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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태, "연기 그리고 내 사람에 대한 '순정' 변함없어"
- ▲ 유지태(사진=김정욱 기자)[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내 나이 서른둘...매 순간 순정을 지키며 살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개봉한 영화 '순정만화'(감독 류장하)에서 남자주인공 연우로 분한 유지태에게 '순정'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질문에 대한 유지태의 대답은 그랬다. 유지태(32)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유지태는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내 안의 순정을 솔직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배우란 결국 자신 안에 있는 순정을 관객들에게 여러가지 캐릭터로 보여드리는 사람들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번 영화 '순정만화'에서 유지태가 맡은 역할은 띠동갑 연하의 여고생 수영에게 사랑의 설레임을 느끼는 인물이다. 자칫 원조교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을 듯 싶지만, 익히 알려졌다시피 '순정만화'는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강풀 원작의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 만화는 제목처럼 치정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담았고, 영화 역시 만화의 주제를 훼손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연우는 여고생 수영(이연희 분)의 귀여운 접근에 혼자 키득거리며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 유지태는 그동안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들이 무겁고 힘이 들어갔던 반면 '순정만화'는 관객들이 다가가기 편한 작품이라 이번 작품에 끌렸다고 말했다. '순정만화'의 분위기에 기대어 영화 속 수영이 편안함을 느꼈던 연우처럼 관객들에게도 배우 유지태의 편안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독 '순정만화' 속 유지태는 극의 흐름에 맞게 애드리브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등 기존의 연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인지 영화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겨냥하고 만들어지는 ‘기획영화’로 폄하하지 말아달라고도 강조했다. 작품성도, 배우들의 연기도, 연출력도, 영상미도 자신이 보기에는 결코 허술하지 않다는 것이다. ‘순정만화’의 연우에서 살짝 벗어나 영화인 유지태의 꿈을 물었다. 1998년 영화 ‘바이 준’으로 데뷔한 이후 유지태는 ‘주유소 습격사건’, ‘봄날은 간다’, ‘동감’, ‘내추럴 시티’, ‘올드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황진이’, ‘가을로’ 등 약 20여편의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하거나 일부 단편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또래의 연기자들 중에서는 영화 외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 유지태(사진=김정욱 기자)“폴 뉴먼이 죽기 전까지 약 60여편의 영화를 촬영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사실 요즘 들어서는 잘 모르겠어요. 여건이 되면 성장영화를 연출하고 싶은 꿈도 있는데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지 요즘 영화계를 보면 솔직히 걱정도 됩니다."유지태가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는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환경이 악화돼서다. 직업이 연기자인 유지태로서는 배우로 밥벌이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는 상황. 그가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해 영화인들의 복지현황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화를 만드는 시스템의 합리화를 통해 한 몫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속내다. SBS 새 수목드라마 ‘스타의 연인’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배우로서 경쟁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유지태는 “이제는 스타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밝혔다. 인터뷰 끝에 넌지시 ‘순정만화’에 관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느냐고 에둘러 물었다. 지금 유지태의 가장 큰 순정을 받고 있을 사람인 김효진에 대한 말을 듣고 싶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유지태는 씨익 웃으며 “효진이가 ‘순정만화’를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가장 많죠”라며 살짝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 대해 더 물어보려다 그만둔 이유는 그의 순정과 진심이 느껴져서다. 유지태는 “그 친구에 대한 제 순정에는 변함이 없다”며 영화 속 연우의 표정으로 씽긋 웃어 보였다. ▶ 관련기사 ◀☞'순정만화', 욕정 '미인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이연희 "연기력 부족? 근거없는 지적 아냐" (인터뷰②)☞이연희 "사랑··· 늘 시작만 하다 끝이나요" (인터뷰①)☞강인 "'순정만화' 통해 영화에 푹~, 배우 욕심 커져"(인터뷰)☞'순정만화' 류장하 감독, "원작과 닮은 듯 달라야 하는 게 숙제"
- (정장진의 Tour & Culture)겨울의 빛, 루미나리아 Luminaria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이제 12월이다. 늦더위에 가을 가뭄까지 들더니 어느덧 비도 오고 바람도 제법 차가워졌다. 군밤 장수, 오뎅과 떡볶이 장수들도 제철을 만나 삼삼오오 찾아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거리엔 벌써 연말연시 분위기를 내는 화려한 네온들이 불을 밝히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경기만 좋았다면 사실 한 번쯤 흥청댈 수도 있는 계절이다. 충동 구매도 좀 하고 선물도 많이 사고 연락이 온 여기저기 모임도 다 참석하고…… 화려한 불빛들 중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단연 백미다. 단순히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종교적 의미보다도, 교회나 성당에 다니지 않는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혹은 캐롤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던 추억이 있을 수도 있고 동생하고 선물을 놓고 다투다 추운 마루에 나가 손들고 벌을 서던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으며,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 있는지 보겠다며 밤을 새다가 그만 잠들어버린 추억도 떠오를 것이다. 해가 바뀌는 계절이고 한 해를 되돌아 보는 계절이라 크리스마스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 지도 모른다. ▲ 서울 루미나리아서울에도 겨울이 되면 몇 년 전부터 ‘루미나리아’라는 낯선 이름의 빛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몇 년째 계속되다 보니 이젠 루미나리아가 연말 행사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불빛 축제로 고쳐서 부르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불빛 축제로 불렀으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들어온 축제이니 외국 이야기를 할 때는 꼭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기도 하다. ▲ 파리 오페라가 일대 백화점의 루미나리아▲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루미나리아서울만이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 등의 연말연시도 화려하고 추억이 깃든 계절이다. 연말연시에 관광 목적이든 사업 때문이든 외국 여행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도시에서 루미나리아를 만나게 된다. 성당의 빛, 거리의 빛 동양에서도 빛은 지혜와 자비를 상징한다. 허망을 버리고 참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교에서도 빛은 큰 의미를 지닌 상징이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에서도 빛은 사랑과 지혜를 상징한다. 거리마다 장식된 루미나리아는 물론 상업적 성격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상술이 숨어있는 것이다. ▲ 불을 환히 밝힌 오스트리아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빨간 산타클로스도 사실은 유명한 탄산음료 회사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산타클로스라는 말 자체가 세인트 니콜라스를 미국식으로 줄여서 편하게 부르다 만들어진 말이다. 디즈니 등의 만화영화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미국식 성탄절을 퍼뜨린 장본인이다. ▲ 파리 생 세부륑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루미나리아는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시작된 빛의 축제다. 물론 요즈음은 성당 외부에까지 조명을 켜놓아 성당은 이제 바깥쪽까지 모두 빛에 감싸여있다.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정책 탓에 생긴 현상이다. 아름다운 조명을 받은 성당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성당 내부는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문화재로 등록된 성당이나 교회 이외에는 민간인에게 팔려나가 디스코텍이 되거나 창고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 요즈음이다. 어쨌든 서울, 파리, 뉴욕, 로마, 빈, 런던, 홍콩을 가리지 않고 12월의 도시들에서는 루미나리아, 불빛 축제가 벌어진다. 그리고 이 축제는 “하나, 둘, 셋” 카운트다운을 하며 새해를 맞는 지점까지 그 화려함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모네가 그린 빛 ▲ 모네의 <루앙성당연작>성당 안의 빛이 거리로 나왔다. 이 빛은 그러므로 가능한 한 성스러운 빛이 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가 루앙 성당 연작을 그렸을 때 파악해보려고 달려들었던 빛이 이 성스러운 빛이었을 것이다. 19세기 말, 이미 누구도 성당을 예전처럼 진지하게 찾지 않던 시절, 모네는 석회석으로 지은 거무튀튀하게 변한 성당을 찾아가 아침에서 저녁까지 햇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성당 모습을 수십 장 그렸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부숴버리면서 오래 작업을 한 끝에 완성된 모네의 성당 연작은 범상치 않다. 성당이 무너져 그 밑에 깔리는 악몽을 꾸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이 집념은 빛이라는 것이 성당 안이나 밖이 아니라 정신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빛은 역설적이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오직 그리움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 모네가 연작을 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움과 갈구의 대상인 이 빛에 비하면 루미나리아의 빛은 너무 가볍고 사납기까지 하다. 가장 화려하다고 자랑하는 루미나리아, 더 이상 나 이외의 빛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기도 하고 지나치게 화려해 쉽게 질리기도 한다. 누구도 루미나리아 앞에서 성당이 무너지는 악몽을 꾸지는 않는다. 성당 밖으로 나오자 빛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라 도시의 조명시설이나 상업적 장식이 되어버렸다. 적어도 루미나리아의 기원만이라도 알고 화려함을 즐겨야 되지 않나 싶다. 특히 청계천 루미나리아나 세종문화회관 앞의 루미나리아는 무언가 허전하다. 몇 년 동안 계속 봐왔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조명 방식 등이 파리 같은 도시의 것을 거의 그대로 모방했다는 느낌을 준다. 또 어딘지 비잔틴 냄새도 조금 나는데, 한 마디로 국적이 없는 불빛 축제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실제로 나란히 놓고 비교를 해보면 거의 똑같다. 기독교 축제인데 불교 분위기를 낼 수도 없고, 여러 고민이 적지는 않겠지만, 차츰 창조적인 서울만의 독특한 빛이 나왔으면 싶다. 기억에 남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성탄 트리 ▲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트리런던에서 겨울을 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은 트라팔가 광장의 분수 옆에 세워진 성탄 트리를 기억할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도움을 준 영국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노르웨이에서 매년 전나무를 하나 선물해서 세워지는 성탄 트리다. 추운 겨울, 인근 펍에서 한 잔 하고 지나치다가 차가운 물방울을 맞으며 이 성탄 트리를 보면서,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않고 또 초라하지도 않은 적당한 모습에 잠시 서서 눈길을 보낸 기억이 새롭다. 그 앞의 국립 미술관이나 성당도 함께 어울려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화려하기만 한 파리의 샹젤리제나 오페라가 일대의 백화점 거리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 故 김연수 삼양 회장 일대기, 만화로 나온다
-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삼양그룹 창업자인 고(故) 수당(秀堂) 김연수(金秊洙) 회장의 일대기가 만화로 제작되어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된다.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올해 창립 84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의 창업자인 고 김연수 회장의 일대기를 만화로 엮어 12월1일부터 대한상의 경제교육 홈페이지(hi.korcham.net)의 '만화 CEO 열전‘ 코너에 연재한다고 밝혔다.김연수 회장은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최초의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 기업경영에 근대적 경영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민족기업인 경성방직을 경영했으며 1924년 삼양사를 설립, 활발한 기업활동을 펼쳤다.만화는 김 회장의 ‘유년·유학시절’, ‘삼양사 창업 및 발전과정’, 국내 최초의 해외현지 회사인 ‘만주 남만방적 설립’, 만주로 진출하여 동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진면목’과 한국전쟁 후 ‘삼양사의 재건 이야기’ 등을 상세히 담았다.대한상의와 삼양그룹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만화가 유영수 화백이 제작을 맡은 이번 '한국 근대기업의 선구자, 김연수'편은 총 23편으로 구성되었으며 매주 2~3편씩 1월말까지 연재된다.상의가 청소년들에게 기업인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만화 CEO 열전'은 유명 기업인의 성공·실패담, 경영철학과 인생철학 등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유일한 박사를 시작으로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박두병회장, 구인회 회장, 최종현 회장의 일대기를 제작해 게재했다.
- 연말 한국영화, `순정`과 `욕정` 사이...관객의 선택은?
- ▲ 영화 순정만화와 쌍화점[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연말 한국영화가 '순정'과 '욕정'의 대결구도를 갖추고 관객을 손짓한다. 12세 관람가의 밝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남녀상열지사와 욕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로 양분된 모양새다. 27일 개봉을 앞둔 류장하 감독의 '순정만화'는 말 그대로 순정을 표방하고 만들어진 영화다. 강풀의 인터넷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한 '순정만화'는 여고생 수영(이연희 분)과 서른 살 공무원 연우(유지태 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 수영과 연우는 손 한 번 잡는것도 주저거릴 정도로 '순박한 커플'이다. 당연히 12세 관람가. 같은 날 개봉하는 김형주 감독의 '초감각 커플' 역시 천재 여고생 현진(박보영 분)과 초능력을 지닌 수민(진구 분)의 엉뚱하고 유쾌한 사랑을 그렸다. 이 영화 역시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 또한 코미디가 주를 이뤘다. 한때 아이돌 스타였던 현수(차태현 분)에게 딸임을 자처하는 정남(박보영 분)이 나타나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물론 12세 관람가다. 다음 달 18일 개봉하는 정정화 감독의 '달콤한 거짓말'도 12세 관람가 대열에 합류했다. 방송작가 지호(박진희 분)가 첫사랑 민우를 만나 기억을 상실한 척 연기 하면서 점점 커지는 거짓말을 그렸다. 반면 남녀간의 욕망과 욕정 그리고 관능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도 올 하반기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27일 개봉하는 신동일 감독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순박한 요리사(박희순 분)와 아내(홍소희 분), 그리고 부와 명예를 가진 친구(장현성 분) 사이의 빗나간 사랑을 그린 영화. 18세 관람가를 받은 이 작품에는 박희순과 홍소희, 홍소희와 장현성 간의 농도 짙은 베드신이 담겼다. 주인공을 맡은 박희순이 통상적인 수준이 아닌, 파격적 수준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노출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다음 달 30일 개봉하는 유하 감독의 '쌍화점'은 유 감독이 "육체의 향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적나라한 남녀간의 욕정을 보여준다. 고려 왕과 그가 총애하는 호위무사, 그리고 원나라에서 온 왕후 세 남녀의 애증을 담은 '쌍화점'은 예고편부터 고려 왕 역할을 맡은 주진모와 호위무사 홍림 역의 조인성의 베드신, 조인성과 왕후 역을 맡은 송지효의 베드신이 일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한편, 지난 13일 개봉해 김민선과 추자현의 노출신과 베드신으로 화제가 된 '미인도'는 연말까지 계속 상영한다는 계획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12세 관람가 영화는 가족 관객들과 데이트 영화로 선호되는 측면이 강해 흥행의 리스크가 적은 편이고, 18금 영화의 경우에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원초적인 것에 더 끌려하는 경향이 있어 흥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고 지적한 뒤 "올 연말 어떤 영화가 흥행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영화의 기획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영화 ‘쌍화점’ , 파격 베드신? 재미는 따로 있죠
- 연말 한국영화, '순정'과 '욕정' 사이...'관객의 선택은?'
- ▲ 영화 '순정만화'와 '쌍화점'[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연말 한국영화가 '순정'과 '욕정'의 대결구도를 갖추고 관객을 손짓한다. 12세 관람가의 밝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남녀상열지사와 욕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로 양분된 모양새다. 27일 개봉을 앞둔 류장하 감독의 '순정만화'는 말 그대로 순정을 표방하고 만들어진 영화다. 강풀의 인터넷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한 '순정만화'는 여고생 수영(이연희 분)과 서른 살 공무원 연우(유지태 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 수영과 연우는 손 한 번 잡는것도 주저거릴 정도로 '순박한 커플'이다. 당연히 12세 관람가. 같은 날 개봉하는 김형주 감독의 '초감각 커플' 역시 천재 여고생 현진(박보영 분)과 초능력을 지닌 수민(진구 분)의 엉뚱하고 유쾌한 사랑을 그렸다. 이 영화 역시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 또한 코미디가 주를 이뤘다. 한때 아이돌 스타였던 현수(차태현 분)에게 딸임을 자처하는 정남(박보영 분)이 나타나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물론 12세 관람가다. 다음 달 18일 개봉하는 정정화 감독의 '달콤한 거짓말'도 12세 관람가 대열에 합류했다. 방송작가 지호(박진희 분)가 첫사랑 민우를 만나 기억을 상실한 척 연기 하면서 점점 커지는 거짓말을 그렸다. 반면 남녀간의 욕망과 욕정 그리고 관능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도 올 하반기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27일 개봉하는 신동일 감독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순박한 요리사(박희순 분)와 아내(홍소희 분), 그리고 부와 명예를 가진 친구(장현성 분) 사이의 빗나간 사랑을 그린 영화. 18세 관람가를 받은 이 작품에는 박희순과 홍소희, 홍소희와 장현성 간의 농도 짙은 베드신이 담겼다. 주인공을 맡은 박희순이 통상적인 수준이 아닌, 파격적 수준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노출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다음 달 30일 개봉하는 유하 감독의 '쌍화점'은 유 감독이 "육체의 향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적나라한 남녀간의 욕정을 보여준다. 고려 왕과 그가 총애하는 호위무사, 그리고 원나라에서 온 왕후 세 남녀의 애증을 담은 '쌍화점'은 예고편부터 고려 왕 역할을 맡은 주진모와 호위무사 홍림 역의 조인성의 베드신, 조인성과 왕후 역을 맡은 송지효의 베드신이 일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한편, 지난 13일 개봉해 김민선과 추자현의 노출신과 베드신으로 화제가 된 '미인도'는 연말까지 계속 상영한다는 계획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12세 관람가 영화는 가족 관객들과 데이트 영화로 선호되는 측면이 강해 흥행의 리스크가 적은 편이고, 18금 영화의 경우에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원초적인 것에 더 끌려하는 경향이 있어 흥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고 지적한 뒤 "올 연말 어떤 영화가 흥행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영화의 기획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미인도'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한국영화 자존심☞영화 `미인도` 132만명 돌파...손익분기점 임박☞'순정만화' 류장하 감독, "원작과 닮은 듯 달라야 하는 게 숙제"☞강인 "사랑에 나이는 상관 없어, 하지만 예뻐야..."☞유지태 "살에 탄력 떨어질 때 아저씨 돼간다 생각"
- [SPN 인물탐구③]'딴따라' 김장훈, "무대에 선 순간이 가장 행복해"
- ▲ '김장훈 원맨쇼-쑈킹의 귀환' 포스터[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올해가 가기 전 다시 여수에 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건강을 회복한 김장훈이 21일 전남 여수를 찾아 지난 9월 건강 악화로 취소한 공연을 재개했다. 김장훈은 오프닝에서 자신을 "죄 많은 가수"라고 소개하며 공연을 한차례 연기한 것에 대한 미안함부터 표했다. 이어 “올해가 가기 전 다시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저에 대한 신뢰감이 많이 떨어졌을 텐데도 이렇게 자리를 채워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김장훈은 ‘고속도로 로망스’ ‘혼잣말’ ‘오페라’ ‘슬픈 선물’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며 앙코르 곡까지 무려 17곡을 무대에서 소화해냈다. 물론 김장훈 공연의 트레이드 마크인 '들고, 뛰고, 나는' 그만의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무대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난 김장훈은 공연 중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자책을 하면서도 건강을 되찾아 여수 팬들에게 신뢰감을 회복한 것과 무엇보다 ‘딴따라’라는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은 것에 대한 만족감을 얼굴 가득 드러냈다. 지난 1991년 1집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김장훈이 펼친 유료 공연 횟수만 2000회가 넘는다. 데뷔 초에는 꾸준한 소극장 공연으로 ‘대학로의 노래하는 야인’으로 불렸고 1998년 4집 발매 후에는 ‘영화 따라잡기’ ‘우주쇼’ ‘만화열전’ ‘마이 프로필’ 등 전국 투어 공연으로 콘서트의 달인으로 등극했다. 데뷔 18년차에 뜻하지 않게 ‘기부천사’란 수식어가 붙어 ‘딴따라’ 이미지와는 멀어진 감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장훈은 콘서트의 달인답게 지난 4월부터 2년간 300회 공연을 목표로 전국을 부지런히 돌고 있다. 여수 공연을 끝으로 ‘김장훈 원맨쇼-소극장편’은 끝이 났지만 그의 공연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김장훈은 오는 12월6일 충남 보령에서의 무료 공연을 시작으로 ‘김장훈 원맨쇼-쑈킹의 귀환’ 공연에 돌입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카이스트의 도움을 받아 상하, 전후, 좌우 이동 및 회전이 가능한 새 무대(스튜어트플랫폼 무대)를 개발해 첫 선을 보이는 무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억 원에 이르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 무대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김장훈은 "백문이불여일견"이라면서도 새 무대를 보령 공연에서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에 대해 열심히도 설명했다. 그는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공연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변화를 모색하던 중 새 무대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이 새로운 무대가 국내에 정착되면 향후 비싼 돈을 들여 굳이 해외 장비를 빌리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보다 멋진 공연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눈을 반짝였다. 김장훈이 이토록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공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아는 분이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딴따라 김장훈이 보고 싶다’고. 전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딴따라의 인생을 사는 것이 좋아요. 딴따라로 있을 수 있는 순간이 바로 무대에 서는 시간이죠. 이번 공연에서도 가장 저답고 가장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은 저…욕도 잘하는 나쁜 남자랍니다.”(웃음)▶ 관련기사 ◀☞[SPN 인물탐구②]'기부천사' 김장훈, '나누는 삶 통해 세상과 소통'☞[SPN 인물탐구①]'인간' 김장훈, "물 흐르듯 살고 싶다"☞김장훈, 공연계 혁명 일으킬까...'스튜어트 플랫폼' 도입 新 무대 공개☞김장훈, '서해안 감동 다시 한번'...자비 1억여원 털어 무료공연☞가수 김장훈, 잡지협회 선정 '올해의 인물'
- 이연희 '첫사랑'엔 성공했는데 '짝사랑'도 성공할까요
- [조선일보 제공] 스무 살 이연희. 이제 '소녀'라고 불리기에는 겸연쩍은 나이다. 10대를 막 벗어난 이 풋풋한 배우가 인터뷰 시작부터 씩씩하게 다짐이다. "전에는 다들 '어리니까 괜찮아'라고 다독거려 주셨는데, 이제 어리다고 용서되는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자립심을 키우고,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풀의 인기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순정만화'(27일 개봉)에서 이연희는 서른 살 윗집 총각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여고 2년생 수영 역을 맡았다. "신기하죠? 고등학교 다닐 때 강풀 작가의 원작 만화를 보고 나서 감동받았거든요. 그때 수영이 역할이 참 탐났어요. 그런데 정말 그 역할로 캐스팅 제안을 받으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녀는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스크린 데뷔작인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의 은환도 그랬지만, 'M'(2007)의 미미, '내 사랑'(2007)의 소현까지 그녀는 늘 '첫사랑의 아이콘'이었다. 발랄함과 청순함을 동시에 뿜어내는 그녀의 매력을 감독들이 사랑한 때문이다. 물론 신인 여배우로서 대단한 매력이고 장점이지만, 같은 역할을 반복하는 타입캐스팅(typecasting)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지겹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까 봐 저도 걱정 많아요. 그래도 이번 수영이는 그렇게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가끔씩 거친 또래 친구들처럼 욕도 하고, 망가지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죠." 영화 속 수영은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간혹 지하철에서 만나는 거친 소녀들처럼 육두문자(肉頭文字)도 거침없는 왈가닥 소녀지만,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한 상처로 또래보다 훨씬 조숙한 일면도 있다. 장난기 넘치면서도 톡톡 튀는 여고생 소녀와 '서른 살 아저씨'를 마치 아들처럼 보살피는 엄마 같은 여고생 사이를 왕복하는 그녀의 연기가 풋풋하다. 열두 살 차이의 아저씨와의 사랑에 대해서는 "10대 때는 용서가 안 됐는데, 20대가 되니 이해되더라"며 깔깔거린다. 영화에 대해서는 뿌듯해하던 그녀가 TV로 화제를 옮기자 울상이다.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연기가 어색하다"는 집중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연희는 "어휴~" 하며 한숨을 쉬더니 "그래도 관심이 있으니까 지적도 해 주시는 거겠죠?"라고 되묻는다. "선배들이 충고를 많이 해주세요.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망가뜨려라. 그래야 편해지고 연기도 좋아진다'라고. 지금은 '수업 중'이라고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사람냄새 나는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할게요." 중앙대 연극과 07학번. 지금은 휴학 중이다.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첫사랑 역할은 당분간 벗어나고 싶다는 게 이 '첫사랑의 아이콘'의 작은 소망이다. 선배 여배우 중에 역할 모델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당차게 말했다. "김혜자, 김해숙 선생님을 존경해요.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하지만 '롤(role) 모델'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요. 롤 모델이 있다 해도 제가 그 사람처럼 연기할 수는 없잖아요. 실제로 그 사람이 될 수도 없고요. 그보다는 우선 지금 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는 것, 그래서 하나하나 인정을 받는 것, 그게 제겐 가장 중요해요."
- 유지태 "첫 드라마 출연...배우로서 경쟁력 확인하고 싶었다"
- ▲ 유지태(사진=김정욱 기자)[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유지태가 SBS 새 수목드라마 '스타의 연인'(연출 부성철, 극본 오수연)을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안방극장을 찾는 소감을 밝혔다. 유지태는 최근 이데일리SP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영화만 출연하다가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하니 놀라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그동안 드라마 출연 제의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이번 '스타의 연인' 제의를 받고 이제는 배우로서의 경쟁력을 한 번 확인할 때가 된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며 "그동안 너무 무겁고 어두운 역할만 한 것 같아 멜로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인 김철수 역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유지태는 "영화만 촬영하다 TV 제작현장에 오니 처음에는 속도감에 적응이 잘 안됐다" 면서도 "연기자로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촬영 소감을 덧붙였다. '스타의 연인'은 한류 톱스타 이마리(최지우 분)가 자신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의 김철수(유지태 분)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멜로드라마. 1999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유지태는 그간 '동감','주유소 습격사건',' 올드보이', '가을로', '황진이', '순정만화' 등의 영화에 출연해오다 '스타의 연인'을 통해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게 됐다. '바람의 화원' 후속으로 방영되는 '스타의 연인'은 오는 12월 중순 첫 방영된다.▶ 관련기사 ◀☞최지우 "한류, 아직 죽지 않았다"☞[포토]유지태-최지우, '톱스타와 가난한 소설가 지망생의 만남?'☞[포토]까치발 든 유지태, '내가 기우보다 작네~'☞[포토]최지우, '좌 기우-우 지태, 기분 좋아요~'☞[포토]최지우-차예련, '블랙 튜브 드레스 맞대결!'
- (정장진의 Tour & Culture)금융만 가지고는 안 된다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요즈음은 주식도 없고 펀드도 없는 사람이 술을 산다고 한다. 하지만 농담을 하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금융위기”, “집값 붕괴”, “실직 공포”, “감산”, “구조조정” 등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헤드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 거의 매일 듣다 보니 이제는 거의 무덤덤해져 간다. 잔뜩 겁에 질린 우리를 또 한 번 겁먹게 하는 것은, 요즈음 언론을 보면 어지간히 공부를 하지 않으면 도통 뭔 소리인지 알아 들기 힘든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모기지 정도는 이젠 퀴즈 대회 같은 데도 나올 정도로 많이 알려졌지만, 파생상품을 비롯한 그 이외의 전문 용어들과 영어 약자들은 감조차 잘 잡히질 않는다. ▲ 뉴욕 월스트리트▲ 뉴욕 증권거래소겁나고 잔뜩 주눅이 들어있긴 해도, 얼마 전 영국 여왕 폐하께서 하신 것처럼, 본질적인 질문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엘리자베스 2세는 최근 한 공식석상에서 "왜 아무도 금융위기를 몰랐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토록 파장이 크고 파산과 자살이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된 이 엄청난 파국에 이르기까지 “왜 아무도 몰랐나요?” 징조도 있었을 것이고, 소문도 있었을 텐데, "왜 아무도 금융위기를 몰랐나요?" 먹고 사는데 전혀 걱정이 없는 여왕이지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왕 자신도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앉은 자리에서 무려 2천500만 파운드의 재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런던 정경대의 신관 건물 개관식에 참석한 여왕은 최근 신용 경색 위기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루이스 가리카노 교수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후 이 질문을 던진 것인데,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왜 아무도 금융위기를 몰랐나요?" 그 수많은 경제학 교수들과 MBA 강사진, 노벨상을 수상한 전문가들, 애널리스트, 재경부 장관과 경제 대통령을 포함한 관료들은 "왜 모두들 금융위기를 몰랐나요?" 쩐의 전쟁, 쩐으로 흥한 자, 쩐으로 망한다 저주를 퍼부을 의도는 없지만, 그러나 금융위기를 보면서 “쩐으로 흥한 자, 쩐으로 망한다”는 말이 입 안에서 뱅뱅 맴돈다. 감이 잘 안 잡히는 먼 나라 이야기나, 수십, 수백 억 달러 이야기가 아니다. 다복회라는 이상한 공동체 이름도 떠오르고, 수십 억을 바카라 도박에 날렸다는 유명 MC 이름도 스쳐 지나간다. 공기업 이사의 침대 밑에서 다발로 나왔다는 상품권 뭉치도 눈 앞에 떠오르고, 한 편으론 “합격의 기쁨으로 하루 종일 울다가, 그 다음 날은 등록금 걱정하느라 또 하루 종일 울었다는 한 대학 합격생이야기도 들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터부시하거나 금융을 사기와 동의어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잘은 모르지만 돈으로 돈을 생산하는 과정이 금융일 것이고, 아무리 복잡해도 모든 금융은 금융의 기본 줄기인 “돈으로 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앞의 돈과 뒤의 돈이 얼마나 다른 성격의 돈이지는 대충 알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고리 대금이나 사채 이자를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돈으로 돈을 생산하고 그 돈으로 다시 또 돈을 생산하고 하는 식이다. 어음, 할인, 채권, 주식, 증권, 예탁증서, 양도성, 파생상품, 펀드……. 이 순환 논리가 계속되다 보면 갈수록 인간은 사라질 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익명성으로 존재하는 메커니즘만 남는다. 그래서 여왕이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질문을 했을 때 누구도 시원하게 답을 들려줄 수 없었다. 어디가 끝인지 어디가 시작인지, 셀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소리는 나는데 이 놈의 장치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 어디서 힘을 얻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나만 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모두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다 망했다. 기계 장치와의 싸움 비유가 적절한 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보면 금융 시스템 속에 사는 현대인과 기업과 정부는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기계 군단과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컴퓨팅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존 코너는 기계와의 힘든 싸움을 벌이는데, 이 싸움은 두 개의 시공간에서 벌어진다. 하나는 미래에서 벌어지는 전투이고 다른 하나는 그 미래에서 보면 과거인 현재에서 벌어진다. 영화는 이 현재의 싸움을 보여준다. 만화 같은 SF 영화지만, 이 <터미네이터>가 우리에게 주는 흥미로운 교훈은 결국 인간은 기계와 싸우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기계는 인조인간인 안드로이드와 빅브라더에 해당하는 중앙 통제장치의 형태로 나오지만, 이는 하나의 비유로서 금융 시스템 같은 익명의 메커니즘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형상기억합금에 나노 기술까지 접목된 첨단 안드로이드는 도저히 죽일 수 없는 존재다. 이 안드로이드는 미래에서 현재로 날아와 미래에 태어날 구원자인 존 코너가 태어나지 못하도록 그의 어머니 되는 사라 코너를 죽이려고 한다. 어딘지 성경에 나오는 성령으로 잉태한 성모의 수태고지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이 스토리 설정은, 그러나 시스템과의 싸움이 종국에는 미래를 확보하는 전쟁이라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여기서 미래는 그 역시 전쟁 판인데,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서 인간이 이겨야만 한다. 그래야 구원자가 살아남을 것 아닌가. 잘 만든 SF는 보기에 따라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SF 물을 금융위기와 비교하자면, <에일리언>을 들 수 있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여신인 누트Nut를 그린 스위스 화가 기거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이 시리즈는,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자라는 괴물 이야기이다. 여기서 괴물은 인간 내부에 있다는 교훈이 그로테스크한 형상과 에피소드들을 통해 전달된다. 즉 돈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갈증이 에일리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끈적한 타액을 흘리며 접근하는 그 끔찍한 모습이 돈에 굶주린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금융은 돈이 돈을 생산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인간과 금융과의 싸움은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안드로이드와의 싸움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오장육부 깊숙한 곳에 붙어 자라나는 돈을 숭배하는 에일리언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대안은 무엇일까? 대안은 없다.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싸우는 방법들 중 하나가 문화와 예술이다. 여기서 문화와 예술은 좁은 의미의 문화와 예술을 뜻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유인촌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라는 부처 이름 속에 들어있는 문화도 아니고 예술인총연합회라는 단체 이름에 들어있는 예술도 아니다. 금융도 예술이며 경제 행위도 문화다. 인간의 사고와 활동 중에 문화와 예술이 아닌 것은 거의 없다. 따라서 금융이 예술이 되고 경제 행위가 문화가 되려면 금융과 경제 행위가 인간 삶의 전체가 아닌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철저할 정도로 요구된다. 익명의 장치로서의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에서 익명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고 문화와 예술의 힘은 거대 자본의 파괴력을 예측하고 경고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이 측면을 인간적인 측면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여기서 인간적인 측면이란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자본의 윤리성을 보장할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시스템을 통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사회주의 시스템을 빌려올 수도 있다. 공교육개념, 토지공개념, 환경공개념 같은 것은 자본주의가 가질 수 없는 사회주의의 독특한 매력들 중 하나다. 또한 글로벌화된 환경에서 G20같은 모임이 만나서 밥이나 먹는 자리가 아니라 훨씬 구체적이고 집행효율성을 지닌 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이 전체적인 흐름이 인간을 위한 것이 되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다. 시스템 내부에도 문화와 예술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 시스템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금융이 금융 자체를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안티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시스템 구축하기도 힘든데, 안티까지? 그러나 자정 능력을 상실한 시스템은 안드로이드가 되어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찾아올 것이다. 우리 내부의 에일리언도 빨치산처럼 그 침공에 합세하기 위해 우리의 몸을 뚫고 기어나올 것이다. “홍콩에는 현금만 있고 문화가 없다. 홍콩이 런던과 뉴욕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다." 홍콩 사람들의 자존심을 자극한 이 말은 2008년 봄, 한 영국 외교관이 홍콩을 떠나며 한 말이다. 홍콩의 금융산업은 세계적이지만 문화 소프트웨어가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인데, 이 영국 외교관은 홍콩 영화를 높게 평가하지 않은 셈이고 또 중국에 환수된 홍콩의 미래도 비관적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지독한 배금주의를 비꼬는 말이었다. ▲ 홍콩의 금융중심지인 센트럴 지역어쨌든 홍콩에 ‘현금’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홍콩섬의 중심지인 센트럴 역에서 좌우로 뻗은 5백 여 미터의 퀸즈 로드Queen's Road는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금융 중심지다. 200여 개의 다국적 금융회사들과 세계 100대 은행 중 74개가 이곳에 진출해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HSBC, JP모건, 골드만 삭스, 도이치 방크, ABN 암로 등 전 세계 최고 금융기업의 간판들이 마치 장식처럼 내걸려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국제상업회의소(ICC) 등 국제금융기구 아시아 지역본부들도 모두 퀸즈 로드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몇 개월 가지 않아 영국 외교관은 얼굴을 붉히며 쥐구멍이라도 찾게 생겼다. 런던은 지금 여왕도 한 마디 하실 정도로 혹독한 위기의 중심에 서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사람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 홍콩 스카이라인사실 홍콩에 가보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볼 것이 없다. 비행기 타고 가서 쇼핑이나 하고 딤섬이나 좀 먹고 말 그대로 바람이나 좀 쏘이다 오는 것이 고작이다. 이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랄 수도 있다. 홍콩 교외에 있는 거대한 좌불이나 멋진 현대건축이 볼거리들 중 하나다. 기념물이나 명소만 문화와 예술이 아니다.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꾸며 놓은 곳은 명소 축에 들지도 못한다. 먼저 내국인들이 편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그리고 내국인들이 편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홍콩인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는 모습 그대로가 영국 외교관이 보기에 한심하게 보였던 것이리라. 왜 홍콩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리고 홍콩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던 런던과 뉴욕은 또 왜 오늘날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었을까? 서울이 홍콩 혹은 홍콩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던 런던, 뉴욕이 되지 않으면서도 세 도시의 장점만 갖춘 도시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정말 불가능한 일이고, 요원한 일일까? 금융위기 속에서 깊이 고민해 볼 문제일 것이다. 한국의 석학들이, 문화 예술인들이 나서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이제 경제 대통령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될 시점에 한국이 와있는 지도 모른다. 한국은 어쩌면 위기에 대한 경제학적, 철학적 진단과 함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