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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새 빚 7배…지자체 도시공사 재무사정 살펴보니
-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설립한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회생신청을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다른 공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 보증 덕에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 개발사업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선 레고랜드 PF ABCP가 기한이익상실(EOD)에 빠지면서 이 여파로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된 것을 경험한 시장 참여자들은 지자체 보증물이라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고 할 정도로 신중해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차입이 크게 늘어날 지자체 산하 공사들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 광주광역시도시공사, 대구도시개발공사 정도를 꼽았다. 다만 지자체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으로 재무부담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3일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3기 신도시 사업 관련 택지용지 취득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차입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작년 이후 하남 교산(3기 신도시), 고양 방송영상밸리(도시개발) 현장 관련 택지용지 취득 등 신규사업 추진으로 용지보상 등 대규모 초기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이 작년 마이너스(-)1조8280억원, 올해 상반기 (-)4541억원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자금조달을 위해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융자 및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차입금도 늘었다. 공사의 총 차입금은 2020년 말 378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6600억원으로 7배 넘게 확대됐다.이같은 추세는 해당 사업장에서 자금이 본격적으로 회수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7월부터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전청약이 실시됐지만 본청약 일정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본청약은 사전청약 후 1~2년 후 실시된다. 신규 개발사업에서 용지 판매대금이 본격적으로 회수되는 시점은 오는 2025년부터일 것이라는 게 나이스신평 측 분석이다.특히 경기주택도시공사는 각종 용지 및 주택개발사업을 맡고 있어서 경기도 지역 분양경기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올 들어 한국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전국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경기도시공사도 개발사업 관련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광주광역시도시공사, 대구도시개발공사도 개발사업 관련 자금소요로 차입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광주광역시도시공사는 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 개발사업, 에너지밸리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및 광주형 평생주택 건립사업을 위한 차입금 조달이 예정돼 있다. 사업비는 첨단3지구의 경우 1조6234억원, 에너지밸리 일반산단 2978억원, 상무지구 평생주택 1371억원이다. 이와 관련 차입조달 규모는 2022~2024년에 걸쳐 700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 사업 규모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사의 총 차입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4401억원(현재가치할인차금 차감 전 기준)이다. △공사채 2941억원 △국민주택기금 차입금(현재가치할인차금 차감 전) 146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현금성자산으로는 지난 6월 말 기준 510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현금성자산이 총 차입금보다 많지만 향후 위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키면 재무구조가 저하되는 것이다.대구도시개발공사의 주요 추진사업으로는 △금호워터폴리스 개발(사업기간 2015~2023년, 사업비 1조2328억원) △대구대공원 조성사업(2019~2026년, 1조2500억원) △식품산업클러스터(2019~2026년, 1817억원) 등이 있다. 다만 잔여 분양물량 규모, 용지 선분양 및 사업비 투입시기를 조정할 경우 재무부담을 적절히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는 작년 이후에도 금호워터폴리스 분양에 따른 선수금 증가와 수성알파시티청아람 아파트 입주 잔금 정산으로 지난 3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450억원으로 감소했다.이들 공사의 재무구조나 향후 차입금 증가에 대한 우려는 높지만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출자, 보조금 교부, 장기대부 등으로 지방공기업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없다는 평가다. 특히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상 적법한 수권절차를 거쳤다면 지자체가 보증한 사업은 공사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더라도 지급보증을 이행하도록 돼 있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보증이행 의무 이행을 약속하는 등 더 구속력이 강화됐다.
- 먹통 사태·실적 악화 '이중고'…카카오, 위기 돌파구는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이데일리 김국배 임유경 기자] 카카오(035720)그룹이 먹통 사태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빠져들고 있다. 규제 후폭풍까지 나타나며 삼중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1일 카카오그룹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페이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등 다른 계열사들도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페이는 상장 전 포함 6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3% 늘어난 1414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97억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카카오페이증권 실적 부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 측은 “사업 확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영업 비용이 증가했다”고 했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별도 기준으론 3분기째 흑자를 냈다.◇카카오·카카오게임즈도 실적 둔화카카오페이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2일), 카카오(3일) 등도 줄줄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지난 2분기 일본 미소녀 육성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분기엔 거꾸로 이 게임에 발목이 잡혔다. 서비스 운영 미숙으로 일본 이용자와 차별 논란이 일면서 9월 매출이 부진해 3분기 실적도 컨센서스(매출 3722억원, 영업이익 808억원)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먹통 사태의 장본인 카카오도 상황이 좋지 않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카카오는 3분기 매출 1조 9029억원, 영업이익 17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6.4%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경기침체로 영업 이익률이 높은 광고·커머스 사업이 둔화하고, 작년 자회사 인수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모빌리티는 택시난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 비용 등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무료 이용자 피해 보상도 예정돼 있다. 카카오 측은 이날 마감하려던 먹통 피해 접수 기간을 닷새 뒤인 6일까지로 늘린 상태다. 접수가 끝나면 무료 서비스 피해 보상 규모 등을 산정한다. 현재 카카오는 유료 서비스 보상 규모를 4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규제 폭풍 우려…카카오톡 개편 예정대로실적 하락은 최근 먹통 사태로 드러난 리더십·신뢰 위기 등과 맞물려 카카오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여기에 야당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무산됐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규제 후폭풍이 불어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플법을 대표 발의해 오는 8일 열리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독과점 시장 구조가 지속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내 사업자에게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위도 일반 기업의 인수합병(M&A)과 별개로 카카오,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따로 적용하는 기업결합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빌미로 플랫폼 관련 규제가 도입되는데 우려했다.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를 맡은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자율 규제 논의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방향을 트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카카오가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는 뭘까. 결국 IT 인프라 투자를 통한 서비스 안정성 제고와 신뢰 회복, 메타버스·콘텐츠(웹툰·웹소설) 등의 글로벌 진출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국정감사장에서 “앞으로 카카오 플랫폼에서 나오는 수익을 (안전 인프라에) 더 많이 투자해 글로벌 기업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성엽 교수는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안전, 보안 문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보상이든 재해복구 대응이든 ‘국민 메신저’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남궁훈 대표가 물러났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 등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과 연결하는 메타버스 신사업 전략을 구상해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하반기 추진하기로 한 카카오톡 개편이나 내년 상반기 오픈채팅 앱 출시 일정 등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 “영끌족 울 때, 은행은 수익 두둑”...변동금리의 이면
-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차주들이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 상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금리 대출상품과 1%포인트 수준 금리차이가 나면서 차주들이 당장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다. 반면 은행들은 변동금리 선택자가 많아지면서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높아지는 금리로 인해 이자 마진이 커지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이면이다. ◇변동·고정 금리 같이 뛰니, 갈아타기 어려워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로 나타났다.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올 초 76.2%에서 2월 76.5%, 3월 77%, 6월에는 78.1%, 9월에는 78.5%까지 꾸준하게 증가했다. 신규 취급 대출로 봤을 때는 변동금리 비중이 연초(76.3%) 대비 0.3%포인트가 감소하긴 했지만, 9월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7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고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차주들이 변동금리 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건 고정금리 상품에 비해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다르긴 하지만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만 보더라도 변동형 상품의 금리가 월등하게 낮다. 실제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밴드는 5.35~7.286%다. 변동금리 주담대 밴드가 5.02~7.504%인 것과 비교하면 하단이 0.35%포인트 높다. 만약 차주가 3억원을 30년 기간의 대출을 받는다고 할 때, 고정금리와의 대출금리가 0.35%포인트 더 높다고 하면 연 이자액이 2063만원 차이가 나게 된다. 은행별로 보면 이날 기준 KB국민은행의 변동금리(코픽스) 주담대 대출 상품의 금리는 5.18~6.58%인데, 고정금리(금융채 5년) 상품은 5.35~6.75%로 상단금리로 0.17%포인트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은 변동금리 상품이 5.02~6.27%, 고정금리가 5.67~6.5% 0.23%포인트가 차이난다. 우리은행은 변동금리가 5.68~6.48%, 고정금리는 6.4~7.2%로 금리차는 0.72%포인트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변동금리가 6.20~7.50%, 고정금리가 5.99~7.29%로 고정금리가 조금 낮다. 하나은행은 고정금리 우대금리가 많아진데다, 금융채 금리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면서 최근 고정금리가 낮았다. 특히 최근 채권시장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고정금리 상단이 더 높아진 것도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이유다. 변동금리는 기준지표로 코픽스를 사용하고, 고정금리는 금융채 5년물을 지표로 쓴다. 보통 5년물의 경우 금리의 경우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는데, 최근에 채권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금리가 크게 뛰었다. 금융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5.136%였다. 이는 2010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인상기 변동금리 대출이 부담을 키운다는 것을 차주들도 알고 있지만, 금리차가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주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금리상승기 은행 입장에선 변동금리 유리반면 차주들의 변동금리 선택이 많아지면서 은행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많아질수록 은행들은 수익이 많아진다. 실제 올해 3분기 은행 실적만 봐도 이자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올 3분기 이자이익은 2조4030억원과 2조139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5%, 28.1% 늘었다. 하나은행(1조9759억원)과 우리은행(1조9210억원)도 2조원 가까운 이자이익을 냈다. 순이자마진(NIM)도 국민은행이 1.76%, 신한은행 1.68%, 하나은행 1.57%, 우리은행 1.56%를 보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제일 이득을 많이 보는 게 바로 은행이고, 변동금리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수익이 많이 난다”며 “대부분 은행은 반반씩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고정금리가 많으면 금리상승기에는 수익이 줄고, 변동금리가 많으면 수익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정금리는 당장 이자가 높아 변동금리를 선택하게 된다”며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상품에 대한 우대금리를 더 주는 등 고정금리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코스피 3조원 산 외국인…11월에도 지갑 열까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가 외국인들의 매수세 속에 2300선 탈환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된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도 6만원선 회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증권가는 미국이 경기침체 우려 속에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위험자산을 회피하기만 하던 투자자들도 증시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 속도가 주춤해진다 해도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한 만큼, 섣부르게 주식 투자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돌아온 외국인? 9월에 2조 판 외국인, 10월에 3조 사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5.21포인트(1.11%) 오른 2293.61에 거래를 마쳤다. 10월 한 달 동안 6.41% 올랐다. 매수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10월 한달 동안 코스피에서 3조31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9월만 해도 2조1239억원을 팔던 외국인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특히 외국인은 10월 동안 삼성전자(005930)(1조5061억원), 삼성SDI(006400)(7598억원), SK하이닉스(000660)(6613억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4399억원), KT&G(033780)(2001억원)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위주로 사자에 나서고 있다. 이번 외국인의 매수는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에서 출발했다. 월가 유력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기준금리를 11월 75bp(1bp=0.01%포인트), 12월 50bp 각각 올릴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던 연준이 조절에 나서면 달러 강세 속도가 완화할 수 있을 뿐더러 채권 대신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여기에 중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점도 한국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집권 체제가 정식 출범한 후, 신흥국 주식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이 중국은 물론 대만과 홍콩에서 돈을 찾아 한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 대만에선 순매도를 강화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이는 것은 뜻밖의 상황”이라며 “외국인이 ‘차이나런’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근본적 문제는 해결 안돼…실적도 살얼음판하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지 여부에 대해 시장은 비관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로 증시가 상승하는 만큼, 그 기대가 꺾이면 바로 외국인의 ‘팔자’가 나타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11월 3일 새벽 3시(한국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바뀔 수 있다. 만일 파월 의장이 속도 조절에 대한 언급을 한다면 증시 반등은 지속되겠지만, 물가 잡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면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회피현상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경기 둔화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분기 기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 비율은 70.6%로 2020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등 대다수의 종목이 어닝쇼크를 만난 가운데, 4분기 실적 전망치까지 하향 중이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관론을 되돌릴 만한 재료들이 나오고 있지만 물가나 긴축전망 후퇴, 실적 호조는 양립할 수 없으며 긴축과 경기침체 중 하나는 대면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면서 “한국 증시는 순환장세를 보이며 연말까지 저점을 높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투심은 일시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 코로나 백신·치료제 '뻥튀기' 업체들, 내년 정부 철퇴 내린다
-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정부가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업 적절성 점검에 나선다. 올해 말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신약개발사업단이 운영을 종료하면, 외부 용역을 통해 사업단의 지원 과제 선정 과정과 선정된 기업들의 개발 현황 등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개발 중단 선언을 한 업체들 외에도 임상시험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까지도 검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임상지원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전반에 대한 적절성을 검토하는 평가 용역을 진행한다. 그 동안 정부의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임상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 받은 기업은 총 14곳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백신은 진원생명과학(011000) 셀리드(299660) 유바이오로직스(206650) 큐라티스 HK이노엔(195940) 아이진(185490) 에스티팜(237690) 제넥신(09570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9개 기업이고 치료제는 셀트리온(068270) 녹십자(006280) 대웅제약(069620) 동화약품(000020) 샤페론(378800) 5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로부터 총 1679억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비를 지원 받았지만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 뿐이다. 이 중 녹십자, 대웅제약, 제넥신, HK이노엔이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녹십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 개발 지원비 58억원을 받은 후 임상 초기 단계에서 개발 중단을 선언해 지원비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년 평가에는 이번에 논란이 된 녹십자 뿐 아니라 임상 비용 지원을 받은 업체들 대다수가 줄줄이 도마위에 오른다. 임상 개발 중단을 발표한 기업 뿐 아니라 임상을 진행 중이지만 지나치게 연구가 지연되고 있거나 주가 조작 의혹 등이 의심되는 기업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평가 결과,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는 기업들의 경우 연구비를 전액 환수하거나 사안 경중에 따라 3~5년까지 앞으로 정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곳에 대한 기준을 잘 잡을 계획이다. 끝까지 개발을 안 하고 중단된 기업도 대상이 되겠지만, 임상 진행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지연되는 곳도 살펴볼 것”이라며 “행정 절차상으로 걸러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경찰수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일단은 근거를 두고 있는 법률에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점검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실제 개발비 지원을 받은 업체들 중 상당 수가 임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진원생명과학은 GLS-5310 백신에 대해 2020년 12월 4일 임상1/2a상을 승인받은 후 2년 가까이 돼 가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이 지난해 11월 23일 공시한 투자설명서를 보면 GLS-5310의 부스터샷을 위한 DNA 백신 임상3상 개발과 승인을 올해 1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백신 허가는 올해 4분기로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임상 기준 1/2a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진원생명과학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GLS-1027’도 개발 중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정부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 지난해 9월 국내 2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후 1년 지났지만 여전히 임상2상 단계다. 투자설명서를 보면 이 역시 임상3상 연구 승인 획득을 올해 1분기, 품목허가는 올해 3분기로 각각 목표한 바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이슈로 시장 주목을 받았다. 2020년 3월27일 ‘2020년도 질병관리본부 용역과제인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 개발 사업’에 우선 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7640원이던 주가는 일주일 만에 1만5100원(2020년 4월 7일 종가 기준)까지 약 97% 상승하기도 했다. 셀리드는 2020년 12월부터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고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임상 개발비 지원을 받았으나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계획서 변경,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백신 파이프라인 추가 등으로 아직 임상2b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동화약품은 천연물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DW2008S’에 대해 2020년 11월 23일 첫 임상 승인을 받은 후 2년이 돼 가지만,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아직도 임상 환자 ‘모집중’이다.에스티팜과 아이진, 큐라티스 등 3곳은 mRNA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이진은 국내와 호주에서 임상1상 투여 완료 후 중간결과 분석을 진행 중이다. 에스티팜은 올해 3월 임상1상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시험계획 승인 후 8개월 가량이 지나도록 아직 환자 모집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19일 임상1상을 승인받은 큐라티스는 1년 3개월 가량 지난 현재 임상1상 대상자 모집 및 투약 후 결과 분석과 추적 관찰 단계에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팬데믹 종식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환자 수나 임상 계획 수정등을 심각해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임상시험 디자인 전문가는 “표준은 없지만 1년이상 지연은 중대한 또는 의미있는 지연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조기 종료를 선언하거나 환자 수를 조정하는 등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