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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마감]美 코로나 대응책 기대감에 반등…1960선 회복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코스피 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전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 확산과 유가전쟁 우려로 급락한 지 하루 만에 반등한 것이다. 전날 1950선까지 내려앉았던 지수는 하루 만에 1960선을 회복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경제분야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방안을 내놓거나,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의 순매도세에도 기관과 개인의 동반 순매수가 이어지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상승 마감했다. 자료=마켓포인트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16포인트(0.42%) 오른 1962.93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장 초반부터 하락 출발했으나 오전 10시를 전후로 보합권에서 반등과 하락을 반복한 끝에 상승한 것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은 “요즘 아시아증시랑 미국이랑 엇박자가 나고 있는 데다 각국이 코로나19발(發) 증시 폭락에 대한 대책들을 내놓은 영향을 받아 지수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우리나라는 공매도 제한이 발표됐고, 미국은 코로나19 대응 관련 경제조치에서 잠재적으로 남아 있던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관세를 낮출 카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시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이날 실제로 중국 상해종합지수를 비롯해 일본 니케이, 홍콩 항셍 지수 등은 모두 1% 이상 상승했다. 수급주체별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6116억원, 3096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전일 역대 최대 순매도치(1조3125억원)를 기록한데 이어 이날도 1조원에 가까운 9867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과 비차익을 합쳐 4266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업종별로는 의약품, 전기·전자, 서비스업, 화학, 제조업, 증권, 의료정밀 등 순으로 상승했다. 반면 전기가스업과 종이·목재, 보험 등은 2%대 하락했고, 운수장비, 은행, 금융업 등도 내렸다.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네이버(035420), 셀트리온(068270) 등은 올랐다. 특히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2%대 상승했다. 반면 LG화학(051910), 현대차(005380), 삼성SDI(006400) 등은 하락했다. 삼성전자우(005935)는 변동이 없었다. 개별종목별로는 부광약품(003000),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 등은 상승폭이 컸고, 하나니켈1호와 삼성 Cushing 에너지인프라 MLP ETN, 삼성 Alerian 에너지인프라 MLP ETN 등은 하락폭이 컸다. 이날 거래량은 6억2824만주, 거래대금은 8조8999억9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1개를 포함해 총 318개 종목이 상승했고, 하한가 1개 종목을 포함해 총 522개 종목이 하락했다. 65개 종목은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 [코스닥 마감]美 부양책 기대감에 사흘만에 상승
- 10일 코스닥 지수 흐름(출처: 마켓포인트)[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스닥 지수가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지만 장중 미국의 감세 등 경기부양책이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완화된 영향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인도 등을 제외하고 국내 증시는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7포인트, 0.87% 상승한 619.97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만에 상승세다. 간밤 뉴욕증시는 7%대 급락하는 등 사상 첫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할 정도로 폭락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감세안을 발표하는 등 코로나19와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하겠다고 밝히자 투자심리가 완화됐다. S&P500지수 선물 등은 3%대 상승세를 보였다. 수급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75억원, 1134억원 동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와 보험이 각각 1466억원, 7억원 가량 순매수를 보였고 나머지 기관투자가들은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는 1249억원 매도세를 보였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과 비차익을 합해 48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상승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1%대, 에이치엘비(028300)가 6%대 올랐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6%대 상승했다. 펄어비스(263750), 헬릭스미스(084990)는 4%대 오르고 스튜디오드래곤(253450), 원익IPS(240810), SK머티리얼즈(036490)도 2%대 올랐다. CJ ENM(035760)은 0.34% 상승했다. 휴젤(145020)은 1% 미만의 하락세를 보였다. 씨젠(096530), 코미팜(041960)은 각각 12.90%, 10.02% 하락했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진매트릭스(109820)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네오플렉스 COVID-19’의 유럽 체외진단시약(CE-IVD) 인증을 획득했다는 소식에 호재로 작용했다. 업종별로도 상승 우위 흐름이다. 일반전기전자, 운송장비 및 부품이 3%대 오르고 통신장비, 반도체 등이 2%대 상승했다. 유통, 기계장비, 비금속, 오락문화, 인터넷, 디지털컨텐츠, 소프트웨어 등은 1%대 올랐다. 반면 섬유의류 3%대, 컴퓨터서비스와 제약은 각각 2%대 하락했다. 운송, 금속 등은 1%대 미만의 약세다. 이날 거래량은 14억1551만4000주, 거래대금은 9조5121억1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대금은 2018년 1월 19일(9조7088억8500만원) 이후 2년 2개월만에 최대치다. 상한가 4개 종목을 포함해 655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개를 포함, 620개 종목이 하락했다. 137개 종목은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 코스닥, 美 감세안 등에 장중 상승 전환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스닥 지수가 장중 상승세로 전환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감이 여전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세안 등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누그러진 영향이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전 거래일보다 3.04포인트, 0.49% 오른 617.64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600선 초반에서 개장, 전 거래일보다 1% 가량 하락했으나 10시반께 상승세로 전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급여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경기 대응책을 발표한 영향이다. 이에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이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수급으로 보면 개인이 1000억원 가량 순매도세를 보이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54억원, 719억원 순매수중이다. 기관 중에선 금융투자가 780억원, 연기금 등이 5억원 가량 순매수중이다. 나머지는 순매도세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과 비차익을 합해 978억원 순매도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6원 가량 하락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상승세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보합권에서 거래되고 있고 에이치엘비(028300), SK머티리얼즈(036490), 메디톡스(086900)는 2%대 상승세다. 펄어비스(263750)는 4%대 오른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3%대 상승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253450), 원익IPS(240810)는 1%대 오름세다. 반면 씨젠(096530)은 2%대 하락하고 제넥신(095700)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씨젠(096530)은 장중 11%대 상승했으나 곧바로 하락하는 등 급등락폭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업종이 강세다. 일반전기전자, 운송장비 및 부품, 오락문화, 음식료담배, 통신서비스 등이 1%대 오르고 IT종합, 방송서비스, 디지털컨텐츠,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반도체, IT부품 등이 강세다. 반면 컴퓨터서비스가 2%대 하락하고 정보기기, 건설, 운송, 유통, 금융 등은 약세다.
- 23년 만에 뉴욕증시 멈춰 세운 코로나19…다우, 2000P 대폭락
- 사진=AFP[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뉴욕증시가 기록적인 대폭락을 연출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와 이로 인해 촉발된 국제유가의 폭락이라는 ‘쌍끌이’ 악재가 뉴욕증시 3대 지수에 직격탄을 날리면서다.뉴욕증권거래소(NYSE)는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013.76포인트(7.79%) 추락한 2만3851.02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러한 하락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225.81포인트(7.60%)와 624.94포인트(7.29%) 주저앉은 2746.56과 7950.68에 장을 마감했다.증시는 시작부터 속절없이 무너졌다.S&P 500지수가 이날 오전 9시30분 개장과 함께 폭락하더니 약 4분 만에 거래가 중단됐다. 주가가 과도하게 등락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탓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거래가 멈춘 건 1997년 10월 이른바 ‘피의 월요일’ 이후 약 23년만에 처음”이라고 썼다.시장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5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밤 기준 300명 수준이었던 데서 거의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사망자는 22명이었다. 금융 중심지인 뉴욕주(州)에선 감염자 100명을 돌파, 워싱턴주(13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감염자를 보유한 주가 됐다.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공조체제’ 균열에 이어 ‘유가 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진 점도 악재였다.지난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는 지난 6일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추가 감산은 물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기존 감산합의 연장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에 사우디는 4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의 가격을 낮추는 한편, 내달부터 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는 동시에, 유가 폭락을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됐다.실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4.6%(10.15달러) 미끄러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0달러 선을 겨우 지켰다. 이러한 낙폭은 일일 기준으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후 최대치다. 앞서 WTI는 지난 6일에도 10.1% 폭락한 바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 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3.83%(10.79달러) 급락한 34.48달러에 거래 중이다.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사우디의 OPEC과 러시아는 명백하게 ‘유가전쟁’을 시작했다”며 오는 2분기·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30달러로 하향 조정했으며, 20달러대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오는 12일까지 기존 1000억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간물 레포 한도도 기존 200억달러 수준에서 45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레포 거래를 줄여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뉴욕 연은은 “(은행들의) 준비금이 충분히 유지되고 정책 시행에 역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다. 서킷브레이커 이후 15분 만인 이날 오전 9시49분께 뉴욕증시는 다시 개장했지만, 3대 지수는 끝내 7%대의 폭락장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백악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백악관 고문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급 병가, 중소기업 긴급 자금지원 등 정책 변경 목록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목록엔 여행·관광·서비스업 등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에 대해 “세금 유예·현금 투입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은 “백악관 참모들은 오후 늦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기부양 대책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했다.백악관은 또 내일(11일)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이 불러온 증시폭락에 대응하고자 월가 경영진들을 불러 회의를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도 크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증시호황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의 흐름을 놓고 다투고 있다”며 “이것과 가짜뉴스가 주가 급락의 이유”라고 썼다. 증시폭락의 책임을 가짜뉴스와 유가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시장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공포와 관련, “어느 것도 폐쇄되지 않고, 삶과 경제는 상승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고, 유가급락에 대해서도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다. 이는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라며 되레, 미국민들에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안전자산으로의 회피는 더욱 뚜렷해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0.3%대로 수직 하락했고, 30년물 금리도 한때 1%를 밑돌았다. 월가(街)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9.85% 급등했다.
- 트럼프의 시장 달래기…"주가폭락, 가짜뉴스·유가전쟁 탓'
- 사진=AFP[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폭락과 관련,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의 흐름을 놓고 다투고 있다”며 “이것과 가짜뉴스가 주가 급락의 이유”라고 밝혔다. 증시폭락의 책임을 가짜뉴스와 유가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은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CNN방송 등 주류 반(反) 트럼프 매체가 코로나19의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면서 증시 폭락을 불러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대응에 실기했다는 이들 매체의 보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난해 3만7000명의 미국인인 일반적인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 이는 매년 평균 2만7000명에서 7000명 사이에 있었다”며 “어느 것도 폐쇄되지 않고, 삶과 경제는 상승한다.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546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고 22명이 사망했다. 이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썼다. 반 트럼프 매체의 코로나19 공포가 과도하다는 뜻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또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관련 언급은 지난주 말 사우디의 유가 인하 및 증산 결정을 지칭한 것으로 분석된다.앞서 사우디와 러시아 간 ‘공조체제’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지난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는 지난 6일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추가 감산은 물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기존 감산합의 연장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에 사우디는 4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의 가격을 낮추는 한편, 내달부터 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는 동시에,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이 소식에 브렌트유는 국제원유시장에서 30%나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도 27%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 변동 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 폭락을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 위한 ‘유가 전쟁’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현재 WTI·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20%대 폭락한 상황에서 거래 중이다.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다. 이는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라며 유가 폭락이 되레, 미국민들에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코로나19공포와 유가폭락이라는 ‘쌍글이 악재’에 휩싸이며 개장 직후 폭락세를 보였다. 오전 9시30분 개장 약 4분 만에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주가가 과도하게 등락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인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시장 불안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서킷브레이커 이후 15분 만인 이날 오전 9시49분께 뉴욕증시는 다시 개장했지만, 3대 지수는 여전히 5~6%대의 폭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러-사우디 '죽느냐 사느냐' 치킨게임 총성..세계경제 혼돈 속으로
- 사진=AFP[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만약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감산을 하지 않아도 좋다”. 미국 석유정보회사 에너지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직후 호텔로 돌아온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사우디 지도부(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로 추정)로부터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전날 러시아가 OPEC의 추가 감산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데 따른 지시다. 다음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압둘아지즈 장관과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후,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박 장관은 “4월 1일부터 OPEC의 감산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는 증산을 시작할 것이다. (증산은) 좀 더 빨리 시행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맞불을 놓았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8일 2017년부터 유지해온 감산 협약을 이달부로 종료하고 4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970만배럴에서 1000만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아시아에 대한 4월분 아랍경질유 선적분의 공식판매가격(OSP)을 3월보다 배럴당 6달러, 미국에 대해서는 8달러, 유럽에 대해서는 8달러씩 내리겠다고 밝혔다. ◇석유가격 30달러 밑돌아…“20달러 시대 올 것”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공조체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감돌던 유가시장은 우려했던 석유전쟁이 현실화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한국시간 9일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 원유 선물거래가격은 배럴당 31.02달러로, 전날 대비 배럴당 14.25달러(31.5%)나 대폭락했다. 1991년 1월17일 걸프전쟁 발발 이래 최대 하락폭이고, 2016년 2월12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거래가격도 이날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역시 1991년 1월 걸프전쟁 이후 최대 하락폭이고, 2016년 2월 22일(32.61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미 코로나19로 올해 석유 수요가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은 사실상 ‘누군가 포기할때까지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우디 전세계 산유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산유국이다. 2위는 미국, 3위는 러시아다. 두바이 최대은행 에미리트NBD의 에드워드 벨 상품분석가는 “산유국들이 증산 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이제 가격 전쟁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추가 감산 논의가 (증산이라는) 놀라운 반전으로 나타났다”고 평했다.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하루 평균 생산량을 1100만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도 사우디는 하루 평균 산유량을 1250만배럴까지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증산 규모는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원유컨설팅업체 드래고맨벤처의 알리 케데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에 “2020년 유가 2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락,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도시장은 이번 유가 급락이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기업의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다 저성장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수요 감소,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국가간 교역량 위축,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성장 둔화까지 겹치면서 이미 적지 않은 에너지 관련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이 악화해 파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산업이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제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유가는 사우디가 배럴당 78달러, 아랍에미리트(UAE)가 68달러, 이라크가 59달러이다. 중동·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 11개국 모두 실질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유가보다 훨씬 아래 유가가 형성돼 있다. 2020년 예산의 전제가 되는 원유 가격을 42.40달러로 설정한 러시아 역시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러시아 루블과 캐나다 달러 등 산유국 통화가 크게 하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1달러 대비 73달러까지 하락하며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였으며 달러화 대비 캐나다달러 가치도 1.38캐나다 달러를 기록, 2018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사우디를 비롯해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적용하고 있는 대다수 중동국가 역시 자국 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달러를 팔아서 자국 통화를 사는 외환 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이 글로벌 경제의 또 하나의 ‘블랙스완’(검은 백조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아시아증시 시장은 일제히 폭락,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 엔화 가격은 상승했다. 케데리 CEO는 “코로나19로 거대한 지정학적 불안에 시달리는 시장에 국제적 감산 공조 와해가 원투펀치를 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