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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2' 박규영 "탈북민 연기, 절친 정호연에게도 말 못 해"[인터뷰]①
-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사실은 (정)호연이한테도 엠바고였어요. 하하.”박규영(사진=넷플릭스)배우 박규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 캐릭터 준비 과정과 정호연의 반응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박규영은 탈북민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이야기 속에서 제가 맡고 있는 줄기가 너무 명확했다. 그 캐릭터를 어떻게 정당화시키고 시청자들이 보기에 이해가 되게 준비를 하느냐를 주로 고민하고 감독님과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박규영은 군인 출신의 탈북민 강노을 역을 맡았다. 앞선 시즌1에서도 여성 탈북민 캐릭터가 등장했던 바. 정호연은 해당 캐릭터인 새벽(정호연 분)을 연기하며 전 세계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다.박규영의 절친이자 같은 소속사 동료 배우인 정호연의 반응은 어땠는지 묻자 “그냥 ‘열심히 재밌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더라. 저희 둘 다 워낙 털털해서. 사실은 호연이한테도 이런 캐릭터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두 캐릭터의 관계성에 대해 추측하는 팬들의 반응도 많은 상황. 박규영은 “감독님께서 새벽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인물이라서 그렇게 지어주셨다고 했고, 노을은 가장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지으셨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북한말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의도적으로도 탈북을 하고 한국에서 7년 동안 생활을 했기 때문에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설정 하에 연기를 했다. 주로 보시는 분들이 한국 관객분들이니까 보시기에 최대한 이질감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박규영(사진=넷플릭스)강노을(박규영 분)은 놀이공원에서 인형 탈을 쓰고 일하면서 북에 두고 온 딸을 찾으려는 인물. ‘○△□’ 명함을 받은 그는 참가자가 아닌 게임의 진행 요원인 핑크가드로 분했다. 노을은 놀이공원에서 화가로 일하고 있는 경석(이진욱 분)의 딸 나연이 소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가운데 게임장에서 참가자로 나선 경석의 모습을 보고 동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이러한 설정에 대해 박규영은 “경석이 자신의 딸과 비슷했을 나연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어떤 조금의 연민을 조금 더 느꼈을 것 같다”며 “사실 노을은 삶의 의지가 정말 하나도 없는 사람인데 한 가지 남아 있는 희망이나 실마리는 딸을 찾겠다는 의지다. 진욱 선배님의 아기인 나연을 봤을 때 내 딸이 살아있다면 이 정도 컸을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이어 “나연이를 보면서 제 딸을 생각했다는, 저만의 정당성을 부여한 장면들도 있다. 원래 대본에는 묘사가 안 돼 있었지만 나연이가 노을에게 준 토끼 그림 같은 거다. 토끼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을 소품으로 요청을 했었다. 병실에 보러 갔을 때도 제가 정말 조심스럽게 터치를 해보는 부분이라든지, 그런 것들에서 제가 연기를 할 수 있게끔 했다”고 전했다. 노을이 사람들을 쏘는 진행요원 제안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인생에 거는 어떤 마지막 기대라고 생각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노을이는 ‘돈이 너무 없어서’ 차에서 사는 인물은 아니다. 집에서 살 자격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차에서 살고, 그렇게 본인을 계속 어둠으로 몰아넣으면서 사는 인물인데 자신의 딸 같은 작은 생명에게 마지막 기대를 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뒤로 하고 그 게임 속으로 자신을 다시 한번 던지는 감정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박규영(사진=넷플릭스)그러면서 “나연이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서도 목적이긴 하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을 것 같다. 북한에 놓고 온 딸에 대한 감정, 그 작은 생명들에 대한 감정들. 작지만 단단한 덩어리들이 뭉쳐서 자신을 던지는 계기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부대장으로 불리는 박희순과의 관계성 역시 이목을 모았다. 박규영은 “탈북하기 전에 저의 상사였던 분이다. 사실은 제가 이 게임에 참가하는 거에 제안한 분이기도 하다. 제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살아가는지를 자세히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귀띔했다.노을은 참가자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총구를 겨누지만, 이는 그들을 향한 어떤 배려이기도 했다. 부대장과 다른 진행요원들이 소위 ‘싱싱한’ 장기를 빼돌리기 위해 이들에게 부상을 입힐 때 노을은 가차없이 확인사살했다.박규영은 “노을은 참가자들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노을은 당장 살 이유가 없고 이 게임 참가 이후로 죽어도 상관 없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그냥 나와 같이 아무런 삶의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게임을 통해서 얻은 돈으로 딸을 찾고. 근데 노을이는 딸을 못 찾았으면 죽지 않을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오징어 게임2’의 여성 캐릭터는 누군가의 엄마이거나 누군가의 엄마가 될 예정이거나. 모성으로만 그려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박규영은 “저의 가장 소중한 것, 상실된 대상이 딸일 뿐이지 그게 모성애나 여자가 가져야 할 감정으로 국한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상실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그걸 지켜야 하는 감정들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소중한 걸 지켜야 하는, 소중한 걸 잃은 채 살아가는 캐릭터들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답했다.
- "90대부터 ‘극 노인’ 아니겠나"…초고령사회 맞은 韓
- [이데일리 이지현 이지은 기자] ‘파워 액티브 시니어’ 최정자(93) 어르신은 1933년 일제강점기에 2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다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막내였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서슬 퍼런 상황에서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우리말은 금지됐다. 누군가 듣고 신고하면 큰 곤욕을 치러야 해서다. 12살에 맞은 ‘광복’은 90여년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는다. 그는 “우리말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지금 세대는 모를 것”이라며 그때를 회상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노인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최정자씨(93·뒷줄 왼쪽 3번째)와 그의 가족들이 서울 강북의 자택에서 새해를 맞아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은 첫째딸 도소화(67·뒷줄 1번째부터)씨와 아들 도일원(63), 최정자, 손녀 박효민(40), 증손녀 유하리(4), 손주며느리 이은영(27), 손자 고담(34), 도형동(32·앞줄 1번째부터), 박유창(32), 며느리 문명옥(58), 손녀 도건희(29)씨. (사진=이영훈 기자)그는 매일같이 자신보다 10살 어린 83세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가족이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처럼 사는 노인들에게 친구처럼 때론 언니처럼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어떨 땐 미싱기술로 옷 손질도 해주고 때때론 머리 손질도 돕는다. 그는 “미용실에 간 것보다 내 가위질이 더 마음에 든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며 뿌듯해했다. 그의 또 다른 일과는 동네 놀이터 찾기다. 옆파도타기, 하늘걷기, 등·허리 지압기, 어깨·손목 돌리기, 허리흔들기, 허리돌리기, 로프당기기 등 10여종의 운동기구를 100개씩 한 바퀴 돌면서 일과를 마무리한다. 그에게 장수 비결을 묻자 그는 바로 제철 과일을 꼽았다.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철마다 과일을 꾸준히 먹으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세끼를 꼭 챙겨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60대부턴 콩과 검정깨 마 가루, 양배추 등도 함께 먹어왔다”며 건강비결을 귀띔했다.장수는 축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슬픔이기도 하다. 사람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95세 언니를 제외하면 부모 형제와 모두 이별하고 홀로 남겨졌다. 45세 땐 남편과도 사별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까지 모두 먼저 가버리고 나만 남았다”고 털어놨다.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도 잠시, 현재는 세 자녀와 일곱 손주, 4세 증손녀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다. 손주들에게 그는 ‘멋진 할머니’ ‘용돈 잘 주는 할머니’로 통한다. ‘노인 케어’ 활동으로 일하며 번 돈 29만원에 자녀들이 챙겨주는 용돈을 꼬박 모아 명절이면 자녀와 손주들에게 모두 내어준다. 자녀들에겐 20만원씩, 손주들에겐 10만원씩.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나에겐 기쁨”이라고 말했다.그의 세 자녀도 어느새 60대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눈엔 아직도 60대는 노인이 아닌 ‘애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90대는 되어야 ‘극 노인’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100세를 바라보는 그는 20~30대 손주세대에게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을까. 그는 “젊었을 때 열심히 살아야 나이 먹어서 편히 살 수 있다”며 응원을 보냈다. 70대를 바라보는 젊은 노인에게는 “살아 있을 때 건강할 때 인생 정리를 차근차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오겜2' 이정재 밝힌 동창 한동훈…"윤상현과 술자리설? 이해 안돼"[인터뷰]①
-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순수하게 동창끼리의 식사 자리였는데...”이정재(사진=넷플릭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가 전 법무부 장관이자 국민의힘 대표였던 정치인 한동훈과의 인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이정재는 앞서 한동훈과의 고깃집 회동 인증샷으로 화제를 모았던 것에 대해 “동창이다. 왜 만났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두 사람은 서울 현대고등학교를 나왔다. 이정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서 저녁 식사 한 번 한 거 이외에는 제가 한동훈 씨 일하는 거에 도움을 드린다든가 말이라도 한마디 했다든가 이런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어 사진에 대한 비화도 털어놨다. 공개하려고 한 사진도 아니고 만남을 자랑하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정재는 “밥을 먹고 나왔는데 식당에서 그날 겉절이 무쳤다고 주셔서 하나씩 받았다. 감사하니까 이거 들고 사진이나 하나 찍자고 해서 제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는데, 그때 이미 한동훈 씨 팬들이 생겼던 것 같다. 저희는 몰랐는데 직원 옆에서 그분이 사진을 찍으셨다”고 설명했다.이어 “생각해보니까 ‘이거 내 카메라였는데 누가 찍었지?’ 하고 알아보니까 (찍은 사람의) 블로그에 있더라. 그분이 한동훈 씨를 쫓아다니면서 식당에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을 다 찍으셨더라. 저희가 사진을 공개한 건 아닌데 그 오해는 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탄핵 정국 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유명 연예인들과 친분을 과시한 영상이 재조명된 가운데, 이정재가 꾸준히 언급되기도 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난 2023년 배우 김승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우성, 이정재와 술을 마시는데, 폭탄주를 10라운드 정도 가니 이정재가 못 마시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이에 대해서도 이정재는 “저는 그분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셨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 제 기억으로 한 번 정도 (식사 자리가) 있다. 엔터 사업 종사자가 30~40명 정도 모인 자리였다. 저희같이 영화, 드라마 제작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음반하시는 분들도 계셨다”며 “의원님과 저와 정우성 씨가 특별하게 만난 자리가 아닌데 그렇게 술먹는 자리가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이정재(사진=넷플릭스)‘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 시즌1의 유일한 우승자인 기훈은 456억이라는 상금을 받았지만 인생 역전을 택하지 않고 돌아왔다. 기훈이 왜 떠나지 않았는지, 남아서 무엇을 하는지가 시즌2의 시작이다.이정재는 “양심이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생각이 났다”며 “왜 기훈이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까. 통장에 456억이 찍혔는데 왜 그 돈을 못 썼을까. 기훈의 양심이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어 “살면서 양심을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양심이라는 건 나만 숨기면 그 상황을 모면하고 회피하고 도망갈 수는 있지 않나. 그 양심이 도저히 이 상황을 도망가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양심이 행동까지 이뤄지게끔 만드는 인물들이 지금 사회에는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기훈의 양심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더라”라고 덧붙였다.이정재(사진=넷플릭스)기훈에겐 자신이 져버린,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부채감이 지워졌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시 게임장에 들어간 기훈. 그러나 시즌2의 최종회는 시청자의 답답함을 유발했다.이정재는 “기훈이 게임의 방식이나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리드를 해야만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나. 리더 역할을 하지만 그 게임장은 사람을 죽이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기훈이 한 명이라도 살리는 걸 방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까 기훈이가 좌절을 하게 되고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되니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 보이는 거다”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리더로서 계속 실패하고 나락까지 가게 되는 모습이 시즌2의 엔딩인데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뜨려놓은 다음에 시즌3에서는 기훈이 어떤 생각으로 그 생각을 펼쳐나갈 것이냐로 큰 재미를 만들어놓은 시즌3가 남아있기 때문에 시즌3를 보신다면 그 굴곡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일에선 프로인데 왜 사랑은 이모양일까..나쁜 X[툰터뷰]
-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외모도 학벌도, 직업도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친구.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만은 전혀 부럽지 않다. 여자를 때리는 남자라거나, 알고보니 나보다 오래 만난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라거나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나쁜 남자란 남자는 다 만나는 것 같은 친구. 남자관계에 있어서만큼은 ‘헛똑똑이’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친구. 여자들이라면, 주변에서 이런 친구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 같다.(이미지=카카오웹툰)카카오웹툰 ‘나쁜 X’의 주인공 오하이는 바로 이런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여유롭지 않았던 집안 형편 탓에 대학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학업에 임했고, 사회에선 외주 프로덕션 프로듀서를 맡아 고속 승진을 하며 ‘멋있는 여성’을 대변하는 듯 했지만 연애에서만큼은 달랐다. 나쁜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받고. 그리고 멀지 않은 거리에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릴 적 친구 혁우가 있었다. 연애에 처음부터 성공적인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연애에 성공이란 게 있기나 한걸까. 하이를 둘러싼 독특한 연애들과 직장 내에서 하이를 괴롭히는 악역의 조연 수아까지. ‘나쁜 X’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어른의 연애’와 ‘사회생활’에 관한 공감대를 얻으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 휴재에 들어간 나쁜 X의 조졸리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작가는 하이가 자신을 많이 닮은 아이라고 설명했다.△100화 돌파를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이 첫 작품이신가요.감사합니다! ‘나쁜 X’가 첫 작품이 맞습니다. 나쁜 X는 카카오웹툰 어른 로맨스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수상은 못했지만 그걸 계기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작품인데요.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셔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나쁜 X’에서 X의 의미를 무엇으로 생각하면 될까요.나쁜 X는 초반 이야기 전개 단계부터 독자님들이 욕설을 뜻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셨고 많이들 그 X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는데요. X는 욕설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면서 겪는 어떠한 상황이 될 수도, 감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딱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고, 제목의 X도 상황에 따라 변하는, ‘딱 뭐라고 정하기 힘든 무언가’로 생각하고 짓게 됐습니다.△주인공 하이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인 것 같은데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이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하이는 저를 많이 닮은 아이라서 개인적으로는 구상 자체를 어렵게 한 편은 아닙니다. 공모전에 출품하려다 보니 작품 기획을 조금 급하게 하게 되어 주인공이라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자 싶어서 행동과 사고를 저와 비슷하게 하는 주인공을 만들게 되었고요.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성격이라 매력적으로 봐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하이가 사랑에 있어서 소극적인 것은 하이의 자주성과 대치점에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는 기본적으로 향상심이 크고 남한테 의지하는 일 없이 자신의 목표하는 바를 향해 달려가는 성격인데, 앞선 경험들과 자신의 살아온 환경에 비춰 사랑이 과연 자신에게 좋은 작용을 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지요.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요소이지만 리스크를 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요.△하이는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여성으로 나오는데요. 본래 하이의 직업과 관련된 일을 하셨나요.네, 피디라는 직업을 가져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하이와 달리 몇 년 정도 하다가 직업이 저와 맞지 않는다 느껴져 퇴사를 하긴 했지만요. 예전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의 회사 생활을 구체화시켜봤습니다. 물론 작중 등장인물이나 상황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과 사건이라 실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사랑이란 것, 특히 성인들의 사랑에 대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육체적인 관계는 사랑에 있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사랑을 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힘을 가진’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요. 어느 정도 가치관이나 행동방식이 자리를 잡은 성인에게 있어 일상에서 사랑만큼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혼자일 때와 둘이 있을 때는 사고방식부터 달라지니까요. 육체적인 관계는 사랑하는 사이라는 전제하에 부수적인 요소 아닐까요.△사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혁우와의 사이에 감정이 있지만 이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만난 재희라는 피해자가 발생한 것 같은데요. 재희 캐릭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재희는 이미 하이의 태도를 알고 사귀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이가 좋아서, 하이를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밀어붙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본인이 딱히 피해자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아요. 처음에는 자기 자신을 생각해서 하이와 사귀었다면 하이를 보내줄 때의 재희의 태도는 처음과 달라져 있습니다. 캐릭터 구상의 계기는 재희도 하이도 혁우도 모두 동일해요. 어느 시기라던가 어떤 사건을 지나며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고 사람의 감정이 얽히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제목 또한 그런 의도를 내포하고 있고요.△현재 하이가 재희에 대해 갖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한때 연인이었지만 이를 벗어나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돕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어떻게 헤어졌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랑 재희처럼 직접적인 관계를 이어가지 않더라도 마음으로도 충분히 응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하이가 재희에게 느끼는 감정은 멈춰 있던 자신을 등 떠밀어 움직이게 해준 거니 고마운 마음이 압도적이지요.△회사 동료이자 친구였던 수아가 하이에 대해 갖는 감정은 열등감인가요.열등감도 있지만 딱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는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질투를 하기도 하지만 하이를 정말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수아에게는 하이만큼 좋아해 본 사람도 없기 때문에 사실 애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아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듯 사회화된 어른의 것이라기보다는 좀더 어린 친구들에게서 볼 수 있을 법한 날 것의 감정입니다. 둘의 관계도 사실 회사의 선후임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단짝 같은 느낌이고요. 많이 가까웠기에 그 반작용으로 작은 계기로 틀어지게 된 친구 같은 느낌이요.△해피엔딩을 약속하셨는데.. 앞으로 연재분은 얼마나 남았나요. 작품을 보는 독자들에게 어떤 마음을 공유하고 싶으신가요.정확하게 몇 화다!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제 반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사실 시즌 1, 2를 나눌까 생각도 했었는데, 나눌까 했던 시점이 지금쯤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나누지는 않았습니다만) 앞으로는 지금까지 사랑에 방어적이었던 하이가 사랑하는 방법이라던가 진짜 사랑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될 것 같고요. 독자님들께 1차적으로는 잘 읽히는 재미있는 만화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 뒤로 부가적으로 마음이 맞으셔서 좋아해 주신다거나, 여운을 느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일이고요. 저는 작가 입장에서 어쨌든 작품 의도를 가지고 있고 작품의 주제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는 독자 개개인 분들마다 모두 다를 거라 생각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런 건 없습니다. 느껴지시는 대로 느껴주세요!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을 필두로 한 ‘K팝’을 비롯해 ‘K푸드’, ‘K패션’ 등 ‘K’는 한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웹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를 넘겨보는 방식의 웹툰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콘텐츠입니다. 최근에는 네이버웹툰이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기업들이 즐비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이데일리는 또 하나의 ‘K’ 신화를 만들어 갈 국내 웹툰작가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합니다.[편집자 주]
- 송중기X이희준, '냉부해' 출격…눈물샘 자극한 요리는?
-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배우 송중기와 이희준이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을 만난다.(사진=JTBC)오는 5일 방송될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 3회에서는 게스트 이희준의 냉장고 속 재료를 사용해 최현석과 김풍, 박은영과 이연복의 양보 없는 맛 승부가 벌어진다.앞서 5년 만에 돌아온 ‘냉장고를 부탁해’는 첫 대결 구도로 원조 셰프팀과 도전자 셰프팀의 맛 승부를 성사시켜 관심을 받았다. 이연복과 이미영, 최현석과 에드워드 리, 정호영과 최강록, 김풍과 박은영이 대결했으며 이연복, 최현석, 정호영, 박은영이 승리를 거둬 3 대 1로 원조 셰프팀이 자존심을 지켰다.리벤지 매치가 펼쳐지는 3회에서는 도전자 셰프팀 최현석과 원조 셰프팀 김풍, 도전자 셰프팀 박은영과 원조 셰프팀 이연복의 대진이 결정된다. 예술의 경지를 맛보고 싶은 이희준을 위해 셰프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겠다는 최현석과 실제로 예술과 일가견이 있는 만화가 김풍이 맞붙는다.중식계를 대표하는 중식 대가 이연복과 중식 여신 박은영은 ‘줄 서는 식당’을 주제로 솜씨를 뽐낸다. 두 사람은 줄 서는 식당에 가본 적이 없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중식 초보 이희준의 입맛에 맞춰 맛집에서 먹을 법한 맛있는 중식 요리 대결에 돌입한다.특히 지난 방송에서 튀긴 아이스크림으로 빠스를 만들어 ‘해피 빠스데이’를 선보였던 박은영은 이번에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볼거리로 현장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 과연 박은영이 선보일 요리는 무엇일지, 네 사람 중 이희준의 감성을 자극한 이는 누구일지 궁금해진다.이희준의 냉장고를 털던 MC 안정환이 갑작스럽게 최현석과 땅콩버터 논쟁을 벌인다. 안정환과 최현석이 땅콩버터 때문에 옥신각신하게 된 이유와 논쟁의 결말은 무엇일지 눈길을 끈다.이런 가운데 송중기는 지나치게 솔직한 답변을 하는 이희준을 지켜주는 ‘이희준 지킴이’로 활약할 예정이다.‘냉부해’는 오는 5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 "학교는 빗장 걸고, 정책은 일방통행…교육주체들 '소통 절실'"
-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새해 학교가 가장 먼저 열어야 할 것은 마음의 문입니다.” 두 자녀를 둔 학부모이자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숙영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녀와 올해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그는 교육현장의 실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다. 인터뷰에서 김 활동가는 올해 교육계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 학부모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김숙영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사진 제공=본인)그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이후 잇따른 교권 침해 사례로 학교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활동가는 “교권 침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소통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된 소통 창구를 마련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올해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됐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잠자는 교실’을 깨우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과도한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신 평가체제 역시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 체계로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새로운 5등급제에서 2등급은 기존 9등급제의 3~4등급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1~2등급은 받아야 대학 간다’는 자극적인 마케팅이 성행하고, 이에 휘말린 중학교 3학년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업은 학생 맞춤형으로 바꾼다면서, 정작 평가는 더 경쟁적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죠.”학교별 교과목 개설 차이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교마다 개설하는 교과목이 너무 다르고, 학생들이 교과목 개설을 요구해도 최소 인원 등 여러 규정 때문에 실제로는 원하는 과목을 듣기 어렵다”며 “특히 평준화 지역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도 없어, 배정된 학교에서 원치 않는 과목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올해 정치하는엄마들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으로는 학생인권법 제정과 소외계층 학생 지원 강화를 꼽았다. 김 활동가는 “느린학습자, 난독증·난산증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실질적 지원은 부족하다”며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에 쓸 예산을 이같은 학생들을 위한 지원에 써야한다”고 주장했다.그는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SNS, 게임, 도박 중독 문제가 심각한데 예방 교육은 유인물 배포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실질적인 교육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예방 교육이 실효성이 없어요. 한번은 디지털·도박 중독 예방 교육이라며 집안 정리 교육을 했더군요. 이런 식의 형식적인 교육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운영위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급식, 교복, 교과과정 등 학교 운영 전반에 학생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CCTV 설치나 체험학습 진행 등 안건도 학부모 80% 이상 동의 받는데 교과서 선택이나 주요 교육정책은 의견 수렴 없이 결정되고 있어요. 학교운영위원회가 법적 기구인 만큼, 논의할 주제를 대폭 늘리고 학생들도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김 활동가는 “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생들이 실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시설 개선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소통하는 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진정한 교육 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결국 교육의 중심은 학생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작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요. 올해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교육이 되길 바랍니다.”
- 저승에서 페미니즘 논쟁에 휩싸인 여중군자 '장계향'[미식가의 세계⑮]
- 소산 박대성이 그린 장계향 영정 (사진=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 겸 음식문화평론가] 인류의 역사는 음식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밥상은 이미 과거의 밥상이 아니다. 조선 후기의 기록에 성인 남자는 7홉(약 420g)의 쌀로 한 끼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요즘 공깃밥의 두 배 규모다. 예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최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집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즘 사람들은 한 끼에 평균 밥 반 공기 정도로 버티고 있다. 반면 돼지, 소,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인당 60.6㎏으로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우리 경제의 산업화는 외식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식생활의 서구화를 가져왔다. 20년 전만 해도 식탁에서 볼 수 없었던 브로콜리, 셀러리, 파프리카가 등장하고 식당에선 부대찌개, LA갈비와 같은 정체가 모호한 음식들이 팔리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 음식의 소비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한 시대의 음식문화 발전에는 항상 그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들은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법을 개발하고, 그것을 즐기며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편리한 식기와 식탁예절을 도입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오늘날의 음식문화를 만든 이들이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때다.음식디미방 (사진=경북대학교 도서관)◇여성 최초의 조리서이자 한글 요리서를 저술하다장계향(張桂香, 1598년~1680년)은 조선 후기 요리책 ‘음식디미방’의 저자이다.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에서 여성이 저술한 최초의 본격조리서이며, 한글로 쓴 가장 완성도 높은 요리서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책이 지어진 1672년경 조선에서 여성은 이름 석 자로 사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장계향의 호칭도 대개 남편의 아호를 붙여 ‘석계부인 안동 장씨’ 또는 ‘이시명의 처 장씨 부인’등으로 기록돼 있는데 그나마도 양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의 일이지만 장계향의 호칭에는 ‘여중군자’ 또는 ‘정부인’이라는 수식어가 더해지는데 이는 그녀의 공적과 잘 키운 아들의 출세로 얻은 영광의 훈장이다.장계향은 신사임당에 비견될 만큼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녀는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소학, 사서오경 등 경서를 두루 공부했고 시, 서, 화에 모두 능했다. 장계향의 행적을 기록한 ‘정부인안동장씨실기’에는 ‘학발시’ 3장을 비롯해 ‘소소음’, ‘희우시’ 등 7편, 9수의 시가 수록돼 있다. 그녀의 시에 대해 영의정을 지낸 채제공은 “중국의 ‘시경’ 삼백 편중에도 여성 작품이 많지만 ‘학발시’ 만한 것은 없다”고 했다. 장계향은 명필로도 알려져 있는데 특히 초서를 잘 썼다고 한다. 당시의 서예대가 정윤목은 그녀가 초서로 쓴 적벽부를 보고 그 기풍과 굳센 필세의 호기로움에 놀라 “중국 어느 대가의 글씨가 아닌가”라고 경탄했다. 또 훗날 오세창은 그녀의 글씨를 “풍아의 체와 종요, 위부인의 법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장계향은 그림에도 빼어난 재주가 있어 나비를 잘 그렸고, 인두화에도 능했다. 그녀가 10대 전후에 그린 맹호도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장계향의 탁월함은 아버지 경당 장흥효로부터 비롯된다. 안동 출신인 경당은 학봉 김성일의 문인으로 서애 류성룡, 한강 정구에게도 사사하여 그 학맥은 퇴계로 이어진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수학하여 일찍 상당한 학문의 경지에 올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수학과 시서화가 여성의 길이 아니라 하여 일체 그만 두게 된다. 장계향은 19살에 아버지의 제자였던 영양의 석계 이시명에게 후취로 시집을 간다. 석계에게는 이미 1남 1녀의 전실 자식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낳은 6남 2녀와 함께 10남매를 훌륭하게 키웠다. 자식 교육에 있어 재주보다 착한 행실을 강조하며 성리학의 본질을 실천하도록 가르쳤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피폐해진 민초의 삶을 돌보는 구휼사업에서도 큰 자취를 남겼다. 동네에 도토리나무 숲을 조성해 어려울 때면 큰 가마솥에 도토리 죽을 끓여 소외된 이웃들을 수백 명씩 먹여 살렸다. 시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으며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3년 상을 치르고 아버지를 재혼시켰다. 나중에는 이복동생을 시집으로 데려와 자식들과 함께 가르치기도 했다. 덕행과 효심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미담과 고매한 인품이 알려지면서 장계향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여중군자’라는 별칭을 얻는다. 또 그녀는 초야에 은거하던 산림으로 조정에 출사한 아들 이현일이 이조판서에 오르자 정부인에 추증되었다. 장계향은 70대 중반에 이르러 ‘음식디미방’을 저술한다. 책을 쓴 의도는 뒤표지의 후기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을 이렇게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절대 하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해 쉬이 떨어지게 하지 말라” 전래의 음식 조리법을 후손에게 대대손손 물려주기 위해 노인이 작심하고 저작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세심한 배려까지 엿보인다. 그러나 이 책이 후손들에게 17세기를 살았던 조상의 식생활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을 장계향은 짐작이나 했을까.◇음식디미방 요리법에는 고춧가루는 없다책은 앞뒤 표지 2장과 백지 6장을 포함해 전체 30장으로 된 필사본이다. 책의 권두서명은 ‘음식디미방’이지만 표지서명은 ‘규곤시의방’(閨壺是議方)이라 한자로 적혀 있다. 한자명은 아마도 부군이나 후손이 당시의 식견으로 책의 격식을 갖추려 덧붙인 것으로 짐작된다. ‘음식디미방’은 현대식 발음으로는 ‘음식지미방’이 된다. 그 뜻은 ‘음식의 맛을 내는 방문’, 의역하면 요리비법쯤 되겠다. ‘규곤시의방’은 ‘부녀자의 공간에서 필요한 것을 풀이한 처방문’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비슷한 의미이다. 책의 첫 면에 머리말처럼 유일하게 한문으로 된 한 편의 시가 품격 있는 필치로 적혀 있다. 그 풀이는 “시집온 지 사흘 만에 부엌에 들어가 손을 씻고 국을 끓였지만, 아직 시어머니의 식성을 몰라 시누이에게 먼저 맛보게 하네”다. 이 시는 당나라의 왕건이 지은 ‘신가낭사’의 일부로 권두언으로도 적절한 구절이지만 장계향의 높은 학식을 짐작하게 하는 인용이다.‘음식디미방’은 비슷한 시기의 다른 책들과 달리 중국 조리서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한글로 옛날부터 전해지거나 자신이 개발한 요리법을 취합한 것이다. 장계향은 자신이 시집간 영양 지역의 조리법, 친정이 있는 안동의 음식, 심지어 어머니의 친정인 예천의 요리법까지 다 수록했다. 책은 총 146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면병류가 18가지, 어육류 74가지, 주류 및 식초류가 54개 항목이다. 분류가 지금의 안목으로 보면 그리 적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산간벽지에 살던 한 여성의 힘으로 이룬 방대한 저작이라는 점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놀라운 것은 해삼, 전복 요리법과 연어 알을 다루는 방법이 다 나와 있고, 곰 발바닥 조리법까지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삼을 다루는 법이라는 별도 항목에서는 “함경도에선 해삼을 맑은 잿물에 익혀 우려서 쓰는데, 덜 우려내면 사람을 상하게 한다”고 했다. 그 시절 두메산골에서 이런 정보를 확보한 능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 책을 통해 음식은 물론 그 시대 우리 국어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재미있는 것은 ‘음식디미방’에 올라 있는 음식에는 고춧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그에 관한 언급조차 없다는 점이다. 산갓김치나 꿩고기 김치법 항목에도 고춧가루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고추는 흔히 임진왜란 전후에 한반도로 유입됐다고들 하는데, 기록상으로는 1614년 이수광이 편찬한 ‘지봉유설’에 ‘남만초’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식품학자들은 한 가지 재료에서 발효 음식이 우연히 발견되기까지는 200년 이상 걸린다고 본다. 아마 17세기 후반까지도 경북 영양 지방에는 고추가 전파되지 않았던 걸로 짐작된다. 1766년 유중림이 간행한 ‘증보산림경제’에야 비로소 김치를 담그는데 고추를 쓴다는 기록이 나오며, 고추장도 ‘만초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들 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장계향은 세상을 뜬지 300여 년이 지난 1990년대에 어이없는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소설가 이문열은 자신의 선대 할머니인 장계향을 주인공으로 해서 ‘선택’이란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그 내용은 장계향을 화자로 등장시켜 현대 여성들에게 자신의 삶을 고백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힐난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아내로서 이 세상을 유지하고 어머니로서 보다 나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순종적인 전통 여성관을 피력한 것이다. 이러한 내막은 격렬한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논전이야 이 글의 관심 밖 일이지만, 영문도 모르는 지하의 여중군자가 얼마나 놀랬을까하는 걱정은 접어놓을 수 없다.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
- 정기석 이사장 “올해 건보료 동결…재원 효율 관리 핵심”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선제적으로 재정누수를 방지하는 등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보험재정 건전성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올해 건강보험료율은 2년 연속, 장기요양보험료율은 8년만에 동결키로 했다. 가계부담은 줄였지만,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에는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건보공단은 건정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사진=건보공단 제공)정기석 이사장은 “(지난해) 비상진료체계 지원과 수련병원 선지급으로 예기치 못한 재정 지출이 있었지만, 자금운용을 다변화하고 전사적인 재정 건전대책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필수의료 보상 등 본격적인 의료개혁 추진으로 대규모 재정투입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재원은 한정됐지만, 쓰임새는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재정누수를 틀어막기 위해 불법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은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 공단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올해는 좀 더 다각적인 소통 노력으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격·부과·징수 업무 전반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앞으로도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부과재원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징수 방법을 개발하는 등 재정수입 확충에도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우선 국민이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돕고 2년마다 실시하는 건강검진도 손질키로 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건강수명 향상을 위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질병구조 변화와 의료기술 발전 등에 발맞춰 의·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건강검진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손질하겠다”며 “기존 검진항목 재평가는 물론 효과성이 낮은 일부 검진항목에 대한 개선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검진체계를 내실화하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생애주기별로 개인별 위험 질환과 건강관리 방안을 맞춤형 콘텐츠로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는 하반기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정기석 이사장은 “국민 누구나, 휴대폰 하나로, 쉽고 편리하게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모바일 앱을 준비하겠다”며 “각 개인이 건강할 때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공단의 업무와 역할을 넓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 연계를 위해 공단이 중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본격적인 제도 도입을 충실하게 지원하기 위해 올해 전담 조직을 확대했다”며 “제도 시행 전까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더욱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고, 정부, 지자체와도 충분히 소통하면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신년사 전문이다. “ 다시 시작하는 국민건강보험, 미래를 준비하는 2025년! ”신년사에 앞서,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사고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공단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는 두 번째 새해입니다. 2025년은 ‘을사(乙巳)년, 푸른 뱀의 해’로 푸른색은 ‘희망과 성장’을, 뱀은 ‘지혜와 변화’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우리 공단도 모든 일을 지혜롭게 하면서 단단하게 내실을 다져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임직원 여러분! 지난해 공단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습니다.우리는 국민에 대한 헌신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하였고, 제도와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달려왔습니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찾고 실천하려 노력했습니다.굵직한 제도 변화들도 순조롭게 이끌어 왔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하면서 많은 성과도 이루어 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였습니다.비상진료체계 지원과 수련병원 선지급으로 예기치 못한 재정 지출이 있었지만, 자금운용을 다변화하고 전사적인 재정 건전대책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건강보험료율(2년 연속)과 장기요양보험료율(8년만)을 동결하여 국민 가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었습니다.적정 의료이용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외래진료 과다 이용자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상향하고 다양한 사업과 홍보로 가입자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하여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방지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 개선을 통해 저소득 취약계층의 고액의료비 부담을 완화하였습니다.무엇보다, 비급여 보고제도를 전체 의료기관 대상으로 확대하여 상세한 현황 파악으로 비급여 관리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국민에게도 진료비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게 되었습니다.국민이 체감하는 공정한 제도 개선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 기본공제 확대와 자동차보험료 폐지로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를 한층 더 강화하였습니다. 건강보험증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도 국민과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큰 혼란 없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어르신의 편안한 노후와 미래 돌봄환경 변화에 대비하였습니다. 집에서 더 적절한 돌봄을 받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통합재가서비스 제공기관을 확충하고, 재택의료와 이동지원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돌봄인력의 전문성도 강화하여 장기요양 서비스 품질을 높였습니다.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모든 일을 차질 없이 해낼 수 있었던 건, 현장의 어렵고 힘든 여건에도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준 직원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임직원 여러분! 올해는 ‘초고령 사회’ 원년(元年)입니다.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14% 이상)로 진입한 지 불과 8년 만이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사회·인구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도인 만큼 우리 공단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보험재정 위기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내년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공단의 역할과 업(業)은 확장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큰 조직인 만큼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 요구가 커지고 있고, 급격한 세대교체에 따른 새로운 조직문화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앞으로 공단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국민의 더 건강한 삶’이라는 큰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업무 전반에 ‘공단만의 원칙과 기준(「NHIS Standard」)’을 세우고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체질과 문화로 탈바꿈해야만 합니다.엄격한 자율점검과 빈틈없는 업무처리로 우리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사업과 조직이 안정적일 때는 눈에 띄지 않던 사소한 문제들이 어려운 시기가 되면 불현듯 드러나곤 합니다. 오랜 기간 당연하게 여겨지던 일들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어느새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작년에 이어 올해도 업무 전반을 전사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것입니다. 현장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는’ 꼼꼼한 행정을 적극 실천해서 국민 신뢰를 더욱 높여 나가야 합니다. 적소적재(適所適材) 인사관리로 전 임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겠습니다.그동안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공단은 본부부터 지사까지, 자격·부과부터 장기요양까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 내 세대구성 변화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 역량을 높이고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종대왕의 ‘인재를 얻는 것이 최우선(得人爲最)’이라는 말씀처럼 ‘인재 없이는 공단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년부터 공단만의 인사운영 시스템을 활용해 체계적인 경력관리로 인재를 자리에 맞게 합리적으로 배치(適所適材)하고, 전문분야·직급별 교육을 강화하여 ‘평범한 직원’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보건복지 분야의 ‘핵심인재’가 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지난해부터 ‘디지털 대전환’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모바일 기반의 「건강보험25시」 서비스를 시작하고, ‘생성형 AI 기반의 민원 상담’과 직원에게 필요한 ‘AI 업무비서’ 서비스도 점진적으로 구축할 예정입니다.‘디지털화’로 행정의 효율과 국민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줄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따뜻하게 응대하여 공단의 신뢰를 높이고, 우리 직원들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임직원 여러분! 전 국민의 건강한 삶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지금의 훌륭한 제도를 미래 세대도 누리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필수의료 보상 등 본격적인 의료개혁 추진으로 대규모 재정투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재정누수를 방지하는 등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보험재정 건전성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특사경 도입은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 공단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좀 더 다각적인 소통 노력으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자격·부과·징수 업무 전반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고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보험료 부과체계 1·2단계 개편, 소득정산제도 등을 통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소득중심 부과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앞으로도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부과재원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징수 방법을 개발하는 등 재정수입 확충에도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합니다.빅데이터 급여분석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겠습니다. 전 국민 진료기록과 검진결과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다빈도 질환과 의료행위에 관련된 이상 경향을 모니터링하고 심층 분석하는 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한국인 비만 기준(BMI 27 이상)’을 시작으로 의미 있는 분석 결과들을 언론 및 학회에 발표하고, ‘의료영상검사(CT) 이력관리시스템’ 등도 구축하면서 급여 분야에서 공단의 역할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의료계를 비롯한 전문가 의견수렴으로 급여분석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서 공단만이 할 수 있는 「NHIS Standard」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이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의 ‘적정 진료’를 유도하고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급여지출 효율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건강수명 향상을 위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강화하겠습니다. 건강검진은 그동안 국민 건강수준 향상에 많은 기여해 왔지만, 질병구조 변화와 의료기술 발전 등에 발맞춰 의·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일부 항목에 대한 개선이 시급합니다. 기존 검진항목 재평가는 물론 효과성이 낮은 일부 검진항목에 대한 개선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검진체계를 내실화하는 데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생애주기별로 개인별 위험 질환과 건강관리 방안을 맞춤형 콘텐츠로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하반기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국민 누구나, 휴대폰 하나로, 쉽고 편리하게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모바일 앱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각 개인이 건강할 때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공단의 업무와 역할을 넓혀갈 것입니다.의료·요양·돌봄 서비스 연계를 위해 공단이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공단은 전국적인 조직으로 역량 있는 전문 인력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풍부한 경험과 저력이 있습니다. 전국의 돌봄대상자를 평가하고 서비스를 관리하며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돌봄통합지원 제도가 시행되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공단은 본격적인 제도 도입을 충실하게 지원하기 위해 올해 전담 조직을 확대하였습니다. 제도 시행 전까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더욱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고, 정부, 지자체와도 충분히 소통하면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공단 가족 여러분! 우리 앞에 놓인 경영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안과 새롭게 도전해야 할 과제들이 앞으로도 많을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던 아인슈타인은 “In the middle of every difficulty lies opportunity”, “모든 어려움 속에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기와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간다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재도약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지금 당장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서 지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지난 50여 년간 함께 일궈 온 국민건강보험이 국민 속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미래를 준비합시다.올해도 진심을 담은 소통과 배려의 자세로 국민과 직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여러분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감사합니다.2025년 1월 2일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 '수상한 그녀' 정지소, 소속사서 퇴출…진영과 대치
-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수상한 그녀’ 정지소가 퇴출 엔딩을 맞이했다.(사진=KBS2)지난 1일 방송한 KBS1 수목드라마 ‘수상한 그녀’(연출 박용순/ 극본 허승민/ 제작 스튜디오브이플러스, 아이디어팩토리, 하이그라운드, 예인플러스) 5회에서는 오두리(정지소 분)가 대니얼 한(진영 분)의 오해로 인해 유니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쫓겨났다.이날 방송에서는 자넷(김해숙 분)과 두리가 가족들 앞에서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됐다. 두리에게 “언니”라고 부른 자넷은 가족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자신을 보자 말이 헛나왔다며 상황을 무마시켰다. 자넷은 자신의 정체를 묻는 두리에게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목소리. 내가 누구겠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이후 오말순(김해숙 분)의 영정사진을 찍어준 택시 기사(김병옥 분)가 나타나 자넷을 태웠다. 그는 자넷에게 “마지막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 관련된 모든 내용은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를 들은 자넷은 “이렇게 야박하게 굴 것 같으면 젊음 같은 거 주지나 말지 줬다 뺏질 않나”라고 말해 그녀 또한 말순과 똑같은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연습에 늦은 두리에게 화가 난 리나(이화겸 분)는 그녀를 데뷔곡 평가 전까지 모든 트레이닝에서 제외시켰다. 이어 두리는 회식 자리에서 과거 라이벌이었던 김애심(차화연 분)이 등장하자, 꼬투리를 잡는 등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그런가 하면 대니얼은 자신의 집에 누가 침입했던 흔적을 발견하고는 얼어붙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내비친 대니얼은 두리가 준 약을 먹고 안정을 되찾았다. 뿐만 아니라 대추차를 들고 사무실로 찾아온 두리의 따스한 마음에 끌리는 대니얼의 모습은 설렘을 자아냈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두리는 친구 박갑용(정보석 분)을 만났다. 갑용은 오토바이에 두리를 태운 뒤 함께 식사를 하러 갔고, 때마침 두리와 갑용을 목격한 수진(현재연 분)은 두 사람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그동안 두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수진은 두리와 갑용의 사진을 회사에 보고하며 긴장감을 선사했다.방송 말미, 홀로 연습실을 찾아간 대니얼은 두리와 갑용의 전화 통화를 엿들었다. 대니얼은 두리에게 “당신 생각해서 돈까지 찾아주는 그 남자가 누구야?”라고 물었고, 이내 얼버무리는 두리의 모습에 황당해했다.대니얼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두리에게 “여기까지 하자. 에밀리 너 아웃”이라며 ‘해고 엔딩’을 선사했고, 이는 극강의 몰입도를 높이며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과연 앞으로 두리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대니얼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이들의 관계가 이대로 끝일지 눈길을 끈다.‘수상한 그녀’는 2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 웨어러블 로봇, 과학 넘어 일상으로…재활의 미래를 열다
-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주인공 ‘아이언맨’은 ‘로봇 슈트’를 입고 자동차보다 빨리 달리거나 하늘을 비행하며 영웅적 활동을 한다. 마법과 같은 ‘아이언맨 슈트’가 더이상 공상과학(SF)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고령자나 환자 또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입기만 해도 벌떡 일어나 힘차게 걸을 수 있도록 신체 기능을 강화 또는 보조하는 ‘웨어러블(Wearable) 로봇’ 일상화 시대가 다가왔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이 하반신 마비 장애인 김승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연구원에게 다가가 착용(도킹)되는 모습.(사진=카이스트)1일 로봇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은 1960년대 중반 미국 제조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 근로자의 근력을 증강하기 위해 개발한 ‘하디맨(Hardi-man)’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보다 20여년 먼저 서비스를 목적으로 연구·개발돼 왔다. 2010년대 들면서 웨어러블 로봇에 적합한 고출력 전기모터들이 개발되고, 실시간 제어가 가능한 프로세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술 연구와 상용화가 본격화됐다.웨어러블 로봇에는 외골격 본체 외에도 인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전기모터’, 감각 신경에 해당하는 ‘센서’, 에너지에 해당하는 ‘배터리’, 근육과 관절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 등 구동 장치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적합한 구동력을 제공하는 ‘고토크·고출력 전기모터’ △사용자에게 저항력을 가하지 않고 정밀한 토크 제어가 가능한 기술인 ‘무저항 정밀구동장치’ △사용자의 관절과 전기모터 사이에 선형성이 높은 탄성체를 설치해 정밀한 보조력을 생성하는 ‘직렬 탄성 메커니즘’ 등이 필수적이다.하드웨어적 요소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기반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학습하고 최적화해 적응 시간을 단축시키는 ‘인공지능(AI) 기술’, 비전 카메라를 통한 ‘영상정보 분석’, 빠른 반응과 정확한 제어를 위한 ‘실시간 제어 프로세서’, 개인별 신체 특성에 맞는 보행 패턴을 생성하는 ‘궤적 생성’ 기능 등 소프트웨어 기술도 융·복합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이 밖에 로봇의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 기술과, 유연한 재료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공하는 ‘소프트 로봇’ 기술도 주요 요소다.이러한 여러 첨단 기술의 조합으로 웨어러블 로봇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보조하고, 편의성과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AI 에이전트 기술 발달과 함께 거대 언어 모델(LLM)과 멀티모달 모델(Multimodal Model)을 기반으로 음성·영상·이미지·텍스트 등 다양한 정보와 관계성을 학습하거나, 뇌과학과 연계해 말하거나 움직이지 않아도 사람의 생각을 읽거나 대화하듯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웨어러블 로봇의 탄생도 머지않은 이야기다.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스틱스 마켓리서치 컨설팅(Stratistics Market Research Consulting)이 2024년 6월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연간 약 17억9000만달러(약 2조6345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2030년까지 6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44.4%를 기록하면서 약 162억3000만달러(약 23조8873억원)로 커질 전망이다.해외에서는 2010년대부터 미국 ‘엑소바이오닉스’(옛 버클리바이오닉스), 일본 ‘사이버다인’, 프랑스 ‘원더크래프트’, 스위스 ‘호코마’, 이스라엘 ‘리워크로보틱스’ 등 주요 기업들이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점하며 본격 제품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국내에서는 최근 △의료 및 재활 △산업 현장 △근골격계 보호 및 근력 증강 △일상생활 및 헬스케어 △국방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상현실(VR)과 결합한 메타버스 및 게임 분야로도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렇듯 관련 수요가 늘고 빠른 시장 성장이 예상되면서,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특화한 웨어러블 로봇 연구·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엔젤로보틱스 ‘엔젤렉스’와 카이스트 ‘워크온슈트’2024년 3월 코스닥에 상장한 엔젤로보틱스(455900)의 주력 제품은 2022년 의료기기 3등급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의료보험 수가 적용을 받는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엔젤렉스(ANGEL LEGS) M20’이다. AI를 통한 ‘보행의도 인식’ 기술을 통해 보행 의지와 습관을 읽어내 하반신 불완전마비 환자의 최적화된 재활을 돕는다. 2020년 출시 이후 120여 대 판매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증 보행장애 환자를 위한 병원 및 가정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 ‘엔젤슈트(ANGEL SUIT) H10’ 제품도 선보였다.엔젤로보틱스는 공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2017년 창업해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카이스트 공 교수 연구팀은 2015년부터 하반신 마비 ASIA-A(완전마비)레벨을 대상으로 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WalkON Suit)’ 시리즈를 지속 연구·개발 중이다. 지난해 10월 국제대회 ‘사이배슬론’에서 선보인 ‘워크온슈트 F1’는 스마트폰 등 원격으로 호출하면 마치 휴머노이드처럼 스스로 걸어와 휠체어 등 앉은 자리에서 착용까지 이뤄진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스스로 로봇을 입고 일어나 양손 스틱 등 보조도구 없이 실시간으로 균형을 맞추며 정상 보행속도(시속 3.2㎞)로 걸을 수 있다.이를 위해 모터가 장착된 관절이 12개로 늘었고, 모터 출력도 2배 이상 강화됐다. 양발에 있는 6채널 지면반력 센서는 로봇의 균형을 1초에 1000번 측정해 균형을 유지한다. 약 50㎏ 무게 로봇이 이용자의 체중 약 100㎏까지 견디며 스스로 균형을 잡는다. 지형과 장애물 감지하기 위해 카메라를 내장했고, 인공신경망 구현을 위한 AI 보드도 탑재했다. 공 교수는 “워크온슈트에서 파생된 수많은 부품·제어·모듈 기술이 웨어러블 로봇 산업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한 65세 고령자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문워크-옴니(MOONWALK-Omni)’를 착용하고 북한산을 오르는 모습.(사진=KIST)◇KIST 일상보조 ‘문워크-옴니’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부설 AI·로봇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단을 중심으로 고령자의 홈 재활 및 일상 보조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문워크-옴니(MOONWALK-Omni)’를 개발했다. 2.9㎏(배터리 포함) 중량 및 4 능동 자유도를 통해 휴대 및 착용 시 부담 없는 무게감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자랑한다. 1회 완충으로 연속 보행 시 약 3시간, 일상생활의 경우 반나절까지 사용 가능하다. 장치가 복잡하지 않아 혼자서도 10초 안에 손쉽게 착용할 수 있다.문워크-옴니는 초소형 모터와 액추에이터로 구동기 부피와 무게는 줄이면서, 고출력 등 기능은 강화한 게 핵심 기술이다. 고관절 근력을 평균 20~30% 보조함으로써 보행 대사 에너지를 평균 16~2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 각도와 자세, 족좌 등 다양한 복합 센서 이용해 사용자 일상 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기반으로 보행기능을 평가해 개인별 맞춤으로 보행 근력 및 밸런스와 운동을 보조하고 근골격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KIST는 2024년 2월 로봇 중견기업 삼익THK(004380)에 AI 기반 웨어러블 고관절 복합체 근력 보조 로봇 기술을 이전했다. 양측은 향후 2년간 공동으로 고령자의 재활과 일상 활동 지원을 위한 웨어러블 기술 상용화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삼익THK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양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산업용 ‘엑스블 숄더’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난해 11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처음 공개하고 국내 판매 시작과 함께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로보틱스랩이 2018년부터 연구에 착수하면서 현장 작업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했다.엑스블 숄더는 무동력 토크(회전력) 생성 구조로, 전동 시스템을 대신해 ‘근력 보상 모듈’을 적용하고 보조력을 구현한다. 때문에 별도의 전력선 연결이나 충전이 필요 없고 가벼운 점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각각 최대 60%와 30% 경감해 노동 부담을 덜 수 있다.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와 내마모성 소재를 적용해, 알루미늄 소재 대비 약 3.3배 내구성을 확보하면서도 중량은 40% 경감했다. 멀티링크 구조로 길이와 결합 위치도 조정할 수 있다.엑스블 숄더 대당 가격은 수백만원대로 검토 중이다.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을 중심으로 엑스블 숄더를 우선 공급하고, 올해부터 27개 계열사로 공급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 유럽과 북미 등 19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리산 등반객이 위로보틱스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을 착용한 모습.(사진=위로보틱스)◇위로보틱스 보행보조 ‘윔’한국기술교육대 창업벤처기업 위로보틱스(WIRobotic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 참가해 작업자용 무동력 허리보조 웨어러블 로봇 ‘윕스(WIBS)’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해 ‘CES 2024’에선 개인용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WIM)’을 공개하고 2년 연속 로보틱스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다.특히 윔은 1.6㎏ 초경량으로, 구동기 혁신을 통해 단일 모터만으로 대칭 보조 프레임 구조를 최적화해 안정적인 보행 지원을 돕는다. △보행보조 △운동 △등산(오르막·내리막) △저속보행 4가지 모드를 각각 1~3단계 강도로 제공한다. 평지 이용 시 대사 에너지가 평균 약 20% 절감되며, 20㎏ 배낭을 맨 상태로 평지를 걸을 때 12㎏의 체감 무게 감소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전용 앱을 연동하면 AI와 빅데이터 기반으로 사용자의 보행데이터를 분석해 보완점을 제시한다. 가격은 319만원으로 현재까지 약 500대가 판매됐다.김용재 위로보틱스 공동대표(한국기술교육대 전기·전자·통신공학부 교수)는 “노인 인구의 증가로 보행 보조와 근력 강화 등을 지원하는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누구나 헬스케어 및 모빌리티로써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사용할 수 있는 ‘1인1로봇’ 시대가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고 전망했다.하반신 마비 장애인 홍보대사 클로이 앵거스가 휴먼인모션로보틱스 재활치료 웨어러블 로봇 ‘엑소모션’을 착용하고 일어나는 모습.(사진=베노티앤알)◇휴먼인모션로보틱스 재활치료 ‘엑소모션’코스닥 상장사 베노티앤알(206400)은 2016년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 대학에서 창업한 로봇기업 휴먼인모션로보틱스(Human in Motion Robotics Inc.)의 최대 지분을 2023년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로봇사업에 진출했다. 휴먼인모션로보틱스는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최신형 재활치료용 웨어러블 로봇 ‘엑소모션-R(XoMotion-R)’ 판매 승인을 획득하고 제품 공급을 준비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재활치료를 돕기 위해 개발된 엑소모션은 지능형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통합한 ‘셀프밸런싱(자체 균형)’ 기술이 특징이다. 스틱 등 양팔에 보조기구 없이 휴대용 조이스틱을 통해 로봇 컨트롤이 가능하다. 다리당 6개씩 총 12개 전동 관절로 자연스러운 걸음걸이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율형 기기로 고안해, 착용자 스스로 전후좌우 자유자재로 하체를 움직일 수 있도록 보조한다.베노티앤알은 엑소모션-R을 글로벌 재활병원 및 재활센터에 공급한 이후, 개인용 웨어러블 로봇 ‘엑소모션-P’를 출시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정집훈 베노티앤알 대표는 “웨어러블 로봇은 인체의 복잡한 하반신 움직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현해 사용자가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시, 새해 민생회복·소상공인 지원 총력… 총 2.1조 투입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서울시가 소비위축, 내수부진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총 2조 1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1조9000억원)과 특별보증(2000억원)을 공급한다고 1일 밝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위해 2000억원의 ‘비상경제회복자금’을 신설해 상반기에 조기 지원하고 영세·저신용 소상공인 대상 마이너스통장인 ‘안심통장’ 지원을 위한 특별보증을 신설하는 등 지난 11월 발표한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한다. 이번에 공급하는 자금은 ‘직접 융자금’(고정금리) 2000억원과 ‘시중은행협력자금’(변동금리, 이자차액보전) 1조7000억원과 생계형 소상공인 대상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안심통장’(특별보증) 2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시중은행협력자금이란 시중은행의 자금을 융자하고,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이자 일부를 서울시가 보전한다. 분야별로는 △중저신용자·사회적약자 등 취약 소상공인 8600억원 △준비된 창업 및 우수기업 성장 촉진 3400억원 △일반 소상공인 9000억원이다.올해 융자지원 규모는 경영 비용상승, 경기침체 장기화로 생계절벽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2024년 대비 350억원 늘렸고, 자금 신청접수는 오는 2일부터 받는다.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비대면 신청 가능한 ‘안심통장’은 시스템 구축을 거쳐 2월말 정식 시행할 예정이다.특히 올해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소비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비상경제회복자금을 신설했다. 지원 대상은 직전 분기·반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기업과 소상공인으로, 최대 5000만원 한도로 2.0%의 이자 차액을 보전해준다. 경영난에 더해 부채 상환으로 이중고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원금 상환유예 제도’도 가동한다. 지원 대상은 지난해 5월 31일 이전 서울시 중소기업육성자금 분할 상환 대출을 받은 기업 중 신청기간(2025년 1월 2일~6월 30일) 중 분할 상환하는 기업이다. 신청일로부터 최대 6개월까지 원금 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다.시는 지난 11월 발표한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한다. 기존 중저신용자(신용평점 839점 이하) 대상 ‘신속드림자금’ 지원을 저소득·사회적약자까지 확대하고, ‘긴급자영업자금’ 지원 규모를 작년 대비 200억원 증액했다. 대환대출 상품인 ‘희망동행자금’도 지속적으로 운영해 취약계층 지원범위도 넓힌다.준비된 창업자를 위한 ‘창업기업자금’은 지원 규모를 전년 대비 650억원 증액한 1000억원을 편성하고, 특화지원대상에 ‘청년 밀키트 창업 지원사업’ 등을 추가했다. 매출액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융자를 받기 어려웠던 초기 창업가 지원을 강화해 탄탄하고 안정적 시작을 돕는다는 계획이다.이와 함께 ‘일자리창출우수기업자금’ 규모도 전년 대비 1650억원 확대한 총 2250억원을 공급해 성장가능성 높은 유망기업의 스케일 확대에 적극 나선다.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반영해 ‘ESG자금’(옛 친환경기업자금) 규모도 50억원 증액한 100억원으로 책정해 그동안 환경산업 분야(E)에 한정됐던 지원 대상을 사회적책임(S), 지배구조(G)까지 확대한다.이외에도 서울 소재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중 별도 자격 요건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성장기반자금’과 ‘경제활성화자금’도 전년 대비 4400억원 증액된 규모로 공급해 더 많은 시민이 지원받도록 한다.한편 시는 내수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 상환 애로 등 소상공인 금융 부담 경감에 힘을 보태고자 시설·경영안정자금 등 직접 대출자금 금리를 전년 대비 0.5%포인트 인하해 저리 정책자금 기조를 유지한다. 이차보전 금리도 동결한다. CD금리 3.39%(2024년 12월) 기준 1.8~2.5% 이차보전 시 실부담 금리는 2.59~3.79%로 예상된다.중소기업 육성자금 신청은 서울신용보증재단 누리집·모바일앱, 신한은행 ‘신한 쏠비즈’, 하나은행 ‘하나원큐 기업’, 국민은행 ‘KB스타기업뱅킹’, 우리은행 ‘우리WON뱅킹 기업’ 모바일앱에서 할 수 있다. 비대면 신청이 어려운 경우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또는 누리집에서 예약 후 일자에 맞춰 지점을 방문하면 된다.
- 불확실성의 시대, 책에서 `내일`을 찾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금껏 보지 못했던 최악의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의 경고다. 그는 새 책 ‘2030년, 돈의 세계지도’(알파미디어)에서 “앞으로 내 생애 최악의 위기가 올 것”이라며 지금의 경기 침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적었다.긴 불황과 불확실성의 시대. 출판계는 그 분투의 현장을 기록한다. 시대를 진단하고 흐름을 좇으며 ‘다음’을 위한 제언 찾기에 분주하다. 2025년에는 이 같은 시선이 투영된 신작들이 대거 나온다. 전쟁의 폭력성을 다룬 책부터 사회 현실에 발붙인 문학 작품까지 다채로운 신작들이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전쟁과 갈등 성찰, 불안 직시올해 서점가에는 불안한 현실 사회와 세계 정세를 가늠하는 책들이 쏟아질 전망이다.국제정치 전문가인 김지윤 박사는 올 6월께 신작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김영사)를 통해 지금의 국제질서에 영향을 끼친 결정적 사건을 조명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 등의 숨겨진 뒷얘기를 전한다.상반기 출간 예정인 ‘24분’(문학동네)은 북한 핵미사일 발사 24분 후 워싱턴 상공에서 벌어지는 핵전쟁을 다룬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애니 제이콥슨이 수백 건의 인터뷰와 기밀문서 연구를 통해 핵전쟁이 몰고 올 파장을 예상했다. 출판사 글항아리가 출간하는 ‘붉은 굶주림’은 러시아 내전(1917~1921) 후 발생한 소련의 대기근(1931~1933) 속 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5월 출간 예정인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민음사)는 오늘날 남성들이 느끼는 불안을 파고든 책이다. 남성이 느끼는 불안과 불만, 그리고 진보 정치로부터 외면받는 그들의 이야기를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처드 리브스가 분석했다. 하반기에 나올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신간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문학동네)는 새로운 사회적 성(性)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책이다. ◇한강·조경란…‘믿고 읽는’ K작가들의 귀환2025년에는 인기 작가들의 신작이 줄을 잇고, 굵직한 번역 문학 작품들도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건 한강의 신작 예고다. 이르면 연내 발표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강은 지난해 12월1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뒤 한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출간을 예고한 바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작별’(2018년)을 잇는 작품”이라며 “노벨상 수상 후 첫 출간작으로 한강 문학의 현재와 새로운 지향점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 문단의 거장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도 새해 출간된다. 황석영이 장편을 펴내는 것은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철도원 삼대’ 이후 약 5년 만이다.작가 조경란은 아홉 번째 소설집을 펴낸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일러두기’,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그들’을 비롯한 총 7편의 작품을 수록할 예정이다. 인기 작가인 정이현과 김애란도 소설집을 출간한다. 김애란은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주거와 계급 등 한국사회를 가로지르는 첨예한 문제가 작가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독보적인 표현력으로 포착된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고독을 그리는 작가 편혜영도 돌아온다. 여름에 출간할 이번 소설집은 분량이 짧은 소설들을 묶었는데, 그의 작품세계를 압축적으로 만끽할 수 있다. 장강명은 ‘꽁치 샐러드를 먹다’(김영사)를 통해 동물 윤리에 대한 여러 입장과 함께 작가 본인이 채식을 시도하며 공부한 결과를 전한다.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번역 출간된다. ‘중국의 프란츠 카프카’로 불리며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온 중국 소설가 찬쉐의 중편소설도 출간이 예정돼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에 관한 에세이 ‘데이비드 스턴 마틴의 멋진 세계’(문학동네)도 올해 출간된다. 데이비드 스턴 마틴이 디자인한 재즈 음반 재킷 180여장이 하루키의 글과 함께 실린 산문집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키메라의 시대’도 출간된다.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전혀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생활 속 환경 운동가로 불리는 일명 ‘쓰저씨’(쓰레기 아저씨) 배우 김석훈은 어린이 환경 교양서 ‘쓰레기 아저씨와 와글와글 친구들’(김영사)을 펴낼 예정이다. 김영사 관계자는 “기후 위기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초간단한 실천법들을 아이들에게 재밌게 알려준다”고 소개했다.출판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정치적·사회적으로 격변기를 겪고 있는 만큼 민주주의 해법과 경제 위기를 다룬 인문·경영서는 물론, 이런 현실을 다룬 문학 작품 등 불확실성의 시대에 내일을 묻는 책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