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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MZ노조' 내달 6일 총파업 예고
-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 이른바 MZ(밀레니얼+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신규 채용 확대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달 6일부터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정책인건비 총액 제외 인정, 안전인력 정원 반영, 신규채용 규모 확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올바른노조는 29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 인건비 총액제외 인정 △합리적인 신규 채용 규모 승인 △서울시의 불필요한 파업 종용하기 금지 등을 주문했다.송시영 위원장은 “정책 인건비 총액 제외를 인정하라”며 “이번 년도 공공기관 임금 인상 가이드 라인은 2.5%다. 서울시가 정책인건비 총액 제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전 직원들의 임금은 삭감된다”고 강조했다. 정책 인건비는 정부나 시에서 발의한 사업과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다. 그러면서 “정부나 서울시에서 발의한 정책, 사업을 도맡아 일만 하고, 보상은 커녕 오히려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라며 “공사 적자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우리가, 정부나 시에서 떠넘겨 도맡아 했음에도 보상은 커녕 오히려 직원들의 임금을 깎겠다는 처사를 수용할 노동단체는 대한민국에 없다”고 지적했다.합리적인 규모의 신규 인원 채용에 대해서는 “현재 결원 300명, 장기 결원 76명, 퇴직자 301명, 월평균 퇴직 인원 22명으로 최소 680명의 인원이 확보돼야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단 1명도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인원을 수백 수천명을 늘려달라는 게 아니다. 결원된 만큼만 인력채용을 해 직원들이 일하는 데에만 지장 없게 채용해달라는 것”이라고 촉구했다.아울러 “서울시가 신규 채용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인원을 줄이려는 이유는 적자가 심각한 서울교통공사의 ‘경영합리화’ 때문”이라며 “사람도 없는 새벽 1시까지 연장운행을 실시하면서 적자를 가중시켜 현 재정 상태를 만든 게 직원인가. 가뜩이나 열악한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건 논리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작금의 상황은 서울시가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파업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거대 노총이 계획한 연대 파업에 올바른노동조합이 동참하라고 등떠미는 것 같다”며 “전쟁에도 명분이 중요하듯이, 파업도 명분이 중요하다. 하지만 서울시가 노조의 요구를 승인하면 파업의 명분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올바른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됐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 91.2% 가결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올해 처음 교섭권을 획득한 올바른노조는 만약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첫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공사의 다른 노조들도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구조조정 철회, 인력 운영 정상화,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등에 관한 협상이 결렬되면 다음 달 6일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다음 달 2∼4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다.
- 호주, 세계 최초 ‘16세 미만 SNS 금지법’ 통과
- 2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학생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AFP)[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호주 상원이 28일(현지시간) 16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공포되면 세계 최초 미성년자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금지법이 된다.CNBC 등 보도에 따르면 이 법은 틱톡, 페이스북, 스냅챗, 엑스, 래딧, 인스타그램 등에 적용된다. 16세 미만 청소년이 부모 허락을 받아도 SNS를 사용할 수 없다. 만약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계정을 생성하고 이용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플랫폼 기업은 최대 500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유튜브, 왓츠앱, 디스코드 등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법안은 찬성 34표, 반대 19표를 받아 상원을 통과했다. 전날 하원에서는 찬성 102표, 반대 13표로 법안이 통과됐다. 하원은 아직 상원에서 만들어진 수정안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이다.플랫폼 기업은 법안 시행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전에 16세 미만의 SNS 접속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의 연령을 확인하기 위해 여권 등 공식적인 문서 제출을 요구하는 행위 등은 금지된다. 만약 플랫폼의 시스템을 뚫고 16세 미만 청소년이 계정을 개설해도 그와 그의 부모는 처벌받지 않는다.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지난 21일 이 법안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호주 어린이들이 어린시절을 보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에 대해 호주 유권자들은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지난 26일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77% 응답자가 이 법안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온라인에서 10대 행세를 한 50대 성범죄자의 살해로 15세 딸을 잃은 뒤 사회 운동가로 활동하는 소냐 라이언은 “우리 아이들을 끔찍한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게 된 중대한 순간”이라고 기뻐했다.블룸버그 통신은 플로리다 아칸소, 텍사스, 오하이주 등 미국 주와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가 등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며 청소년에 대한 SNS 금지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플랫폼 기업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틱톡은 이 법안이 성급하게 실행돼 실현 불가능하며 답이 없는 질문과 해결되지 않는 우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이 금지령이 연령 보장 기술의 현실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엑스는 이 법이 합법적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예고했다.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연합(EU) 아동보호기구인 유니세프는 이 법이 청소년들을 온라인에서 더 어둡고 규제되지 않는 장소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또 이 법인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아동복지에 필수적인 정보 접근을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유니세프 호주의 아동 권리 정책 및 옹호 책임자인 케이티 마스키엘은 의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어린이를 금지하는 대신, 우리는 소셜 미디어 회사가 연령에 적합하고 안전하며 지지적인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도록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미식가의 세계⑩] 인생은 먹고 사랑하고 노래하고 소화하는 것이다
- 조아키노 로시니 (사진=Mia immagine)[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음식문화평론가] 인류의 역사는 음식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밥상은 이미 과거의 밥상이 아니다. 조선후기의 기록에 성인 남자는 7홉(약 420g)의 쌀로 한 끼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요즘 공깃밥의 두 배 규모다. 예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최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집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즘 사람들은 한 끼에 평균 밥 반 공기 정도로 버티고 있다. 반면 돼지, 소,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인당 60.6㎏으로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우리 경제의 산업화는 외식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식생활의 서구화를 가져왔다. 20년 전만 해도 식탁에서 볼 수 없었던 브로콜리, 셀러리, 파프리카가 등장하고 식당에선 부대찌개, LA갈비와 같은 정체가 모호한 음식들이 팔리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 음식의 소비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한 시대의 음식문화 발전에는 항상 그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들은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법을 개발하고, 그것을 즐기며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편리한 식기와 식탁예절을 도입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오늘날의 음식문화를 만든 이들이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때다.◇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이자 걸출한 미식가한 인간이 연관이 전혀 없는 두 개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수월하게,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즐기면서 해낸 인물이 있다. 작곡과 음식 연구라는 이질적인 계통에서 크게 이름을 떨친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로시니는 음악사에 빛나는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인 동시에 19세기를 대표하는 걸출한 미식가요 음식 연구가였다. 음악가 부모 사이에 태어난 로시니는 신동이었다. 불과 12살 나이에 첫 작품 ‘6개의 현을 위한 소나타’를 작곡했고, 14세 되던 해에 오페라 ‘테메트리오와 폴리비오’를 작곡했다. 18살이던 1810년에는 희극 양식의 오페라 부파 ‘결혼 계약서’를 완성해 베네치아에서 초연했다. 이 곡의 성공으로 로시니는 일약 스타 작곡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 이후 그는 ‘탄크레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신데렐라’, ‘호수의 여인’, ‘세미라미데’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중에서 1816년 발표한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지금까지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활동을 이어오던 로시니는 37세이던 1829년 ‘윌리엄 텔’ 발표 이후 갑자기 작곡 활동을 그만두게 된다. 이때부터 76세로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오페라는 단 한 편도 쓰지 않았다. 23년 동안 40편 가까운 오페라를 작곡한 셈인데 이는 다른 작곡가들과 비교할 때 경이로운 숫자이다. 로시니는 다작을 하면서도 초고속으로 작곡을 했는데,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게으른 성품 때문이었다. 오페라 주문을 받으면 일단 실컷 놀던 그는 마감에 쫓겨서야 비로소 작업을 시작, 단시간에 완성하곤 했다. 로시니의 성정과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걸작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단 13일 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27일 만에 작곡했다. 정가극이라고도 하는 오페라 세리아 ‘세미라미데’는 33일 만에 완성했다. 세리아 ‘탄크레디’의 아리아 ‘이처럼 설레는 가슴’은 심지어 식당에서 주문한 리조또를 기다리며 단 20분 만에 작곡했다고 한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이 곡을 ‘쌀을 위한 아리아’라 불렀다.◇로시니가 오페라 작곡을 그만둔 이유로시니가 오페라 작곡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첫 번째 설은 당시 본인도 농담처럼 자주했다는 이야기로, 오페라 작곡보다 먹는 일이 더욱 즐거워서 그랬다는 것이다. 심지어 로시니가 자신이 좋아하는 트러플(송로버섯)을 찾는 돼지를 사육하기 위해 작곡을 그만뒀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두 번째 설은 자신의 작품을 노래할 전통적인 벨칸토 창법을 익힌 성악가들이 자꾸 줄고 신세대 성악가들은 벨칸토 창법을 멀리하는 당시 음악계 상황이 로시니가 오페라를 떠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 이유는 도니체티와 벨리니 같은 후배 작곡가들의 등장에 밀려서 떠났다는 것인데,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 존경받는 선배였던 로시니가 후배들을 직접 후원하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설이다. 네 번째는 음악사학자의 주장으로 산업혁명 같은 시대적 상황이 기계문명을 싫어하는 그를 작곡에서 손 떼게 했다는 것이다. 그 후 1830년에 일어난 프랑스의 7월 혁명과 고국 이탈리아의 독립전쟁도 그가 작곡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로시니는 고국 전쟁에 나름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했지만, 성난 군중은 원조가 부족하다며 그를 반동분자로 매도했다. 상심한 로시니는 은둔생활에 들어갔다.실제로 로시니가 오페라 작곡을 중단한 이유는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윌리엄 텔’ 발표 이후 “예전에는 떠오르는 선율을 악보에 받아 적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악상이 떠오르지 않아 멜로디를 궁리해야 하는데 그건 도저히 내 체질에 맞지 않네”라고 한 그의 말이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유야 어찌됐 건 그는 오페라를 떠난 이후 파리로 이주하여 미식가로 음식연구가로 여생을 즐기며 살았다. 대개 천재 예술가들은 불우한 환경에서 고통과 번뇌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단명으로 인생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로시니는 낙천적이고 유머 감각이 출중했으며, 일찍이 부를 축적하여 생활에 여유가 있었고 인기가 많아 주변에 사람이 들끓는 가운데 오래 살았다.트러플 (사진=게티이미지뱅크)◇유별났던 로시니의 트러플 사랑로시니는 트러플을 참으로 좋아했다. 트러플은 미식가들이 흔히 캐비어, 푸아그라 등과 함께 최고로 꼽는 식재료이다. 그중에서도 트러플은 찾기가 어려워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는다. 로시니가 일생에 세 번 울었다는 일화가 있는데, 첫 번째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초연이 선배 작곡가 파이지엘로 팬들의 난동으로 엉망이 되었을 때이고, 두 번째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감동했을 때이며, 세 번째는 뱃놀이에 가져간 트러플로 속을 채운 칠면조를 강물에 빠뜨렸을 때였다고 한다. 그만큼 트러플에 대한 그의 사랑은 유별났다. 그는 트러플 외에도 “매일 마카로니와 굴 없이 지내는 일이 없도록 기도한다”고 했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사랑했다. 그가 요리한 마카로니는 트러플 퓨레를 채워 그 맛이 뛰어났다. 미식계의 황태자 퀴르농스키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마카로니를 만들려면 로시니의 천재성이 필요하다”는 평을 남겼다. 그는 로시니의 식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천부적인 요리 재능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음식평론가 웨이버리 루트는 한술 더 떠 “만약 음악적 재능이 미식가로서의 재능을 가리지 않았다면 로시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축복받은 미식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로시니의 음식에 대한 애정은 작품에도 자주 드러난다. 그의 오페라 부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에는 엉뚱한 식사 모임이 등장한다. 배가 난파당해 알제리에 도착한 이사벨라는 그곳의 태수 무스타파를 만난다. 아내를 버리고 자신과 결혼하려는 그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이사벨라는 ‘파파타치’ 모임을 제안한다. ‘파파타치’는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하며 묵묵히 식사만 해야 하는 게임이다. 무스타파는 게임에 빠져든 나머지 잡혀있던 사람들이 모두 도망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다 놓친다는 줄거리이다. 실제로 로시니는 이런 ‘파파타치’ 모임을 자주 개최했다고 한다. 파리에 체류하면서 로시니는 그 유명한 로스차일드의 대저택에 자주 초대받아 뒤마, 발자크, 하이네, 쇼팽, 리스트 등 당대의 명사들과 어울렸다. 그는 그곳에서 천재 주방장 앙투안 카렘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나폴레옹과 조지 4세의 요리사였으며 ‘요리의 왕’으로 불리던 그를 만난 로시니는 순식간에 의기가 투합해 같이 음식을 만들면서 깊은 우정을 쌓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요리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전설적인 스테이크 ‘투르네도 로시니’다.로시니의 이름이 들어가는 요리와 칵테일은 무려 30여 가지에 이른다. 말년에 발표한 ‘노년의 과오’라는 소품집에도 앤초비, 피클, 버터, 무화과, 아몬드, 건포도 같은 음식이름이 곡명으로 많이 등장한다. 그의 고향 페사로는 매년 여름 로시니를 기리는 페스티벌을 열고 있고, 그의 이름을 붙인 요리대회도 곳곳에서 열린다. 로시니는 “나는 먹는 것보다 더 훌륭한 직업을 알지 못한다”며 “인생은 먹고 사랑하고 노래하고 소화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행복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
- 췌장암, 조기 발견 통한 빠른 치료가 관건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2021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2017~2021)은 72.1%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낮은 상대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는 암도 있다. 바로 췌장암이다.췌장암은 국내 10대 암중 가장 낮은 5년 상대생존율(15.9%)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암환자 평균과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환자가 증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췌장이 장기들에 둘러싸여 등 쪽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 다른 암종과 비교해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췌장은 우리 몸의 소화기관으로 대사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주된 역할은 소화액을 분비해 지방이나 탄수화물, 단백질을 분해하고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 즉 췌장의 건강이 전반적인 신체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췌장암의 주요 증상으로는 ▲상복부에서 시작해 등으로 옮겨가는 통증 ▲담관폐쇄로 인한 황달 ▲원인불명의 체중감소 ▲소화불량 및 식욕부진 ▲갑작스러운 당뇨병 ▲피부 가려움증 등이 있다. 특히 복부 및 허리 통증은 췌장암 환자의 대부분에서 나타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진료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이러한 증상들은 췌장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나타나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췌장암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다면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박수형 교수는 “췌장암의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흡연, 오래된 당뇨병, 잘못된 식습관, 만성 췌장염 그리고 일부 유전질환 등이 췌장암 발병률을 증가시키는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췌장암을 진단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많이 사용하며, 암이 의심되면 암의 크기나 전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 초음파 등의 검사를 하게 된다. 췌장암 역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췌장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크게 머리, 몸통, 꼬리로 구분하는데 수술은 종양의 위치나 단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있는 경우에는 췌십이지장절제술(휘플수술)을 시행한다. 이 수술은 췌장의 머리부분, 십이지장, 담낭, 담관, 위의 일부를 제거하고 남은 장기를 연결해 소화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 암이 있을 때는 이 부위를 포함한 비장을 제거하는 원위부 췌장절제술을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췌장 전체에 암이 퍼져있는 경우 췌장 전체와 인접 장기인 십이지장, 담낭, 비장 등을 모두 제거하는 전췌장절제술을 하게 된다. 전췌장절제술을 받게 되면 췌장 절제로 췌액과 호르몬 생성이 어려워져 이를 대체할 소화효소와 인슐린 투여가 필요하다. 수술 이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만약 암이 다른 장기나 주요 혈관에 광범위하게 침범해 수술이 불가능할 때는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병합해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박수형 교수는 “최근에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들도 항암치료로 종양을 줄이고 수술을 진행해 생존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 속한다”며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 절주 그리고 균형 잡힌 식단 및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며 특히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내 몸의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