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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이 파헤쳤다, '하이킥'의 비밀
- [오마이뉴스 제공] ▲ 5일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작업중인 MBC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당신은 누구 편인가? 벌거벗은 임금님 '야동순재' 만세? 민용이와 서민정의 결혼을 허하라? 꽃미남 윤호만이 내 세상? 굳세어라, 신지야? '오케이 여사' 해미 파이팅? 문희 할머니의 재기를 꿈꾼다? 아니면, 식신 준하여 깨어나라? 지난 5일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난 '명랑 우(&29276;)'작가, 아니 송재정 작가에게 물었다. "어떤 고뇌로 집필하시죠?"가 아니라, "민정이는 과연 누구랑 엮이나요? 윤호인가요? 민용인가요?" 송재정 작가, 지금껏 김병욱 PD와 <순풍산부인과>부터 <귀엽거나 미치거나>까지 오랜 단짝을 이룬 작가다. 그가 과연 뻔한 이야기를 그리겠나 싶지만, 그래도 물었다. 물론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만 생각해보면, 서민정 참 안 됐다. 민용과 엮이든 윤호와 엮이든, 둘 다 갑갑하다. 하나는 갓난쟁이 딸린 이혼남이요, 하나는 크려면 족히 10년은 기다려야 하는 열여섯살짜리다. [궁금증 ① 윤호-민정 러브라인] 알쏭달쏭 속터진다면? 작가에게 제대로 걸렸네~ '영업용 비밀'의 노출이 염려되는지, 송재정 작가는 극구 '네 멋대로 보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그의 말에 따르면, 윤호가 서민정을 좋아하는지는 명확하게 안 나온다고 한다. 이럴 수가. 그럼 지금껏 내가 본 건 뭐였나? 내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보인 거였나? "깔아주는 거죠. 저는 그게 더 매력 있다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뭐 윤호가 어떻게 대단히 노골적으로 대시하는 걸 방송으로 보긴 어려울 거 같구요." 그는 '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 이야기를 했다. 당최 둘이 좋아하는 건지 안 좋아하는 건지 영 헛갈리게 만들며, 보는 이 애간장 터지게 만들던 그들. 윤호-민정의 미래가 이들과 같다면, 앞으로 찐한 러브라인 보기는 그른 셈이다. ▲ 5일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작업중인 MBC시트콤"미국 드라마 보면, 러브라인 같은 경우 굉장히 상징적으로 가잖아요. 좋아하는 건지 안 좋아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그래요. 우리나라 드라마는 사랑을 하면 둘이 난리치는 게 식상한 거 같아서요. 시트콤은 특히 스토리를 한 번 만들어놓으면 그 커플이 투닥거리다 결혼까지 가는 그 과정을 항상 보는 게 싫고…." 그럼 윤호가 자신을 좋아하는 누나(김미려)에 대해서 민정에게 한 말 "열살 많은 게 싫은 게 아니라 그냥 그 누나가 싫을 뿐이에요", 이런 속 보이는 멘트들이 고백이 아니었다고? "그건 해석하기 나름이죠. 그렇게 받아들이면 그런 거고 아니게 받아들이면 아닌 거죠.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왜냐면 저도 정확히 모르니까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거 같아요. 윤호가 선생님하고 되기를 너무나 바라는 사람들은 그렇게 해석하죠. 신지랑 민용이가 되는 게 너무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신지한테 민용이가 자꾸 미련갖는 것에 화를 내더라고요." 그럼 나는 윤호한테 '필' 꽂혀서 감정이입을 심하게 한 건가? 그는 그게 의도한 거라고 했다. 예를 들어 윤호·민정·민용·신지 이 네 명에게 어떤 상황이 시작될 때, 의견이 4분에 1로 나눠졌으면 좋겠다나? "지금까진 그게 아직 효과적이진 않은데, 저희 의도는 그래요. 모두가 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논란거리가 많은 관계들이죠." [궁금증② 민호-범 러브라인] 코믹 버전 <브로크백마운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하지만 이 시트콤, 논란거리가 많은 정도가 아니다. 내 눈이 이상한가? 심지어 이 집을 옆집 방앗간 드나들 듯 하는 범이와 민호, 이 둘도 수상하다. 얘네들, 왜 이리 자꾸 껴안지? 윤호도 이들을 놀린다. "너네 신혼여행 왔냐?" 혹시 이들 역시 '깔아놓은' 커플? 지상파 홈 시트콤에서 커밍아웃을? "동성애를 용납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런 거죠.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걔네들이 아무리 열번 포옹을 해도 아무 느낌이 없어요. 그걸 의심을 하는 세대가 아니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범이는 민호와 친해요. 굉장히 친한 친구라는 설정까진 해뒀어요. 그 전에도 껴안은 건 몇 번 있었는데요. 그 뒤로 갑자기 그걸 그런 식으로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지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건, 시청자와 저희들의 게임이죠. 저희는 저희 그냥 밝히지 않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이면 좋은 거죠." 이럴 수가. 이거 완전 코믹 버전 <브로크백 마운틴>이라고 생각했는데? "하하. 그럴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게 없으니까."[궁금증③ 미스터리가 너무 많아] 콩가루 집안과 판타스틱 학교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이 시트콤엔 정말 비밀도 많다. 집 마룻바닥에서 시체가 나오질 않나, 옆집 할머니 개성댁이 살인범으로 잡혀갔다가 탈옥하질 않나. 민호가 좋아하는 유미네 집안도 미스터리의 최고봉이다. 어째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이 떠오르지 않나? 주부용 리얼한 아침드라마인가 싶던 이 드라마가 그랬다. 살인 사건이 있고,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었다. 파헤칠수록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드러났다. 송재정 작가는 아예 대놓고 "<위기의 주부들>을 패러디를 한 거"라고 했다. 드라마도 멜로도, 반전이 안 나오면 흥이 안 나니까. <귀엽거나 미치거나>를 하면서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시트콤 장르가 우리나라에서 아예 없어질지 모른단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고민이 많은 듯 했다. "이번에 가장 많이 달라진 게 판타지가 많아졌어요. 보시는 분이 느낄지 모르겠지만, 학교랑 집이 완전 다른 공간이거든요. 학교는 판타지를 위한 공간이죠. 실제 윤호가 일진이면서 선생님만 도와주고, 삥도 안 뜯고 그러잖아요. 이상하잖아요. 그런 건 만화에나 존재하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인물들이 존재하는 공간이죠. 학교가. 또 민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애랑 사귀잖아요. 거의 만화에 가까운 공간이죠. 그전까진 그런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리얼한 인물들이었는데. 그 전과 확 달라졌죠. <순풍산부인과> 같은 때와 달리, 이번엔 공간을 좀 넓혀서 다르게 했죠." 그래도 여전한 건 있다. 콩가루 집안이다. 아예 처음부터 콩가루임을 밝힌다. 1회때다. 이 학교 일진인 윤호랑 맞짱 뜨려다 실패한 남학생이 말했다. "쟤네 집안도 아주 콩가루구나?" 하지만 그냥 콩가루는 아닌 것 같다. 유전자 변형 콩으로 만든 콩가루가 아니고야, 어쩜 이렇게 다들 특이하고 이상하고 재미날 수가? "콩가루죠. 대표적인 콩가루 집안이죠. 아버지(순재)는 가식 덩어리잖아요. 아들들은 엄마 무시하고, 며느리는… 콩가루집안 안에서도 인간미는 있다. 이런 거 보여주려는 거죠." [궁금증④ 캐릭터의 구축] 박해미와 준하와 민정은 원래 똑같다 ▲ ⓒ iMBC 하지만 너무 재밌다. 초반 한 자리로 시작한 시트콤은 최근 시청률 20%를 넘기며 순풍 돛단배를 달고 순항중이다. 그는 캐릭터 구축이 잘 됐고, 더구나 캐스팅이 너무 잘된 거 같아서 만족한다고 했다. 그럼 연기력이다 뭐다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는 신지는? 불만 없다. 사람들이 신지를 너무 미워해서 마음이 아프지. 사실 민정이가 친구의 전남편이랑 연애를 하려면, 신지가 악역을 할 수 밖에 없을 뿐이어서 그런 거라나? 이젠 달라질 거란다. 이혼 같은 큰일을 겪은 이들이 안 달라지는 게 이상하지. 그런데 이런 갖가지 이야기들은 어디서 나오나? 야동에 올인하다 한 방에 '야동순재'란 별명을 얻어버린 야동순재 이야기는, 작가 한 명의 '야동을 보던 아버지' 일화에서 나왔다던데? "저희들 경험도 있고, 연기자들 자체에서 나오는 게 있어요. 박해미씨 같은 경우도 실제 나오는 거 그대로 그 이미지 차용한 거거든요? 캐스팅하기 전에 쇼프로를 몇 번 봤는데요. 박해미씨가 지금 우리가 보는 그 모습 그대로더라구요. <하늘이시여>에서 본 거랑 틀리게. '오케이!'를 날리면서, 너무나 화끈하게. 사실 그거 보고 매료가 돼서, 저분의 저런 점만 딱 살리고 싶어서 캐스팅한 거거든요. 준하도 마찬가지고. 준하는 <무한도전> 보면서 식신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온 거죠. 민정이도 <똑바로 살아라> 때 해봤는데, 지금 이미지가 거의 실제 모습이거든요. 물론 이순재씨 같은 아버지 같은 경우는 워낙 연기 공력이 있으니까, 또 워낙 표현을 잘 하시니까, 조금 뒤집어서 꼬아줘도 되구요. 민정이 같은 어린 캐릭터는 웬만하면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주는 거죠." 그런데 박해미 캐릭터는 특이하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나온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절절 매고, 시어머니 때문에 속 많이 상했다. 잘난 며느리? 잠깐 잘난 척하다 코 깨졌다. 곧 회개하고 착하게 살거나 집 나갔다. 하지만? 이 사육해미, 너무 다르잖아? "제 나이 또래 친구들 대부분 결혼했는데, 전문직 가진 친구도 많은데, 실제로는 박해미씨 같이 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우리가 일반 드라마에서 본 거 같은 시어머니, 고부 관계는 별로 없고요. 보통 드라마에서 보면, 시어머니가 큰 소릴 치면 뭐 절절 기잖아요. 하지만 시어머니와 20~30대 며느리가 만났을 때 요즘 그런 경우 별로 없고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를 되게 잘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양육이나 이런 문제 때문에. 현실을 반영한 거거든요. 잘 나가는 여자들은 요즘 그렇게 안 산다. 그것도 보여주고 싶었고." ▲ ⓒ iMBC 하지만 해미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잖나? 시동생 이민용 시집살이도 하고. 나름대로 힘들다. 시댁에서 같이 살자니. "나쁜 여자가 아닌 거죠. 좋은 여자죠. 자기 기준이 윗세대들하고 지금 안 맞기 때문에 시어머니를 욕하는 거지만 나름대로 굉장히 좋은 여자죠. 바르게 사는 여자고. 좀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 같은 걸 조금 바꾸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제일 애정 어린 캐릭터가 뭐냐면, 박해미씨예요. 조금 다른 며느리상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렇다면 그도 며느리? 천만에다. 그는 현재 싱글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방송작가들 대부분 결혼할 수가 없다. "결혼한 작가들은 이런 빡센 일을 못 해요. 사실 밤새면서 회의할 순 없잖아요. 애를 키우면서. 그래서 자꾸 케이블이나 이런 데로 빠지게 되죠. 성취도가 낮아지고. 해미씨 입장이 이해가 가는 게, 우리 같은 사람이 만약 결혼을 한다면, 저런 식으로 시어머니 집에 들어가서, 애를 키우는 수밖에 없어요. 돈은 많이 버니까, 이렇게 돈을 막 갖다드리면서. 하하하.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내 주변에." [궁금증⑤ 금기를 깬다] "작정하면 '윤호 왕자님' 쉽게 만들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엔 사실 '금기'로 보이는 게 많다. 신지만 해도 그렇다. 이 여자, 갓난쟁이를 두고 이혼했다. 자기 일을 하고 싶어서. 민정과 윤호도 그렇다. 남학생과 여교사의 러브라인이라니? 물론 작가는 그런 일 없다고 말로는 우기지만. 그뿐 아니다. 신지, 이혼한 거 맞나? "너무 노멀한 관계는 재미가 없잖아요. 어떻게 노멀하지 않은 관계를 설득력 있게 가느냔 문젠데, 일단 윤호랑 민정 같은 관계는 이성간에 어떤 걸 준 적이 없어요. 저희는. 그리고 신지랑 민용이 같은 관계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말이 안 되는 관계죠. 현실적이지 않죠. 미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그런 관계죠. 남녀관계도 좀 새롭게 그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금까진 아직 거기에 대한 반응이 없지만." ▲ ⓒ iMBC 욕심이 이것 뿐일까? <거침없이 하이킥>이 특이한 건, 이들이 생각이 특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관습적인 게 싫어요. 예를 들면 관습적으로 결혼하고, 관습적으로 사랑하거나, 예를 들어 옆 드라마 같은 경우도 재벌이 가난한 여자 좋아하고, 순정을 다해서 좋아하지. 앞뒤 가리지 않아요. 하하하. 좋아서, 그 다음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쟤들이 언제 결혼에 골인하나 밖엔 관심이 안 가죠. 저는… 그게 싫어요. 그냥 싫어요. 사실 왕자님을 만날 수 있어요. 저희들이 작정을 하면, 왜 윤호 왕자님 못 만들겠어요. 윤호 같은 애도 민정이와 사귀기 시작하면 아주 불꽃같이 사귀면, 좋아하는 거 다 해주고 얼마나 마음이 좋겠어요. 사람들이 열광하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긴 싫어요. 그게 현실이 아니니까.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게 해서 한두 달, 시청자들이 원하는 거 다 보여주고, 막 뛰어다니고…. 수순이 이제 결혼하는 수밖에 없어요. 결혼하는 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해피엔딩 생각했으면 이혼한 부부부터 시작하진 않겠죠?" 그는 이 말을 꼭 써달라고 했다. "누구랑 커플이 되느냐가 저희들의 목표는 아니거든요?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 사람하고 만났을 때 사랑 방식이 무엇이냐에 저희 관심이 있지. 윤호와 민정이 사제관계에서 만약에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걸 어떻게 보여줄지, 만약 이혼남하고 처녀가 사랑을 하면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죠. '야동순재'도 그래요. 현실에선 할아버지가 야한 동영상을 보고 그러지만 드라마에선 그렇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실제보단 TV에 나오는 걸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저게 사실인가봐' 자꾸 그러는데, 그거 아니거든요? 실제로는? 진짜 현실이 뭔지 보여주고 싶죠. 실제로 우리집 가족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저건데, 대체로 우리 아버지가 야동 보고, 갑자기 문희 이렇게 누워있는 거 보고 순재가 에스라인이 살아있다 생각하는 게 우리 어머니 아버지이잖아요." 성인버전 '거침없이 하이킥'도 만들어질까 그는 다음엔 지금 못하는 얘기들을 하고 싶다. 지금은 가족 전체를 시청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못 하는 얘기들이 많아서다. 원래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기 전에 김병욱 PD와 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돼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게 됐다. 어떤 영화? "'거침없이 하이킥'인데 좀 성인 버전이겠죠? 사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되려면, 어떻게 다시 되냐? 사실 말로 되는 건 아니죠. 사실 어느 순간 꽂혀서 잠자리를 하는 게 더 자연스럽죠. 하지만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했다간 매장당할 거예요. 저희도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겠죠?"
- 트뤼플 초콜릿과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
- ▲ 내 마음 속에 있는 당신에 대한 사랑처럼 예쁜 바구니에 담은 트뤼플 초콜릿. 필자에게는 어린 유학시절 지독한 향수병을 달래줬던 친구들의 ‘우정의 초콜릿’이기도 하다. 음식 김노다ㆍ사진 김상영[한국일보 제공] 친구란,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존재감만으로 큰 힘이 된다. 기쁠 때는 물론이고 슬프거나 아플 때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나게 하는 그런 이상야릇한 힘을 가진 존재. 어떨 때는 가족보다 더 끈끈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존재…. 일본 유학시절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어렸을 적 몇 년간 일본에 거주했던 덕분에 낯선 타향 땅에 초등학교 친구가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탓인지 내 몸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다. 아마 자취생이나 유학생 등 집을 떠나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나 또한 엄마가 막 해주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밥 한 그릇에 뜨끈한 국물을 떠먹으며, 옆에서는 말이 없이 걱정스레 나를 보시는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간을 지내고 있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내 고마운 친구들 아키라와 타이라가 나를 위해 기운을 내라며 무언가를 사온 것이 아닌가. 뚜껑을 열어보니 참 못나게 생긴 팥고물 경단 같은 것이 들어있다. 입에 하나를 베어 무니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부드러운 초콜릿에 씁쓸한 맛까지 더해진 초콜릿. 손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정신없이 먹었다. 마법이라도 부리는 양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을 뿜어내는 초콜릿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픈 몸에 감격스러운 음식이라 더 맛있었을까. 그 후로도 친구들과 함께 그 제과점을 여러 번 찾아가 그 맛을 즐기게 되었고, 어느덧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하지 않게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학교인 I.C.I.F에 현지 요리를 배우러 떠나게 되었다. 그 곳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이탈리안 룸메이트는 한동안 일본 만화에 심취되어 있어 나에게 일본 만화에 대한 정보들을 연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항상 도움을 받기만 했던 자신이 미안했던지 하루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 왔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이탈리아 가정에서 먹는 음식들이 궁금하다고 답했고 그는 학교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자신의 할머니 집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에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 와 난 흔쾌히 받아들였다. 드디어 주말에 그 녀석의 할머니 집에 가게 되었다. 너무나 따뜻이 맞아주시는 할머니께서 자신이 요리를 만드는 동안 뭐라도 조금 먹겠냐며 제법 큰 바구니에 종이를 한 장 깔아 한 아름 내어주신 초콜릿. 예전 친구들의 감동스런 초콜릿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다니. 또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예고 없이 찾아와 초면에 무례를 범하면서 할머니를 졸라 배워보았다. 일단, 3가지의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 생크림을 섞은 후 기다란 틀에 넣어 굳힌 뒤 가래떡 썰 듯 썰어내어 코코아 가루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놀랍도록 쉬운 요리법에 또 한번 감탄하며 제대로 맛을 보니 왜 카카오가 ‘하늘이 내려주신 신의 재료’라 칭해지는지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사실 카카오는 지독하리 만치 씁쓸한 재료이다. 여기에 섞이는 덩어리 초콜릿들의 진한 맛도 맛이지만 코코아 가루 역시 반드시 달지 않은 무가당 코코아 가루여야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까? 인절미 마냥 콩고물의 텁텁함 안에 쫄깃한 떡을 즐기듯 서양사람들도 텁텁하면서도 씁쓰레한 코코아 가루 사이로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부드러움이 흘러나오는 트뤼플 초콜릿을 사랑하는 가보다. ▲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이것만으로 나의 이탈리안 가정 방문기가 끝나도 후회가 없으련만, 나를 위해 할머니께서 한껏 솜씨를 뽐내며 만들어 주신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는 시간이 다가왔다. 얼핏 보면 수프 같기도 한 이 요리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보쌈이나 김치찜 같이 덩어리째 푹~ 끓여내어 도톰하게 썰어내는 요리와 비슷하다고 할까? 우유의 담백한 맛과 진한 향이 돼지고기를 감싸고 또 우유가 연육작용을 하여 씹는 감촉마저 못 느낄 정도로 훌훌 넘어가기까지 한다. 오래토록 사랑으로 끓여내는 정성이 있어서일까. 고기의 지방이 녹아내려 고기자체는 담백해지고, 끈적할 것 같은 국물은 시원한 감마저 돈다. 이렇게 먹고 있자니 보쌈을 응용하여 백김치와 함께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메뉴들은 나의 발렌타인데이 강의에 주 메뉴가 되고 있다. 사제 초콜릿을 사서 예쁘게 포장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음식은 본인의 정성이 들어갈 때 감동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친구들의 사랑하는 마음과 손자를 대하는 마음의 요리를 내어 놓으신 이탈리안 할머니까지, 그들의 정성이 있기에 나에게 그 요리들은 감동으로 돌아왔고 또한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답하는 사랑공식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물론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발렌타인데이는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화이트소스 돼지고기와 트뤼플 초콜릿을 함께하며 내 방식대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이 날을 위해 또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 식탁을 차려내려 한다. ▲ 트뤼프 초콜릿 초컬릿 재료: 생크림100cc, 세미 다크 초콜릿200g, 다크초콜릿300g, 와일드베리쨈60g, 바카디2큰술 장식 재료: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 슈가 파우더 적당량 초컬릿 다져서 녹이기 - 일단 다크초코렛은 잘게 다진다. - 냄비에 생크림을 넣어 중불에서 실리콘주걱으로 끓기 직전까지 젓는다. 끓기 직전에 불을 끈 다음, 세미 다크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을 넣어 휘스크로 잘 저으면서 서서히 녹인다. - 전체적으로 녹으면 와일드베리쨈, 바카디를 넣은뒤 역시 휘스크로 잘 젓는다. 주머니에 넣어 굳힌 후 자르기 - 냄비에서 스텐볼로 옮긴 후 얼음물에 중탕해 바닥면이 굳기 전에 재빨리 섞어준다. - 뭉치기 시작하면 삼각주머니에 넣고 냉장고에서 약3~5분간 둔다. - 넓은 쟁반에 두께2cm, 길이 6cm로 짜 놓은 다음 냉장고에 약 5분간 굳힌 후 적당한 크 기로 떡을 썰듯이 자른다. 코코아 가루 묻히기 - 큰 볼에 코코아 파우더를 넣고 그 안에 잘라놓은 초컬릿을 굴리면서 옷을 입힌 후 살짝 굳히면 완성! 화이트 소스로 조려낸 돼지고기 (조리시간 : 약2시간) 재료: 돼지목살2근(1.2kg), 황토소금1g(없으면 구운소금) 화이트 소스: 우유 2리터, 월계수5장, 생로즈마리20g, 통후추1g, 감자2개 ▲ 돼지고기 밑간하기, 재료 손질하기 - 돼지목살에 황토소금을 뿌린 다음에 손으로 문지른다. 실온에서 약15분간 재워놓고,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3cm 두께로 자른다. 화이트 소스 만들기 - 볼에 화이트 소스 재료를 모두 넣어 잘 섞어준다. 끓이기 - 중간냄비에 재워둔 목살, 생로즈마리, 월계수, 우유를 넣고 강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조절한 후 감자를 넣고 조려낸다. 국물에 목살 기름기가 떠오르면서 감자가 익으면 불을 끄고 목살을 건져낸다. 소스 조리기 - 남아있는 국물을 다시 약불에 올려 우유가 되직할 때 까지 조려준다. 찍어먹는 소스 곁들이기 : 요플레1개(100cc), 머스터드1큰술, 머스터드씨1큰술, 다진양파2큰술, 타바스코소스 1작은술을 골고루 섞어 낸다. Cooking Tip - 목살을 통으로 이용할 경우는 칼집을 넣어 유연하게 만든다. 생로즈마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수 있으며 1팩에 2,000원 정도다. 요플레는 플레인 요플레를 구입하는것이 좋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상영
- (CEO칼럼)김홍국 대표,"성공과 환희, 그 뒤에 숨겨진 각고의 노력"
- [가비아 김홍국 대표] 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한나'가 아니라 '제니'가 되고 싶다. 누구라서 날씬한 몸매로 거리를 활보하는 제니보다 숨어서 남의 노래나 대신 불러주는 뚱뚱보 한나가 되고 싶겠는가? 나는 꿈꾼다. 어느 날인가 문득 신의 은총, 손길이 여기에 머물러 세상에 다시 없는 꽃미남, 꽃미녀가 되는 꿈. 나는 또 꿈꾼다. 이 지루하고 괴롭고 끈덕진 기술 개발과 품질, 서비스의 개선을 뒤로 하고 갑자기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온 신사업, 폭주하는 주문, 성공한 사업에 대한 환호. 하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 가끔씩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이어트의 성공 소식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멋진 몸과 매무새로 나타난 그, 그네들은 눈을 반짝이며 얼마나 긴 시간을 모진 식이요법과 고통스런 운동으로 보냈는지를 이야기한다.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혁신과 구조조정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했던 것처럼 한번의 대수술, 대공사로 끝나지 않는다. 만화나 영화가 아닌 이상 그럴 수야 있겠는가? 긴 작업이다. 자고 일어나면 무엇이 되어 있는 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동안 끝없이 이어가야만 하는 고단한 일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오늘도 우리는 거의 회생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어느어느 공룡기업에 새로 영입된 아무개 CEO가 어떻게 부실사업부문을 정리하고, 단칼에 수많은 직원을 해고 했는지 하는 무용담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찬사와 갈채들. 하지만 구조조정의 전문가 아무개 CEO가 오기 전에 회사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 한 기업의 CEO는 붕대를 풀고 새로 태어난 제니를 보고 감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뼈를 깎는 고통과 피냄새를 맡아야 한다. 관료화된 조직, 비효율적인 시스템, 가망없는 적자사업, 희망없는 직원들, 비전없는 회사, 편파적인 인사, 사라진 공정성. 누구도 그런 회사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렇게 되고야 말 것이다. 지금 당장 일어나 거울 앞에 서라. 귀하, 귀사의 몸매는 군살 없이 매끈한가? 그럭저럭 봐줄만은 한가? 귀하, 귀사의 숨쉬기와 피돌기는 무리없이 자연스러운가?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 그것이 새롭게 태어나는 시작이다. 김홍국 대표<약력>연세대 문과대 졸업가비아넷 설립 (1998년)㈜가비아 대표이사(1999년~)인터넷주소정책실무위원회 위원㈜가비아 1998년 가비아넷 설립1999년 (주)가비아로 법인 전환2000년 ICANN 승인 레지스트라 인증2001년 호스팅 서비스 오픈 2002년 .kr 등록 공인사업자 인증2005년 코스닥 시장 등록
- 연말 케이블 채널 `골라보는 재미를 찾아라`
- [노컷뉴스 제공] 케이블 TV에서 연말 가족과 함께 즐길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시청자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각 채널 담당자들이 준비한 풍성한 연말 특선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재미로 더욱 즐거운 연말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영화전문채널 OCN에서는 30일 저녁 7시에 네티즌이 직접 참여해서 2006년 최고의 영화를 가리는 `2006 OCN 무비 초이스`를 방송한다. 입담꾼 컬투의 진행과 노마진 장동혁의 거리 인터뷰로 방송되는 `2006 OCN 무비 초이스`는 시청자가 참여하는 시상식답게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존 영화제와는 달리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시상부문이 눈길을 끈다. 영화속 최고의 커플에게 주는 `달콤, 살벌한 연인 상`, 주목을 못받았던 걸작에게 수여하는 `영화를 놓치다 상`, 비호감 트랜드를 반영한 개성있는 캐릭터에게 선사하는 `호감따윈 필요없어 상` 등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독특하고 개성만점인 상들이 발표될 예정이다.채널CGV는 연말을 맞이하여 2006년보다 더 나은 2007년을 기원하며 전편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인기 많은 2편 영화들로 구성한연말 특집 `2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기획, 26~31일 매일 밤 10시에 방영한다. 26일 밤 10시에는 `맨 인 블랙`의 속편인 `맨 인 블랙2`를, 27일에는 조직간의 처절한 사투에서 머리를 다친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기까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을, 28일 에는 카메론 디아즈, 드류 배리모어, 루시 루가 재결합하여 탄생시킨 스케일 업된 속편 `미녀 삼총사2-맥시멈 스피드`를 편성한다. 또, 29일에는 북미에서만 4억585만 불을 벌어들였던 전작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온 초대형 슈퍼-히어로 액션 모험물 `스파이더맨2`를, 30일 밤 10시에는 사회악 소탕에 나서는 강력계 검사의 활약을 다룬 범죄 드라마 `공공의 적2`를, 마지막으로 31일에는 `나쁜 녀석들2`를 마련한다. 새해 1일 새벽 0시 30분부터 24시간동안 그동안 종일방송으로 사랑받았던 `CSI 라스베가스`, `CSI 마이애미`, `CSI 뉴욕` 등 CSI 전 시리즈의 베스트 에피소드를 볼 수 있는 `CSI 데이 2`가 앵콜 방송된다. 바둑TV는 연말연시를 맞아 2006년 한국바둑을 정리하며 베스트 10경기를 모아 `오늘의 초점국 2006년 10대 기보`를 방송한다. 한국바둑의 위상을 높인 최고의 경기를 엄선해 28일부터 1월 12일 까지 총 10경기를 밤 11시 방송한다. 영화오락채널 `XTM`은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의 연말 올스타전 `프라이드 남제 2006`(31일 오후 3시 30분~밤 9시)을 위성 생중계하고, 2006년 많은 화제를 낳았던 이슈 토크쇼 [최양락의 엑스레이]의 연말특집 하이라이트(27일(수) 오후 4시 30분~6시)를 마련한다.케이블 액션채널 수퍼액션은 31일 일본 오사카돔에서 벌어지는 종합격투기 최대 이벤트 `K-1 다이너마이트 대회`를 당일 오후 4시부터 독점 지연 중계한다. K-1의 세 가지 브랜드인 `K-1 그랑프리(무제한급 입식타격 대회)` `K-1 맥스(70Kg 이하 경량급 입식타격 대회)` `K-1 히어로스(종합격투기룰)`의 주요 선수 중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24명의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벌인다. 애니메이션채널 투니버스는 애니메이션 시상식 `투니 초이스 2006` 작품상 부문을 수상한 `나루토`(2위)와 `개구리 중사 케로로`(1위)를 30일, 31일에 걸쳐 각각 16시간, 23시간 동안 릴레이 방송한다. 역시 경쟁 만화 채널 `챔프`는 겨울방학과 연말을 맞아 30일과 31일 양일간 오전 7시부터 밤 1시까지 총 36시간 동안 2006년 챔프에서 방영한 '도라에몽'의 전 에피소드를 방영하는 `도라에몽 데이`를 마련한다. 케이블.위성TV 스타일채널 온스타일은 `아메리칸 아이돌 스페셜`과 `도전! 수퍼모델 스페셜`을 마련해 28일과 29일에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도전! 수퍼모델 스페셜`은 `도전! 수퍼모델`의 출연진들의 뒷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29일부터 2주간 매주 금요일 밤 12시에 만날 수 있다. 케이블TV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올리브 네트워크`에서는 2006년 한 해를 빛낸 국내 스타들의 스타일을 분석해 본 프로그램 `올리브 스타 스타일`을 자체 제작하여 29일~30일 밤 9시에 방송한다.
-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저릿한 영화를 어쩌면 좋으랴(VOD)
- [조선일보 제공] ‘빤쓰’ 하나 바꿨을 뿐이다. 담벼락 아래 빨래하시던 둘째 할머니, 햇빛 아래 드러난 제 낡은 속옷을 치켜들고는 불현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난생 처음 화려한 색깔의 팬티를 사 입는다. 낡은 고쟁이처럼 나달나달 닳아가던 세 자매들이 꽃분홍색 새 팬티로 갈아입고 난 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숨넘어가게 웃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라, 눈가에 예상치 못한 눈물이 맺혀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여운 속물성에 대해 이만한 위트를 가지고 서늘하게 통찰하는 영화를 최근에 또 본 적 있던가? 정직하게 고백컨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크게 외치고 싶었다. 미안해요, 미처 몰라봐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즐겁게 시청했지만, 영화제작 소식을 듣고선 좀 의아했던 게 사실이다. 무슨 깡이지? ▲ 만화적 과장과 일상의 리얼리티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예지원(최미자 역)의 연기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압권이다.미자(예지원)와 지PD(지현우)의 19금 에로신이라도 듬뿍 담을 예정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200회 넘도록 사소하게 굽이굽이 흘러온 시트콤의 서사를 어떻게 두 시간으로 압축해 관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건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3분여, 극장의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는 (시사회동행자였던) 옆자리의 어머니와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별로 대단치는 않지만 우리 모녀의 안목을 걸고 권하련다. 연말연시 부모님께 모처럼 효도하고 싶다면, 혹은 왠지 서먹한 가족 간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데우고 싶다면 딴 거 없다. 바로 이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함께 보시라.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냐?” 라거나, “엄마아버지는 주책이야. 다 늙어서 왜 그러세요?”라는 세대 간 몰이해의 폭을 분명히 조금은 좁힐 수 있을 테니까.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2006년 한국영화가 이룬 의외의 성취라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인기리에 종영된 텔레비전 시트콤을 원형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온 발 빠른 기획력 때문이 아닐 것이다. 현란한 카메라워크 등 시각적 쾌락에 복무하는 스타일적 요소도 이 영화와 어울리는 설명이 아니다. 이 영화의 힘은, 무조건 선량하지도 사악하지도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세심하게 공들인 시나리오로부터 온다. 영웅은커녕 변변히 제 앞가림하며 사는 인물 하나 없고, 두 노처녀의 짝사랑 사연과 한 노총각의 어설픈 범행모의(?) 말고는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서사조차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의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웃고 있어도 눈물나게 만드는 내공이야말로 세상 모든 대중예술의 목표이자 의무가 아니던가.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먹먹한 장면 하나. 좌충우돌 미자네 식구들이 제각각 경찰서에 몰려가 한바탕 소용돌이를 겪어낸 다음날 아침, 누군가 심상하게 김치 한 포기를 썰고 있다. 그 손은 이윽고 국수 꾸미를 정성껏 삶는다.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했던 미자 아버지의 손이다. 모두가 괴로운 아침, 그러나 인간이므로 밥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식구가 말아낸 국수 그릇 앞에 외로운 식구들이 빙 둘러앉는다. 아버지는 딸의 손에 가만히 젓가락을 쥐어준다.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큰할머니의 한마디가 그제야 머릿속을 쾅 울린다. “사는 게 별거냐. 그냥 아침에 눈 떠지면 사는 거야.” 아아,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이 저릿한 영화를 어쩌면 좋으랴.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 영화화 노처녀와 연하남 연애스토리 담아 영화 ‘올미다’(올드미스다이어리)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1년간 KBS에서 방영됐던 동명의 TV 시트콤을 스크린으로 옮긴 극장판 버전이다. 시트콤 ‘올미다’는 예지원, 김지영, 오윤아 등 30대 노처녀 세 명과 할머니 세 명, 그리고 ‘연하남’ 지 PD를 내세우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시각으로 결혼과 연애에 접근, 마니아 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트콤 김석윤 PD가 감독을 맡았고, 김영옥, 김혜옥, 임현식, 우현 등 시트콤 주요 출연진이 영화에도 같은 배역으로 등장한다. ▲영화 ‘올드미스다이어리’ 스페셜 동영상
- [새영화] 미녀는 괴로워 (VOD)
- [조선일보 제공] 김용화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미녀는 괴로워’(14일 개봉)는 웃음과 눈물의 급소를 제대로 짚고 있다. 성형수술을 소재로 한 이 경쾌한 상업영화는 배꼽을 잡게 하는 에피소드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드라마로 관객의 두 시간을 쥐락펴락한다. 한나(김아중)는 선 자세에서 자기 발이 보이지 않는 ‘뚱녀’. 원작만화(스즈키 유미코 作)에서는 ‘세균’이라고까지 스스로를 비하할 만큼, 자아 존중감이 부족하다. 족탈불급(足脫不及)의 가창력을 가지고 있지만, 버거운 외모 탓에 대중 앞에 나서는 꿈만 꿀 뿐. 재능은 없고 미모만 있는 아미(서윤)의 립싱크 가수로 그림자 인생을 산다. 그뿐이랴. 정신병원에 있는 아빠(임현식)의 병원비를 대려고 밤에는 음란전화 아르바이트도 불사한다. 언감생심, 소속사 프로듀서 상준(주진모)을 짝사랑하던 한나는 급기야 전신성형수술을 결심한다. 자신의 고객이던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이한위)을 협박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고치는 것. 붕대를 풀던 날, 의사의 첫 마디는 “누구냐, 넌”. 데뷔작 ‘오! 부라더스’에서 따뜻한 코미디에 재능을 보여줬던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장점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성형 이전 ‘뚱보 한나’와 성형 이후 ‘미녀 한나’를 경쾌한 리듬으로 비교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나의 노력에도 잊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라텍스 특수 분장을 통한 95㎏의 거구로 변신한 김아중은 표현 그대로 온몸을 던지면서 애교 있는 발성과 연기를 보여준다. 수술을 통해 48㎏의 S라인으로 탈바꿈한 뒤 첫 방송출연 무대에서 열창하는 한나의 장면은 상업영화 카타르시스의 한 정점이라고 생각될 정도. 또 유난히 잦은 클로즈업이 끄덕거려질 만큼 매력적인 주진모는, 최소한 이 겨울 동안에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성형은 옳지 않아”식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말을 맺는 대부분의 대중 영화와 달리, ‘미녀는 괴로워’는 열린 결말로 상투성을 벗어난다. 미모 자체가 이미 자본의 일부가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현실이 영화 한 편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울분 해소나 대리만족을 주기에는 큰 부족함이 없을 듯. ▲영화 `미녀는 괴로워`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