일 때다. 그는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느라 주말에도 새벽 5시에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곤했다. 견디다 못한 부하는 "아내가 새벽잠을 자꾸 설친다"면서 "아침 7시까지는 전화를 받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레드스톤은 부하에게 정중하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다음날 정확하게 아침 7시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금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개봉 영화의 전날 관람객 현황을 체크한다.
레드스톤은 돈에 욕심이 있거나, 사치스러운 것을 즐기지도 않는다. 뉴욕에서 일을 보지 않을 때는 보스턴 인근의 4만3000달러 짜리 허름한 집에서 회사 일을 챙긴다. 헐리우드에 가서는 아침에 산책을 한 후 테니스장에 들렀다가 자신의 스튜디오를 둘러보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아침이라고 말한다.
그는 낙관론자다. "낙관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레드스톤은 스스로 운명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레드스톤은 1979년 유명한 보스턴 코플리 플자 호텔 화재로 오른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당시 그는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의사는 생명을 건지더라도 걷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 팔도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지금도 그는 테니스 라켓을 오른손에 가죽끈으로 묶고 플레이를 한다.
"코스에서 이탈하지 않는거야. 끝까지 버티는 거지. 낙오되는 것을 거부하는 거야.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의사는 안된다고 했지만, `나는 걸을 수 있다`고 말했지. 지금은 이렇게 테니스 코트에서 뛰어다니고 있지."
이런 내공을 가진 레드스톤이 2인자의 부상을 달가와할 리 없다. 그는 1995년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 비온디를 쫓아낸다. 프랭크가 바이아컴의 성공을 자기 공인양 으스대는 것에 진노한 것.
일밖에 모르는 부도옹 레드스톤에게는 후계자가 없었다. 그때 마침 야심만만한 젊은 카마진이 다가온 것이다.
- 채권수익률, 이틀째 상승..6월 국채발행 "부담"(마감)
- [edaily 이학선기자] 채권수익률이 이틀째 상승했다. 오전 수익률 하락시도가 있었으나, 6월 국채발행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채권수익률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1일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4-1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4bp 높은 4.28%를 기록했다. 경과물인 국고3-5호는 3bp 높은 4.24%였다.
국고채 5년물 4-2호는 2bp 상승한 4.53%를 나타냈다. 경과물인 국고3-6호는 3bp 오른 4.46%를 기록했다.
통안채 입찰부담을 무사히 넘겼으나, 6월 국채발행계획이라는 변수가 채권수익률 하락시도를 막아섰다. 재정경제부는 6월 국채발행물량이 4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는 포함되지 않은 규모다.
예상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최근의 과열우려와 맞물려 사자보다 팔자가 우세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다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상승폭은 제한됐다.
이날 통안채 2년물 2조5000억원 입찰에서 응찰액은 2배가 넘는 5조1100억원이었다. 낙찰금리는 전날 증권업협회 고시보다 2bp 높은 수준이었지만, 유동성은 풍부하다는 게 재차 확인됐다.
통안채 91일물 1조원 입찰에서도 1조5100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낙찰금리는 3.85%로 결정됐다.
장내시장에서는 1조67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국고4-1호가 5400억원, 국고4-2호가 4700억원 정도 거래됐다. 국고3-5호와 국고3-6호는 각각 3500억원, 2400억원 정도 손바뀜이 있었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이 4bp 상승한 4.28%, 5년물이 2bp 상승한 4.67%였다. 국고채 10년물은 3bp 상승한 4.98%로 고시됐다.
통안채 2년물은 3bp 오른 4.24%, 364일물은 1bp 오른 4.05%를 기록했다. 3년만기 무보증 회사채 AA-와 BBB-는 나란히 3bp 오르며 4.94%, 9.40%로 고시됐다.
◇채권수익률, 전강후약.."산 넘어 산"
이날 통안채 입찰물량은 3조5000억원으로 만기도래액 1조5000억원보다 다소 많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풍부한 유동성으로 큰 어려움없이 고비를 넘기는 듯 했다. 그러나 눈을 뜨니 6월 발행계획이 또다른 산으로 나타났다.
최근 채권시장은 단기물 강세가 어렵게되자 장기물로 눈을 돌렸다. 5년물과 10년물이 강해졌고, 장단기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됐다. 이날 통안채 입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아직까지 자금사정이 양호한 점도 매수측에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 "수익률곡선의 급격한 평탄화는 금리급등을 불렀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과열조짐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설마했던 채권시장도 이날은 6월 국채발행계획을 계기로 추가조정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콜금리 인하 재료가 없다면 더이상 금리가 내려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개인적으로는 4.10%대를 금리 바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수급, 새로운 변수로 떠올라
내일은 6월 국채발행계획이 발표된다. 단기금리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되고 있어 적극적인 강세시도는 꾸준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재경부는 6월 국채발행 물량 중 40%이상이 5년물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5년물 중심으로 수급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주식시장이 800대에 안착한 점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선물 이재형 연구원은 "어제와 오늘은 가격부담과 함께 수급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며 "최근 강세가 5년물 중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고채 발행변수가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20일 이평선을 회복하며 800대에 안착한 점도 채권시장에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며 "주가 강세는 3-5년 스프레드 30bp 아래서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