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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주식 쪼갤 때 합치는 코스닥 기업들…효과는 '글쎄'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주식 쪼개기에 나선 코스피 상장사와 달리 코스닥 기업들은 주식병합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약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칠 경우 주식 가격이 상승해 저가주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게 아닌 만큼, 단순히 주식병합만으로 장기적인 주가 상승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주식병합을 실시한 상장사(상장폐지 종목 제외)는 총 11곳으로 집계됐다.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지난해 주식병합을 실시한 업체는 총 13곳이었다. 올해는 상반기만 지났음에도 이미 지난 한 해와 비슷한 수의 업체가 주식병합을 택했다.올해 주식병합이 증가한 건 약세장이 지속된 탓이 크다.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약 38%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정책이 가속화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점증하며 주가 하락세가 심화하자 코스닥 기업들은 주식병합이라는 대안을 꺼냈다.주식병합은 주식을 쪼개는 주식분할과 달리 주식을 합치는 기법이다. 예컨대 1주당 액면가가 100원인 업체가 5대 1 비율의 주식병합을 실시할 경우 주당 가액은 500원으로 상승한다. 여러 개의 주식을 하나로 합쳐 주가를 높임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올해 주식병합을 시행한 11개 상장사 가운데 주식병합 결정 공시 당일 또는 그 다음날 주가가 상승한 곳은 9곳(에스맥(097780), 마이더스AI(222810), 세종텔레콤(036630), 모트렉스(118990), 광무(029480), 그래디언트(035080), 초록뱀미디어(047820), 카이노스메드(284620), 코디엠(224060))으로 집계됐다. 모트렉스(118990), 소니드(060230) 등 2곳은 오히려 공시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다만 주식병합 공시 이후 실제 주식병합이 이뤄지는 신주상장일에는 대다수의 기업이 주가가 떨어졌다. 올해 주식병합으로 신주가 상장된 9곳 중 6곳(마이더스AI, 세종텔레콤, 광무, 토박스코리아, 그래디언트, 초록뱀미디어)은 상장일 시초가보다 종가가 하락했다. 이와 달리 에스맥, 모트렉스, 소니드 등 3곳만 상승세를 보였다.신주상장일 이후 주가 오른 곳도 드물었다. 신주 상장일 대비 이날까지 주가가 상승한 업체는 마이더스AI 단 1곳밖에 없었다. 나머지 8개 업체는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단 모트렉스의 경우 주식병합 신주상장일 이후 1대 2의 무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전문가들은 주식병합 자체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변화를 내재한 게 아닌 만큼 주가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액면병합을 발판으로 장기간 주가가 상승하려면 미래 성장 가치를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액면병합은 기업가치가 그대로지만 주식수를 줄여 주가가 오르는 착시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액면병합을 발판으로 주가 부양 효과가 지속되려면 현금 보유력 높거나 미래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쾌거 "시인되려 고교 자퇴"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상하는 ‘필즈상’은 전 세계 수학자들의 꿈이다. 40세 미만 연구자 중에서 현재까지 업적과 미래 가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수학계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이 상을 받은 연구자는 단 60명. 한국계 수학자가 이상을 처음으로 거머쥐면서 수학계가 들썩이고 있다.주인공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교수.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토대를 확장하도록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5일 열린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받았다.허준이 교수는 “제게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며,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이라면서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좌교수.(사진=연합뉴스)허준이 교수는 1983년생으로 국적은 미국이나 교육과정을 모두 한국에서 마친 국내파 연구자다. 부모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할때 미국에서 태어난뒤 한국에서 유치원부터 대학원 석사까지 마쳤다.시인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 자퇴한 천재 허 교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에 가까웠던 늦깍이 수학자다. 고등학교때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한뒤 검정고시를 쳤다. 대학 학부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천문학을 공부한 평범한 이공계생이었다.부모에게서 수학적 머리를 타고 났을까. 서울대에서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를 만나 학부부터 석사까지 지도를 받으면서 수학자의 길이 시작됐다. 학부에서는 복수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하며 서울대 수재 중에서도 수학 영재만 들을 수 있다는 ‘고급수학’을 들었다. 차분하면서 집중력이 강한 부분이 교수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970년에 필즈상을 받은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토대 명예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대수기하학에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서울대 석사과정부터 연구 시작허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으로,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다. 그는조합 대수기하학 기반의 연구들을 통해 수학자들이 추측 형태로 제시한 ‘리드 추측’ 등 다수 난제들을 해결해왔다. 리드 추측에 대한 연구의 선행 연구는 서울대 석사과정에서부터 시작됐고, 많은 연구는 우리나라 고등과학원에 있는 동안 이뤄지기도 했다.그동안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은 서로 다른 분야였는데 허 교수는 두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경계를 허물었다. 연구 업적들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도 쓰였다.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반세기 동안 아무도 못 풀었던 난제를 대수기하학을 바탕으로 풀어냈고,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다른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허 교수의 연구가 중요하다”며 “서로 다른 세상이었는데 이를 연결하는 터널을 뚫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수학계 넘어 한국 과학계 경사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올해 국제수학연맹(IMU)에서 한국의 수학 국가등급을 최고등급으로 상향한 것에 이은 대한민국의 쾌거다. 정순영 서강대 수학과 교수(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는 “과학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순수학문도 고속 성장한 효과”라며 “중·고등학교때부터 순수학문에 대한 열정을 갖고 뛰어드는 학생풀이 매년 100여명으로 많아졌다고 보며, 이들중 다른 길로 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허 교수는 미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서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국내외 수학자들과 연구활동을 넓힐 예정이다.김영훈 교수는 “필즈상은 전 세계 수학자들의 진정한 리더라는 뜻이 있으며, 전 세계 극소수의 연구자만이 이 상을 받아 책임감이 따른다”며 “필즈상 수상은 지금까지 업적을 인정받아야 하고, 앞으로도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앞으로 허 교수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동학개미운동 2년만에…짐 싸는 개미들
-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주일에 한 번 주식창을 열까 말까예요.”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수진(31)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일 주식창을 열어보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코스피 지수가 얼마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때 꾸준히 달마다 100만원씩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던 이씨는 이제 꼬박꼬박 통장에 예금을 하는 중이다. 이씨의 수익률은 -40%. 그는 “지금 주식 가격을 보면 더 사고 싶긴 하다”면서도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몰라서 국장(국내 증시)에 돈을 더 넣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때부터 전 재산의 80% 넘게 주식에 투자해 왔다는 1년차 직장인 김현구(27) 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수익률 -70%를 찍은 김씨는 지난달부터 연이율 5.1%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타면서 ‘동학개미 운동’ 2년 만에 개미들이 하락장에서 탈출하고 있다. ‘커피 마실 돈으로 투자하라(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정기적으로 주식을 사던 이들은 이제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과 적금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상반기 동학개미 수익률 -28%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학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8.96%였다.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외국인과 기관에 맞서 개미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2년 전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국민주인 삼성전자(005930)였다. 상반기에만 15조1610억원을 사들이며 2위인 네이버(2조650억원)보다도 6배 가까운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3위는 카카오(035720)(1조7710억원), 4위는 삼성전자우(005935)(1조4840억원)였다. SK하이닉스(000660)(1조1400억원), 삼성전기(009150)(1조300억원), LG전자(066570)(8530억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7750억원), 카카오뱅크(323410)(731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 상위 10개 종목은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550만명이 보유한 국민주 삼성전자는 연초 7만8600원에서 지난달 30일 5만7000원으로 27.48% 떨어졌다. 4일에는 개장 직후 주가가 5만5700원까지 빠지며 52주 신저가를 또 경신했다. 이밖에 네이버가 -36.17%, 카카오가 -38.95% 떨어졌고, 삼성전자우도 -27.67%를 기록했다. 연초 12만8500원이던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9만1000원으로 마감하면서 29.18% 떨어졌다. 4일에는 8만9100원으로 마감하면서 9만원을 밑돌았다. 삼성전기도 -32.90%를 기록했으며, LG전자는 연초 13만9500원에서 14만6000원까지 올랐다가 8만8300원까지 하락하며 -36.70% 급락했다. 카카오뱅크도 5만9100원에서 3만250원으로 48.82% 하락했다. 그나마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하락률이 7.40%로 평균 손실률에 못 미쳤다. ◇활기 잃은 국내증시…잔고 감소 두드러져국내 증시도 활기를 잃고 있다. 인기 종목의 수익률이 퍼렇게 멍들면서 돈이 원활하게 돌지 않으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13조3915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거래대금은 그날 주식이 사고 팔리면서 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을 의미하는데, 거래대금이 클수록 투자자들이 주식을 활발하게 거래한 셈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13% 급락한 지난달 거래대금 감소가 두드러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4조3900억원을 기록, 작년 6월(11조4018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2월(3조7020억원) 이후 가장 적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 투자자예탁금은 58조7380억원으로 6개월 전(67조5310억원)보다 8조7930억원 넘게 줄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 잔고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해 말 23조886억원에서 1일 17조9891억원으로 5조원 이상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이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으로 잔고가 줄어든다. 주가가 떨어져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비율이 기준치를 밑돌면 증권사가 강제로 청산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져 잔고가 감소한다. ◇“관망해야” vs “저점매수해야”상반기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개미들이 하반기에 만회할 수 있을까.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선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기업들의 연간 순이익 예상치를 180조5000억원으로 전주 대비 0.9% 하향했다. 코스피 지수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지난 1일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저점매수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현 상황에선 관망이 가장 좋다”고 했다. 다만 7월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은 공격적인 매도를 통한 과도한 현금 보유 전략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심리 및 밸류에이션 상 낙폭이 과대하다는 인식으로 기술적 반등이 수시로 출현하며 저점을 높여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300대에서 인버스나 숏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렵다”며 “금융시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동안에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6월 코스피가 급락하는 동안 플러스를 기록한 업종은 조선업이 유일하다”며 필수소비재와 통신서비스 분야, 철강, 은행, 보험업도 추가 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 정치권 표심에 너덜너덜...“시장가격 통제하는 유일 국가”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이데일리 전선형 서대웅 기자] 지난 1996년 미국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한 대규모 소송이 발생했다. 월마트를 필두로 미국 내 500만개의 가맹점들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높이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긴 법정 다툼 끝에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2003년 가맹점들에 30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수수료율을 낮추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 사적 계약에 해당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논란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선 카드사와 가맹점이 매출, 수익 등을 따져 수수료율을 정하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정부가 수수료율의 상한선을 정해주는 등 시장가격에 개입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2012년에는 정부가 카드수수료를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조항까지 만들었다. ◆ 정권 따라 수수료율 임의 조정만 수차례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무려 14차례 인하 및 조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4차례는 여신전문금융법에 의거해 ‘적격비용’ 산출을 바탕으로 내렸고, 이외 9개는 정부에서 임의적으로 조정됐다. 수차례 인하조치가 이뤄지면서 15년 동안 영세가맹점주들의 수수료율은 4.5%에서 0.5%로 줄었다. 일반 가맹점주들의 수수료율은 1.5%로 최대 3%포인트가 줄었다. 임의로 조정된 수수료율 배경에는 대부분 국회의원, 대통령 등의 굵직한 선거가 있었고, 그들의 공약 중 하나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였다. 일례로 2017년의 경우 2016년 적격비용 산출 적용으로 인하조치가 있었음에도, 대통령 당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추가 인하 조치가 이뤄졌다. 수수료율이 줄면서 카드사는 타격을 입었다. 카드사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가맹점 수수료 영업(결제사업)이익은 2013년~2015년 5000억원에서, 2016년~2018년 245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019년~2020년에는 1317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가맹점 수수료 부분은 마이너스 사업이 됐다는 소리다. 특히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가맹점 수수료율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국내 카드사와 가장 유사한 수수료체계를 가지고 있는 아멕스(AMEX) 카드사의 지난해 수수료율을 보면 평균 가맹점수수료율은 2.3%로 국내 일반가맹점(우대가맹점 제외) 2.06%에 비해 0.24%포인트가 높다. 수수료율 차이를 금액(지난해 결제액)으로 단순계산하면 국내 카드사는 약 1600억원을 손해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국내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 적용을 포함하면 평균 국내 가맹점 수수료율 1.5%까지 내려간다.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연구위원은 “초기 영세소상공인(연매출 2억원 이하)에게만 적용하던 것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현재 연매출 30억원 가맹점까지 확대됐고, 이는 전체 가맹점의 96%에 해당한다”며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영세중소 가맹점 대상의 확대로 인해 카드사의 신판부문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해외의 경우는 국내와 반대로 매출이 작은 곳은 고정비가 있으니 더 비싸게 받는 구조로 책정돼 있는 편”이라며 “일부 가맹점에선 서차지(Surcharge)라고 해서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하며 현금가와 차별을 두는 곳 있는데, 그건 소비자 개인의 선택 몫으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기형적 적격비용 산출 체계 뜯어고쳐야”전문가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기형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영세가맹점은 제외하더라도 일반가맹점에 적용되는 적격비용 산정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적격비용 산출 체계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데 동의한 상태다. 적격 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 수수료 비용, 마케팅비용, 조정비용 등을 토대로 산정한다.지난 2월부터는 금융당국, 가맹점단체·소비자단체·카드업계·전문가 등이 참여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매달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적격비용의 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바꾸거나, 필요 시 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결론은 10월 도출될 예정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적격비용을 산출한 지 벌써 10년이 다 돼가는데 정착이 되지 않고, 분란이 일고 있다”며 “최근과 같이 조달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수수료율을 올려야 했지만, 또 내려버려 카드사들도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격비용 산출을 없애고, 단순 매출보단 가맹점별로 ‘매출액+영업이익’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한다는지, 디테일한 데이터 작업을 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며 “카드수수료가 높다고 생각하는 곳은 영업이익이 낮은 쪽인데, 자영업자들은 영업이익 통계가 거의 없는 만큼 정부가 데이터를 받아 해결해 주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KAIST·서울대 ‘꼬마위성’ 날았다..우리 발사체로는 처음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큐브위성을 직접 만든 대학원생들은 매일 두 번(새벽 3~5시, 오후 3~5시)만 이뤄지는 위성과의 교신을 준비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국산 로켓 누리호의 성공에 따라 갑자기 커진 국민 관심도 부담이 됐다. 기회는 많게는 4번이고, 적게는 2번. 폭염속에도 위성과 10여 분 만나기 위한 사투가 이뤄졌다.국산 로켓 누리호가 태양동기궤도(700㎞)에 올린 성능검증위성에서 사출한 KAIST와 서울대의 큐브위성 2기가 각각 3일 오후 4시 10분, 4일 오전 3시 21분에 지상국과의 양방향 교신에 성공하면서 우주를 향한 이들의 꿈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2017년에 발사된 KAIST팀의 양방향 교신 성공 이후, 11번만이자 5년여만의 교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해외 발사체로 이뤄졌던 이전과 달리 국산 로켓으로 만든 첫 성과다. 위성들은 4일 기준 정상 작동하고 있는 상황으로 1~2달 후 우리나라 첫 큐브위성 임무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정상적으로 작동..1~2개월후 임무 도전 기대큐브위성은 무게 10㎏ 이하 초소형위성으로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10㎝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부터 시작된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선정된 팀들이 인도, 러시아, 미국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를 해왔다. 2017년에 미국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발사된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출한 KAIST의 ‘링크’ 큐브위성의 후속 위성들은 통신이 두절되거나 일부 데이터만을 받는 등 양방향 교신까지 해내지 못했다.위성 전문가들에 의하면 양방향 교신은 큐브위성 임무를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상국과 위성이 안정적으로 신호를 주고 받아야 본격적인 위성 임무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큐브위성들은 양방향 교신도 해내기 어려워 임무 조차 도전하지 못했던 셈이다.위성 안테나 전개 못하다가 성공KAIST와 서울대 팀이 성능검증위성에서 큐브위성 사출후 위성 상태정보(비콘신호) 확인, 지상국과의 교신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서울대의 큐브위성은 상태정보 데이터 수신에 성공했으나 수신한 데이터에 오류가 포함되어 있었다. 위성 안테나를 전개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이뤄지지 않다가 뒤늦게 성공했다. KAIST팀도 노후화된 지상국 설비로 수작업으로 위성과의 교신을 시도하느라 애를 먹었다.위성들은 앞으로 1~2달 동안 위성 자세 제어 등 기술적인 보완작업을 마친뒤 본연의 임무에 도전할 계획이다. 서울대팀은 이중주파수 GPS 수신기 3대 등을 이용해 지구대기 관측 데이터를 모으고, KAIST팀은 초분광 카메라로 지구 관측 임무를 시도한다.심한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생은 “안테나가 제대로 전개되지 않아 걱정했다”면서도 “다행히 양방향 교신까지 성공한 만큼 앞으로 2달 동안 위성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점검이 잘 이뤄진다면 큐브위성 임무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큐브위성 발사 현황.(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자인=이데일리)성공실패 떠나 큐브위성 시대 진입누리호의 성능검증위성에 함께 실린후 사출한 또 다른 큐브위성을 만든 조선대팀도 위성과의 교신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연세대팀의 위성도 4일 오후 사출 후 위성과의 교신을 시도할 예정이다.이번 큐브위성들은 성공여부를 떠나 우리나라가 큐브위성 시대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기 모두 위성 사출에 성공했고, 일부는 양방향 교신까지 성공하면서 앞으로 큐브위성 임무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가격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정밀위성과 달리 대학원생들이 한정된 예산(1억원~10억원)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폭도 크다. 대학, 스타트업 등에서도 충분히 우주시대에 도전할 수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접목한 기업들이 탄생하거나 새로운 위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산 로켓인 누리호로 큐브위성을 올렸다는 점에서 해외 발사체에 실려 원하지 않는 시간대와 궤도에 투입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목표로 한 궤도에 정확하게 쏘아 올리는 시대가 다가왔음을 시사한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KAIST 링크위성이 초기 교신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위성들은 양방향 교신이나 미션까지 완수하지 못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큐브위성 완전 임무 수행 성공률은 25%, 일부 성공은 50% 정도 수준으로 이번 성공을 계기로 소기의 성과를 거둬 다음 큐브위성팀들을 위한 중요한 성공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3년간 최대주주 3회이상 변경 45사…“빈번한 변경 고위험군”
-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최근 3년간(2019~2021년) 최대주주가 3회 이상 빈번하게 변경된 기업은 45개 상장사로 집계됐다. 이들 상장사는 재무상태 부실,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횡령·배임 등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투자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감독원은 당부했다. 금감원은 최대주주 변경이 빈번한 회사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4일 금감원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상장사의 최대주주 변경 실태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장사는 총 501개사(712건)로 나타났다. 2021년말 기준 전체 상장사 2383사의 21.0% 수준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최대주주 변경은 주로 △주식양수도계약(31.6%) △제3자배정 유상증자(26.3%) △장내매매(14.0%) 방식으로 발생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신규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평균 27.5%로, 기존 최대주주 지분율(평균 22.7%)보다 4.8%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특히 3년간 최대주주가 3회 이상 변경된 기업은 45개사였다. 유가증권시장 6개사, 코스닥 39개사였다. 금감원은 이들 상장사는 재무상태 부실(64.4%), 관리종목 지정(48.9%) 및 상장폐지(15.6%), 횡령·배임(28.9%) 등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2021년 말 현재 당기순손실(29사, 64.4%), 자본잠식(13사, 28.9%) 등 재무상태가 부실한 회사 비중이 매우 높았다. 이들 상장사는 관리종목에 지정(22사)됐거나 상장폐지(7사), 횡령·배임(13사)이 다수 발생했다.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도 많았다. 잦은 신주발행으로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3년간 회사당 평균 4.8회의 유상증자·CB 발행을 실시했다. 아울러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장내 매도하거나 담보주식 반대매매가 다수의 회사에서 발생했다. 금감원은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회사는 투자 위험성이 높고, 빈번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주식가치 희석화로 주가 하락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주주의 보유주식 장내매도, 반대매매 등의 사유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경우에는 향후에도 최대주주 변경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금감원은 최대주주 변경이 빈번한 회사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들 상장사가 제출하는 증권신고서, 주요사항 보고서 등 공시서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 재무위험 14곳 부채 372조 '빚더미'…고강도 사업 구조조정 예고
-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처음 지정한 ‘재무위험기관’은 민간 기업으로 치면 투자 부적격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공공기관만 아니었다면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어 경영 위기에 놓일 수 있는 곳들이다. 공공기관 혁신이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된 상황에서 이번에 지목된 14곳의 재무위험기관에 대해선 사업 구조조정 등을 동반한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시동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공공기관 재무 관리 ‘경고등’ 울렸다기획재정부가 6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 재무위험기관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 또는 징후가 보이는 9개와 재무구조 전반이 취약한 5개로 이뤄졌다. 수익성 악화(징후) 기관은 한국전력(015760)과 발전자회사(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재무구조 전반 취약 기관은 자원공기업(석유공사·광해광업공단·가스공사·석탄공사)과 한국철도공사다.이번에 재무 상태를 평가한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 또는 정부 손실보전 조항이 있거나 자본잠식으로 고시된 중장기 재무 관리계획 작성기관 39개 중 금융·기금형을 제외한 27개 기관이다.이들 기관에 대한 평가는 △재무지표 △재무성과 △재무개선도로 이뤄졌다. 우선 재무지표(16점)는 민간 신용평가법을 바탕으로 사업수익성과 재무안정성 지표의 과거 5년간 실적 및 향후 전망을 평가했다. 매출액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총자산수익률, 부채비율 등이 기준이다.재무성과(4점)는 경영평가 점수를 활용해 재무·예산 운영성과의 최근 3년 등급을 평가했다. 재무지표 평가점수, 부채비율, 총자산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평가 직전 2개년 연속 개선 할 경우 2점의 가점을 부여했다. 재무위험기관은 평가 결과 총점 20점에서 14점 미만인 기관이거나 부채비율 200% 이상인 기관이다. 이는 민간 신용평가사 등급체계상 ‘투자 부적격’ 기준에 해당한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재무위험기관 14개의 평균 점수는 20점 만점에 8.7점으로 전체 대상기관 27개 평균 점수인 13.5점보다 5점 가량 낮았다. 재무위험기관에서 제외된 13개(16.8점)보다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재무지표는 재무위험기관이 총점 16점 중 6.2점으로 전체 평균(10.7점), 비재무위험기관(14.0점)보다 크게 낮았다. 재무성과에선 총점 4점 중 전체 평균이 2.3점이고 비재무위험기관은 2.4점, 재무위험기관 2.1점을 받았다. 14개 재무위험기관의 자산은 512조5000억원으로 전체 350개 공공기관(969조원)의 53%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부채 비중은 전체(583조원)의 64%인 372조1000억원으로 자산 비중보다 높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추경호 “왜 이모양 됐나” 공공기관 질책한전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혁신의 대표 기관이다. 6월 발표한 2021년도 경영평가에서도 종합 보통(C) 등급을 받았지만 최근 재무상황 악화에 따른 강도 높은 자구노력 필요성을 감안해 9개 자회사까지 포함해 임원 성과급을 자율 반납토록 권고한 바 있다.한전은 지난해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7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 규모 또한 145조원대에 달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추 부총리는 기재부 내부 회의에서도 한전의 자구 노력이 미흡하다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LH도 대규모 사업 추진에 따른 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재무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기준 LH의 부채는 1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해외 투자로 손실이 누적된 자원공기업들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거나 부채비율이 300% 이상이다.재무위험기관은 7월말까지 비핵심자산 매각, 투자·사업 정비, 경영효율화 방안을 포함한 5개년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집중관리 이행실적은 내년 발표할 2022년 경영평가 편람에도 반영될 예정이다.한전·LH 등 주요 공공기관장들이 지난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다가 취임한 경우가 많아 이번에 실시하는 재무 성과 평가 강화가 기관장 교체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364개의 공공기관 중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곳은 68.9%(251개)에 달한다.익명을 요구한 공공기관 정책 전문가는 “핵심 기능을 책임지는 공공기관들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고유 서비스를 지속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경영평가가 기관장 교체 도구가 되기엔 한계가 있지만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기획재정부가 6월 30일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재무위험기관 중 한 곳인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 병원 방문 없이 치아 교정도 된다던데…우리만 안된다
-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한국은 토스, 마켓컬리,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등 IT를 기반으로 불뚝선 다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유달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비대면 의료다. 비대면 의료는 환자와 의료인이 대면하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의료 형태를 뜻한다. 크게 원격의료와 디지털치료제로 분류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비대면 의료 산업에서 여러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데다, 대기업과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들 나라 국민의 일상에는 비대면 의료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하다. 전문가들에게도 ‘언젠가는 가야할 방향’이면서도,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아있다.(사진=텔라닥)◇팬데믹에 한 번 더 급성장한 글로벌 비대면 의료 미국에서는 텔라닥(TDOC)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계정을 설정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화나 화상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텔라닥이 제시하는 대기시간은 단 ‘10분’이다. 아마존과 협업해 인공지능(AI)비서 ‘알렉사’가 탑재됐다. “의사와 상담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10분안에 독감이나 감염, 알레르기, 성병, 스트레스, 정신과 상담까지 모두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가까운 약국을 선택해 약을 처방받는 것까지 끝낼 수 있다. 미국 원격의료 대장주로 꼽히는 텔라닥은 2015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한때 시가총액 30조원에 달했다. 7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고 개인 뿐 아니라 기업 고객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성장주가 고꾸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텔라닥의 시가총액은 최근 종가 기준 6조8750억원이다. 국내 증시로 따지자면 한화솔루션(009830)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대글로비스(086280) 롯데케미칼(011170) 넷마블(251270) LG유플러스(032640) 등보다 높은 몸값이다.우리에게 더욱 생소한 서비스도 일반화 되어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스마일다이렉트클럽(SDC)은 원격 교정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스마일숍’에 방문하거나 관련 장비가 포함된 키트(kit)를 배송받아 구강을 스캔해서 회사에 보낸다. 회사 소속 의료진이 이미지와 사진, 병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투명 교정장치를 처방한다. 치료 경과를 온라인 화상 등으로 확인해 교정장치를 바꾸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19년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벤처로 최근 주가가 급락해 시총은 5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지만 불과 작년만해도 수조원대의 몸값을 자랑했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국내는 의미있는 시장도 갖추지 못했지만, 미국에는 수조원의 기업가치로 이미 상장시장에 데뷔한 이유는 비대면 의료가 불법이 아니어서다. 미국은 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찌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진과 초진 제한없이 페이스타임 또는 스카이프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도 허용했다. 일본과 캐나다, 호주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는 제한적으로 허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허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상황과는 크게 차이난다. ◇20년 지났지만…국내는 찬반 논의 수준 못 벗어나국내에서는 2002년 원격의료가 최초로 도입됐다. ‘의료인-의료인’에 대해서 원격협진을 허용한 것이다. 2006년에는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했다가 의료계 반대로 시범에 그쳐야했다. 그 이후 원격진료와 처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2010년, 2014년, 2016년 잇달아 발의됐지만 모두 의료계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의료계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오진과 약 오남용 등 의료 사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약 배달 서비스에 대해서 약사 단체들의 반대가 거셌다. 이 분야 선두 업체인 닥터나우와는 약사회와의 소송 등으로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이다. 그 사이 글로벌 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비대면 의료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하는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414억달러에서 2017년에는 1551억달러로 증가해 연 평균 15.1%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원격의료 허용범위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잠재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관련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나마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비대면 의료 제도화를 포함시켜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을 공감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 22일 비대면 진료를 포함해 현안을 논의하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진행했지만 약 자판기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약사회가 불참하면서 제도화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 [단독] 웨이브, 국내 OTT 1위 수성 위해 주주사 전문가 영입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우승현 웨이브 CFO 겸 경영기획부문장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공세 속에서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1위를 기록 중인 웨이브가 주주사인 지상파 방송사와 SK텔레콤으로부터 전문 인력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OTT 춘추전국 시대에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맨파워를 강화하는 차원이다.지난해 6월, 최소정 SK텔레콤 모바일스트리밍담당 겸 드림어스컴퍼니 전략그룹장을 웨이브 CSO(최고전략책임자)로 선임한 데 이어, 이번에 지상파3사를 대표하는 우승현 스마트미디어렙(SMR)대표를 CFO(최고재무책임자)겸 경영기획본부장으로 투입한다. 웨이브, 광고 보는 저렴한 요금제 출시할 듯우 CFO는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문화일보 기자, 네이버 대중문화실 실장을 거쳐 국내 최대 동영상 광고 사업자인 SMR을 이끌어 왔다. SMR은 SBS미디어홀딩스와 MBC 계열사로 지상파 3사, CJ ENM, 종합편성채널 등 국내 주요 방송사 클립 VOD의 독점 유통 및 광고 사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기획과 동영상광고 분야 전문가인 우승현 CFO가 합류함에 따라 웨이브가 투자유치뿐 아니라 신규 사업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저렴한 광고 요금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넷플릭스가 연말부터 유료 OTT에 광고를 보는 대신 요금제는 저렴한 상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우승현 CFO 겸 경영기획본부장의 합류로 OTT 이용권의 광고결합 할인모델에 SMR의 동영상광고 사업 경험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CFO는 SMR의 유튜브 진출을 이끈 인물이다. 넷플릭스는 정체된 유료 가입자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광고가 포함된 저렴한 요금제 도입을 예고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칸 국제광고제에서 “그 동안 광고를 보는 대신 더 낮은 가격을 원하는 고객층을 배제해왔다”면서 “앞으로 이들을 위해 광고 요금제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소정 웨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글로벌 진출 전략 수립도 본격화지난해부터 웨이브 CSO를 겸임중인 최소정 SK스퀘어 상무도 지난 6월부터는 웨이브에서 전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1982년생 SK그룹 최연소 여성임원인 그는 글로벌 진출을 중심으로 한 전략수립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웨이브는 지난 3월 이태현 대표가 연임하면서 시즌2를 시작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55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속에서도 ‘25년까지 1조 원 콘텐츠 투자를 약속했다. 올 하반기부터 오리지널 라인업을 본격 공개할 예정이다.권상우 주연의 코미디물 ‘위기의 X’(연출 김정훈, 극본 곽경윤), 신동엽이 진행을 맡은 성소수자들 연인들을 담은 예능 ‘메리퀴어’, 국내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 ‘남의 연애’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 상반기 펀드 성적 ‘씁쓸’…대체·원자재만 웃었다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상반기 약세장 속에서 펀드도 부진한 성적표를 피해 가지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등이 큰 폭 조정받으면서 국내 주식형은 코스피 지수 수익률마저 하회했다. 다만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대체자산, 원자재, 농산물 투자 펀드는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매크로(거시경제)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크게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펀드가 주목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내 주식형 21% 빠져 코스피 하회…저가 매수세는 지속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3조7990억원의 설정액이 증가했지만, 수익률은 -21.12%를 기록했다.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는 5조3606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수익률은 -15.67%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이 기간 코스피 변동률(-18.66%)마저 밑돌았다. 국내 펀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업종이 큰 폭 조정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상위주를 담고 있는 코스피 200 지수는 올해 19.05% 하락했고,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는 24.14% 빠졌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는 벤치마크(BM) 대비 초과 성과를 목표로 하는데, 절대적인 시총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을 크게 줄여서 가져가는 것은 운용역에게도 부담”이라며 “반도체 주가는 시장보다도 크게 빠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여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반기 국내 펀드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도 자금 유입세를 보인 것은 투자자들이 ‘바이 더 딥(밀리면 사라)’에 나선 영향으로 평가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매크로 변수에 요동친 가운데 해외 투자 확대 흐름이 부각됐다. 북미 펀드가 주도했다. 나스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일부 배당주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오광영 신영증권 글로벌유동성담당 연구원은 “국내 펀드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고, 해외 주식은 투자자 관심이 굉장히 커졌는데 이해도가 낮을 경우 펀드로 투자에 나서는 움직임이 있다”며 “해외 관련해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상품도 국내에 꾸준히 나온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펀드 설정액은 테크, 전기차·배터리, 인프라,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수요가 두드러졌다고 봤다. 중국 펀드 역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조정폭이 컸던 홍콩 H지수 레버리지 펀드 등을 중심으로 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올해 1조원 넘게 증가했다. ◇ 인프라 헤지 대체투자 수익↑…원자재·농산물도 好好전반적인 펀드 수익률이 퍼렇게 멍들었지만, 대체 펀드가 양호한 성적을 거둬 눈에 띈다. 상반기 국내 대체 펀드는 14.96%, 해외 대체 펀드는 5.1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을 제외한 프라이빗 에쿼티(PE), 부동산, 인프라, 기타 실물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에프앤가이드 국내대체 기준은 넓은 범위에서 레버리지 등 파생까지 포함하고 있어 수치에 반영됐다. 이에 수익률 상위엔 코스피·코스닥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인버스 2X)’ 펀드·ETF가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국내대체에선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287ClassA’ 등이 17%대의 견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해외대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투자신탁287ClassA’가 무려 176.26%를 기록했다. 대체투자 대상 자산 중 부동산, 인프라 등은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자산으로 꼽힌다. 개인투자자들도 대체자산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 ETF’ 등이 상장하기도 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주요 연기금도 주식시장에서 초과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고, 개인의 수요도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등 대체 쪽이 지속해서 각광받고, 하반기에도 유사 매크로 환경 속 대체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테마형도 대체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농산물(14.44%)과 원자재펀드(9.32%)가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원자재펀드 중에선 신한자산운용의 ‘신한에너지인덱스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 1[채권-파생형]’이 65.85%를 기록했다. 이는 천연가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 7종의 에너지 관련 상품에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초과 성과를 꾀했다. 하반기에도 에너지 강세가 예상된다. 신한자산운용 해당 펀드 한 운용역은 “에너지 공급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난방시즌이 다가옴에 따른 수요증가가 예상돼 하반기에도 에너지 강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상반기 증시 변동성에 배당주 펀드, 개인의 온라인 공모형 펀드 투자 확대, 타깃데이트펀드(TDF) 확대도 눈에 띈다”며 “하반기엔 코로나19 우려 완화로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 확대, 시장 변동성 국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롱-숏 펀드 등 수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