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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터지는 주가에도 한국 글로벌 수익률 1위…왜?
-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국내 증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이 글로벌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내내 다른 지역 대비 뒤처져 있던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시선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키 맞추기가 상승의 주원인인 만큼, 지속적인 상승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역별·업종별, 주식시장은 ‘키맞추기’ 중15일 삼성증권과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역 지수 중 한국이 지난 14일 기준 약 한 달간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약 2.1% 올랐다. 2위는 각각 0.5% 오른 대만과 브라질이 차지했다. 미국은 1% 하락했고, 전 세계 지수(AC World)는 1.9% 하락했다. 12월 이후 14일까지 수익률로 보면 한국의 약진은 더 두드러진다. 5.9% 올라, 3.7% 오른 브라질과 태국의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미국은 1.8% 올랐고, 전 세계는 1.9% 상승했다. 연말로 갈수록 한국 증시의 상승 폭이 더 커진 셈이다. 키맞추기 성격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부터로 수익률을 따져보면 한국은 여전히 1.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20.3%), 브라질(-15.7%), 홍콩(-4.6%) 다음으로 큰 폭의 하락률이다. 인도가 26.9%로 가장 크게 올랐고 그 다음이 미국으로 22.8% 상승했다. 전 세계는 14.5% 상승했다. 그간 많이 오른 곳은 쉬고 부진했던 곳이 상승하는 주식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국내 증시 내에서도 이같은 키맞추기는 진행되고 있다. 부진했던 업종이 연말에 수익률 상위권으로 올라오고 있단 얘기다. 이날 기준 한 달간 코스피에선 의료정밀 10.19% 올라 가장 크게 상승했다. 2위가 전기·전자로 8.20% 올랐다. 이어 의약품(5.13%), 증권(2.63%), 종이·목재(1.46%), 은행(0.97%)이다. 연초부터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의약품이 13.45% 하락으로 전 업종 중 성적이 가장 좋지 않다. 전기·전자도 여전히 1.81% 상승에 그쳐 하위권이다. ◇ “디램 가격 추세 상승 나오기 전, 코스피 박스권일듯”키맞추기의 계기는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시각 교정이 꼽힌다. 디램(DRAM)은 업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싸이클 산업이다. 하반기 하락기에 대한 우려가 컸던 가운데, 생각보다는 큰 폭 내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시장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11월 말쯤 “디램 업체들의 디시플린(Disipline·통제)을 믿기 시작한다면 그만큼 가치는 늘어날 것”이라며 “하락 사이클은 피할 수 없지만 줄어든 변동성이 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란 당사 의견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후 메모리에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던 모건스탠리는 ‘덜 나쁘다(Less bad)’고 입장을 바꿨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날부터 지난 한 달간 각각 8.84%, 10.27% 올라 코스피가 0.26% 하락한 것을 크게 상회했다. 둘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1, 2위로 보통주만 전체 시총 비중 20.19%, 3.90%,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할 거란 우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바닥과 평가가 확실한 메모리 반도체에 순환매적 수급이 몰린 것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7569억원, 1조402억원 사들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2조109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두 종목에 수급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설적이지만 코스피의 최근 약진이 반도체에만 기대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 주식 전체에 대한 평가는 아직 부정적이어서다. ETF닷컴에 따르면 이날부터 지난 한 달간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에는 총 4억5720만달러(4744억원)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신흥국 시장(EEM)으로 들어온 ETF 자금은 없다.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부정적인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지금보다 더 개선되지 않은 한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정환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수익률이 전 지역 1위를 한 건 반도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디램 가격 추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주가도 비슷하게 움직일 것 같다”라고 전했다. 어어 “디램 가격 상승 추세가 시작되지 전까지 코스피는 박스권을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실적배당 상품 자동 투자…2% 쥐꼬리 퇴직연금 수익률 오를까
-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내용의 퇴직급여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지난 9일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개정 법률안이 공포되면 내년 6월에는 디폴트옵션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66조원으로 불어났으나 1% 수준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상품 운용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관련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퇴직연금 상품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그래픽=이데일리 DB]◇ 디폴트옵션이란?…사전에 가입자가 정한 상품으로 운용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9월 말 기준 266조원에 달한다. 작년 대비 10조5000억원(4.1%)이나 불어났고, 가입기업 확대에 따라 지속해서 시장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2.58%에 불과했다. 최근 5년 수익률은 1.85%에 그쳤고,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2.56%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운용이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 위주(80~90%)로 이루어지고 있어 수익률은 1~2% 내외에 그쳤다. 예컨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은행이나 보험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가 도래한 이후에도 별다른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아 수익률이 예금 수준에 갇혀 있는 가입자가 많다.디폴트옵션 도입으로 1~2%로 낮은 수준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후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 없이 방치할 경우, 가입자가 동의한 대로 전문기관에서 대신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해주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관심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어 소극적으로 퇴직연금 자금을 운용하는 관행을 고려해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됐다. 이미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시행 중이며, 일본도 최근에 시행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디폴트옵션 상품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로 구성디폴트옵션 상품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구성된다. 은퇴연령 등 투자 목표 시점에 따라 위험자산 편입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생애주기펀드(TDF), 부동산인프라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구성된다.제도 도입 과정에서 원리금보장 상품의 포함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으나 디폴트옵션 범위에 원리금 보장 상품도 담기로 최종 결정됐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디폴트옵션을 마련해야 한다. 디폴트옵션 내 상품이 장기투자에 적합한지 여부 등을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된다. 심의위원회에서는 손실가능성, 예상수익 등이 중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었는지, 수수료 등이 수익에 비해 과다하지 않은지 등을 보게 된다.디폴트옵션 도입은 노사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이 개별로 가입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가입자가 바로 디폴트옵션을 지정할 수 있다. 가입자는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디폴트옵션에 관련된 정보를 설명받고 디폴트옵션을 선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퇴직연금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디폴트옵션인 A운용사의 TDF 2050, B운용사의 채권형 펀드, C운용사의 MMF 등을 제시하고 가입자의 판단에 따라 상품을 선정할 수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DB)◇ 가입자 언제든 옵트아웃 가능…시장 경쟁 가속화 전망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지시 없이 4주가 경과하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받고, 통지 이후 운용지시 없이 2주가 경과하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으로 운용 중에도 가입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원하는 다른 방법으로 운용지시(옵트아웃)를 할 수 있다. 가입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다가 디폴트옵션으로 전환(옵트 인)하려는 의사가 있을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의 수익률과 운용현황 등은 공시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는 향후 구체적인 공시 형태와 공시 방법·내용 등 세부 내용을 시행령을 통해 정할 계획이다. 디폴트옵션의 수익률이나 비용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장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수년간 1~2%대에 머물렀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자성향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 욕구를 반영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이 제고되고, 노후자산형성 역할이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시장에서도 수익률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퇴직연금의 운용성과에 대한 평가가 활발해질 예정으로,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와 상품제공자 등이 상품 개발 노력을 통해 경쟁도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2006년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라 TDF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사이클 퇴직연금 펀드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미국의 TDF시장 규모는 2019년말 1조34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했으며 호주에서도 TDF가 디폴트옵션 도입 후에 크게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TDF 시장 성장과정에서 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찔끔 지원에 구색 맞추기 文 일자리 정책…“백지서 새판 짜야”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그동안 정부는 청년들에게 버티라는 식으로 ‘찔끔 지원’만 했습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했습니까. 이대로 가면 코로나19 같은 어려움이 다시 올 때 실직·이직이 계속될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9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일자리 컨퍼런스(주최 이데일리·국가인재경영연구원)에서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지원 정책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2021 이데일리 일자리 컨퍼런스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렸다. 윤동열(왼쪽부터)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이정훈 이데일리 경제부장이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1순위 일자리 정책은 청년취업 지원”우선 청년 일자리 대책이 도마에 올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령층 일자리는 늘어나는데 30대는 오히려 줄었다”며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청년취업 지원”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통계청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35만2000명 늘었는데 30대는 2만4000명 줄었다. 30대 취업자는 20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려면 파격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고용시장 초기 진입을 지원해줘야 한다”며 “최대 10조원 가량 신지식·신기술개발 관련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청년들에게 고용보험, 일자리 경험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유진 대표는 “청년들을 내실 있는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직업훈련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도 “청년들이 받고 싶은 직업훈련이 있어야 한다”며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지원 강화도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문 대표는 “아이를 낳고 일하는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게 돌봄 문제”라며 “아빠도 육아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남성 근로자들도 출산 이후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공 주도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민간도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윤 교수는 “그렇게 되면 공공기관에 채용이 더 쏠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은 “기업이 만든 일자리가 진짜 일자리”라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대 정책을 제언했다.(자료=국가인재경영연구원,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그래픽=김정훈 기자)청년, 여성 못지않게 중장년층의 이·전직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계청의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인구(1476만6000명) 가운데 1000만9000명(68.1%)이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했다. 이들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했지만, 대부분 40~50대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4차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공유경제, 배달 서비스에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표적집단면접(FGI)을 해보니 정규직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며 “규제를 풀어 기업 지원을 하되 스타트업·플랫폼기업 근로자들한테 적정 임금을 부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여론조사를 한 결과, 1순위 규제개혁 대상은 노동 규제(40.4%)였다. 윤 교수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처럼 생산성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동열(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이정훈 이데일리 경제부장,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최우재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모습. (사진=노진환 기자)◇“노사갈등 해소하려면 사회적 대화 필요”규제혁파·노동개혁이 추진되려면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대타협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 대표는 일자리위원회에 청년·여성측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전했다. 그는 “여성, 비정규직은 의제를 개발하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며 “결정 권한은 주지 않고 구색 맞추기식”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굉장히 다원화된 사회에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려면 사회적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고 이들의 목소리를 내실 있게 일자리 정책에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도 “백지에 그리듯이 일자리 정책을 새로 쓰는 게 필요하다”며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정훈 이데일리 경제부장은 “코로나 팬데믹은 일자리 위기이자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코로나로 취약계층, 여성, 청년, 소상공인의 일자리 시스템 부재가 드러났다. 팬데믹을 계기로 일자리 지원정책 부재를 반성하고 늦췄던 숙제를 해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지원과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실업자가 110만명을 넘어섰다. 단위=명 (자료=통계청)
- "노동개혁·규제혁파 없인 좋은 일자리 창출 없다"
- [이데일리 최훈길 최정훈 기자]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야말로 일자리 정책의 출발점입니다.”국가인재경영연구원 자문위원장을 맡은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은 9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일자리 컨퍼런스(주최 이데일리·국가인재경영연구원)에서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백지에 그리는 일자리`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정부 주도의 단기 공공일자리를 양질의 민간 일자리로 대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2021 이데일리 일자리 컨퍼런스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렸다. 이근면(왼쪽)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좌장으로 정태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 2년, 일자리 현황과 정책 과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국가인재경영연구원은 “좋은 일자리는 민간이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11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정책제언에는 청년·여성·중장년·취약계층·소상공인 등에 대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과 함께 일자리부총리 도입,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노동법 조항 개정,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 개혁안도 포함됐다. 특히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만들려면 신산업을 키우고, 기업을 발목 잡는 규제를 풀면서 경직된 노동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맡았던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성장과 중소벤처 투자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부지사 출신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규제, 세금, 노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개혁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지적도 많았다. 제35대 대한경영학회 회장에 선출된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해고로 보는 건 맞지 않다”며 “독일의 하르츠 개혁과 같은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은 생산성·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상생, 사회적 대타협이 불가피하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굉장히 다원화된 사회에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려면 사회적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고 이들의 목소리를 내실 있게 일자리 정책에 담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경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은 “4차산업혁명 변혁의 시대를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백지에서 일자리를 그리듯이 일하는 방식을 모두 새롭게 리셋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익원 이데일리 대표이사는 “코로나 팬데믹 2년간 위축했던 고용시장이 더 얼어붙고, 청년 취업난은 사회 문제가 됐다”며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일자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은 “기업이 만든 일자리가 진짜 일자리”라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대 정책을 제언했다.(자료=국가인재경영연구원,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그래픽=김정훈 기자)
- 옆자리 팀원이 내 인사평가를…삼성이 하면 달라질까
- (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동료평가제가 직원 간 협업을 장려할까, 지나친 평가로 인해 팀원 갈등을 부추길까.삼성전자가 내년부터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면서 동료평가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기업처럼 우리나라 기업들도 5~6년 전부터 도입했지만 아직 제대로 시행하는 기업은 없는데다 일부에서는 부작용이 드러나 전면 재검토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글로벌 IT기업 일찌감치 동료평가 도입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SK, LG,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동료평가제(peer review)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내년부터 동료평가제를 시범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개편안은 50% 이상 직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기업들이 동료평가를 도입하는 이유는 부서장이나 조직 책임자에게 집중돼 있던 인사평가 권한을 구성원들에게 나눠 직원들의 역량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부서장이 절대적으로 인사평가를 하다 보니 부서장과 친분 등에 따라 직원의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이 컸다. 반면 동료평가는 부서장이 아닌 동료들과 호흡, 협업 등에 보다 가중치가 부여된다.일찌감치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동료평가제를 도입했다. 구글의 경우 성과 평가를 1년에 두번 시행한다. 자신이 스스로 이룬 성과를 적어낸 뒤 함께 일한 복수의 동료에게 평가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택된 동료는 피평가자의 강점 및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서술한다. 이후 각 조직의 관리자들이 모여 본인평가와 동료평가를 비교하고 조정해 최종 인사평가 등급을 부여한다. 관리자는 직원과 미팅을 통해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보상이나 승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기업들도 동료평가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료평가를 인사평가에 직접 반영하기보다는 대부분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경에는 신뢰성 문제가 있다. 외국처럼 사람에 대한 평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동료를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료평가를 실시하면 대체로 친한 동료만 지정해 평가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동료평가가 상호 발전을 위한 ‘피드백’이 아닌 서로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제대로 운영도 되지 않는다. A기업의 경우 동료평가를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처럼 운영하는데, 응답률은 10%에 그치고 있다. 제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남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안착돼 있다 보니 동료평가가 빛을 발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시기상조인 듯하다”면서 “파일럿 형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흡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부작용도 나타났다. 올초 카카오는 인사평가 제도 논란에 곤욕을 치렀다.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동료평가 질문이 ‘왕따’를 만들고 조직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 게재되면서다.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샐러드볼(다문화)’처럼 된 카카오의 조직문화 탓이 크긴 했지만 ‘유서 파동’까지 확대되자, 카카오는 동료평가 방식을 포함한 인사제도 개편에 나선 상황이다.IT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스타트업 등 조직이 작았을 때는 동료끼리 신뢰를 바탕으로 동료평가를 했기 때문에 효과를 봤다”면서도 “다만 조직이 커지고 여러 직장에서 온 직원들끼리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상호평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평가가 꼭 상대방을 개선시키는 것 같지 않다”면서 “대체로 사람들은 칭찬을 주로 하는 사람과 더 친하게 지내려는 ‘칭찬쇼핑(shopping for confirmation)’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이런 부작용 등을 우려해 동료평가를 시범 도입하고 성과평가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처럼 큰 조직에서 수평적인 평가를 하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최대한 상호 존중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인기투표, 편가르기 방식 걸러야..건설적 피드백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제도를 어떤 식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외국 제도를 마냥 도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실질적인 설계 및 기업 문화 변화에 보다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를테면 현재 동료평가제는 측정 항목이 지나치게 단순해 사람 평가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기가 어렵고, 건설적인 피드백보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임직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실망감을 주고 의욕을 저하시켜 성과 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료평가가 ‘인기투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동료끼리 제대로 된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 마련이 필수다. 피드백 방식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래 지향적 성과 검토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료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선택형이 아닌 필수제도로 도입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직무에 대한 역할을 분명히 제시하고 이를 동료들도 충분히 공유하고 장시간 지켜본 후에 동료평가를 해야 한다”면서 “남을 정확하게 평가해 서로를 개선하겠다는 문화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동료평가가 인기투표 또는 왕따 만들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원자력은 어떻게? '토종' SMR 기술 갖고도 620조 시장 놓칠판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글로벌 기후 위기로 탄소중립 대책이 중요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원자력을 다시 보고 있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가 하면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우리나라도 탈원전 정책속에서 미래형 원전 개발을 해왔다. 지난 4월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발족해 운영 중이다. 10월말에는 5832억원 규모의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내후년께부터 차세대 원전 개발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해외 경쟁국들에 비해 늦은 출발인데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자력 산업계의 붕괴로 우리나라만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SMR은 우리나라가 지난 20여년간 연구비를 투입하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분야였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때문에 업계서는 대선 향방을 지켜보면서 내년 5월께 결정될 예타 통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SMR 예타 이번에 될까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합친 소형 원자로다. 기존 경수형 대형원전(1000MW) 대비 용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부품형(모듈형)으로 구성해 경제성을 높였다. 탄소 배출을 줄일 미래 에너지원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SMR은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 개발했다. 지난 1997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세대 SMR이라고 할 수 있는 SMART 개발에 착수해 2010년에 표준설계·기술검증을 끝내고, 2012년 표준설계인가까지 받았다. 2015년부터 한·사우디 파트너십 협력을 통해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그 사이 미국 뉴스케일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형의 SMR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우리나라는 2028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경수로 기반 혁신형 소형모듈원전인 ‘iSMR(innovative-Small Modular Reactor)’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준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 대비 개발이 늦고, 시장을 혁신할 정도로 기술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예타 사업만큼은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김용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경수로와 4세대 기반 SMR 모두에서 혁신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경수로 기반 SMR을 혁신한다면서 미국 기업(뉴스케일)을 흉내내고 있다”며 “비슷한 작품을 비슷한 시점에 시장에 진입시키면 경쟁국에게 질 수밖에 없고, SMART가 실패한 것처럼 주도권도 가질 수 없다”고 우려했다.◇전 세계 각국 SMR시장에 군침…620조원 전망도한국이 뒤처지는 사이 전 세계 주요 원자력 강국들은 앞다퉈 SMR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영국은 2003년 토니 블레어 총리 때부터 풍력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고, 현재까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전 정부서 미국 원자력의 부활을 선언한 데 이어 바이든 정부부터 청정에너지로 차세대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도 원자력으로 정책을 회귀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짓지 않았던 일본도 원자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이러한 분위기속에 전 세계 11개국에서 총 70여종의 SMR 원자로 유형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를 통한 자금 조달,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 접목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전 세계 국가들의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최대 62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한편,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세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원자력 관련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의 발언과 행보를 볼 때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 이재명 후보는 탈원전 정책 고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발언만으로 의도까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양 후보 모두 SMR에 대한 연구개발은 계속할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며 일부 미래형 원전개발을 하고,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원전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커지는 풍선효과’...페이퍼컴퍼니까지 등장한 사업자대출 꼼수
-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직장인 H씨는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다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최근 은행에 대출이 대부분 막혀 답답한 마음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는데, 대출상담사가 ‘개인사업자를 등록하면 좋은 조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H씨는 현재 대출 5억원이 필요한데, 연봉 5000만원 수준인 H씨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금액)에 따라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2억원 남짓이다. 필요한 돈에 절반도 못 미친다. 하지만 대출상담사는 사업자 대출을 받을 경우 필요한 돈의 80~9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전해왔다. H씨는 “부인명의로 사업자를 내고, 진행을 할까 고려중”이라며 “1금융권이 아닌 2금융권에서 받는 대출이지만, 금리도 생각보다 저렴했고, 세금보다는 부동산 가격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강력한 대출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가계대출을 전반적으로 조여둔 탓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여유로운 기업대출로 대출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대출을 받기 위해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편법까지 등장했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용도의 유형 사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사후점검은 금융업계 자율로 정해져 있는 지침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지침은 업권별로 다르지만 통상 개인사업자 대출이 건당 1억원을 넘거나 한 차주가 받은 대출 한도가 5억원을 초과하면 사후점검을 실시하고, 용도 외 유용이 적발되면 대출금을 회수하고 신규 대출 제한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살펴보는 건 편법적으로 주택자금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대출규제 등으로 사실상 시중은행을 통한 신규 주택자금대출 마련이 어려워지자, 일부 차주들이 페이퍼컴퍼니 등을 세워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고 있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현재 DSR 규제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허들이 낮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특히 배달업종 및 전자상거래 업종 등은 초반 매출이 없어도 대부분 개입사업자 대출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장에 일부 편법대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다 보니, 살펴보는 측면도 있다”며 “사후점검은 대출 건을 일일이 들여다보기 보단, 자율규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부족한 점이 없는지 등을 살펴본다 정도”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사업자ㆍ가계대출 포함) 잔액은 총 988조5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말 대비 21.3%(173조3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가계 대출 증가율인 13.1%보다 1.6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2금융권에서 지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금융업권별 사업자대출 증가율을 보면 보험·조합(26.8%), 캐피탈(20.1%), 저축은행(19.8%), 은행(11.3%) 등 순으로 높았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한 2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대출에이전시(설계사) 등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집을 살 수 있다고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자 등록하기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 에이전시에서 상세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금융사들도 대출총량 규제로 인해 사실상 주담대랑 개인들의 신용대출길이 막히면서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태”라며 “기업대출의 경우 용도를 일일이 살피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자 관련 서류만 맞으면 대출이 나오긴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