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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기대와 우려
-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매도한 뒤 ‘위안부’ 문제가 격랑에 휩싸였다. 논문 비판 성명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의 입맛에 맞춘 역사수정주의자들은 ‘학문적 자유’로 옹호하고 나선 것.오는 8월 14일이면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내에 알려진 지 꼭 30년이 된다. 이용수 할머니가 “김학순 언니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며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달라고 공개 요청하면서 올해 30주년을 맞은 위안부 인권 운동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그래픽= 김정훈 기자)◇‘위안부’ 배상 판결 승소했지만…日 항소하지 않고 무시국제법학계에서는 이 할머니가 “마지막 소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한 위안부 ICJ 회부안을 놓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ICJ는 유엔의 주요 사법기관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ICJ의 판결을 따를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ICJ에 한 번도 소송을 해 본 경험이 없다. 정부도 그동안 내부적으로 파악만 했고 이번에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ICJ 회부안이 국내 위안부 인권 운동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만 봐도 그만큼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다.기본적으로 ICJ는 양국 간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넘기는 것은 비정상적인 예외 사례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의 동의 없이 위안부 문제를 넘기면 ICJ는 보도자료 배포 외에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제출한 소장이 사건으로 정식 등록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국제법학자는 “외교적 작업이나 법적 근거 없이 ICJ에 일방 회부하자고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오히려 진지한 문제 해결 의지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그럼에도 이 할머니가 대표로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가 국제법에 따라 국제법정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루자고 제안한 것은 이를 최후의 수단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도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며 “이제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일본 정부는 항소도 하지 않고 무시했다. 이 판결의 파장에 이 할머니가 원고인 재판은 법원이 추가적인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13일 예정됐던 1심 선고가 미뤄졌다. 이에 추진위는 “일본 정부는 그냥 일개 한국 국내 법원의 판결로 여기고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국제법정에서 다룰 것을 제안했다.이제 시간이 없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최고령자였던 정복수 할머니가 지난 12일 별세하면서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15명이다.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눈사람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이용수 할머니 측 “충분히 승산”…패소하더라도 일본 만행 기록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해 얻는 이득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추진위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ICJ에 일본인 재판관이 1명이 있지만, 한·일 양국 간 법적 분쟁이 회부되면 한국도 임시 재판관 1인을 임명할 수 있다. 우리 입장을 지지하는 국제법 전문가를 이 자리에 앉히면 일본 출신 재판관보다 더 잘 해낼 수도 있다고 본다.또 추진위는 2014년 호주가 일본의 무리한 고래잡이를 문제 삼아 제기한 ‘국제포경규제협약 위반’ 소송(호주 승소), 2019년 4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의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관련 사건(한국 승소) 등 일본의 패소 사례를 꼽으며, ICJ에서 한국이 특별히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추진위 쪽 법률자문을 맡은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국내 법원의 판결은) 금전배상을 명령하는 것에 그쳐 일본의 진정한 법적 책임 인정, 역사교육 반영 등 피해자 인권 구제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ICJ에서 패소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과거 행한 전쟁범죄와 전시 성폭력 사실을 법적으로 기록상 명확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韓 주도 ICJ 회부, 득보다 실 多…다른 과거사 문제 ‘불똥’ 우려반면 국제법학계는 ICJ 회부안이 양국 합의로 되더라도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유리한지 불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유엔의 보고서 등으로 이미 국제사회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30년 동안 쌓인 피해자의 ‘증언’이 있고 생존자도 있다. ICJ에서 사실관계를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오히려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아 우리가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일본이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1965년의 ‘청구권협정’, 주권 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등을 내세워 “한국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프레임 덫에 걸릴 위험이 크다. 이 점은 추진위도 “절차적으로는 개인 배상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포기됐고, 한국 법원은 일본의 주권면제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들의 개인 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포기되고, ‘일본의 주권면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허용한다면 그 폐해는 실로 심각할 것”이라며 “사죄, 진상규명, 역사교육, 기념관 설립 등의 비금전적 법적 의무는 소멸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도출해내지 못한다면, 피해자들이 얻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지금까지의 성과(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2021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일본군 위안부 판결)까지를 모두 무(無)로 돌려버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 법원의 확정 판결이 효력이 있는지를 우리 정부가 나서서 다른 기관에 물어보게 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무엇보다 독도 등 다른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본은 1950년대부터 일관되고 집요한 방식으로 독도 문제 ICJ 회부를 주장해왔는데 결국 일본의 독도 ICJ 회부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추진위는 “별개 사안인 독도 문제까지 ICJ에 넘길 법적 의무는 전혀 없다”며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국제법학계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이 꺼리는 문제를) ICJ에 회부하자고 설득하면 결국 일본 역시 (한국이 분쟁화를 꺼리는) 독도문제를 ICJ에 회부하자고 주장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며 “우리 정부가 선제로 ICJ에 해당 사건을 갖고 갈 이유는 없으며, 일본이 제소할 때 깊이 있는 고민과 철저한 준비 하에 필요하다면 한국이 같이 응소하는 것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독도(사진=이미지투데이)
- "나는 언제쯤 접종할까?"…2분기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은?
-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시작됨에 따라 일반 국민은 언제쯤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보건소에는 이미 자신이 언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현재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공급 물량을 보며 매월 예방접종 대상자를 정하고 접종 대상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요양병원·요양시설의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27일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진, 3월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고위험의료기관과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등의 경우 2~3월 예방접종계획에 따라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또는 2개월 단위 예방접종계획은 당국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종합계획을 세우며 정한 전 국민 순차 무료 예방접종에 따르면 2분기에는 노인재가복지시설의 이용자와 종사자, 일반 의료기관과 약국의 종사자 등이 접종 대상이 될 전망이다. 2분기 접종대상에는 만 65세 이상 일반 국민도 포함돼 있다. 또한 2분기에는 요양병원과 시설의 만 65세 이상 입원·입소자에 대한 접종도 진행될 예정이다. 3월 말과 4월 초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만 65세 이상 효과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반 성인에 대한 접종은 3분기가 돼야 시작될 전망이다. 이 역시 성인 만성질환자와 50~64세 성인부터 먼저 접종한 후, 군인과 경찰, 소방관과 사회 기반시설 종사자, 소아·청소년 교육과 보육시설 종사자 등이 우선 접종을 하게 되고 그 이후 18~49세 성인의 차례가 된다. 현재 소아·청소년은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화이자 등이 만 16세 이상 등을 백신 접종 대상자에 포함하고 있어 우리 역시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청소년을 접종대상자에 포함하게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 같은 백신 접종 순서는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어 백신 공급 물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만약 백신 공급이 늦어진다면 접종 역시 미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처럼 백신 효과 문제가 불거지면 특정 나이대 또는 질환자가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6일 접종을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7만 도즈를 28일까지 출하하고, 26일 화이자 백신 11만7000 도즈를 인천공항을 통해 공급받는다. 이 외에는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3월 말 화이자 백신 50만명분(100만 도즈)을 공급받기로 했고, 2분기 내 300만명분(600만 도즈)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 외 2분기부터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4000만 도즈), 노바백스 2000만명분(4000만 도즈), 얀센 600만명(600만 도즈)분을 공급받기 시작하며 화이자의 나머지 물량 950만명분(1900만 도즈)가 3분기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또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2월 말 화이자 11만7000 도즈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259만6800 도즈 등 상반기 총 271만 도즈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부작용·이상반응' 괜찮을까
-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26일 오전 9시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백신 부작용 부분이다. 백신을 예방접종한 후에는 두통과 발열, 메스꺼움 등 가벼운 증상부터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이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알레르기성 쇼크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증상까지 다양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접종만큼이나 접종 후 관찰이 중요하다. 이에 백신 접종 후에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최소 15분 이상을 증상을 관찰해야 하며, 만약 알레르기가 있다면 30분을 기다려 반응을 살펴야 한다. 먼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예방접종 후 발열이나 두통 등 흔히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대부분 수일(3일) 이내 증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추진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접종부위 통증이나 부기, 발적 등의 국소반응이나. 발열, 피로감, 두통, 근육통, 메스꺼움ㆍ구토 등의 전신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처럼 접종 후 흔히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대부분 수일(3일) 내 증상이 사라진다.접종부위 통증이나 부기는 차가운 수건을 접종 부위에 대거나 근육통, 피로감 등 전신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그러나 알레르기 반응(두드러기나 발진, 얼굴이나 손 부기)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39도 이상 고열이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상반응의 증상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정도로 심해지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쇼크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등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119로 연락하거나 가까운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 특히, 예방접종 후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지만 접종 후 수 분내 발생하고, 급격히 진행하는 응급상황으로 의료기관의 관리 및 대응이 중요하다.추진단은 접종기관과 응급의료기관에 에피네프린 등 응급의약품 등을 비치하고, 소방청과 협조 체계를 통해 이상반응 환자 발생 시 긴급이송을 하도록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상반응이 걱정되는 경우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이상반응 증상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고, 대처법도 안내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이상반응을 신고할 수도 있다. 추진단에 따르면 최근까지 해외(미국, 영국 등)에서 보고되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의 일반적인 이상반응으로는 접종부위 통증 및 발적, 두통, 피로감이나 발진 등 피부증상이 있으며, 대부분 접종 후 1~2일 이내 발생해 며칠 이내 사라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중증 이상반응으로 보고된 안면마비, 사망사례 등은 백신과의 인과성이 보고되지 않았고, 면역학적 과민반응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접종받은 자에서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공동취재단]
- 코로나19 백신, 어떤 절차로 맞나요?…"접종 후 바로 서지 마세요"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26일 오전 9시부터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 관심이 쏠린다.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안내’ 및 ‘예방접종 예진표’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기존의 다른 예방접종과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조금 더 신경 쓸 부분이 있다.‘서울시 1호 코로나19 지역접종센터 준비중’ 안내문이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 붙여있다. (사진=이영훈 기자)코로나19 백신접종은 크게 △대기 △접종 △접종 후 관찰 등 3단계로 이뤄진다.방문 접종 대상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정해진 날짜에 맞춰 예방접종센터나 의료기관을 찾으면 된다. 접종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먼저 체온을 측정한 뒤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예진표를 작성한다.예진표는 △이전과 다르게 오늘 아픈 곳이 있는가 △중증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나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가 △혈액 응고 장애를 앓고 있는가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가’ 등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아나필락시스는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뜻한다. 예방접종 후에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지만,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어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코로나19 백신 대부분이 2차례 접종해야 하는 만큼 기존의 접종 여부도 확인한다. 만약 1차 접종을 끝내고 2차 접종을 받으러 온 경우라면 언제 1차 접종을 했는지 날짜를 확인하는 게 좋다.예진표에 없는 내용이라도 건강상 특이사항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주사는 어깨에서 팔꿈치까지의 부분을 뜻하는 ‘상완’ 부위에 맞게 된다. 보통은 상완의 삼각근에 주사를 놓지만, 만약 근육량이 적거나 접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허벅지에도 접종할 수 있다. 접종 부위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소매가 길거나 꽉 끼는 옷은 벗는 게 좋다.백신 접종은 앉은 상태로 이뤄진다. 접종받은 사람은 바로 일어나지 말고 1분 정도 앉아 있는 게 좋다. 접종을 마친 후에는 최소 15분, 보통은 30분 정도 접종 기관에 머무르며 이상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추진단은 “약물이나 음식, 주사 접종 등으로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적이 있다면 반드시 30분간 상태를 확인하면서 이상 여부를 관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각 접종 기관에서는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접종자 혹은 보호자에게 안내한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바로 면역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항체 형성에는 약 2주가량 소요되는 만큼 사람 간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하기, 올바른 손 씻기 등의 예방수칙을 준수가 권고된다.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면 의료진과 환자 또는 보호자 모두 신고할 수 있다. 그간의 임상시험을 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 중 피로감, 두통, 근육통 등이 드물게 나타났다.보통은 별다른 치료 없이 1∼2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의료기관에 문의하는 게 좋다.의료진은 코로나19 예방접종관리시스템 홈페이지 또는 팩스를 이용해서 이상 반응 발생 신고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접종자나 보호자는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절차를 확인한 뒤 신고할 수 있다.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으로 오는 26일 오전 9시 시작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사람은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5804곳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 등 약 28만 9000여명이다.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공급받는 화이자 백신은 27일부터 감염병 전담병원, 중증 환자 치료 병상,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일하는 의료인 등 5만 5000여명에게 투여한다.
- [정재욱의 이슈Law] 현실성 떨어지는 비트코인 과세
-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법무부 장관의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발언, 수 많은 제도권의 경고와 위협에도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는 비트코인. 그러나 결국 비트코인도 세금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헌법 제38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 의무를 진다. 그 동안 비트코인 거래 과세와 관련한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시세차익에 대해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과세 근거 법률이 없었다. 우리 헌법상 법률이 없다면 납세의 의무도 없고, 구체적인 조세의 종목과 세율 또한 법률로 반드시 정해야 한다. 여러 논란에도 비트코인 거래 시세차익에 대해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순자산증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법인세나 포괄주의를 취하고 있는 증여세 등은 부과될 수 있었지만,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는지 논란만 지속돼 왔을 뿐 실제 과세는 되지 않았다. 소득세법에 마땅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12월29일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과세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개정법에 의하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양도나 대여로 국내 거주자에게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이 기타소득금액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금액의 20%가 세액이 된다. 예컨대 비트코인 거래로 500만원을 벌었다면 세액은 50만원이 된다.[(500-250) X 0.2 = 50] 이러한 세액은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함께 신고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이루어지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소득금액을 계산해 관련 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제대로 가상자산 기타소득을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많게는 60%까지 가산세를 물 수 있다.법 시행 전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세액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자세히 정하고 있다. 법 시행 전 실제 취득가액 또는 2022년 1월1일 0시 국세청장이 고시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공시한 가격의 평균액 중 큰 것으로 취득가액이 인정된다. 일례로, 오늘 비트코인을 5000만원에 1개 샀고, 2022년 1월1일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이 됐다면, 취득가액은 1억원으로 인정된다. 만약 2022년 2월에 비트코인을 1억5000만원에 매도했다면 과세표준금액은 `1억5000만-1억원`이 돼 5000만원이 된다. 5000만원에서 250만원을 제한 금액의 20%가 세액이 되니, 최종적으로 4750만원의 20%인 95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과세자료 확보를 위한 법 조항도 도입됐는데, 가상자산 사업자는 거래자별 가상자산거래명세서을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생긴 셈이다. 문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서도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개인 간 거래를 할 경우 현실적으로 과세당국에서 이를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가산세 부과 등 탈세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자진 납세를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가상자산 거래 실태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해외로의 자금 이탈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의 경우 수십, 수백가지 종목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데,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개인 입장에서 기타소득금액을 제대로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 여러 거래소를 동시에 이용하거나 개인 간 거래 플랫폼까지 활용하고 있다면 세금 계산에서부터 상당한 곤란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 세무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애초부터 거래세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나 생각되는 부분이다. 특금법 개정을 통한 가산자산사업자 신고제도 도입, 소득세법 개정을 통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기타소득세 도입으로 점차 가상자산 거래가 제도권으로 포섭되고 있다. 그 동안 방치됐던 가상자산 거래를 규율하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방향성이 투자자 보호나 투기적 거래 방지에 있다기 보다는 세수 확보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우며 그 내용 또한 현실성이 다소 떨어져 추후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 [e슬기로운 투자생활]캐시 우드는 노아의 방주(ARK)를 만들까
-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돈나무’ 언니의 펀드는 노아의 방주(Ark)가 될 수 있을까요? 최근 금리 상승에 시장이 급등락하면서 캐시 우드(Cathie Wood)가 이끄는 ARK 인베스트먼트에도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캐시우드는 이름이 현금을 뜻하는 캐시(cash)와 비슷해서 나무라는 뜻의 성과 합쳐서 ‘돈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요. 하루에만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ARK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월가에서는 ARK로부터 버블이 터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2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ARK 이노베이션 ETF(ARKK)에선 하루 만에 4억 6500만달러(약 5150억원)어치 환매가 이뤄졌습니다. 이는 일일 기준 ARK 인베스트먼트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환매였다고 하네요. 이날 ARK 지노믹 레볼루션 ETF(ARKG)에서도 2억 200만달러가, ARK 웹 ETF(ARKW)에서도 1억 1900만달러의 돈이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현재 ARKK의 운용자산(AUM)이 266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약 2%의 돈이 하루 만에 빠져나갔단 얘기가 됩니다.시장의 급등락에 못 견딘 투자자들이 그만큼 돈을 뺀 것으로 보입니다. 22일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6%나 하락했고, 23일에도 0.5% 하락했으니까요. 심지어 ARKK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테슬라의 주가는 22일 8.55%나 하락했고, 이튿날에도 2.19% 하락했습니다. 23일 장중엔 13%대까지 하락하기도 했죠. ARK의 ETF를 사는 투자자들은 급등을 추종하기 위한 수요가 많았던 만큼 지수 급락에 빠르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됩니다.이는 최근 경기가 회복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금리 역시 이에 반응해 급등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금리의 상승은 성장주엔 쥐약입니다. 성장주는 미래의 성장 기대감을 반영해 높은 평가를 받는데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도 수익을 얻으니 주식, 그 중에서도 주가가 높은 성장주의 매력은 반감되는 탓입니다.문제는 ARK ETF에서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ARK가 담고 있는 종목들 중에선 중소형주 종목도 많은데, ARK에 들어오는 돈이 점점 많아지면서 해당 종목들에 ARK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아진 까닭입니다. 만약 ARK에 돈이 빠져나가면 해당 종목들에 ARK발 매도가 나오며 주가 하락할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또 ARK발 매도 물량이 나오며 또 다시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RK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종목의 수는 249개인데요, ARK는 이 중에서 29개 종목의 지분을 10% 이상 갖고 있습니다. 10종목 중 1종목은 10% 이상 들고 있단 얘깁니다. 글로벌X 등 운용사들이 특정 종목의 지분율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피하는 것과는 반대입니다.실제 ARK의 지분율이 높은 종목의 최근 하락률은 가파릅니다. 시가총액이 20억달러인(약 2조 2000억원·한화(000880)와 제일기획(030000)의 시총 수준) 스트라시스 내 ARK의 지분율은 21%에 달하는데요, 23일 장중 22%까지 하락하다가 낙폭을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11%대 하락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ARK는 시가총액이 9857만달러(약 1100억원·오스템임플란트(048260) 시총 수준)인 오가노보홀딩스 주식을 약 20% 소유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23일 12%대 급락해 장을 마쳤습니다. 컴퓨젠(CGEN)이나 2U(TWOU) 등 ARK의 지분율이 높은 종목들도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월가에선 캐시 우드를 보며 전설의 투자자 닐 우드포드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닐 우드포드는 대중과 반대로 베팅하는 전략으로 1990년대 이후로 꾸준히 시장을 이겨온 인물입니다. 전성기에는 무려 시장수익률(FTSE All Share)의 세 배가 넘는 수익률을 내기도 했죠. 그러나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잘못된 베팅을 하면서(남들과는 달리 브렉시트 영향이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 판단) 지속적인 성과 부진에 시달렸고 펀드는 환매 요청이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우드포드가 갖고있던 주식의 상당부분이 비상장 주식이나 소형주식이었다는 점이죠. 밀려드는 환매요청에도 주식을 제때 팔 수가 없자 유동성 위기에 시달린 우드포드의 펀드는 결국 2019년 문을 닫습니다.물론 ARK의 ETF는 닐 우드포드의 펀드처럼 비상장주식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중소형주의 비중이 높을 뿐이죠. 그러나 이제껏 월가엔 우드포드의 펀드 뿐 아니라 야누스 트웬티 펀드 등 소형주에 투자해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올렸던 펀드들이 많았고, 그 펀드들은 시장의 하락과 함께 몰락해 갔습니다. 캐시 우드의 전략은 대규모 환매로 인해 한 번 취약성을 드러낸 상황. 월가가 그녀를 보는 눈은 이전보다 더 회의적으로 변한 모양새입니다. 과연 ‘돈나무 언니’는 거대해진 펀드를 노아의 방주로 만들어 투자자들과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 [손태호의 그림&스토리]<3>대보름 밤 '다리' 좀 밟아줘야 하는 이유
- 임득명이 1786년에 그린 ‘가교보월’(街橋步月). 천수경이 지은 동명의 시를 보고 종이에 수묵으로 그렸다(24.2×18.9㎝). 조선시대 산수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이 특징. 청계천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게 그린 뒤 광통교를 반듯하게 앉혔는데, 당대 유행한 서양화법에서 따온 듯하다. 같은 해 제작한 ‘옥계십이승첩’에 실렸다. 삼성출판박물관 소장.혹독한 세상살이에 그림이 무슨 대수냐고 했습니다. 쫓기는 일상에 미술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습니다. 옛 그림이고 한국미술이라면 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는 일을 돌아보면 말입니다. 치열하지 않은 순간이 어디 있었고, 위태롭지 않은 시대가 어디 있었습니까. 한국미술은 그 척박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지혜였고 부단히 곧추세운 용기였습니다. 옛 그림으로 세태를 읽고 나를 세우는 법을 일러주는 손태호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조선부터 근현대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시대와 호흡한 삶, 역사와 소통한 현장에서 풀어낼 ‘한국미술로 엿보는 세상이야기’ ‘한국미술로 비추는 사람이야기’입니다. 때론 따뜻한 위로로 때론 따가운 죽비로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손태호 미술평론가] “대보름은 아름다운 명절이라 술에 취하여 서로들 부르네/ 달빛이 대낮처럼 밝으니 봄놀이가 오늘부터 시작되네/ 노니는 발끝이 큰길을 맑게 하고 무리의 악기 소리가 광통교에 들끓는데/ 통금도 없는 밤에 맘껏 이야기하니 기쁜 마음이 갑절이나 더해라”(천수경의 시 ‘가교보월’). 정월대보름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일 년 중 가장 달을 많이 올려다보는 날일 것입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오르면 그 보름달을 향해 작은 소망들을 띄워 보내겠지요. 달을 향해 기도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요즘입니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달빛 아래 장독대에 정화수 한 그릇 떠 놓고 두 손 모아 기도하거나, 시골 논에 나가 볏짚단에 불을 붙이고 기도하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평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걱정·근심을 보름달에게 다 털어놓으면 달은 그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줬습니다. 이렇듯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자연에 소원을 빌고 속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우리의 오랜 문화였으며, 이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겸손함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조선시대 정월대보름 밤에는 ‘다리밟기’란 색다른 풍속이 유행했습니다. ‘다리밟기’는 정월대보름날 밤에 다리[橋]를 밟는 풍습으로 이날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병[脚病]을 앓지 않는다고 알려진 세시풍속입니다. 일명 ‘답교’(踏橋) 또는 ‘답교놀이’라고 불렀는데 조선시대 한양뿐 아니라 전국에서 성행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즐겼기에 이 광경을 옮긴 그림이 여러 점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남아있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송월헌 임득명(1767∼1822)이 그린 ‘가교보월’(街橋步月·1786)만이 감상화로 현전할 뿐입니다. 그래서 미술사뿐 아니라 민속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며, 회화적으로도 뛰어난 그림이라 평가합니다. 오른쪽 위에 검고 푸른 하늘에 둥실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달은 직접 그리지 않고 그 주변을 칠해 중심을 부각하는 것이 전통적인 표현법입니다. 이런 기법은 흰 부분을 남겨 놓았다는 뜻에서 유백법(留白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그림도 유백법을 사용했고 그래서 달 주변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어둡게 칠했습니다. 처음 달로 향했던 시선은 좌측 아래를 향해 사선으로 내려와 왼쪽 건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시선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는 색입니다. 달과 가까운 건물 쪽에 그은 필선을 진하게 올렸고 건물 지붕도 하늘빛을 색으로 썼습니다. 당연히 반대편 오른쪽 건물도 같은 방향으로 그렸는데 그 사이 놓인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달빛과 건물, 물은 같은 방향의 사선인데 다리는 수평이어서 확연히 배경과 구분됩니다. 다리 위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서 있습니다. 혼자 온 이, 벗과 함께 온 이, 무리지은 가족도 보입니다. 어느 해 정월대보름 밤, 조용히 물 흐르는 다리 위에 낮은 목소리의 웅성거림이 들리고, 겨울 찬 기운 속에도 따뜻한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참신한 구도의 멋진 작품입니다. 임득명이 1786년에 그린 ‘가교보월’(街橋步月) 중 광통교에 오른 사람들을 클로즈업한 디테일. 당시의 다리 난간과 바닥 구조를 가늠할 수 있다.△고려부터 성행한 답교놀이 다리밟기는 많은 문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성행했습니다. 중국 당나라에서 유래했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유행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단순한 액막이놀이였는데, 사람의 다리[脚]와 물 위의 다리[橋]가 같은 음으로 읽혔던 덕에 우리나라에서 더욱 즐겼던 것 같습니다. “정월 보름에 달이 뜨면 그해에 풍년이 들 것인가를 점치며 다리밟기 놀이를 하는데, 이는 고려부터 내려오는 것으로서 대단히 성행했다. 남녀가 모여 다리 위에 들어차서 밤새도록 그치지 않으므로 법관이 심지어는 그것을 금지하고 체포하기까지 했다”(이수광 ‘지봉유설 芝峰類說’). “정월 보름날 밤이면 우리나라 남녀들이 성안 큰 다리에 모여서 노는데 그것을 일러 ‘답교’라 하며, 답교놀이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다리병을 앓는다고 한다”(이덕무 ‘청장관전서 靑莊館全書’ 중 ‘주교 走橋’). 그림 ‘가교보월’ 속 다리는 청계천 위에 걸려 있던 조선시대의 광통교(廣通橋)입니다. 광통방에 위치한 큰 다리란 뜻으로 ‘대광통교’로, 또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북광통교’로 기록하고 있지만 보통 광교라 불렀습니다. 답교놀이의 핫플레이스가 바로 광교였던 것입니다. 다른 기록은 이렇게도 전합니다. “한양 사람들은 모두 다리밟기를 하면서 밤이 새도록 놀고 즐기는데, 광통교가 가장 붐빈다”(권용정 ‘한양세시기 漢陽歲時記’). 중인화가 임득명은 정조 때 규장각서리를 지낸 인물입니다. 중인들의 시 모임인 ‘옥계시사’(玉溪詩社)에서 활동했는데 글씨·문장·그림이 모두 훌륭해 ‘삼절’로 불렸습니다. 옥계시사는 중인들이 한 달에 한번 모여 술을 마시며 시를 짓고 그림을 감상하던 모임입니다. ‘가교보월’도 그들의 시화첩인 ‘옥계십이승첩’(玉溪社十二勝帖)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비록 중인들의 모임이지만 학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옥계시사 결성 당시 머리말에 “장기와 바둑 모임은 하루, 술과 여색 모임은 한 달, 잇속을 따지는 모임은 한 해를 가기 어려우나 문장을 남기는 모임은 평생 갈 수 있다”라고 썼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1786년 결성한 모임은 1818년까지 지속했고 단원 김홍도도 참여해 ‘송석원시사야연도’(松石園詩社夜宴圖)란 멋진 작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광해원 개설한 앨런이 쓴 ‘조선견문록’에도 담겨 다리밟기는 외국인의 눈에도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최초 서양식 병원 광혜원을 개설한 H N 앨런은 자신의 책 ‘조선견문록’에 “첫 보름이 떠오르는 정월대보름날 밤에 달빛 아래로 나와 그해에 다리와 발에 병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를 건너가는 놀이를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앨런 같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리밟기를 알린 그림이 있습니다. 한말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출생·사망연도 미상)이 그린 ‘정월망일에 답교하는 모양’(1880년대)입니다. 어떤 장면인지를 상단에 풀어서 적어놓은 것으로 보아 김준근의 대부분 작품처럼 외국인에게 보이기 위한 그림이 분명합니다. 19세기 말에 활발히 활동한 김준근이 그린 ‘정월망일에 답교하는 모양’(1880년대·종이에 채색·16.9×13㎝). 이마가 넓고 긴 얼굴, 뛰어난 색감 등 특유의 표현이 살아 있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부산·원산 등 개항장에서 풍속화를 그려 서양인에게 판매했다는 김준근의 작품은 당시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의 각종 여행기에 삽화로 쓰였다.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 소장.작품에서 달은 보이지 않고 다리와 그 위를 걷는 인물만 압축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긴 담뱃대를 물고 앞선 남자 뒤로 엷은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아이의 붉은 두루마기를 비롯해 모두가 한껏 잘 차려입은 모습입니다. 다리는 돌다리로 ‘홍예’가 특징입니다. 조선시대에 홍예다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는데, 만약 이곳이 한양이라면 인왕산 근처 금청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활발히 활동한 김준근의 이력을 볼 때 부산 수영구의 이섭교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은 금청교·이섭교 모두 사라져 볼 수 없는 다리기에 그림은 더욱 소중하고 애틋합니다. 또한 특유의 이마가 넓고 긴 얼굴, 뛰어난 색감 등이 살아있는, 김준근의 풍속화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법정스님, 보름달 보며 “모두 행복하길” 기도 ‘무소유’를 쓰고 실천한 법정스님은 보름달이 뜰 때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행복하기”를 기도했다고 합니다. 이 글귀는 원래 ‘숫타니파타’란 불경의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 글귀 뒤에는 이런 글이 이어집니다. “어머니가 하나뿐인 아들을 목숨 걸고 지키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해 한량없는 자비심을 발하라.” 결국 법정스님이 보름달을 바라보며 빈 소원은 자비였습니다. 아프고 괴로운 세상에 대한 간절하면서도 조건 없는 사랑을 고백했던 것입니다. 정월대보름 밤, 여러분은 누구에게 간절하면서도 조건 없는 사랑고백을 하시겠습니까. ※ 임득명과 김준근 ‘다리밟기’ 풍속을 그림으로 남겼다는 것뿐 임득명과 김준근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 다른 시대에 다른 신분으로 태어나 다른 화풍을 내보였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 활약한 임득명(1767∼1822)은 시·서·화에 모두 능한 삼절로, 글씨는 전서, 그림은 정선의 진경산수화법에 능했다고 전한다. 여러 대에 걸쳐 여항문인을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나중에 여항문인들의 시 모임인 옥계시사의 일원이 된 건 이와 무관치 않다. 1786년 옥계시사 결성 때부터 동참해 ‘옥계십이승첩’(1786), ‘옥계십경첩’(1791) 등, 시회를 주제로 한 그림을 다수 그려 시화첩을 제작했다. 대표작은 ‘서행일천리도’(1813). 관서지방을 여행하며 풍물을 읊은 시와 실경을 그린 7폭 산수화다. 풍속화가 김준근(출생·사망연도 미상)의 생애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19세기 말 부산·원산 등 개항장에서 풍속화를 그려 서양인에게 판매했다는 사실만 전한다. 행적은 국내보단 되레 외국에서 찾아지는데, 해외로 ‘뻗어나간’ 그의 작품 덕이다. 당시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의 각종 여행기에 삽화로 쓰이며, 조선의 풍속을 세계에 널리 알린 화가가 됐다. 독일·프랑스·영국·러시아·미국·일본 등 세계 20여곳 박물관에 1500여점이 남아 있다. 한국 최초의 서양문학 번역본인 ‘텬로력뎡’(天路歷程·1895)의 삽화가로도 활약했다. 농사·혼례·선비와 기생 등 18세기 전통 풍속화의 주제부터 물건 제작·판매, 형벌·제례·장례 등 19세기 말 시대상을 반영한 주제까지 다채롭다.
- 이경실 "'치마 벌려봐' 선배가 성희롱.. 구속감이다"
- 이경실. (사진=유튜브 채널 ‘호걸언니_이경실’)[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코미디언 이경실이 과거 선배에게 당했던 성희롱 피해를 언급했다. 지난 24일 이경실의 유튜브 채널 ‘호걸언니_이경실’에 새로 올라온 영상에는 이경실이 최양락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경실은 “1987년도에 방송국 처음 들어갔을 때,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개그맨들이 항상 웃음을 전달해주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것이다’, ‘사람들도 굉장히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개그맨들은 우리가 아는 웃음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국민들한테 사랑을 받지?’, ‘저 사람들의 양면성을 알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도 후배일 때 많은 걸 당할 때 정말 폭로하고 싶었다. 만약 그때 폭로했으면 다 구속감”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실은 “‘이경실’이라고 들어보지 못했다. ‘야 이 X아’라고 불렀다. 이름을 가끔 부르긴 하지만, 무슨 얘길하다보면 ‘저X 웃기네?’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를 듣던 최양락이 “음담패설이 심했다”고 하자 이경실은 “나이트에서 만났던 여자애들과 우리를 같은 취급을 했다”며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이경실은 MBC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일요일밤에’ 100회 특집 당시 성희롱을 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무대가 알루미늄 무대여서 거울처럼 비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치마를 입은 여자들은 속옷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는데, 어떤 선배 하나가 나한테 치마를 벌려보라고 했다. 무슨 색깔 입었는지 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들어간 지 1, 2년 됐을 때였는데, ‘어디서 이렇게 몰상식하게 구냐, 이게 지금 말 같은 소리냐’라며 대들었다. 그랬더니 오히려 나한테 욕을 하면서 나오라고 했다. MBC 복도에서 ‘내가 이걸 안 하면 안 했지, 당신하고 이런 행동할 순 없지’라며 대판 싸웠다”라고 했다. 이경실은 “그때 당시 ‘왜 여자가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나도 그때는 정말 ‘이걸 안 해야겠다’, ‘이런 대접까지 받으면서는 못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당시엔 가장이어서 돈을 벌었어야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