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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N)노장의 이유있는 고집, '천년학' 4월12일 개봉
- 영화 '천년학'의 두 주인공 조재현(왼쪽)과 오정해[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 어느 쪽을 둘러봐도 만만한 상대가 없다. 50여년 동안 카메라 뒤에서 메가폰을 들고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의 노감독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임권택 감독(72)의 100번째 연출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영화 '천년학'(제작 키노투)의 개봉이 4월12일로 확정됐다. 4월은 뜨거운 경쟁의 설 연휴를 지난 뒤 영화계가 숨을 고르는 대표적인 비수기. 대개 이런 비수기에는 흥행대작과 경쟁하기에 버거운 규모가 작은 영화나 예술성을 앞세운 영화들이 극장에 개봉한다. 상대적으로 흥행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고 개봉관을 잡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노감독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개봉하는 4월12일은 공교롭게도 그런 '무풍지대'가 아니다. 외딴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박해일, 박솔미, 성지루 주연의 한국영화 '극락도 살인 사건', 미국 인기 만화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고스트 라이더', 양조위 금성무와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 등 중화권 '드림팀'이 집결한 '상성' 등이 모두 4월12일 개봉한다. 당초에는 '트레인스포팅' '비치' '28일후'의 대니 보일 감독의 신작 SF '선샤인'도 이날 개봉이 잡혀 있었으나 19일로 한 주 연기됐다. 하지만 3편 모두 저마다 영화의 특색이 뚜렷하고 흥행적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는 젊은 관객층의 구미에 어필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원로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이 개봉하며 마주치는 상대로 결코 간단치가 않다. 아니, 흥행 경쟁면에서는 버겁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사실 '천년학'은 기획 단계부터 적지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스타 배우의 캐스팅과 대중적인 소재가 영화 투자를 결정짓는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서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과 베를린 영화제 명예황금곰상에 빛나는 임 감독의 이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판소리를 다룬 영화의 소재가 대중적이지 못한데다 빅스타도 출연하지 않아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려 제작이 좌초될 위기를 겪었다. 그나마 뜻있는 영화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선 끝에 '천년학'의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런 진통 끝에 개봉하게 된 상황이라면 좀 더 좋은, 안정된 시기를 택할 수도 있었다. 특히 해외 영화제에서 명망이 높은 임감독의 위상을 감안하면, 해외 수상소식이 전해온 뒤 이른바 '영화제 특수'를 기대하며 개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마다하고 '천년학'이 굳이 4월12일 개봉한 데는 임권택 감독의 남다른 '고집'이 작용했다. '천년학'의 4월 개봉을 요청한 임권택 감독'천년학'은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프랑스 배급사와 해외 배급 계약을 맺었다. 5월에 열리는 프랑스 칸 영화제측은 2005년부터 '천년학'의 출품을 종용해 왔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임 감독이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확정적이다. 임권택 감독은 지난 연말 '천년학'의 촬영을 마무리한 후 "칸 영화제 전에 국내에서 개봉해 관객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영화사측에 밝혀 왔다. 해외 영화제 호평에 안주하기 보다 먼저 당당하게 국내 영화 팬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칠순의 나이를 잊게 하는 노익장이 4월12일 개봉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인 '서편제'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이청준의 소설이 원작이고, 임감독과 영원한 스크린 동지인 정일성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주연은 조재현과 오랜만에 임감독의 작품에 모습을 보이는 오정해. 영화의 음악은 재일교포 크로스오버 음악인 양방언이 담당했다. 눈이 먼 슬픔과 사랑의 아픔을 소리에 담아내는 여자 송화와 그녀를 사랑해 고수가 된 동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임권택 특유의 진득하고 여백짙은 영상에 담겨 있다. 고희에 들어선 노감독의 이유있는 고집이 과연 4월 극장가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 (SPN)노장의 이유있는 고집, '천년학' 4월12일 개봉
- 영화 '천년학'의 두 주인공 조재현(왼쪽)과 오정해[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 어느 쪽을 둘러봐도 만만한 상대가 없다. 50여년 동안 카메라 뒤에서 메가폰을 들고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의 노감독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임권택 감독(72)의 100번째 연출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영화 '천년학'(제작 키노투)의 개봉이 4월12일로 확정됐다. 4월은 뜨거운 경쟁의 설 연휴를 지난 뒤 영화계가 숨을 고르는 대표적인 비수기. 대개 이런 비수기에는 흥행대작과 경쟁하기에 버거운 규모가 작은 영화나 예술성을 앞세운 영화들이 극장에 개봉한다. 상대적으로 흥행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고 개봉관을 잡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노감독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개봉하는 4월12일은 공교롭게도 그런 '무풍지대'가 아니다. 외딴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박해일, 박솔미, 성지루 주연의 한국영화 '극락도 살인 사건', 미국 인기 만화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고스트 라이더', 양조위 금성무와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 등 중화권 '드림팀'이 집결한 '상성' 등이 모두 4월12일 개봉한다. 당초에는 '트레인스포팅' '비치' '28일후'의 대니 보일 감독의 신작 SF '선샤인'도 이날 개봉이 잡혀 있었으나 19일로 한 주 연기됐다. 하지만 3편 모두 저마다 영화의 특색이 뚜렷하고 흥행적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는 젊은 관객층의 구미에 어필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원로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이 개봉하며 마주치는 상대로 결코 간단치가 않다. 아니, 흥행 경쟁면에서는 버겁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사실 '천년학'은 기획 단계부터 적지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스타 배우의 캐스팅과 대중적인 소재가 영화 투자를 결정짓는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서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과 베를린 영화제 명예황금곰상에 빛나는 임 감독의 이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판소리를 다룬 영화의 소재가 대중적이지 못한데다 빅스타도 출연하지 않아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려 제작이 좌초될 위기를 겪었다. 그나마 뜻있는 영화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선 끝에 '천년학'의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런 진통 끝에 개봉하게 된 상황이라면 좀 더 좋은, 안정된 시기를 택할 수도 있었다. 특히 해외 영화제에서 명망이 높은 임감독의 위상을 감안하면, 해외 수상소식이 전해온 뒤 이른바 '영화제 특수'를 기대하며 개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마다하고 '천년학'이 굳이 4월12일 개봉한 데는 임권택 감독의 남다른 '고집'이 작용했다. '천년학'의 4월 개봉을 요청한 임권택 감독'천년학'은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프랑스 배급사와 해외 배급 계약을 맺었다. 5월에 열리는 프랑스 칸 영화제측은 2005년부터 '천년학'의 출품을 종용해 왔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임 감독이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확정적이다. 임권택 감독은 지난 연말 '천년학'의 촬영을 마무리한 후 "칸 영화제 전에 국내에서 개봉해 관객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영화사측에 밝혀 왔다. 해외 영화제 호평에 안주하기 보다 먼저 당당하게 국내 영화 팬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칠순의 나이를 잊게 하는 노익장이 4월12일 개봉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인 '서편제'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이청준의 소설이 원작이고, 임감독과 영원한 스크린 동지인 정일성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주연은 조재현과 오랜만에 임감독의 작품에 모습을 보이는 오정해. 영화의 음악은 재일교포 크로스오버 음악인 양방언이 담당했다. 눈이 먼 슬픔과 사랑의 아픔을 소리에 담아내는 여자 송화와 그녀를 사랑해 고수가 된 동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임권택 특유의 진득하고 여백짙은 영상에 담겨 있다. 고희에 들어선 노감독의 이유있는 고집이 과연 4월 극장가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 (CEO칼럼)하동근 대표, "주몽이 끝났다 그러나 드라마는 계속된다"
- [iMBC 하동근 대표] 지난 3월5일 63빌딩 2층 행사장에는 취재진들이 대거 몰린 행사가 하나 열렸다. 문화방송의 창사 45주년 기념 특집 주몽의 이른바 쫑 파티가 열린 것이다. 장장 81회가 방영될 때까지 매주 월화 이틀 밤은 사람들이 딴 짓 못하도록 텔레비전 앞에 붙들어 맨 주몽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하루 전날 밤에 그 동안 드라마를 만드느라고 애쓴 제작진과 출연진 스탭진 그리고 제작에 협조한 제작관계사 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고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 치하하고 또 함께 노력하고 힘들어 했던 지난 시간을 아쉬워 하는 그런 자리였다. 행사 중간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코 끝이 찡한 일이 벌어졌다. 소서노를 맡았던 한혜진씨가 소감을 끝내 말하지 못하고 마이크를 전광렬씨에게 넘긴 일도 그렇지만, 출연진의 한 사람인 김병지씨가 연출을 맡은 이주환 감독에게 상패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 더욱 그랬다. 드라마가 성공을 하고 또 대박을 터뜨리면 방송사 간부들이 물론 축하와 격려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이번에도 의당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주몽 쫑 파티에서는 출연진이 연출 감독와 촬영감독, 그리고 조명감독에게 상패를 전달한 것이다. 거기에다 감사상패를 전달하는 동안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전 출연진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주환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물론 몸과 마음을 바쳐 제작해온 드라마이니만큼 관계한 모든 사람들의 감회야 오죽하겠지만 보는 이들에게도 신선한 감동이었다. 드라마 주몽은 방송사 mbc에겐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대장금 이후 대형 히트 드라마를 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 방송사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국민 드라마를 방영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시청률 제고와 광고 매출 그리고 다소 침체되었던 사내 분위기의 정상화, 다른 프로그램 활성화의 견인역할 등 모든 면에서 플러스적인 요소로 작용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주몽이 만들어 낸 기록은 숫자로도 신기록을 양산했다. 35주 연속 시청률 1위라는 대기록을 만들어 대장금의 24주 연속 1위를 멀찌감치 추월했다. 또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지금까지는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150여중 4500여벌의 의상을 직접 제작해 의상제작비만 35억이 투입됐고 출연한 엑스트라 3만여명, 등장한 말도 5000여필이나 된다고 했다. 그리고 연장 방영 분까지 포함하면 제작비가 200억원을 넘었다는 뒷소문이다. 드라마 주몽이 우리사회에 던진 파문이나 영향 그리고 뒷얘기 등은 여러 가지로 많다. 고구려사 열풍을 일으켰다든지 주몽을 통해 스타가 된 탤런트도 적지 않다. 송일국과 한혜진은 그만두고라도 모팔모의 이계인의 경우 imbc의 도움으로 평생 처음 팬미팅 사인회를 갖기도 해 본인 스스로가 매우 감격스러워한 일도 있다.주몽 드라마가 던진 메시지 가운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된 것은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의 표본적인 드라마라는 점이다. 우선 원작이 됐던 김정산 작가의 소설 삼한지가 각광을 받았고 관련 소설도 10여권이나 나왔다. 또 어린이용 만화와 학습서 등이 30여종이 출판됐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른바 고구려 역사공원이나 관광 상품이 개발됐다. 또 주몽을 브랜드로 한 식음료 상품이 개발됐고 한강 씨랜드의 주몽 유람선, 모바일 게임까지 등장했다. 이밖에도 엘지전자는 삼족오 문양을 넣은 에어컨을 출시했고 금융기관에서는 고구려 지킴이 통장과 잃어버린 고구려 찾기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드마라 주몽이 보여준 원소스 멀티유즈의 마케팅은 이제 다채널 다미디어 , 디지털 컨버전스, 유비쿼터스 시대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 중요성을 강조될 것이다. 디바이스의 컨버전스를 넘어서 콘테츠의 컨버전스가 본격화되면 방송사 인터넷 자회사들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영상제작업체가 몇 가지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또 일부 상품들이 성공을 하고 있지만 사실 드라마 콘텐츠의 원소스 멀티유즈는 유통을 중심으로 전개 됐을 뿐 부가 상품을 중심으로 한 개발은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 방송사의 프로그램 콘텐츠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콘텐츠 컨버전스는 이제 초입단계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재편집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한다든지, 복합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한다든지 해서 방송사 콘텐츠는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유저들에게 다가 설 것이다. 문화 콘텐츠는 정신활동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한 인식체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디지털화된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과 컨버전스 가능성은 현재 방통융합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하드웨어의 그것보다는 훨씬 폭발적이고 또 다양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계속 되어야 한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그렇고 방송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도 그렇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민정서를 위해서도 그렇다. 하동근 대표 <약력>81년 외대 영어과 졸업90년 동경특파원2000년 보도국 국제부장2001년 보도제작부장2003년 ㈜iMBC 대표이사 사장(현)㈜ iMBC2000년 3월 회사 설립2002년 2월 벤처기업 등록2003년 4월 방송콘텐츠 유료화 2005년 1월 코스닥 상장
- (edaily리포트)폭탄주의 전당에 `신의 물방울`
- [이데일리 공희정기자] 조용하기로 소문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끊임없이 울리며 긴장감이 팽팽한 증권선물거래소 기자실에도 급기야 와인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어느 증권회사가 와인 신드롬에 불을 붙인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증정하면서 부터입니다. 소주 폭탄주로 대변되는 기자들의 세계에도 와인 문화를 전수하자는 의도에서 였다고 하네요. 지금 탐독중이라는 시장부 공희정 기자의 독후감입니다."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시림 속을 나는 지금 걷고 있다. 버섯…그리고 이끼 낀 지면과 나물들에서 풍겨오는 냄새…깊은 숲의 습기를 머금은 냄새…꽃 향기다. 수많은 붉고 작은 꽃, 하얀 꽃도 있어…아아 이 얼마나 화려한 열매인가 …블루베리? 라즈베리? 신선한 체리와 딸기도 있다. 여기는 비밀의 샘이며 화원이기도 하다. 연인? 말 할수 없는 관능…이것은 완성된 한폭의 그림이다. 아니 사람 이야기다" 위에 나오는 시적 표현은 최근 사회적으로 신드롬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인 킨자키 시즈쿠가 프랑스 브르고뉴 와인 `샹볼 뮤지니(Charnbolee Musigny)`를 맛본 뒤 느낌을 표현한 것입니다. `신의 물방울`은 와인을 소재로 한 만화입니다. 와인 전문가 간자키 유타카의 유언에 따라 그의 아들 시즈쿠와 경쟁자 토미네 잇세가 `신의 물망울`과 `12사도`라 불리는 13병의 와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내용입니다. 공전의 히트작 `미스터 초밥왕`의 와인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죠. 초밥왕처럼 기본적으로 대결구도의 흥미진진함과, 와인으로 감동을 선사하려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명랑만화스러운 분위기가 넘칩니다. 특히 이 만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와인을 마셨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징적 향과 맛을 단순 나열하지 않고 과장됐지만 환상적인 말과 그림으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 만화에서는 와인에 대한 전반적 기초 지식은 물론 미국, 호주 등 신대륙 와인까지 골고루 다루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줍니다. `신의 물방울`은 일본에서는 95만부가 팔렸고, 국내에서도 현재 55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지난 연말에는 기업체 임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만화책을 선물용으로 단체 주문해 와인과 함께 나눠주는 것이 유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만화속에 등장한 와인은 여지없이 동이 나고 값이 뛰어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는데. 특히 전통적 강세였던 프랑스 보르도 와인 대신 `신의 물방울`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브루고뉴 와인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네요. 프랑스 농식품진흥청 통계로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브르고뉴 와인 수입액이 전년에 비해 40.3%나 늘었다고 합니다. 와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한국에서 와인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나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일본에선 선술집과 닭꼬치집에서도 소주처럼 시켜 먹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 김치찌개집에서도 와인을 먹는 날이 올 것이라는 우스개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기본적인 와인 시음법은 색, 향, 맛을 차례로 음미하며 즐기는 것인데, 이제는 와인을 마시니 신의 물방울의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는 등의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재미를 위해 임팩트가 강한 소재에 치우치거나 특정 와인을 굉장히 부풀려서 포장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오타쿠(특정 분야에 대한 광신적 전문가 증후군) 문화가 반영된 만화책을 와인 교과서처럼 대하는 것은 한국의 와인 문화 수준이 갈 길이 멀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반성도 뒤따릅니다. 게다가 제1사도, 제2사도로 등장한 `조르쥬 루미에 샹볼 뮤지니 레 자무레즈 2001`과 `샤토 팔머 1999`는 전국 각 매장에서 이미 품절됐고, 10권에 등장할 제3사도는 `욘사마` 배용준씨도 구하지 못해 안달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일본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하네요. 이런 저런 비판소지가 있는 현상들에도 불구하고,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책은 우리나라의 폭음 문화를 어떤 쪽으로든 개선시켜줄 것이라는 긍정론이 우세합니다. 기자들의 술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기자사회에서는 폭탄주가 많이 줄어든 상태이기도 하구요. 신의 물방울 흉내를 내가며 즐기기에는 와인 값이 너무 비싸죠? 술을 대하는 제 태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 만화책을 읽은 효과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 지진희, ''반듯한 그이 섬뜩한 변신''
- [노컷뉴스 제공] 배우 지진희의 이미지는 솔직 담백이었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무채색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22일 개봉되는 영화 '수'에서는 19년 만에 만난 동생을 한순간에 잃고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해결사 '수'로 변신한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진홍색에 가깝다. 지진희를 만나 색다른 변신에 대해 들어봤다. 해결사 '수'로 불리는 킬러역… '대장금' 종사관 나리 어디로? -영화 '수'를 촬영하면서 지방중심으로 많이 촬영했다. 꽤 힘들었겠다. ▲"힘들지 않았다. 보기엔 힘들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원래 힘든 일을 즐기는 편이다. 뒹굴고 부수는, 다소 폭력적인 역이었지만 그 촬영이 끝나고 나서 샤워를 했을 때 마치 카타르시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쾌감이라고나 할까.(웃음) 덕분에 몸매가 많이 좋아졌다. 영화를 찍기 위해 무술연습을 하루 3~4시간씩 했다. 영화 끝나고 나니 살이 되레 찌더라." -예전에는 다소 귀공자스러운 이미지였는데 영화 '수'에서는 다소 거칠고 강한 스타일이다. ▲"'대장금' 때나 CF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항상 반듯하고 모범적이었다. 솔직히 실제 내 모습도 반듯하다. (웃음) 하지만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보여주고 싶다. 모범생처럼 반듯한 모습도 있고 터프한 모습도 공존한다. 어떤 역할을 하든 연기를 할 때는 그 역할에 몰입하고, 그 역이 끝났을 때는 평소에 내 모습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반듯한 이미지 덕분에 광고주에게는 신뢰받는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번 영화 때문에 CF가 안 들어오겠다. ▲"어쩔 수 없다. (웃음) 하지만 연기자라면 어떠한 역할이든지 소화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분간 CF가 안 들어와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다.(웃음)" - 2004년에 결혼을 했다. 아직도 깨소금같은 신혼인가. ▲"무척 행복하다. 항상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안정적으로 변하더라. 다 아내 덕이다. 여자 복이 많다. 현실에서도 아내를 만나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데, 같이 연기를 하는 상대 여자배우 복도 많은 것 같다. (웃음) 지금까지, 같이 연기를 해온 이영애, 강성연, 염정아씨 등과는 호흡이 잘 맞았다. 영화가 끝나도 꾸준히 연락이 오는 것을 보면 정말 여자 복이 많은 것 같다." -이름 때문에 어린 시절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맞다. 내가 초등학생 때 유난히 일본에서 지진이 많이 일어났다. 그때 친구들이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지진이 일어났다' 며 장난을 쳤다. 그래서 '지진희'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름을 '지건희'로 바꿨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건희'보다는 '지진희' 라는 이름이 꼭 나인 것 같고 좋은 이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엔 다시 '지진희'로 이름을 바꿨다. (웃음)" "내 비중 제일 큰 첫 작품 뿌듯" -이번에 출연한 영화 '수'가 예전에 출연했던 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음…. 우선 이번 영화는 나라는 사람, 지진희가 과연 누군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이전 영화들은 주연이라고 해도 다른 배우들의 비중이 높았다.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염정아씨의 비중이 높았던 것처럼. 하지만 이번 영화 '수'는 내가 스크린에 가장 많이 나온다. 조금이나마 '지진희'의 카리스마를 느껴주시길 바란다." -캐스팅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성실한 배우를 찾던 중에 나를 선택한 것 같다. (웃음) 힘든 영화니까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배우로 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쌍둥이로 1인 2역을 하며 거의 대역 없이 촬영했다. 만족스럽다." 인기 만화 '더블캐스팅'을 영화화한 '수'는 영화 '개달리다' '피와 뼈'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최양일 감독의 첫 한국영화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를 표방하는 만큼 독특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담았다. 또 킬러로 출연하면서 정면의 적을 향해 칼을 겨누는 지진희의 변신에 팬들의 기대가 크다. 강성연, 오만석, 문성근 등이 함께 출연한 '수'는 오는 22일 개봉된다.
- 이소룡·비·태권V…우리들의 스타 미술 속 주인공으로
- [노컷뉴스 제공] 대중문화를 현대미술과 접목시킨 전시회가 열린다. 성태진, 신창용, 전상옥, 유영운, 조은영 등 잠재력이 풍부한 30대 작가 5명이 9일부터 4월 19일까지 'PoP & PoPULAR-현대 대중문화의 우상들'을 주제로 서울 흥인동 충무갤러리에서 전시회를 마련, 영화 만화 광고 등 대중매체와 그 주인공을 소재로 제작한 독특한 작품을 소개한다. ●성태진-나의 일그러진 영웅, 태권V 태권V를 소재로 한 성태진 작가의 연작은 제1부 '나의 일그러진 영웅', 제2부 '새로운 희망'으로 나뉜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파편화되고 소외되고 있는 개인이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풍자적으로 담은 작품이 출품된다. 작가에게 태권V는 유년기의 욕망과 이상, 청년기의 모험의 표상이었지만 현재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진 현대인의 심리적 죽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영웅으로 부활하리라는 믿음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신창용-이소룡, 그 부활의 의미 신창용 작가는 영화배우 이소룡이 출연한 '정무문' '용쟁호투'를 통해 얻은 대리만족을 작품에 담고 있다. 이소룡은 한 세대 전 권선징악을 상징하던 배우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떠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이소룡의 영웅적인 행위에서 작가 자신은 삶의 위안을 얻었고 그런 경험을 화폭에 실었다. ●전상옥-오더 메이드(order made· 주문 제작)된 패션 모델 최근 팝 아트의 특징적인 변화는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작품의 소재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상옥 작가 역시 패션지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섬세한 모습을 통해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의 소비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물신주의 시대에 대중에게 각인된 미의 기준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영운-기호화된 매스미디어의 이미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과 같은 영화나 만화의 주인공들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힘과 정의의 상징이다. 이들 캐릭터는 현실에서까지 대중의 삶에 무언가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코드로 작용한다. 즉, 슈퍼맨 옷을 입은 코미디언이나 만화주인공을 보면 그 캐릭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동적으로 알게 된다. 작가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이미지가 인간의 감각을 어떻게 길들여 왔는지 보여준다. ●조은영-한국적인 Pop Art 한국적인 Pop Art는 무엇일까. 민중의 삶을 즐겨 소재로 삼아온 민화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시각매체로 악귀를 몰아내고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주로 담고 있다. 조은영 작가는 이러한 민화와 현대대중 문화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충무갤러리 큐레이터 오성희씨는 "팝아트는 일시적인 대중의 열정에 보조를 맞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소재로 하되 그 안에 내재된 문제의식을 짚어보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팝아트 흐름을 이해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2)2230-6600
- 관객도 어깨 들썩이며 춤 ‘올 슉 업’ 3월의 뮤지컬로
- [조선일보 제공] “삐그덕 지그덕, 삐그덕 지그덕~” 흥얼거리며 골반을 돌리는 채드(조정석). 부드러운 골반춤에 관객도 풀어진다. 뮤지컬 ‘올 슉 업(All Shook Up)’은 1950년대 미국 어느 고리타분한 마을에 기타 메고 나타난 채드가 음악과 춤, 사랑을 퍼뜨리는 이야기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염성 강한 음악으로 속을 채운 무대. 웃고 노래하고 나중엔 춤도 추는 객석 풍경은 드라마를 닮았다. ▲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으로 채운 뮤지컬‘올 슉 업(All Shook Up)’8대 2 가르마를 하고 좀 멍청한 사내 역을 맡은 정성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와 노래의 조정석, 중성적인 매력을 보여준 윤공주 등 배우들에겐 적역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물고 물리고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들, 이상형을 만났을 때의 과장된 멈춤 동작이 재미있다. 자전거와 버스를 등장시킨 장면과 박물관 조각들의 춤이 박수를 받았고, 1막을 닫는 합창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음악은 친숙해서 착착 감겼다. 이 ‘올 슉 업’이 ‘3월 뮤지컬 TOP 10’의 승자였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등 뮤지컬 평론가 3명은 부산으로 내려간 ‘로미오 앤 줄리엣’, 100회 공연을 돌파한 ‘라이온 킹’을 2, 3위로 뽑았다. 지난 1일 100만 관객을 돌파한 ‘명성황후’와 ‘맘마미아!’가 공동 4위에 올랐다.오랜만에 창작 뮤지컬들이 3월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이지혜의 음악과 이희준의 이야기가 어우러질 ‘첫사랑’, 2005년 뮤지컬 쇼케이스에서 뜨거운 눈도장을 받았던 ‘컨츄리보이 스캣’, 박근형 연출이 만화 원작을 매만진 ‘위대한 캐츠비’, 래퍼들을 무대로 불러낸 ‘래퍼스 파라다이스’, 지난해 초연해 호평받은 ‘화성에서 꿈꾸다’…. 수입 공연으로는 3월 말 잠실 텐트극장에서 개막하는 태양의 서커스 ‘퀴담’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 “아이디어와 열정 있다면 할리우드선 OK”
- [조선일보 제공] “시상식이 겨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확실히 할리우드 프로듀서나 배우들의 대접이 달라지네요. 리오(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윌리엄 모나한(‘디파티드’ 시나리오 작가·각색상 수상) 콤비가 다시 우리와 새 프로젝트를 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역시 오스카 덕을 입었다고 봐야겠죠?”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에 자리 잡은 영화사 ‘버티고(Vertigo)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대표 프로듀서 로이 리(38)를 만났다. 경찰에 잠입한 조폭, 조폭이 된 경찰의 운명을 그린 홍콩 누아르(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 ‘무간도’의 판권을 사들여 올해 아카데미 4관왕인 ‘디파티드’(감독 마틴 스콜세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중개한 그는 할리우드의 ‘아시아 영화 리메이크의 킹’(버라이어티지(誌))으로 불린다. 사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로이 리의 리메이크(remake·이미 있는 영화나 음악 드라마 등을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는 단순히 판권을 사서 넘기는 수준을 넘어선다. 한 영화를 선택하면 할리우드의 1급 시나리오 작가에게 각색을 맡기고, 그때 나온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배급사·감독·배우와 리메이크 계약조건을 협의한다. 그에게 ‘리메이크’는 영화를 다시 한 번 ‘우려먹는’ 것이 아니라 관객 취향에 맞게 ‘부활’시키는 작업이다. ▲ 로이 리 사무실에 걸린‘디파티드’포스터에는 1억 달러(약 900억 원)가 아라비아 숫자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흥행수입 1억 달러는 할리우드에서‘대박’의 기준”이라면서“우리가 리메이크하는 모든 영화가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적어 넣었다”고 했다.―‘디파티드’가 작품상을 받는 순간 어떤 느낌이었나요. “아내와 함께 시상식이 열리는 코닥극장 객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순간 가슴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변호사 그만둔 걸 속상해 하시던 어머니도 이번에는 축하한다고 먼저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로스쿨 출신의 잘나가는 변호사를 하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변호사 업무는 하루 종일 각종 서류와 씨름하는 일입니다. 매일 밤 학교 숙제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곳이란 게 매력이었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다시 계약을 했다고요? “(2월 27일자 미국 할리우드리포터지를 보여주며) 최근 홍콩에서 개봉한 양조위·금성무 주연의 ‘상성’(傷城·confession of pain)의 리메이크입니다. 수상 덕분에 급속도로 빨라졌어요. 톱스타 작가·감독은 통화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먼저 전화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리메이크는 창작이 아니라고 비아냥하는데. “소설, 만화, 뮤지컬 등 영화의 대부분이 원작이 있습니다. 관객이 관심을 갖는 건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아닌가요.” ―2001년에 버티고 엔터테인먼트를 시작했을 때는 어땠나요. “뭐, 당연히 문전박대죠. 무작정 비디오테이프를 들고 찾아가 봐달라고 조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일본 공포영화 ‘링’의 리메이크가 대박(전 세계 흥행 수입 2억5000만달러)을 터뜨리면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먼저 좋은 작품 없냐고 연락들을 하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힘들다고나 할 수 있지요. 지금 30개 정도의 시나리오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거든요.” ―‘디파티드’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원래는 브래드 피트가 지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역할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스케줄이 안 맞아서 바뀌었죠. 대신 피트는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윌리엄 모나한이 쓴 각색 시나리오를 스코세지 감독이 OK하면서 진척 속도가 빨라졌죠.” ―아시아 각국의 수많은 영화사에서 당신에게 작품을 보내옵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 영화가 영어로 제작됐을 때 (평균적인 미국인인) 내가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을까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것.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어떤 이야기냐’ 하는 것이고요.” ―많은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결정한 작품이 있나요.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이 거의 최종 계약 단계까지 왔습니다.”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당신이 한국 영화를 판단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보니까 큰 불편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도움을 많이 줍니다. 한국인이거든요. 5년 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유학 중인 아내와 만나 결혼했는데, 한국 감독과 작품을 저보다 많이 압니다.”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엄마한테서 한국어를 배운 애들이 제게 뭘 묻는데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애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요즘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미국시장 진출은 숙원 중의 하나입니다. 도움말을 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의 능력있는 배급사와 손잡는 겁니다. 진입 장벽이 너무나 두꺼운 시장이거든요. 미국에서 많은 한국 영화가 개봉했지만 개봉했는지조차도 모르고 지나간 영화가 많았습니다.” ―혹시 피부색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차별받아 본 경험은 없습니까.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죠. 결과도 마찬가지고요. 차별 대우? 전혀.” ―영화산업은 그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로또산업’으로도 불립니다. 혹시라도 실패한다면 변호사 그만둔 걸 후회하지 않을까요. “전혀요. 만일 그렇다면 난 또 다른 직업을 찾을 겁니다. 자랑 같지만 나는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하면 정말 열심히 하니까요. 그리고 난 누구라도 어떤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일정 부분의 성공은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로이 리는 일 중독자다. 영화 제작 이외에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쇼핑도 한자리에서 몰아서 하고 밥도 거의 같은 식당에만 갈 정도다. 지금까지 일본 영화 ‘링’, 홍콩 영화 ‘무간도’, 한국 영화 ‘시월애’ 등 8편을 리메이크해 대성공을 거뒀고, ‘마이 새시 걸’(My Sassy Girl·원제 ‘엽기적인 그녀’) 등 20여 작품을 제작 중이다. 샌드라 불럭 주연의 ‘레이크 하우스’는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전지현 이정재)의 리메이크작. ‘중독’ ‘괴물’ 등의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뉴욕으로 이민 간 의사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1969년 태어났다. 조지워싱턴대(정치학)와 아메리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이내 그 일이 “지겨워졌다”. 창의적인 일을 찾아 혈혈단신 할리우드로 떠났고, 2001년 친구 더그 데이비슨과 ‘버티고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처음 4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6명이니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지만 매출 규모는 10배로 커졌다.
- "캐릭터로 가는 영화, 좋지 않아요?"
- ▲ “적은 돈으로 큰 영화 못지않은 알찬 한국영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정윤철 감독. 박서강기자[한국일보 제공] 데뷔작 <말아톤>의 예상 밖 흥행 대성공(전국 518만명)이 그에게 여유를 주었을까. 아니면 부담이었을까. 정윤철(36)감독은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내 영화로 세상과 소통이 가능하구나. 17년 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에 가면서 믿었던 ‘영화의 힘’을 다시 기억하게 만들었다.” <좋지 아니한가>는 어쩌면 그 자신감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감독으로서 정윤철이 가슴에 품고 있는 욕망의 실현. 그는 그것을 “캐릭터로 끌고 가는 영화, 에피소드의 영화” 라고 했다. <길버트 그레이프> <개 같은 내 인생> <록키> 같은, <말아톤>도 초원이와 엄마의 캐릭터 드라마였다는 것이다. 그 길로 나아가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은 이야기 위주의 영화가 대세지만 앞으로는 캐릭터 영화가 자리를 잡을 것이다. 나 같기도 하도 이웃 같기도 한 인물들이 주는 독특한 재미. TV의 개그 프로그램 마빡이처럼 소재나 이야기보다 캐릭터가 펼치는 강렬한 인상이 본능적 호소력을 지닌다.” 그는 반 고호의 <해바라기>를 예로 들었다. 한 장의 그림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 전 시대 같았으면 물감 낭비라고 생각했을 단순한 해바라기에서 뿜어 나오는 생명의 에너지가 주는 강한 인상. <좋지 아니한가>도 비록 작고 가볍지만 그런 해바라기가 되길 바라며 만들었다. 그렇다고 흥행 걱정까지 털어버린 건 아니지만 만화적 상상력, 작지만 독특한 개성에 끌려 아주 가뿐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배우들(천호진 김혜수 박해일 황보라)의 기꺼운 참여와 열의로 캐릭터는 빛을 발했지만 그것을 어우러지게 하는 일이 100 조각짜리 퍼즐을 맞추는 것만큼 힘들었다. 거기에 판타지라는 향신료까지 집어 넣으려니.” 그런 캐릭터들을 통해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다. 달의 뒷면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잊고 있는 중요한 반쪽이 있다. 그것을 좀 멀찍이 떨어져 한번쯤 보자는 것이었다. 그것도 덤덤하게. 가족조차도. 그러면 자기 틀 속에서 힘들게 이해하려다 상처 받지 않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다. ” 그러고 보니 <좋지 아니한가>에는 두 세 가지 색다른 장치가 있다. 카메라는 늘 인물들의 뒷모습을 무심히 비추는 것으로 시작하고, 지구에서 멀찍이 떨어져 도는 달이 자주 등장한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의한 위기 역시 부모는 자식에게 ‘올인’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기대는 아날로그적 가족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디지털환경의 상징이다. “<말아톤>과도 일맥상통한다. ‘내가 이해 못하는 세계가 초원이에게 있구나’ 라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 엄마도, 우리도 자연스럽게, 감동적으로 초원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화가 그냥 지켜보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첫눈에 반하는 그래서 더 절망하고 요구하는 인간관계보다는 오랫동안 상대를 관찰하다 친해지는 방식을 선택하고 싶어서 였다. 맵고 짠 것이 아닌 심심하지만 영양가 있는 음식이 더 좋지 아니한가. ” 배우는 남의 옷을 입고 한 편의 영화 속을 걸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감독은 그러질 못한다. 정윤철 역시 이렇게 자기 옷을 입고 갈 수 밖에 없다. 그게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건. ▲ 영화 <좋지 아니한가> 여고 영어교사인 심창수(천호진)는 남성의 힘을 잃어버렸고, 아내 희경(문희경)은 그런 남편이 불만인 억척 아줌마. 처제 미경(김혜수)은 말이 무협작가이지 백수이고, 고교생인 아들 용태(유아인)과 딸 용선(황보라)은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에게 ‘가족’이란 단지 한 집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 영화는 이들의 별난 일상과 충돌을 무심하게, 때론 판타지를 살짝 곁들이며 보여주다, 후반 심창수의 ‘선행이 악행으로 둔갑해 버린 사건’에 모두를 불러 모은다. 그렇다고 “아이고, 우리 가족”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새로운 가족과 인간관계의 모색은 한국영화에서도 더러 있었다. 다만 <좋지 아니한가>는 결론은 물론 그것을 다루는 방식까지 상투적이지 않다는 것이 매력이다.
- 자신만의 캐릭터로 젊은 화가들의 정체성 찾기
- [노컷뉴스 제공]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그룹전시전이 다음달 4일까지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지난달 젊은 작가 3인 그룹전시에 이어 ‘Group Show Part ∏:이혜림, 전경, 히데아키 가와시마, YP(유영필)’을 마련, 작가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 해석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뉴질랜드(이혜림), 미국(전경), 일본(히데아키 가와시마), 한국(YP)에서 생활하고 있는 4명의 작가들이 그 나라의 문화와 경험들을 체득하면서 정체성, 자신만의 이미지 등을 다양한 캐릭터로 만들어 회화· 영상· 설치·프린트 작품으로 내놓았다. 작가들은 개인의 정체성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와의 관계라는 주제를 저마다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인물들을 이용해 표현하고 있는데, 팝 아트를 연상시키는 이 독특한 캐릭터들은 작가들 자신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얻은 자화상 같기도 하다. 뉴질랜드에서 활동중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혜림은 애니메이션 기법의 3D 작업으로 ‘TOKI'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과 환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포 작가 전경은 언뜻 보기에는 귀여운 소년과 소녀들을 그린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냉정한 심리적 상황이 표출돼 있다. 인물들의 엽기적인 행동과 표정은 미국에서 성장한 작가가 경험한 차별과 문화적 차이에 따른 충격, 혼미해진 정체성 등이 담겨있다. 큰 눈과 휘날리는 흰 머리카락을 강조한 형상으로 인간인지 유령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신비한 얼굴 이미지를 표현한 일본 작가 히데아키 가와시마와 커다랗고 공허한 눈, 불균형적인 몸, 어둡고 밝은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듯한 인물의 표정을 그린 YP의 작품도 흥미롭다. ※문의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