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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냅타임] 밖으로 나온 성인용품점…‘19금 놀이터’로 변신
  • ‘신세계’ 등 대기업도 시장 진출…2030커플 방문 점차 늘어‘2년 후 전 세계 시장 58조라는데’…관련 통계조차 없는 韓 R국내 성인용품점 브랜드의 가게 내부 (사진= R사 이태원점 공식 내부 영상)‘붉은 간판과 암막’ 성인용품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런 성인용품점이 확 바뀌었다. 마치 인테리어 소품점처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밝은 인테리어는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2030세대 데이트 장소로 손꼽히는 가로수길, 이태원, 홍대, 종각역의 젊음의 거리 등에서도 쉽게 성인용품점을 볼 수 있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인용품점이라 하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고 도대체 안에서 무슨 물건을 파는지 폐쇄적이고 음침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요즘은 남녀 사이에 이색 데이트 코스로 성인용품점이 꼽힐 정도다.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직장인 이모(28)씨는 “인테리어 소품점인줄알고 남자친구와 들어갔다가 성인용품이 진열돼 있어 놀랐다”며 “밝은 인테리어가 거리낌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국내 성인용품 브랜드 R사의 한 관계자는 “2030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라며 “과거보다 성인용품점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가”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요즘 젊은 세대의 트랜드에 맞게 밝고 산뜻한 인테리어를 추구하거나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취급한다”며 “친절하고 상세히 제품설명을 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고객이 성인용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거부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성인용품점·피임기구와 같은 성 관련 시장이 과거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지는 분위기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성문화를 형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추가로 올바른 성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B사 콘돔 피팅룸 광고 포스터)급성장 성인용품시장…대기업도 뛰어든다성인용품 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1인 가구’의 성장에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글로벌 통계 정보 사이트 스태티스틱 브레인은 2016년 전 세계 섹스토이 산업 규모를 연간 152억5000만달러(약 17조418억원)로 집계했다.시장조사 업체 마켓워치도 세계 섹스토이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520억 달러(약 5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스타벅스 체인점보다 성인용품 판매 상점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실제로 중국의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매년 30%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약 1000억 위안. 우리 돈 약 15조원의 규모로 성장했다. 전 세계 성인용품의 70%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이처럼 전 세계적인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자 국내 대기업도 성인용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이 시작한 ‘삐에로쑈핑’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곳은 ‘성인용품 코너’다.삐에로쑈핑이 추구하는 ‘B급 감성’과 맞물려 코스프레용 란제리부터 콘돔·바이브레이터·딜도 등 성인용품점에서 취급하는 웬만한 물건은 다 있다. 거기에 ‘난 혼자 싼다’, ‘1초 만에 내 손으로 홍콩’ 등 웃음을 유발하는 상품명은 소비자의 관심을 더 이끄는 요소가 되고 있다.일본의 글로벌 섹슈얼 브랜드 ‘텐가(TENGA)’도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텐가는 2005년 일본에서 설립된 이래 자위기구 글로벌 누적 판매 수 7000만개의 기록했다. 텐가는 ‘성기를 대상화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반영해 누가 봐도 거부감 없는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사진=이미지투데이)규제·안전관리는 제자리 걸음성인용품산업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정확한 경제적 가치 추산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시장규모가 어느 수준이고 앞으로 한국 내 성인용품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연구결과조차 없다. 이유는 정부의 규제와 안전 관리 체계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국세청 관계자는 “성인용품 업체의 취급 품목(성인용품)에 관한 업체코드가 아직 개설돼 있지 않아 ‘문구 소매’나 ‘장난감 소매’로 등록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성인용품점의 규모를 정확한 수치로 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업계 관계자들은 성인용품 관련 주무부처가 없고 아직 각종 규제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인용품 산업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관리·감독 기관이 없다 보니 안전 기준도 없다. 성인용품점들은 ‘문구업’이나 ‘잡화업’으로 등록돼 있다.지난 2014년 소비자원이 보건복지부에 성인용품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 달라 건의했지만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답만 되풀이하고 있다.해외에서 들여오는 성인용품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통관이 허용돼야 수입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사별로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판단하면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배정원 대표는 “성인용품과 콘돔과 같은 위생·피임기구를 밝고 건강한 시각으로 보는 사회가 와야 한다”며 “성에 대한 담론이 자유롭고 긍정적으로 이뤄져야 건강한 성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인용품이 양지로 나올수록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양성화를 통해 적절한 규제가 수반되면 더 안전하고 건전한 성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12.17 I 김민지 기자
"19금 문화 편견에 맞선다"…홍대서 금기 주제로 전시
  • "19금 문화 편견에 맞선다"…홍대서 금기 주제로 전시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성적 욕망의 주체는 남녀 모두 될 수 있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욕망 표현은 건강한 것”.‘외설’과 ‘욕망의 표현’을 헷갈려 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금기를 주제로 한 전시 ‘리버스 19’(Reverse 19)가 다가 오는 8월 10일부터 11일까지 홍대 디노마드 영 크리에이터 라운지서 열린다.‘리버스 19’는 키치섹스토이브랜드 식스티원(Sixtyone)에서 주최하는 전시회로 팝아트·동양화·서양화·메이크업아티스트·일러스트·포토그래피·패션디자이너 등 7개 분야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섹슈얼리즘과 기존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선보인다.이번 전시 메인 콜라보 아티스트인 양선영(메이크업 아티스트-리오컬쳐아리아 소속)은 메이크업과 섹스토이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시도, 탄생시켰으며 작품들은 전시장 1층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기존에 우리 사회가 가진 19금 문화에 대한 편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성이 실제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린다. 전시 주최측인 식스티원 관계자는 “건강한 욕망의 표현은 퇴폐적인 혹은 음흉한 것들과 철저히 구별되어야 한다”며 “19금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일회성이 아닌 다양한 장소 및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실험적인 여러 형태로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식스티원은 이밖에 전시장 지하 1층에 플리마켓을 꾸민다. 전시공간과 더불어 커플을 위한 19금 앱인 홀딱바나나,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 패션 아티스트 하우스 리오컬쳐아리아, 졸업작품 온라인 전시 및 아카이빙 기업 바스반, 어반 한복 브랜드 리을, 디자인 패션 브랜드 A Piece of Cake, 유니섹스 패션 쇼핑몰 모르핀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다.
2017.07.24 I 김미경 기자
손 안 대도 쑥쑥 커지네…오픈마켓 성인코너 '후끈'
  • 손 안 대도 쑥쑥 커지네…오픈마켓 성인코너 '후끈'
  • 어른을 위한 장난감을 파는 해외 온라인샵 ‘Japi Jane’ 광고.[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고객님이 주문하신 ‘XX 러브젤’은 오후 6시 도착 예정입니다.”‘19금 딱지’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히든카드’로 부상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은밀히’ 거래되던 콘돔과 섹스토이 등이, ‘클릭’ 한번으로 간편 거래가 가능한 온라인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성인용품 매출이 오름세를 타면서 11번가와 쿠팡 등 오픈마켓도 부랴부랴 판매 신장을 위한 프로모션 준비에 들어갔다. ◇ ‘민망할 일 없는 모니터로’...쑥쑥 크는 온라인 어덜트 시장한국에서 성(性)은 터부시되는 분야다. 이 탓에 성인용품을 당당히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용 기구인 바이브레이터나 러브젤 같은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어덜트샵은 여전히 ‘망측한 곳’이라는 편견에 가려있다. 최근 독일의 성인용품 기업 ‘베아테우제’와 ‘플레져랩’ 같은 신(新) 성인용품 매장이 길가에 들어섰지만, 아직 제3자 앞에 성욕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그래서일까. 성인용품이 최근 온라인마켓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변 눈치 탓에 성인용품을 구매하지 못했던 이들이, ‘나만 아는 쇼핑’이 가능한 11번가와 G마켓, 위메프 등 오픈마켓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이에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판매자(셀러)들이 저렴한 가격의 성인용품을 온라인 장터에 내놓으면서 관련 매출이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20일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에 따르면 콘돔, 젤, 기구 등으로 이뤄진 성인용품 카테고리의 경우. 올해 1월~6월14일까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은 전년대비 관련용품 판매가 19% 늘었다. 위메프는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 올해 위메프의 전년대비 성인용품 판매 증감율은 △1월 -3.74% △2월 40.85% △3월 114.57% △4월 333.92% △5월 355.96% △6월(1~13일) 290.41%로 집계됐다.위메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성인제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물품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활성화도 성인용품 매출을 늘리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 ‘대세’ 된 성인용품, 프로모션 강화하려니 ‘이미지’가 발목 성인용품이 향후 오픈마켓 판도를 뒤흔들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크다. 지난해 국내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성인용품이 온라인 ‘대세 상품’이 됐다. 중국 온라인매체 잔장즈자(站長之家)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오픈마켓 알리바바 타오바오는 성인용품 관련 브랜드만 약 3600개, 관련 상품은 20만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은 직접적인 홍보활동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성인시장이 ‘셀프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픈마켓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 등을 앞세워 본격적인 ‘19금 마케팅’을 펼친다면 판매량이 더 신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11번가는 올해 ‘여름 바캉스 성인용품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성인용품 판매신장을 위해 △셀러 확대 △배송방법 변경 △관련 카테고리 세분화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일부 오픈마켓의 경우 성인용품 판매에 열을 올릴 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소셜커머스가 야한 사진이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앞세워 성인용품을 팔았다가, 청소년 유해성 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 정서상 성인용품 판매가 ‘클린하지’ 못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프로모션을 활성화하기 전에 성인 인증 등을 강화하고 판매이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7.06.21 I 박성의 기자
 시리즈를 마감하며...'나의 몸'이란 열린 바다로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 시리즈를 마감하며...'나의 몸'이란 열린 바다로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8월의 마지막 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폐장일이다. 올여름 천 4백만 명이 넘는 피서객이 다녀갔단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변은 적막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텅 빈 바닷가를 보며 [두 여사장의 성 이야기] 시리즈를 마감하는 글을 쓴다.왜 갑자기 부산에 와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겠다. 바로 얼마 전 플레져랩의 세컨드 브랜드 ‘잇츠 마이 플레져(잇마플)’ 매장을 해운대 마린시티에 개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포함한 몇 팀원이 한동안 부산에 머무는 중이다 보니 마지막 칼럼 역시 해운대에서 쓰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친화적 섹스토이숍을 표방하며 플레져랩이 런칭한 것이 작년 8월. “왜 우리나라엔 여자가 맘 편히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공간이 없을까?”라는 친구끼리의 대화가 계기가 되었다. 회사명엔 ‘기쁨을 연구하는 곳’이 되려는 바람을 담았다. 시작 당시 우리의 목표는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를 파는 한편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성적 대상으로만 소비되고 섹스의 즐거움에선 소외되었던 여성들에게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쥐여주고 자신의 기쁨을 찾을 용기를 주고 싶었다.우리의 포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냉소적으로 바라본 이들도 적잖았다. 혹자는 “여자들이 이런 물건을 살 거 같냐”며 이 불황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이 어리석다고도 했다.하지만 지난 1년간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플레져랩을 찾았다. 게다가 우리 고객의 70% 이상은 ‘보란 듯이’ 여성이다. 우리를 적극 지지하는 여성들이 쇼핑뿐 아니라 섹스토이 세미나, 영화 관람, 저자와의 만남, 클럽 파티 등 플레져랩 주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조언과 격려뿐 아니라 각종 관련 서적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가끔 이 모든 게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 안쪽에 자리해 길을 잃지 않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합정점, 검색이 잘 안 되는 플레져랩 온라인 사이트를 어떻게 알고 찾아내는지. 늘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다.두 명의 여자들로 시작한 플레져랩은 이제 프랜차이즈인 ‘잇츠 마이 플레져’까지 갖춘 종합 어덜트 토이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외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우리는 라스베이거스, 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에 참여할 때마다 해외 거래처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섹스토이숍”이란 찬사를 듣는다.하지만 그런 칭찬보다 더 우리를 춤추게 하는 건 매장에 온 여성들이 방문을 계기로 비로소 즐거움의 힌트를 찾았다고 할 때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우리에게 털어놓을 때 뭉클하게 감동한다.많은 여성이 우리를 찾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에 여자가 섹스에 대해 말하고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을 토로할 곳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의 성 문화는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올 하반기엔 건강한 섹스 라이프를 위한 큰 물결을 만들고 싶다. 부족한 실력에도 이데일리의 전폭적인 격려 덕분에 20회가 넘게 연재하게 되었다. 시간을 쏟은 만큼 괜찮은 글이 나오면 좋겠지만 늘 아쉬움이 많았다.자신을 인용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지만, 마지막으로 첫 칼럼의 한 문단을 다시 소개하면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구독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바다가 깊을수록 많은 신비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오르가즘도 한 꺼풀, 두 꺼풀 안으로 들어갈수록 새로운 짜릿함이 있다. 아직 자신의 성감을 잘 모른다면 섹스토이를 사용하며 자신의 반응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몸을 만지며 자신의 숨소리, 점점 격렬해지는 몸의 반응, 머릿속에서 진해지는 판타지, 그리고 뿜어내는 숨 막히는 에너지와 짜릿하게 훑고 지나가는 경련까지 느껴보자. 그리고 마침내 찾아올 오르가즘은 누군가에겐 폭죽, 누군가에겐 불꽃놀이, 혹은 우주 속으로 튕겨 나가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 경험은 찰나의 신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내내 이어지는 낮은 허밍 같은 기쁨이리라 확신한다.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나의 몸’이란 열린 바다로 들어가 보자. 거기서 무얼 만날진 당신에게 달렸다.
2016.09.07 I 채상우 기자
(22)5월은 자위의 달.."자위를 막지 마라"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22)5월은 자위의 달.."자위를 막지 마라"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저는 그것이 인간 성생활의 일부라고 여기며, 교육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1994년 12월. 제복을 입은 미 보건 위생국 장관 조슬린 엘더스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했다. 당시 UN에서 열린 에이즈 관련 컨퍼런스에 연사로 온 그녀가 “청소년들이 위험한 성활동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위’를 권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후 내놓은 답변이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 때문에 엘더스는 직위를 잃었다.기독교 단체가 판매했던 자위 억제 기구. 사진=babycenter미국 남부 아칸소 주, 가난한 소작농의 8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엘더스는 치열하게 한계를 넘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간호조무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녀는 군인으로 3년 복무를 마친 뒤 의대에 진학해 소아과 의사가 되었고, 이후 아칸소 주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에게 발탁돼 보건부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2년간 소아 조기 건강 검진율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눈부신 활약을 보인 엘더스는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국민의 위생과 보건을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이 된다. 첫 흑인 보건 위생국 장관이었다.의사로서 최고 영예로운 직위. 그러나 엘더스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전한 발언’만 하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그녀의 견해는 늘 논란이 되었는데, 특히 성교육에 관한 발언이 늘 표적이 되었다. 美 보건 위생국 장관이었던 조슬린 엘더스. 사진=플레져랩한 방송에서 엘더스가 “우리는 콘돔에 관해 이야기 할 겁니다. 만약 제대로 된 피임법을 가르친다면, 낙태가 필요 없게 되겠죠.”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야당은 “다섯 살 난 아이들의 호주머니에 콘돔을 넣어주란 소리냐”며 비꼬았다.그렇게 2년간 수많은 비판을 받던 그녀였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엘더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자위발언’ 에 대한 잡음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결국 그녀를 해고했다. 엘더스는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이 과정을 지켜본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섹스토이샵, ‘굿 바이브레이션즈’는 분통이 터졌다. 사회의 금기였던 마스터베이션(자위)에 대해 목소리를 낸 유일한 사람이 불명예를 당하다니! 도저히 이대로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엘더스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자위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해 날짜를 정해 기리기로 했다.그게 바로 어제인 5월 7일이었다. 한 섹스토이샵이 20년 전 선언한 “전국 자위의 날”은 이제 그 규모가 점점 커져 “세계 자위의 달”로 번졌다.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과 ‘5월(May)’의 단어 첫 자가 ‘M’으로 같기도 하고, 흔히 성에 눈을 뜨는 것을 봄에 비유하기에 5월이 제일 적절하다고 여긴 것이다. 남녀노소 즐기는 마스터베이션이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서양에선 자위를 하면 손에서 털이 나거나 눈이 멀 거라며 겁을 준다. 어린이가 성기를 더듬다 걸리면 부모는 당혹, 경악하며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낸다. 또 성인이 되어 자위하는 것을 유치한 행동, 또는 매력 없는 사람들이 ‘찌질하게’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노년층의 자위는 채신머리없다고 여긴다.그런 인식을 바꾸고 자위의 긍정적 효과를 이야기 하기 위해 5월을 “M” Month -자위의 달 - 로 기념한다. 우디 앨런이 영화 <애니 홀>에서 말했듯, “자위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다. 상식선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으로만 하면 더없이 즐거울 뿐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또 내가 어떤 자극을 좋아하는지 찾을 수 있고 내 몸의 반응을 직접 살필 수 있다. 플레져랩도 “M”Month의 이념을 기리며 마스터베이션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물론 홀로 몸을 더듬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자위의 달>을 맞아 다양한 문화 속의 ‘자위’코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영화 <리틀 칠드런(2006)>, <준벅(2005>, <어메리칸 뷰티(1999)>,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를 권하고 싶다. 대놓고 자위를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자위를 하는 상황이 흥미롭다. 책으로는 얼마 전 출간된 작가 임성순의 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을 추천한다. 셀프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개발임을 보여준다.깨끗한 손, 깨끗한 침구, 약간 엉큼한 마음과 더 많은 이들이 특별한 5월을 보내길 바라본다. 해피 자위의 달!최정윤(오른쪽)·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
2016.05.08 I 채상우 기자
(22)성인용품사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22)성인용품사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플레져랩을 창업한 지도 어느새 8개월하고도 2주가 되었다. 수년간 직장인으로,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꾸려 온 우리가 이십 대의 끝자락에 전 재산을 털어 성인용품 매장을 차린 것은 나름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사업 초기, 대출은 줄줄이 거절당하고 규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오픈 하자마자 ‘젊은 비혼 여성 둘이 여성을 타겟으로 한 성인용품 사업을 한다’라는 특이점으로 관심을 끌 수 있었다.그간 30차례 이상 국내외 언론에 소개된 덕분에 꽤 많은 이들이 플레져랩을 찾고 있다. 작년 8월 서울 합정역 인근의 점포 하나로 시작한 우리가 지난달 신사동 가로수길에 두 번째 매장을 차리는 등 첫 자영업 도전치곤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최정윤(오른쪽), 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몇 번 우리의 매출 규모를 경제지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그 이후 부쩍 창업 문의가 늘었다. 전화, 이메일, 그리고 직접 방문으로 성인용품점 창업에 관심이 있는데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수년간 비슷한 아이템을 고민했노라는 이들부터 은퇴 후 한 번 도전해 보고픈 사업이라는 사람들까지 그 사연과 연령대가 다양하다. 절박한 심정을 담아 “한 수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는 자필 편지를 등기로 보낸 사람도 있었다.안타깝지만 현재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씩 일을 하는 우리로선 창업 관련 상담을 할 여력이 없다. 그렇지만 하루에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다섯 명 이상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다 보니 그냥 단순히 거절하는 것으로는 좀 모자란 것 같았다. 우리가 당장 돕진 못해도 무언가 건설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면 그리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 사업을 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우리 보다 업계에서 10년 이상 버텨 온 터줏대감들이 해줄 말이 더 많을 것이다. 이들이 지난 세월 동안 법정 싸움 끝에 성인용품 수입 합법화를 이뤄내는 등의 노력을 했기에 이젠 큰 무리 없이 합법적으로 성인용품 사업을 할 수 있다.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성인용품 사업은 특수하고 제약이 많다는 점을 작년에 플레져랩을 세우면서 톡톡히 느꼈기에, 그걸 보탠 몇 가지 생각을 나누려 한다.먼저 이 사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적성은 ‘섹스토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성인용품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안 써본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앞으로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면 남자건 여자건 본인이 직접 사용해 보고 기기가 주는 감각과 그 기쁨을 느껴보는 것이 맞는 순서라 생각한다. 자신도 매혹하지 못하는 물건을 남들에 파는 것이 잘 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지론이다.다음, 사업적 전망을 보자. 국내 섹스토이 산업은 지속해서 팽창하겠지만, 새로 유입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단 국내 온라인 성인용품 사이트는 현재 포화상태다. 이미 많은 물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들이 자리 잡은 지 오래고, 그 이외의 사이트들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는 비슷비슷하다. 아주 특이한 물건을 판매한다거나 확 튀는 신선한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꾸밀 재량과 예산이 없다면, 괜히 사이트 제작비만 낭비하는 셈이 될 수 있다. 온라인 홍보엔 제약도 많다.성인용품점 ‘미스에스리더’ 전경. 사진=플레져랩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차리는 건 어떨까? 과거에는 많은 상점이 정식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기, 디자인 카피 제품, 불법 의약품 등을 마구잡이로 ‘부르는 게 값’ 식으로 팔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게 통하지 않는다. 검열과 단속도 더 까다로워졌음은 물론, 소비자도 검색을 통해 대략의 시세를 파악하고 있다. 아,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을 차린 후 홍보를 하고 싶어도 역시나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만약 자리를 잡을 몇 달간 버틸 여력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초조해질 것이다. 또 점포를 차리는 데는 아무리 간단하게 해도 기본적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성인용품은 ‘향락 산업’으로 분류되어 그 어떤 창업 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 간혹 이 일이 ‘소액 창업이 가능한 쉬운 사업’이라 하는 문구가 눈에 띄기도 하는데, 이 비즈니스는 절대로 간단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어떤 업종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업종이다. 문화 트렌드를 읽어내는 한편, 다양한 섹스토이와 그 특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굿바이브레이션즈 전경. 사진=플레져랩우리가 이상적으로 보는 섹스토이의 천국, 샌프란시스코엔 이름을 떨치는 가게만 해도 스무 군데가 넘는다. 이 상점들은 제각각 고유의 개성을 갖고 있고, 몇 년에서 수십 년 까지 영업하며 지역의 명물로 거듭났다. 대표적인 섹스토이 브랜드 ‘굿 바이브레이션즈(Good Vibrations),’ 지난 27년간 가죽 페티시 제품을 판매해온 ‘미스터 에스 레더(Mr.S Leather),’‘ 란제리에 방점을 둔 ’핑크 버니(Pink Bunny),‘ 소규모에 좀 더 캐쥬얼한 ’시크릿츠(Secrets)‘ 등이 각기 다양한 고객층을 유치하며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생기 있는 섹스토이 생태계가 생겨날 수 있다면 우리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니 위에 열거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꼭 성인용품점을 열고 싶다면 자신의 철학을 녹여낸 특별한 성인용품점을 기획하길 바란다. 섹스토이 소비자로서 불편했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만든다면 그나마 승산이 있을 것이다.
2016.04.24 I 채상우 기자
(20)장난감이지만 장난 아닌 사업, 섹스토이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20)장난감이지만 장난 아닌 사업, 섹스토이
  • [최정윤·곽유라 프레져랩 공동대표] “전 딜도(삽입형 섹스토이)가 ‘그냥 마법처럼 존재한다’고 느꼈지 실제로 누가 만든다고는 생각 못 했어요.”(윌 포테)“아니, 그게 버섯처럼 숲 속에서 자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코난 오브라이언)두 달 전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코난이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에 출연한 작가 겸 배우 윌 포테와 함께 나눈 대화다. 포테는 자신이 출연 중인 시트콤 촬영장 근처의 성인용품 공장을 견학했던 경험을 나누며 섹스토이 제조가 ‘진짜 비즈니스’라며 놀라워했다. 딜도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틀에 라텍스를 붓고, 누군가는 그걸 식히고, 다른 한 무리의 여성들은 거기에 핏줄을 그려 넣고 있더라’면서 말이다.우리가 일상 속 사용하는 모든 물건처럼 섹스토이 역시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해 판매하는 이들이 있는 ‘진짜 비즈니스’다. 아니, 전 세계적으로 거래 규모가 17조 원이 넘는 거대 산업이다. 그렇지만 막상 ‘성인용품’ 하면 한 번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없기에 그 제조와 유통 과정은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그런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그렇기에 우리는 늘 섹스토이의 브랜드화와 대중화를 고민한다. 그리고 지난 주말,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뜨는 브랜드와 신제품을 접하고 견문을 넓히기에 성인물품 박람회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흘간 열리는 ‘국제 란제리 쇼’에선 평소 눈여겨봤던 섹스토이 제조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성인용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나이키’나 ‘코카콜라’에 견줄만한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진 섹스토이 브랜드는 아직 없다. 그렇지만 수십 년에 걸쳐 섹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문화의 발전, 그리고 끊임없는 기기의 진화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섹스토이 산업은 이제 당당한 생활용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트로잔 같은 유명 콘돔 브랜드들도 점점 섹스토이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으며, 미국 전역의 드러그 스토어 체인에 납품하고 있다. 30도 안팎의 날씨, 모든 것이 번쩍이는 라스베이거스 시내 리오 호텔에서 열린 박람회는 활력이 넘쳤다. 이전에도 만났던 샌프란시스코의 섹스토이 스타트업 ‘크레이브(Crave)’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의기양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이메일로만 소통했던 딜도 속옷 ‘스페어파츠(SpareParts)’ 관계자들은 이제야 자기들의 제품을 직접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신난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미국 라스베가스 ‘국제 란제리쇼’에 참가한 곽유라 플레져랩 대표. 사진=플레져랩물론 전시된 물건들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화려한 모델과 포토샵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제품도 많다. 그럴싸한 모양새와는 달리 정작 내장된 모터가 엉뚱한 쪽에 달린 바람에 사용자의 몸에 닿는 부분엔 아무 감흥이 없는 제품도 있고, 건전지를 교체하는 방식이 불편한 기기도 있고, 조작 버튼이 잘 안 눌러지는 토이도 있다. 결국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디테일에서 살리지 못하는 브랜드는 서서히 도태될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역시 눈길을 끄는 제품은 역시 실용성과 창의성, 유머감각을 고루 녹여낸 제품, 나아가서는 맞춤 의상처럼 개개인의 개성과 체형, 필요에 맞출 수 있는 섹스토이였다. 각기 다른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진동 패턴 역시 사용자의 리듬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짧은 일정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철학을 가진 해외 업체들과 만나 유대를 맺으며 자신감도 더 생겼다. 섹스토이 산업은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음지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 취급을 못 받았지만, 확신을 갖고 길을 일궈낸 이들 때문에 현재 많은 사람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세계의 어떤 나라에선 에로틱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치고 그 결과물을 화려한 조명 밑에서 전시하는 한 편, 다른 한쪽에선 ‘외설적 기기’인 섹스토이를 터부시하거나 법으로 금하고 압수하기까지 한다. 결국 이 세상의 ‘기쁨 지도’를 넓히려면 섹스토이를 일상에 양념을 더하는 ‘즐거운 보조기’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져야 할 터. 이를 위해 우리는 국내 성인용품 대중화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다. 설령 ‘그런 일’을 하는 괴짜 취급을 받더라도 말이다.
2016.04.15 I 채상우 기자
(19)소라넷 폐쇄가 우리에 던지는 의미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19)소라넷 폐쇄가 우리에 던지는 의미
  •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날씨가 무척이나 화창했던 지난 화요일, 출근하자마자 등기 한 부를 받았다. 여성가족부가 보내온 이 우편물의 골자는 ‘플레져랩이 회사 사이트에 청소년유해매체물 광고를 했으니 시정하라’라는 내용이었다.회사 소개 및 위치 안내를 게재한 우리의 공식 홈페이지에 ‘청소년유해물건’인 성인용품을 파는 플레져랩 쇼핑몰 주소를 올려둔 것이 화근이었다. 온라인몰 입장을 위해 철저히 19세 인증 절차를 거치게 하고,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인 사진이나 문구를 의식적으로 배제해온 우리가 ‘청소년의 심신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물건을 파는 ‘유해업소’ 취급을 받으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면서도 이 우편물은 10대들에게 정말 해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곱씹는 계기가 되었다. 경험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성적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성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깨달았지만, 과연 10대들에겐 어떨까? 섹스와 섹스의 기쁨에 대한 말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진짜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걸까? 개인적인 자아와 세계 사이에 틈이 생겨나며 사춘기를 맞는 청소년기. 모순투성이인 세상을 알아가는 이때, 호르몬은 춤을 추고, 욕망은 충동적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감추려 하는 것일수록 더 알고 싶어진다.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청소년이었던 십 몇 년 전에도 ‘섹스’라는 단어를 철저히 금기시했다. 그 말을 들으면 간지러운 기분이 들고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한편 그게 도대체 뭔지 알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PC통신 초창기 시절에도 클릭 몇 번으로 야한 소설부터 포르노까지 검색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온라인, 그리고 성인소설과 만화, 잡지 등으로 얻은 성에 대한 정보는 뒤죽박죽이었고, 틀린 내용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인 성교육의 부재였다. 학교와 가족 내, 그리고 대중문화에 성 담론이 없었고, 성에 관해 당당히 이야기하는 롤모델을 찾기 어려웠다. 성관계 영상 유포 범죄의 피해자인 여성 연예인들은 되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했고, 그게 TV 연예 프로그램에 반복 재생되었다. 성범죄에 대한 보도는 자극적이었고, 주로 여성 피해자에 불필요하게 초점을 맞췄다. 이런 장면들이 모여 자라나는 이들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가 10대 여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성욕을 가지는 것,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여자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90년대 말, 우리 또래라면 기억하는, 성에 관한 전국적 신드롬이 있었다. 성교육 강사인 구성애씨의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강연이 공중파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어머니 세대의 여성이 자신의 사례는 물론, 실제 있었던 케이스를 들어가며 성에 관해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공중파로 보는 것은 매우 신선했다.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래져랩돌이켜보면 우리의 청소년기에 ‘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더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이전보다 온갖 정보 검색이 편해진 지금, 청소년들에게 가장 유해한 것은 제대로 된 정보의 부재, 그리고 대중문화가 은연중에 풍기는 왜곡된 성 인식이다.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성적 즐거움을 음란한 것, 쉬쉬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 잘못된 인식의 결과 중 하나가 소라넷이다. 지난 17년간 최대 음란 사이트로 군림해오다 얼마 전 폐쇄된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성인이 은밀한 욕망을 탐험하는 공간’이 아니라 강간 모의, 유출된 성관계 영상, 몰카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던 범죄 사이트다. 그러나 대다수 회원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것’을 ‘성인으로서의 성적 즐거움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착각하고 이 공간을 이용해왔다. 올바른 성적 즐거움을 찾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논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라넷같이 음지에 있는 사이트가 아니어도 청소년의 건강한 심신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은 한국 대중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 평균치에서 조금 다른 외모를 희화화하는 것, 폭력을 로맨틱하게 보여주는 것 등은 비뚤어진 메시지를 전한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칠게 상대를 제압하거나 자기 멋대로 하는 행동을 ‘상남자’로 포장해 주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상황이지만 어쨌든 청소년에게 해로운 것은 섹스토이를 판매하는 우리(라고한)다. 억울한 노릇이다. 만일 우리의 10대 시절에 성적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탐구하는 것이 괜찮은 것이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지금 10대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성적 행위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책임감 없는 행동과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는 게 나쁘다는 것, 건강과 위생 문제는 타협해서 안된다는 현실적인 조언일 것이다.
2016.04.11 I 채상우 기자
(18)아름다운 섹스토이..1700만원 고급제품까지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18)아름다운 섹스토이..1700만원 고급제품까지
  •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잊을만하면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한 번씩 등장하는 ‘택배 레전드’ 중 하나. 섹스토이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고객이 메모에 ‘성인물품이란 거 티 안 나게 보내달라’ 라고 요청한 내용을 떡하니 송장에 인쇄해 배송한 것을 찍은 사진이다. 남들 모르게 물건을 받아보려다 오히려 내용물을 만천하에 공개한 모순된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위의 에피소드는 남의 일이니 피식 웃고 넘긴다지만, 사실 실제로 인터넷으로 성인용품을 사는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비밀 배송 여부다. 플레져랩도 항상 송장에 물품 내역이 인쇄 되는지, 포장은 꼼꼼한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아무래도 자신이나 파트너 외에 누군가 내가 성인용품을 쓴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성생활을 하거나 섹스토이를 쓰는 것, 혹은 남들과 조금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굳이 내 사생활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성인용품은 보통 침대 옆 서랍장, 아니면 상자 안에 넣어 비밀스럽게 보관한다. 나 역시 과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위험한 동행 취재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면서 ‘만약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족이 내 자취방을 정리하다가 섹스토이를 발견하면 곤혹스러울 테지,’하며 출국 전 모든 물건을 내다 버린 적이 있다. 지금이야 성인용품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으니 뭐, 말 다했지만 말이다.한편으론 우리가 이 일을 하는 덕에 친구들의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 주기도 한다. 곽 대표의 경우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딸의 방을 치우다 섹스토이를 발견했는데, 추궁에 당황한 이 친구가 ‘성인용품 사업을 하는 곽유라라는 친구의 부탁 때문에 해외여행 갔다가 사온 것’이라는 변명을 했다고 한다. 어머님이 그걸 믿으셨을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성인용품을 ‘나만 알고픈 기쁨’으로 감춰두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해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디자인이 세련된 제품, 혹은 그냥 인테리어 소품 같아 보이는 물건들이 섹스장난감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용 섹스토이는 한계가 없다고 할 정도로 발랄한 디자인의 제품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물론 좋은 섹스토이는 예쁜 외양보다는 기능이 우선이지만, 최근 글로벌 성인용품 시장에서 눈에 띄게 선전하는 제품들은 아름다움과 기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들이다. 부드러운 곡선, 고급스러운 소재, 흠 잡을 데 없는 마감에 매끈한 거치대까지, 이젠 감추는 게 아니라 꺼내어 전시하고플 정도로 매력적이다. 크레이브의 목걸이형 성인용품. 사진=크레이브게다가 이젠 아예 몸에 두르고 다니는 액세서리형 섹스토이도 있다. 영국 왕립 예술 대학 출신의 여성 디자이너와 스탠퍼드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가 뭉쳐 설립한 미국의 크레이브(Crave)는 최초의 충전식 목걸이 바이브레이터로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히트상품인 ‘베스퍼’는 늘씬한 외양으로 원하는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서 자극을 가할 수 있으면서도 어쩌다 핸드백에서 굴러 나와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실 ‘액세서리 겸용’인 제품치고 정말 괜찮은 물건은 찾기 어려운데, 이 제품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런 디자인의 다양화가 민망함을 방지해 줄 뿐 아니라, 어떤 문화권에선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해준다. 해외 매체에 플레져랩이 소개된 덕에 이슬람 국가에서 온 여성 관광객들을 매장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는데, 이들은 ‘만약 내 가방에서 섹스토이가 나온다면, 난 말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언니, 여동생, 친척까지 다양한 이들을 위한 토이를 구매하면서 당연히 ‘가장 성인용품같이 보이지 않는 제품들’만 산다.물론 노골적인 성인용품도 여전히 수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대다수의 여성 고객들은 나뭇잎, 눈사람, 도토리 모양 등의 귀여운 제품들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그 누구도 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또는 “너무 예뻐서 실내 장식으로 두고 싶어요!” 라며 말이다.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중인 섹스토이는 이제 초고가 상품, 혹은 예술적 오브제로까지 진화했다. 레로의 24캐럿 금으로 도장된 성인용품 ‘이네즈’. 사진=레로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 성인용품 산업을 선도해온 스웨덴의 레로(LELO)가 내놓은 24캐럿 골드 딜도형 바이브레이터 ‘이네즈(Inez)’는 무려 1만5000달러다. 유리장에 넣어서 장식해도 될 만큼 아름다운, 그야말로 하나의 작품이다. 레로는 이 제품이 “기쁨엔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라 말한다.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몇 배로 비싼 가격의 기기가 몇 배의 큰 오르가즘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인정신과 정성이 깃든, 미세한 디자인 디테일까지 신경 쓴 제품이라면 사용자의 기쁨을 꼼꼼히 고려했을 확률이 높다. 올해엔 또 어떤 아름답고 기발한 ‘기쁨 기기’가 나올는지, 다음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성인물품 박람회에 참가를 준비하는 마음이 설레온다.
2016.04.03 I 채상우 기자
(16)성인용품 강권은 폭력이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16)성인용품 강권은 폭력이다
  •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에게 섹스는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고통의 원인이 된다. 성행위 없이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는 커플들도 있으나 많은 이들이 상대방과 육체적 긴밀함을 원하면서도 뭔가 잘 맞지 않을 때 고민에 빠진다.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서 상처가 되는 섹스 중 하나는 ‘없는 섹스’다.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 섹스를 포기한 채 관계는 이어나가는 섹스리스. 원인은 다양하다. 파트너에 대한 실망이 성행위 거부로 이어지기도 하고, 더는 파트너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해 섹스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 아니면 한쪽이 성욕이 없거나 성에 관한 관심이 미미한 예도 있다. 그건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성감이 개발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인지한 커플의 경우, 반응은 두 가지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액션을 취하거나, 회피하고 침묵하거나. 전자의 경우 성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다. 그로 인해 문제가 풀리는 예도 있지만, 이런저런 노력이 성과가 없을 땐 큰 좌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플레져랩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성관계 단절을 호소하며 도움이 될만한 섹스토이를 찾는다. 보통 파트너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오는 이들이 많은데, 사연을 들어보면 섹스를 하지 않은 기간은 1년 미만에서 15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여전히 파트너와의 섹스를 노력으로 개선코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파트너와의 즐거움 찾기는 아예 포기했으니 자위 기기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래져랩혼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성인용품을 추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파트너와 사용할 제품을 제안해 달라고 할 때다. 딜레마다. 섹스토이는 성관계를 즐겁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 상호 간 성적 접촉이 한동안 없었던 관계에 기기를 ‘투입’한다고 해도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성인용품 사용에 합의한 상태라면 모를까. 성능 좋은 섹스토이를 산다고 해서 마법처럼 얼었던 사이가 녹고, 경직된 몸이 풀리고, 이전엔 몰랐던 성감이 ‘번쩍!’하고 눈을 뜨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의지가 없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바이브레이터라도 어깨 안마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그럼 섹스리스들은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일단 파트너와 서로를 존중하며 상대에게 기쁨을 주기 원한다는 확신을 하는 것이 섹스토이 사용에 앞서야 한다. 상호 간에 ‘섹스에 양념을 더해 보자’는 설득과 합의, 조율 없이 파트너에게 불쑥 성인용품을 내밀지 말자. 오히려 ‘어디서 변태물건 가져와서 나를 모욕하느냐?’는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파트너에게 섹스를 억지하고 섹스토이 사용을 강권하는 것은 폭력이다. 법적인 부부, 혹은 파트너 관계라고 하더라도 한쪽의 성욕 충족을 위해 섹스 요구에 전적으로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상호 간 행복을 추구하기로 약속 한 사이기 때문에 노력은 필요하다. 한쪽이 절망감, 박탈감, 외로움을 호소하는데 그것을 모른 체하는 사이라면 함께 하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상대방을 정성스럽게 만지고 안는 파트너 섹스에서 꼭 성기가 결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몸매, 화려한 스킬이나 성기의 크기 역시 기쁨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오르가즘에 도달했냐 역시 훌륭한 섹스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러니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조급함, 나는 부족한 파트너라는 자격지심 같은 방해 요소를 버리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열린 마음을 갖췄을 때, 서로를 다시 보듬을 준비가 되었을 때 함께 섹스토이 사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기쁨 장난감’이 가진 극적인 효과는 둘의 관계가 회복되었을 때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2016.03.18 I 채상우 기자
⑮노인들의 성생활이 궁금해?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⑮노인들의 성생활이 궁금해?
  • [곽유라·최정윤 플래져랩 공동대표] 작년 말 때쯤 미국 출장을 갔을 때다. 시애틀 시내 한 대형 성인용품점 앞을 지나는데, 매장 앞에 승용차가 서더니 거동이 꽤 불편해 보이는 노인이 내렸다. 후들후들 떨리는 걸음으로 지팡이에 의지해 매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그 뒷모습이 한동안 잊히지 않을 만큼 인상 깊었다. 나이 듦에 따라 신체 능력은 감소할지라도 즐거운 성생활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성생활엔 은퇴란 없다’는 말처럼 섹스는 노인의 삶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노인 성 실태 조사에서 설문 응답자 50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엔 665만여 명의 노인이 있다. 영화 ‘죽어도 좋아’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최근 들어 플레져랩에도 65세 이상의 노인 고객들이 꽤 많이 방문한다. 연령대를 확실히 아는 것은 고객들이 먼저 자신의 나이를 밝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난 7X 세야. 살 날도 얼마 안 남았고,”라며 죽음을 일상처럼 이야기한다. 성인용품 구매 상담을 할 때도 에두르지 않고 신체의 상태 및 처한 상황, 니즈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성인용품 판매장을 방문하는 노인들은 그나마 성에 대해서 열린 태도를 보이는 편이다.그러나 대다수 노인, 특히 여성 노인들은 전통적인 성 도덕관과 체면 때문에 자신의 성적 욕망을 탐구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여전히 노인의 성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더더욱 적극적인 성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섹스토이를 찾는 노인 고객층 역시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데, 우리 매장에 오는 이들도 안 써본 성인용품이 없다며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할아버지부터 비아그라가 있냐고 넌지시 물어보는 남성 노인까지 다양하다(성인용품점의 의약품 판매는 당연히 불법이다). 남성 노인 열 명 중 한 명꼴로 방문하는 여성 노인들은 평생 ‘이런 거’를 모르고 살았다며, 이제라도 성적 즐거움을 찾고 싶다고 이야기한다.상담하며 우리는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어르신의 귀에 대고 섹스토이의 종류와 용도를 또박또박 읊기도 하고, 단 한 번도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만져본 적이 없다고 하는 여성 노인에게 성기의 구조와 혼자 오르가즘을 찾는 방법에 대해 모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물건을 사는 노인 중 어떤 이는 ‘젊은이들이 도통 깎아주지도 않는다’며 툴툴거리다가도 “크피(커피)나 사묵으라”며 손녀 용돈 주듯 거스름돈 몇 천원을 안 가져가기도 한다.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그 무엇보다도 생생히 느끼게 해 주는 경험인 섹스. 그런 성적 즐거움을 찾는 공간에서 ‘갈 날’을 말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어쨌거나 특별한 경험이다. 가끔 노인들과 섹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드는데, 그건 슬픔이나 연민이라기보다 평범한 한국의 청년인 우리가 조부모 세대와 성에 관해 대화한 적이 없기에 드는 이질감에 가깝다.플래져랩 곽유라·최정윤 공동대표. 사진=플래져랩그런데 우리에게 직설적으로 자신의 성생활에 관해 이야기하는 노인 고객들 역시 자녀들의 시선은 두려워한다. 그러면서 행여 구입한 섹스토이를 자녀가 발견할까, 신용카드 고지서에 성인용품점 이름이 찍힐까를 걱정한다. 예순, 일흔, 여든의 나이에 성생활을 하는 것을 자신부터 ‘주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다. 물론 부모와 자녀가 서로가 성적인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은 남사스럽게 여겨지겠지만, 만약 섹스에 대해 노인들이 자녀세대에게 좀 더 솔직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보를 요청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다면 한층 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위의 중요성을 다룬 고전,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원제:Sex for One)’의 저자이자 ‘자위의 대모’라 불리는 베티 도슨은 저서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성에 관해 이야기를 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도슨은 남편과 사별한 예순아홉의 어머니에게 자위를 권하는데, 처음에는 민망해하던 어머니도 딸의 말을 듣고 자위를 통한 오르가즘을 되찾는다. 이후 모녀가 더욱 긴밀한 사이가 되었음은 물론, 자위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등 돈독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성은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성을 우리 사회가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성의 음지화, 노인 성병 인구의 증가, 노인 성범죄 증가로 이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뜩이나 OECD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은 그들을 더욱 깊은 우울의 늪으로 몰아갈 뿐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가 모두 성적으로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거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6.03.13 I 채상우 기자
⑬전문의가 말하는 여성의 자위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⑬전문의가 말하는 여성의 자위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큰 맘 먹고 성인용품 판매장을 찾는 이들도 막상 섹스토이를 만지고 진동을 느껴보면 깜짝 놀라며 눈썹을 추켜세운다. 간혹 성인용품이 진짜 성감을 찾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듯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다. 자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벗기도 쉽지 않은데 진동하는 기기를 가장 민감한 성감대에 가져다 대라니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섹스토이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그에 대한 해답을 성의학 전문의 백혜경 박사에게 들어보았다. 백 박사는 지난 10년간 성의학 전문의로 활동하며 언론에 300여 편이 넘는 섹스 칼럼 연재 및 400회가 넘는 방송 출연을 한 국내 최고의 성전문의다.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사진=플레져랩-섹스, 그리고 오르가즘은 스트레스를 완화 시켜주는 등 장점이 많다는 것이 이제는 상식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자위도 의학적으로 도움이 되는가?△자위는 남성과 여성의 생애 전반, 특히 사춘기 이후부터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까지 나타나는 성적인 욕구를 스스로 잘 해소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행위다. 남성의 90% 이상, 여성의 경우 60% 이상에서 이러한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자위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중세 이후 금욕적 종교영향을 받은 의학자들 사이에서 형성되었고 현대까지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1950년대 킨제이 박사의 보고서 이후 획기적으로 발전된 성의학 분야에서는 적절한 방식의 자위행위는 오히려 원활한 성 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위행위를 경험한 여성들이 실제 이성과의 성관계에서 오르가즘을 더 잘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현대의 성 치료자들은 성적인 흥분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나 오르가즘을 잘 느끼지 못할 때에 치료적으로 자위행위를 시키기도 한다.-자위를 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성기를 어떻게 만져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방법을 잘 알고 자위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한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처음 자위를 시도해 보려는 경우 무조건 성적인 흥분이나 오르가즘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내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여성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자위법은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이다. 클리토리스가 가장 민감한 성감대이긴 하다. 그렇다고 클리토리스만 자극하는 것보다는 성기 여러 부위를 다양하게 자극하며 다양한 감각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또 성기 자극 뿐 아니라 몸 전체 여기저기도 자극해보고 그 감각을 느껴보는 경험도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성인용품을 이용한 자위, 괜찮은 것인가? 질이 넓어진다든가, 음핵이 무뎌진다든가 하는 점이 염려되기도 한다.△섹스토이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여성을 위한 자위 기구로 잘 알려진 것이 바로 바이브레이터와 딜도다. 바이브레이터는 특히 클리토리스를 잘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동자극기이다. 딜도는 남성의 성기 형태로 만들어진 질내 삽입형 자위 기구다. 최근에는 이 딜도와 바이브레이터가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진 딜도형 바이브레이터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질 내에 삽입하는 딜도형 자위 기구로 인해 질이 넓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삽입 성행위를 자주 할 때에도 같은 문제는 생길 수 있다. 질근육의 탄력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 등으로 예방 및 개선할 수 있다.매일 하루에 수차례 이상 지나친 횟수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서 자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바이브레이터 자극으로 인한 음핵 감각의 저하는 흔히 생기는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성 치료자들이 손이나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한 성기 자극, 즉 자위행위를 오르가즘 장애의 치료법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여기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정윤(오른쪽)·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서 자위하면 중독되거나 하진 않을까? 아무래도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될 듯 싶다.△이에 대해 우려를 하는 분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은데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시는 모든 분이 무조건 중독이 되거나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자위 중독적인 행동이 나타나거나 더 강한 감각을 찾는 예도 있지만 대부분 큰 문제가 없다.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는 자위중독 이외에도 다른 중독성향이 원래 있었거나 우울, 불안 등의 문제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 또 당사자의 성 기능에 원래 문제가 있거나 성 기능 저하가 온 경우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파트너가 있는 경우에도 자위를 하는 게 정상인 걸까?△섹스파트너가 있는 경우에도 자위를 할 수 있다. 주말부부나 장거리 커플 등 사정상 파트너와 성관계를 자주 가지지 못하는 경우 등에서 자위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파트너와 성관계는 거의 하지 않고 자위만 한다거나 자위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파트너와의 성관계를 갈등이나 우울증, 성적인 트라우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성욕저하나 성 기피증, 성관계 시 통증이 있는 성교통, 오르가즘 등 만족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오르가즘 장애 등이 있을 때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기피하고 자위를 더 선호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이 남성과의 관계에서 오르가즘을 잘 느끼지 못해서 자위를 더 선호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6.02.26 I 채상우 기자
⑪발렌타인데이,성인용품숍 데이트 어떠세요?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⑪발렌타인데이,성인용품숍 데이트 어떠세요?
  • [곽유라·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섹스는 연인 관계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대다수 사람은 파트너와 몸을 부비며 감정을 교류하고 쾌감을 주고받길 바란다. 하지만 꽤 많은 이들이 성행위는 하면서도 정작 상대방과 섹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또는 무슨 단어를 써야 할지, 행여 상처를 주진 않을지 등의 걱정이 걸림돌이 된다. 만약 연인과 섹스를 주제로 솔직한 대화를 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면, 그 계기를 만들어줄 재미있는 방법을 추천한다. 바로 파트너와 함께 성인용품점을 방문하는 것. 성인용품점은 성적인 즐거움을 위한 기기를 판매하는 곳으로, 보통 남성 여성용 섹스토이, 콘돔과 윤활제 같은 섹스용품, 코스튬과 란제리 등을 갖추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커플이건, 수십 년 함께해온 부부건, 섹스토이를 같이 구경하는 건 자연스레 자신들의 성생활을 점검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도 색다른 놀이 공간인 섹스토이숍을 찾는 것은 잊지 못할 데이트가 될 것이다. 곽유라·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부티크 형 성인용품점’으로 언론에 소개된 우리 회사의 경우 상시 연인들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들로 붐빈다. 특히 주말엔 함께 매장을 찾는 커플들이 많다. 이들은 소곤소곤 감상하는 사람들부터, “으악, 저런 게 들어가?” “이렇게 딱딱한걸 어디다 쓰지?” 하며 경악하다가도 “우리도 이런 거 한 번 해볼까?” 라며 활달하게 반응하는 커플까지 다양하다. 편하게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본인이 막상 오자고 파트너를 이끌어 놓고도 눈앞에 펼쳐진 온갖 ‘어른 장난감’에 몸 둘 바 모르는 사람, 진동기를 손에 쥐여주려 하면 깜짝 놀라며 손사래 치는 사람, 애인만 들여보내고 주차된 차에서 기다리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요새는 연륜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가게를 둘러보는 장년 커플들이 늘고 있는데, 파트너와 지속해서 섹스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즐겁게 가게를 구석구석 돌아보는 커플들은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지켜본바, 성인용품점을 방문할 때는 일단 마음을 열고 온전히 그 경험을 즐기는 것이 좋다. 들어가는 것부터 어색하고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왕 가기로 마음먹은 거, 뻔뻔해져라. 요새 번화가에 깔끔한 성인용품점이 많은데, 괜찮은 가게라면 샘플로 만져볼 수 있도록 기기들이 진열되어 있을 것이다. 가전제품 판매장에서 선풍기를 고르듯, 하나하나 눌러보고 들어보고 가늠해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섹스토이 구경을 마쳤다면, 가게를 나와 느긋하게 차라도 마시며 파트너와 경험을 곱씹어보자. 그게 이 데이트의 포인트다. ‘아까 거기서 본 그것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며, 무엇이 인상적이었고 뭐가 맘에 들었는지, 왜 어떤 제품은 별로였는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자. 섹스토이에 대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섹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서 서로에게 바라는 점, 취향, 솔직한 피드백 등 그동안 망설이다 못했던 이야기를 해보자. 어렵다고 생각했던 주제가 한결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또 그간 성기의 결합만이 완전한 섹스라고 여겨왔다면, 섹스토이샵 데이트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창의적인 섹스 도구들을 보면서 섹스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수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만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긴 겨울, 지루한 2월의 한가운데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발렌타인데이가 다시 돌아왔다. 무분별한 상업주의의 소산이라 비판해도, 뭐 좀 어떤가. 사랑하는 이에게 한번 달콤함을 건넬 최고의 핑곗거리다. 올 2월 14일엔 섹스토이샵 방문이라는 이색 데이트를 통한 열린 대화, 그리고 초콜릿보다 더 진한 섹스를 서로에게 선물하는 건 어떨까.
2016.02.12 I 채상우 기자
⑩변태의 세계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⑩변태의 세계
  • [곽유라·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오럴섹스(구강성교)나 자위는 터부시하는 성적 행동이었다. 섹스의 주목적이 생식이던 시절에는 오직 쾌감만을 위한 행위를 변태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을 유희로 생각하는 요즘 시대엔 오럴섹스를 주고받기 꺼리는 사람은 재미없는 파트너로 여겨진다. 또 자위 같은 경우 현대 성의학에선 스트레스 완화 등의 장점을 들어 적당히 혼자 즐기는 것을 권하고 있다. 이렇듯 과거엔 ‘비정상’이었던 성행위가 사회 통념이 변함에 따라 ‘정상’의 범주에 들어오기도 한다. 한편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도 이상(異常) 성욕을 제각기 다르게 정의한다. ‘변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군가는 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내보이는 ‘버버리맨’을, 누구는 포르노를 즐겨 보는 사람을, 또 다른 이는BDSM(구속, 복종, 가학-피학을 포함하는 성적 활동)을 즐기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파트너 섹스를 할 때 ‘정상위’이외의 다른 행동은 변태적으로 여기지만, 누군가는 다양한 체위와 자극을 시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한 사람이 비정상으로 여기는 행동이 다른 이에겐 충분히 ‘정상’일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바리맨 설정 사진. 사진=위키트리특정 물건, 상황, 혹은 대상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도착(Paraphilia)의 스펙트럼은 상상 이상으로 꽤 넓다. 인도의 정신과 의사 아닐 아그라왈(Anil Aggrawal)이 2009년 발표한 저서에 수록된 성도착증은 무려 547가지인데 ‘특이하지만 무해한’ 취향부터 ‘끔찍스럽고 사회적으로 용인 불가능한’ 욕구까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변태 성욕이 나온다. 흔치 않은 성도착 몇 가지를 들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야지만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Climacophilia), 벌 등 침을 쏘는 곤충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것(Melissaphilia), 돌이나 자갈을 몸에 문지르며 흥분하는 것(Lithophilia) 등이 있다. 아그라왈의 말마따나, “태양을 포함, 태양 아래 모든 것이 성적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렇듯 이상 성욕은 매우 다양하고 주관적이다. 물론 노출증이나 소아 성애 장애처럼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성도착은 장애로 분류돼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맘속에 특이한 판타지를 품거나 조금 색다른 성적 즐거움을 갈망하는 것은 크게 걱정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다. 미국정신의학회도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5)의 자료표에서 ‘이상 성욕’과 ‘성도착 장애’를 구분 할 것을 강조하며,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병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즉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합의된 관계 안에서 이색적인 성 행동을 하는 것은 정신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젠 과거 손가락질의 대상이던 ‘비정상 성행위’가 유행이 되기도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상야릇한 변태 취향’으로 여겨왔던 BDSM은 최근 몇 년간 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매력적인 백만장자이자 가학성애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리며 평범한 ‘바닐라 섹스’만 하던 이들의 호기심을 촉발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미국에선 책이 대히트한 이후 섹스토이 판매가 급증했고, 아울러 익숙지 않은 구속형 성인용품을 쓰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수도 도드라지게 늘어났다고 한다. 곽유라, 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또 서구권 국가들엔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킹크(kink, 색다른 성적 취향)를 즐길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전문 코치와 수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점점 그 종류와 규모가 확장되는 추세다. 20년 넘게 킹크를 위한 가죽 제품을 만들며 전 세계에 수출해온 캐나다 아슬란 레더(Aslan Leather) 사장이자 BDSM 강사인 캐리 그레이(Carrie Gray)는 최근 전화통화에서 “‘섹스는 아주 감정적인 행위이고,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온전히 믿고 자신의 욕망을 낱낱이 탐험할 수 있다면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게 되고, 그 행복은 일상생활에까지 이어지게 된다”며 킹크의 순기능을 전했다. 또 그는 어떤 색다른 성적 행위를 할 때 당사자들이 일단 서로의 필요, 허락 가능한 범위 등에 대해 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레져랩 역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탐험하는 것을 응원하지만, 타인이나 파트너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욕구만을 앞세우는 것은 최악의 변태 행위라고 생각한다. 성인용품을 부담스러워하고 무서워하는 파트너에게 억지로 섹스토이 사용을 강요하고 윽박지르는 것은 폭력 행위다. 무엇을 하건 합의하에 해야 한다. 또 어떤 이색 성행위를 즐기건 사회적, 혹은 일상의 영역이 침범당할 정도로 지나쳐선 안 된다. 만약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이상 성적 충동에 지속적으로 사로잡힌다면 그건 건강한 성욕이 아니다. 전문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길 권한다.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야릇한 욕구가 있다. 가끔 그 욕망이 꿈틀댈 때 자신이 들여다봐 주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 누구도 먼저 알아채고 충족시켜줄 수 없다. 물론 입 밖으로 내기에 부끄럽고, ’변태‘로 몰릴까 봐 두렵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의 욕망마저 이해하고 함께 즐거움을 발견해보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인생의 큰 묘미중 하나이지 않을까. 어쩌면 누군가 알아챌까 두려웠던 내 ’킹크‘가 특별한 비밀이 될 수 있다.
2016.02.05 I 채상우 기자
무시무시한 섹스토이,‘우머나이저’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무시무시한 섹스토이,‘우머나이저’
  • [곽유라·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섹스토이 사용만 십 년째 그리고 성인용품점 개업 약 6개월 째. 직접 사용해보고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괜찮은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인지라, 반 년간 수도 없이 많은 섹스토이를 사용해봤다. 엄지손가락만 한 바이브레이터부터 다양한 크기와 강도의 삽입형 딜도까지, 매장에서 판매하는 수십 가지 성인용품들은 플레져랩 팀원들이 다 직접 사서 사용해보고 소장하고 있는 제품들이다.이쯤 되니 이제 웬만한 섹스장난감 종류는 손으로 잡고 진동만 느껴 보아도 느낌이 온다. 몸과 접촉하는 면적이 얼마나 큰지, 소재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어떤 형태의 곡선으로 마무리돼 있으며 진동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면 대략 그 토이가 가져다줄 감각을 어림잡을 수 있다. 물론 오르가즘은 매번 다르고, 그 순간만큼은 더없이 즐겁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객관적인 제품 평가를 위해 ‘절정에 다다를 준비’를 하는 게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최근엔 예상 가능한 오르가즘보다 한 시간 더 자는 것이 절실해 기기 충전을 하며 졸다 스르르 곯아떨어지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라이선스 패션지의 기자가 취재차 연락을 해왔다. 지금 서구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시무시한 섹스토이, ‘우머나이저(womanizer)’를 아느냐면서 말이다.여성용 성인용품 우머나이저. 사진=우머나이저화면에 나타난 이 인기 만점이라는 독일산 기기는 지금까지 보아온 바이브레이터나 딜도와는 전혀 다른 외양으로,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두툼하고 커다란 본체, 투박하고 촌스런 색과 미감, 그리고 느닷없이 달린 새끼손톱만 한 구멍까지. 아무리 봐도 피부 미용기, 혹은 귀에 넣어 체온을 재는 온도계 정도로 밖에 안 보였다. 그러나 해외 섹스토이 리뷰어들이나 소비자 평가는 찬사 일색이었다. “별 다섯 개. 생애 최고의 오르가즘”, “이 섹스토이만을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가 필요하다”, “섹스토이 계의 혁신. 이런 말은 10년에 한 번 할 수 있는 말이다”궁금한 마음에 설명과 사용 후기를 꼼꼼히 읽었다. 보아하니 우머나이저는 흡입(suction)을 이용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토이였다. 지금까지는 클리토리스에 직접 진동기나 섹스토이를 갖다 대 자극하는 것으로 오르가즘을 이끌어 냈다면, 우머나이저는 오로지 공기압으로 빨아들여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 제조사가 20~60대 사이의 50명의 여성에게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절반의 여성이 1분 이하의 시간에 절정을 느꼈으며, 75%의 여성이 멀티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한다. 곽유라·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한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물건을 샀고 약 한 달 뒤 기기를 받아볼 수 있었다. 직접 손에 쥐어보니, 두툼한 편이지만 한 손에 가볍게 들어 맞았다. 전원을 켜자 ‘브브브브-’ 하는 소리가 났는데, 조금 마뜩잖은 기분이 들었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손에 쥔 김에 사용 지침대로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1분도 채 안돼 지금까지 느껴온 오르가즘과는 다른 차원의, 완전 다른 세계로 튕겨 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느낌이 아닌, 아주 날것의 무언가가 온몸을 휩쌌고, 내가 생양파라도 된 양 겹겹이 싸인 껍질이 하나하나 파헤쳐지는 것 같았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감미로운 쾌감에 휩싸였던 프루스트 소설의 주인공에 비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경험은 자연스레 처음 오르가즘을 느꼈던 때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내 몸인데도 내가 제어할 수 없이 달아오르던 기억. 발끝, 종아리, 아랫배에 잔뜩 힘을 준 채, 눈을 꼭 감고 알 수 없는 격동에 온전히 내맡기던 순간 말이다. 그때로부터 적잖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렇게 숨은 느낌이 있고, 그걸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훌륭한 섹스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봤다. 멋진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씹고 삼키며 식도를 넘어가는 그 느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근사한 섹스는 혼자서건, 파트너와 함께 건 오로지 그 순간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아직 새로운 감각의 여지가 있음을 알려준다. 집중의 미덕을 독일에서 날아온 반전 매력의 섹스토이가 상기시켜 준 것이다. 아, 생각해보니 이 기기의 특징이 ‘흡입력’이구나. 사실 우머나이저는 섹스토이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제품은 아니다. 적어도 5분 이상은 공을 들여야 느낄 수 있는 것을 마치 스포츠처럼 1분 안으로 단축해버렸으니, 역설적으로 섹스의 재미를 빼앗아 갈 수 있다. 이 긴 글을 통해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처럼 오랫동안 섹스토이를 접하고 사용해온 사람들에게도 느낌을 일깨워주는 토이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물린 성생활 루틴에 질렸거나, 조금 색다른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성인용품의 세계는 무한한 감각의 바다나 다름없다. 인내심을 갖고, 섹스토이 탐험에 나서보자. 다시, 뜨거운 오르가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6.01.29 I 채상우 기자
⑦개성 넘치는 세계의 성인용품점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⑦개성 넘치는 세계의 성인용품점들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대표] “혹시 섹스토이를 보거나 사용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성인용품 구매 문의를 해오는 고객들에게 필수적으로 묻는 말이다. 어떤 답변이 나오느냐에 따라 그 상담의 진행 방향이 달라진다. 대부분 이들이 한 번도 성인용품을 사용해보지 않았다고 답하지만, 이따금 구입해 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섹스토이 유경험자들은 보통 온라인으로 사 봤거나, 해외 체류 중 현지 성인용품점을 구경해 본 경우가 많다. 인기 있는 여행지인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지에선 도심의 한가운데서 섹스토이샵을 쉽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적지 않은 수의 오프라인 성인용품점이 있지만, 손으로 꼽히는 몇 군데를 빼면 편하게 방문할만한 곳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美 쉬밥 매장 전경. 사진=쉬밥플레져랩을 운영하는 우리도 가장 긍정적인 섹스토이샵 경험은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였다. 곽 사장의 경우 미국 여행을 하다 ‘쉬밥(Shebop)’이라는 오리건의 유명한 섹스토이샵을 방문했는데, 호기심으로 가볍게 찾은 그곳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다. 넓은 통유리에 따뜻하게 비쳐 들어오는 자연광, 깔끔한 인테리어로 꾸민 매장엔 귀여운 바이브레이터부터 고급 가죽 제품, 특이하고 매니악한 물건들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매장 내 게시판엔 쉬밥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월별 교육 프로그램 안내가 붙어있었는데, 수업은‘섹스토이의 기쁨’부터 ‘오럴섹스 하는 법’까지 다양했다. 그다음부턴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도시의 성인용품점을 방문하는 것을 하나의 테마로 삼았다. 가깝게는 대만과 싱가포르, 멀게는 호주와 미국 서부, 동부 등지에서 지속해서 좋은 경험을 하는 한편, 왜 국내에는 해외처럼 누구나 맘 편히 방문할 수 있는 세련된 섹스토이 매장이 없을까 아쉬워했다. 이런 니즈가 결국 플레져랩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美 베이비브랜드 전경. 사진=베이비브랜드나의 경우 대학 시절을 보낸 시애틀에서 생전 처음으로 성인용품점을 방문했다. ‘베이브랜드(Babeland)’라는 여성 친화적인 섹스토이샵이었는데, 정말 흥미진진한 곳이었다. 우연히 가게 앞을 지나다 한눈에 확 들어오는 노란색 외관, 핫핑크색 간판을 보고 컵 케이크 샵인 줄 착각하고 들어갔었는데, 실제 무얼 파는지 알고 나서 깜짝 놀랐었다. 어쨌든 들어간 김에 이것저것 구경해봤는데, 여성 스텝들은 내 질문에 친절한 미소와 자신 있는 태도로 답변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나 말고도 다른 손님들이 몇 있었는데, 주위를 힐끔거리거나 남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골똘히 섹스토이에 몰두해 물건을 들었다 놨다 가늠해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직원이 추천한 바이브레이터를 샀는데, 그녀의 자세한 설명 덕분인지 첫 섹스토이로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고, 이후에도 그 가게에 자주 놀러 갔다.美 에로틱베이커리 제품. 사진=에로틱베이커리다니던 대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에로틱 베이커리(Erotic Bakery)’도 성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었다. 설탕 반죽으로 만든 남성, 여성의 성기를 케이크과 쿠키에 올려 판매하는 제과점이었는데, 섹스를 테마로 한 위트있는 파티용품 역시 판매했다. 케이크에 올라간 남녀의 신체 부위는 인종과 크기별로 다양했고, 곱슬곱슬한 체모 역시 구멍이 좁은 짤주머니로 짜낸 크림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재미삼아 친구 생일 선물로 남성의 성기가 우뚝 솟은 케잌을 샀는데, 계산대에서 여직원이 “페니스에 cum(정액의 속어)을 뿌려드릴까요?” 하고 물어봐서 깜짝 놀랐었다. 이내 질문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소스 병을 흔들어 끈적한 설탕 시럽을 성기 위쪽에 뿜어나오는듯이 뿌렸다. 잊을 수 없는 생일 케이크가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음이다. 플레져랩을 창업하고 비즈니스 미팅차 방문했던 샌프란시스코는 그야말로 섹스토이샵의 성지였다. 1977년부터 영업해온 지역의 터줏대감 성인용품점, 굿 바이브레이션즈는 도시 내 여러 매장을 두고 있었고, 한 지점엔 바이브레이터의 역사를 보여주는 무료 박물관도 있다. 그 외에도 BDSM(속박 플레이 및 피학-가학 성행위)마니아들을 위해 고품질 가죽 제품을 대대적으로 취급하는 곳을 포함, 다양한 섹스 판타지를 위한 물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 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獨 베아테우제 매장 모습. 사진=베아테우제그렇다면 유럽은 어떨까? 대표적인 유럽의 섹스토이 체인이자 프랑크푸르트 주식거래소에 상장된 ‘베아테우제(Beate Uhse)’는 현재 유럽 10개국에 200개 이상의 지점을 두고 있다. 오랜 섹스토이 판매와 제조의 역사를 지닌 유럽에선 생애 성생활사이클을 고려한 매장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역시 성인용품의 다양성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다. 동경의 최대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에는 아예 성인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가 건물들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에무즈(M‘s)는 무려 8층짜리 상점이다. 섹스토이의 다이소와 같은 이 공간에선 성인용품은 물론, 다양한 코스튬 및 하드 포르노까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위한 쇼핑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여러 유명 성인용품점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그 상점이 자리한 지역사회의 섹스에 대한 태도가 가게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섹스를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자 유희로 여기는 사회에서 만난 성인용품점은 분위기가 밝았고, 유머와 위트가 묻어났다.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회에서는 남성의 판타지 위주로 채운 가게가 주류를 차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오랫동안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각종 성인용품의 수입이 금지됐던 사회에선 개인이 자신의 성을 탐험하도록 장려하는 섹스샵이 아직 커뮤니티 일부로 자리 잡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서서히 섹스토이 담론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올해는 한국에도 성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다양한 물품을 제시하는 상점이 더 많이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2016.01.22 I 채상우 기자
⑥여성전용 성인용품샵 찾는 변태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⑥여성전용 성인용품샵 찾는 변태들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근데, 여자들이 하기엔 좀 위험하지 않을까?”우리가 성인용품점을 차린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 섹스토이샵은 여성이 운영하긴커녕 구매자로 들어가기에도 두려울 정도로 음습한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새빨간 ‘성인용품’이란 문구,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게 불투명 시트지로 발라놓은 유리창, 지하나 구석 자리 등 음습한 위치 등의 불안 요소가 그나마 여자들이 가지고 있던 섹스토이에 대한 호기심마저 달아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자 둘이서 성적 만족을 위한 기기를 판매하겠다니, 이상한 사람들이 꼬일 게 뻔하지 않은가. 우리는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여성들이 맘 편하게 갈 수 있는 섹스토이샵이 생기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곳은 여자가 가기엔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여자가 자신의 성욕을 탐구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세련되고 밝은 공간을 만들어 여성 스텝이 운영한다면 여태껏 성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여성들이 이를 계기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패기있게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걱정도 든 것도 사실이었다. 섹스토이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우리를 멋대로 재단하는 것은 무시하되, 신변에 따를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선 확실히 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가게 안팎을 구석구석 다 비출 수 있도록 CCTV를 여러 대 달고, 비상 버튼도 곳곳에 설치했다. 또 언제나 두 명 이상이 같이 마감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이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할 시 단호하게 판매를 거절하고, 때에 따라 법적 절차를 밟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은 길을 가며 자존감을 단단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업 후 반년, 온·오프라인으로 참 다양한 고객들을 만났다. 여성들이 우리의 주 고객층인 탓일까, 온종일 섹스토이 구매 상담을 하고 섹스를 논하면서도 불편했던 경험이 다행히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례한 경우는 다 남성 손님과 소통하다가 겪은 일이다. 이런 일화들은 피식하고 가볍게 웃을 일에서 등 뒤에 식은땀 나는 경험까지 다양하다. 한번은 멜섭(Submissive Male, 피학대성 성욕을 가진 남성) 남성의 문의전화를 받았다. 수줍은 목소리로 자신의 ‘주인님’이 입을만한 의상이나 아이템을 찾던 이 청년은 이윽고 “플레져랩 매장에서 혹시 ‘펨돔(Dominant Female, 가학성 성욕을 가진 여성)을 연결해주거나 하진 않느냐”고 물었다. 그런 커뮤니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혹시 그런 기질이 있진 않은 지 물어봤다. 새려는 웃음을 참으며 “주인님 아닙니다,” 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른 회사에선 ’주임님‘을 찾겠지만, 여기선 ’주인님‘을 찾는다고 생각하니 실소가 나왔다. 그 다음 주 정도에 또 다른 사람이 문의를 해왔다. 전립선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이후 계속 전립선 마사지를 할 기기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문자로 문의를 해왔는데, 그래서인지 질문의 뉘앙스를 바로 알아채기 어려웠다. 평범하게 제품추천과 응답 등 대화가 이어지다가 그는 물었다. “저 제가 항문 크기가 좀 걱정이 되어서요…” 여기서 감이 오려는 찰나, 이어지는 그의 문자, “죄송한데 제 항문 크기를 봐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번엔 폭소가 터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아, 그가 진심으로 자기 항문 크기를 우려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주고 싶지만, 굳게 닫힌 엉덩이 사진을 보고 과연 우리가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가 자신의 신체를 우리한테 보여주고 쾌감을 느끼려 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앞의 사례들은 ‘귀여운’ 정도지만, 식겁했던 일도 있었다. 한 남성이 집요하게 가게로 연락해온 일이 있었는데 말이 안 통해서 정말 곤혹스러웠다. 며칠간 계속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전화로, 카톡으로, 온라인 게시판으로 접근해왔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같은 사람이었다. 구매 문의를 빙자해 우리에게 반응을 끌어내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 같아 심히 불쾌했다. 결국, 한번 더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최종 통보를 했는데, “아뿔사” 이 사람은 우리가 문자로 통보를 한 당일 저녁 합정역 매장으로 찾아왔다. 경비업체와 경찰이 달려왔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이제는 서너 마디만 나눠봐도 물건 구매가 목적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느낌이 바로 온다. 어쩔 수 없이 방어적이 되는데, 해가 진 후 조금 미심쩍어 보이는 남자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면 맞이하는 동시에 휴대용 비상 버튼 쪽으로 손이 먼저 간다. 절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우리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비틀린 성욕 충족의 엑스트라로 삼는, 남의 업(業)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마주치게 될 무뢰한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성인용품을 파는 여성뿐 아니라 그 어떤 여성도 성희롱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의 상식이 될 때까지, 우리는 웃으면서 섹스토이를 팔 것이다.
2016.01.15 I 채상우 기자
섹스에 대해 말하고 싶을 때
  • [두 여사장의 性 이야기]섹스에 대해 말하고 싶을 때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람들은 섹스를 얼마나 자주 논할까? 얼핏 보면 성 담론은 매우 흔한 것처럼 느껴진다. 일상에서 종종 친구들과 섹슈얼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유명인의 섹스 가십을 소비하기도 하고,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광고와 뉴스 머리기사들을 어디에서나 마주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작 감춰둔 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는 드물다. 섹스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에 성숙한 접근이 어려운 것이다. 온종일 성인용품 구매 상담을 돕는 플레져랩 직원들은 고객들로부터 다양한 성적 고민과 질문을 듣는다. 전화로 상담을 청해오는 것은 보통 중년의 여성들인데, 목소리에서부터 망설임과 설렘이 묻어난다. 오랫동안 섹스에 대해 함구해온 이들은 친구나 파트너에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완벽한 타인인 우리에게 속마음을 내비치는 게 되려 편한 것이다.곽유라·최정윤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어렵게 용기를 낸 그들을 안심시키고 사연을 듣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섹스토이 사용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반대로 노골적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명랑한 목소리로 그녀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거울로 본 적이 있는지, 자위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 묻는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처음엔 당혹스러워하지만, 이내 자신들의 속사정을 말하기 시작한다. 보통 10분에서 30분, 간혹 한 시간 가까이 통화를 하기도 하는데, 많은 이들이 고마움을 표하고 심지어 기프티콘 등 선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매번 상담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사람들은 섹스에 대해 말하기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억누르는 게 예의 바르고 정숙한 것이라고 학습해왔기에 더더욱 쌓인 것이 많다. 섹스토이 구매를 계기로 연락해온 이들은 그간 회피하기만 했던 자신의 욕구를 직면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섹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사람을 퇴폐적으로 만들기는커녕 건강하고 당당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있었다. 10년 전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나(최 사장)는 여성 성기를 소재로 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한 꼭지를 맡아 무대에 선 적이 있다. 이 연극은 대학 캠퍼스 내 여성 폭력 추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직접 제작을 한 것이었는데, 본격 연습에 돌입하기 전 모놀로그를 한 개씩 맡은 여학생들, 그리고 연출을 맡은 스텝들까지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과 왜 이 연극에 참여했는지에 대해 나눌 기회가 있었다. 넓은 강의실에 모여 원을 그리고 앉은 이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자신이 얼마나 섹스를 좋아하는 지에 대해서, 누군가는 성폭력 피해 경험에 대해서,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 역시 처음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던 것을 더듬더듬 늘어놓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서로를 북돋워 주는 편안한 자리였기에 무사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이후 연극을 준비하는 동료들과 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하며 움츠러들었던 태도가 당당해지는 걸 느꼈고, 섹스에 대해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곽 사장과 내가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친구들 사이에서 섹스토이에 대해 말하는 유일한 또래였기 때문이다.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탐험할 공간이 없음을 한탄하던 우리는 결국 함께 플레져랩을 창업했고, 이 공간을 단순히 섹스토이를 사고파는 매장이 아니라 여성들이 안심하고 섹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가꾸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작년 추석, 플레져랩 매장에서 영화 상영회와 섹스 토크를 겸한 ‘오르가즈믹 무비 나잇’을 열었다. 인류 최초의 바이브레이터 발명기를 그린 영화 ‘히스테리아’를 같이 관람하고, 우리를 제외한 열 몇 명의 여성과 함께 둘러앉아 섹스 취향부터 성 건강까지 다채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나눴다. 각양각색의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마음을 열고 의견을 들려준 덕분에 매우 즐겁고 유쾌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누구나 섹스에 대해 말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만약 성과 관련해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다면 상담을 청할 수 있는 안전한 커뮤니티를 찾아가길 권한다. 또 당신을 아끼는 사람, 또는 파트너와 섹스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한 대화를 해보자. 성적 취향과 호기심에 대해, 부끄러움에 대해, 두려움과 무력감 등 차마 말하기 어려운 것까지 말이다. 용기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길 바란다. 문제가 있다면 발화를 통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인지를 하게 되고, 호기심이 있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으론 당신 역시 좋은 ‘들어주는 이’가 되어야 한다. 편견은 접어두고, 상대가 마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자. 만약 당산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문제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해도 좋다. 섹스에 대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자신의 모습과 욕망을 발견하는 한편, 지지가 필요한 이에게 아군이 되어주자. 장담컨대 당신에게 해방감을 줄 것이다.
2016.01.10 I 채상우 기자
세계 1위 콘돔왕 "여가부의 정책은 음란한 폭력" 일침
  • 세계 1위 콘돔왕 "여가부의 정책은 음란한 폭력" 일침
  •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낙태율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콘돔을 자유롭게 구매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매우 비합리적인 정책입니다.”세계 콘돔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유니더스의 김성훈(44·사진) 대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콘돔 규제에 대해 이같이 비난했다. 김성훈 유니더스 대표. 사진=유니더스콘돔 판매 규제 이슈는 본지가 지난달 14일 '청소년 섹스는 합법, 쾌락은 불법..여가부의 자가당착' 기사를 내보낸 이후 불거졌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에게 일반콘돔만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밖의 콘돔에 대해서는 ‘청소년이 성관계를 즐길 수 있고 몸에 자극이 간다’는 이유로 청소년 구매를 원천차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청소년 피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년 수많은 태아가 낙태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김 대표는 “여가부는 콘돔을 음란한 물건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콘돔은 ‘섹스토이’가 아니라 ‘의료기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의료기기를 음란하게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콘돔 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가부의 정책과 같이 시대착오적인 의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은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라며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 낙태를 하고 성병에 걸리는 것을 무릅쓰고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여가부의 정책이야말로 음란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했다. 그가 정부 정책에 대해 당당하게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이유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업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제표준규격(ISO)에서 정한 여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위해 공장을 수시로 방문해 확인하는 것은 물론 몇 개의 불량품만 생겨도 그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량 폐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니더스(You Need Us)라는 사명 그대로 세상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며 “콘돔산업의 부흥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973년 김 대표의 부친인 고(故) 김덕성 전 회장이 설립한 유니더스는 지난해 연간 3억3000만개의 콘돔을 생산하는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입찰에 부치는 세계시장 물량의 30%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83억원이며 직원 수는 123명이다. 충북 증평군과 중국 장쑤성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잘 나가던 유니더스에도 위기는 있었다. 2012년 이후 중국 저가 콘돔의 공세와 기상이변으로 인해 원료가 되는 라텍스 가격이 해마다 두 배씩 상승하면서 경영실적이 악화됐다. 다행히 내년부터 라텍스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찾아갈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강화하면서 경영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진단이다. 유니더스 경영실적 추이. 자료=금융감독원최근 유니더스는 ‘울트라신’이라는 제품을 출시하고 MC 겸 개그맨인 신동엽을 모델로 발탁했다. 평소 성에 대한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를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콘돔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은 줄이고 친근감은 높이겠다는 취지다.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콘돔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60억달러(한화 7조308억원)로 매년 15%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니더스는 지난 2005년 중국 장쑤성에 연간 최대 5억2000개의 콘돔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콘돔이 한·중 FTA에 따라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으로 향후 시장 확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산하 제한 정책이 철폐된 만큼 인구수 증가로 더욱 많은 소비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그는 “지난주 광저우에 연간 1억개 콘돔을 판매하는 광저우 리쳉 트레이드라는 회사에서 초박형 제품 구매 문의가 들어온 상황”이라며 “고품질 제품을 원하는 중국 유통 기업들로부터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유니더스가 제2의 도약을 하는 해가 될 것이다. 신규 사업 아이템을 속속 출시해 세계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전진할 것”이라며 “올해도 20% 이상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더스가 국가의 대표적인 브랜드 구축에 힘쓰고 있는 만큼 정부도 지금까지 견지해온 잘못된 상식에서 벗어나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높여 기업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6.01.06 I 채상우 기자
④구석기 시대에도 섹스토이가?
  • [두 여사장의 性 이야기]④구석기 시대에도 섹스토이가?
  • 독일 중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울름 인근에 있는 한 동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딜도. 사진=독일 튀빙겐대 연구팀[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성적 만족을 위해 쓰는 다양한 기구들은 누가 생각하고 만들어낸 것일까? 진열대에 죽 놓인 각종 섹스토이를 보노라면 새삼 감탄스러울 때가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진동기, 살아있는 듯 유연하게 움직이는 토이,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까지.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꾸준히 변화해 온 섹스토이엔 인류의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지금까지 발굴된 섹스토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독일의 한 동굴 근처에서 발견된 실트암 딜도(성적 만족을 위한 삽입형 기기)다. 20cm짜리 남근 모양 딜도의 제작연도는 약 3만 년 전. 구석기 시대에도 누군가는 도구를 이용해 기쁨을 찾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 혹은 그녀가 매끈한 돌을 발견하고 ‘이거, 딱 인데?’라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난다.고대 그리스 화병이나 중국 춘화 등의 미술 작품은 물론, 셰익스피어의 희극에도 섹스토이는 등장한다. 주로 딜도는 나무나 돌멩이 등의 소재였지만, 17세기부터는 유리 딜도가 등장하며, 1880년경 한 영국 의사가 인류 최초의 전기 바이브레이터를 발명한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재봉틀이나 토스터와 함께 팔리던 가전 기기 중 하나가 바이브레이터였을 정도로 오르가슴을 위한 진동기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100년이 더 지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섹스토이 업계는 활기차다. 시장의 규모는 매년 성장하고 있고, 전 세계 섹스토이 제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폭발적 소비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온갖 크기와 디자인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물론 무선 원격 제어 토이, VR(가상현실)을 이용해 실제 섹스 느낌을 구현하는 제품 등 창의성과 기술력이 돋보이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매년 상하이, 하노버,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성황리에 열리는 성인용품 박람회에선 섹스토이의 미래에 대해 전망해 볼 수 있으며, 업계 관계자들 역시 워크숍 등을 통해 자신의 시각을 나눈다.플레져랩 역시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주 미국에 다녀왔다. 미 서부의 대도시를 돌며 다양한 섹스토이샵을 방문하고 제조사와 미팅을 했는데, 성인용품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곽유라·최정윤 플래져랩 대표.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목걸이형 바이브레이터로 유명한 크레이브(Crave)의 공동 창립자, 마이클 토폴로박(Michael Topolovac)을 만났다. 셔츠에 청바지, 덥수룩한 수염의 캐쥬얼한 차림으로 우릴 맞은 마이클은 스탠퍼드 출신으로, 원래는 성인용품이 아닌 수중 촬영을 위한 조명 및 자전거 조명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해 성공을 거둔 바 있었다. 이를 거치며 효과적인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만든 그는 여성 친구들의 불만을 듣다가 고급 목걸이형 바이브레이터의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고 했다. 4년 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1억 원으로 시작한 크레이브는 현재 전 세계의 도, 소매상에 납품 중이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열린 공간엔 2~30대 직원들이 각자 할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3D 프린터기에선 여러 디자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거대 섹스토이 제조사들이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을 향하는 요즘, ‘Made in U.S.A.’의 신뢰를 주기 위해 모든 공정을 미국에서 한다는 크레이브에서 그들의 철학과 패기가 느껴졌다.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거대 섹스토이 업체 지미제인(Jimmy Jane)의 창립자 역시 존스 홉킨스 대학 출신의 엔지니어다. 2013년 베벌리 힐스에서 열린 성인용품 간담회에 패널로 참여한 그는 자신과 같은 ‘업계 아웃사이더’들이 신선한 시각을 가져올 것이라 예언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 가장 기발하고 세련된 물건을 내어놓는 이들은 산업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설립한 회사들이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디자인하고 만들던 이들이 섹스토이 제조를 맘먹을 때 무궁무진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이러한 기술 개발을 환영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에는 ‘딜도 깎는 장인’들이 만든 수제 나무 딜도만을 판매하는 회사도 있고, 흡입(suction)기능을 이용해 1분 아래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기기도 있고, 섹스시 몇 번 피스톤 운동을 했는지, 몇 칼로리를 태웠는지 스마트 기기 앱에 자동으로 입력해주는 웨어러블 섹스토이도 있다. 무엇을 택할지는 구매자의 취향에 달렸다.성인용품 제조 후발주자인 한국은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지라 아이디어와 실력을 갖췄어도 ‘죽으라 공부해서 결국 섹스토이 따위’ 라는 시선이 두려워 도전을 꺼린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실용성 있고 재치 넘치는 신개념 섹스토이를 만나보기를 희망해본다. 앞으로도 성적인 즐거움을 위한 제품 개발은 활발히 이어질 것이다. 3D 포르노와 가상현실 섹스 기기는 이미 도래했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A.I.의 섹스 로봇이 가까운 미래로 다가왔다. 이런 최신 기술을 집약한 결과물들이 불러올 여러 도덕적 질문들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좋든 싫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2016.01.01 I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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