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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최대 69시간제 시대서 우리는 원할 때 더 쉴 수 있을까
-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업무 특성상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52시간제도 때문에 일을 중간에 끊고 퇴근하게 된다. 그러면 흐름이 깨져 일을 진행하기 힘들다. 탄력적으로 집중해서 일하고, 연장근로 했을 때 오버된 시간을 저축했다가 근로자가 아프거나 경조사가 있는 등의 경우에는 그걸 활용 할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같은 제도가 괜찮다고 생각한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3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근로자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바쁠 때 더 일하고, 더 일한 시간을 저축했다가 원할 때 휴가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다.“바쁠 때 더 일하고, 원할 때 더 쉰다.”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52시간제 유연화의 목표다. 고용노동부는 ‘주 최대 69시간제’로 불리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 등 주52시간제 유연화를 추진하면서 ‘바쁠 때 더 일 한다’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원할 때 더 쉰다’를 실현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이날 오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상시근로자 25인의 제조업체 아진금형을 찾아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휴가 제대로 못 가요”…연차 소진율 50%대로 추락고용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1년 일가족 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의 연차유급휴가 소진율은 평균 58.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5.3%였던 2019년에 비해 17%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국가승인통계로서 지난해 8월 22일부터 11월 9일까지 실시됐고, 전국의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5070개의 표본사업체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연차유급휴가(연차)는 1년 동안 일한 대가로 주어지는 근로기준법상 유급휴가를 뜻한다. 1년 미만 근로자는 1개월 개근 시마다 1일씩 최대 11일, 1년간 80% 이상 출근 시에는 15일을 받을 수 있다. 최대 25일까지 지급된다.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는 ‘업무량 과다 또는 대체인력 부족’이 39.9%로 가장 많았다.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23.2%, ‘연차 부여 일수가 많아서(근로자가 쓰지 않아서)’ 20.5%, ‘상급자 및 동료의 눈치’ 15.2% 순으로 나타났다.사업체 규모별로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에 차이가 있었다. 5인~9인 소규모 사업체는 업무량 과다와 대체인력 부족이 45.8% 연차를 다 쓰지 못했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같은 이유로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4.9%에 그쳤다.[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대기업 근로자가 연차를 다 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30.8%) 때문이었다. 근로자가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했으면 회사에 연차 미사용 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연차 미사용 수당은 1일 통상임금 × 잔여 연차다.즉 연차를 다 쓰지 않은 대기업 근로자 3명 중 1명은 연차를 쓸 수 있음에도 돈을 더 받기 위해 연차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5~9인 사업체는 금전 보상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6%에 불과하다.근로자들이 개인 형편에 따라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인지 4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는 2.8점으로 2019년(3.0점)과 2020년(2.9점)에 이어 하락 추세다.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를 합한 긍정 응답은 63.1%로 전년도(69.8%)보다 감소했다. 규모별로 5~9인은 평균 2.6점인 데 비해 300인 이상은 3.2점이었고, ‘매우 그렇다’의 비율도 23.2%와 37.3%로 차이가 컸다. 여전히 규모가 작은 사업체에서는 근로자들이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OECD 최고 수준 과로 국가…원할 때 휴가갈 권리 보장될까이번 실태조사는 중소기업일수록 자의가 아닌 타의로 연차유급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열악한 휴가 환경은 더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진다.주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1주일 기준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인데,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 경우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한 주52시간제 유연화 방안[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이 같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넓히는 게 목표다. 원할 때 더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근로자가 원할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마련하기로 했다.그러나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조차 자신이 원할 때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정부는 휴가 활성화 제도로 휴가 사용 만료 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연차 사용을 안내하는 ‘연차휴가·사용 촉진제도’와 근로자가 20만원을 내면 정부와 사용자가 각각 10만원씩 보태 여행상품 포인트를 쌓아주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들도 모두 근로자가 근로시간 및 휴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업무량이 많아 주어진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선 효과를 내기 어려워 연차 소진율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2021년 기준 OECD 가입국 연간 근로시간. 우리나라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5위(자료=OECD)주52시간제 유연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을 더 늘리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국가인 독일(1349시간)보다 566시간이 길고, OECD 평균(1716시간)보다도 199시간이 길다.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은 총 근로시간 자체가 적은데다, 근로자들도 연장근로까지 하면서 일을 하는 문화도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사용자의 필요가 반영된 제도 개편으로 근로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법정근로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적어도 유급 연차휴가 일수를 늘리는 등 실효성있고 구체적인 휴가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꺾이고, 또 꺾이고"…암울한 어닝시즌, 코스피 대응전략은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새해 어닝시즌 막이 오르지만 분위기는 암울하다. 경기 침체 우려에 꺾일 대로 꺾인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급격하게 조정되고 있다. 코스피는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수급 압박에 실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3중고’에 직면했다. 실적이 안정될 때까지 주식시장도 횡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적 턴어라운드는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응 전략에 눈길이 쏠린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코스피 年영업익, 석달새 12%↓…반도체·한국전력 주목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80곳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0조8155억원으로, 전년보다(192조9744억원) 1.12% 감소한 수준이다. 1개월 전(196조9805억원) 대비 3.13%, 3개월 전(215조9439억원) 대비 11.64%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업종 이익이 급격한 하향세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0%를 넘게 차지한다. 오는 6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8조6580억원이다. 전년보다 37.7% 감소한 수준이고, 석 달 새 30.8% 하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연간 2조43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쇼크’ 시 올해 연간 이익 눈높이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5.2%, 7.0%로 2011년 이후 평균을 상회한다. 반도체 외 업종은 아직 실적 하향 전망이 덜 반영돼 실제 발표되면 ‘쇼크’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이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는 더 부진한데, 환율 효과는 약해지고, 비용 부담은 여전하지만 판매 가격 하락 압력은 커지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지금까지 양호했던 업종들에도 실적에 대한 경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최악의 어닝 쇼크를 낸 한국전력(015760)이 올해 코스피 실적 턴어라운드 여부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를 반영해 한국전력은 지난해 31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에는 11조1414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적자 폭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턴어라운드의 걸림돌은 한국전력이 될 수 있다”며 “한국전력이 적어도 시장 예상만큼 턴어라운드 해야 2023년 코스피 순이익도 140조원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익 하향세 안 끝나, 보수적 접근…정책 수혜株는 유효”그동안 한국의 4분기 어닝시즌은 대체로 부진했다.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에는 비용을 반영하고, 자산 상각으로 영업외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유독 어두운 전망에 보수적인 투자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새해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막연한 기대감에 의한 ‘1월 효과’ 기대감도 사그라든 지 오래다. 실적이 안정세를 찾기 전까지는 코스피의 유의미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 연구원은 “올해 기업 이익 하향 조정 마무리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여 주식 비중을 적극 확대할 시기가 아직은 아니다”며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조의 간극이 여전하고, 경기 역성장의 주가지수 반영, 크레딧 리스크에 대한 안도·우려의 혼재, 중국 리오프닝 완화에 따른 출렁임이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이번 어닝시즌 이후 비중확대가 유효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1~2월 누적 수익률은 4분기 실적 예상치 하회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지만, 예상된 악재가 사라지면서 3월에는 대체로 양호했다”며 “입춘(立春) 무렵이 비중확대에 적절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 공통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정책 수혜 업종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최근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신성장 4.0 전략과 수출 활성화 정책에서 언급된 △반도체 △2차전지 △미디어·컨텐츠 △원전 △방산을 주목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95배 수준으로, 2023년 상당한 감익이 이미 반영돼 있다”며 “심리적 전고점인 3000선을 넘어서려면 기업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돼야 하지만 올해 이를 달성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수준의 금리 환경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어 금융지주·자동차·반도체·신재생에너지 관련 섹터에서 현금흐름이 좋은 성장 기업을 선별하길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 두달 만에 말 바꾼 컬리…"투자자도, 직원도 IPO 반대했다"[마켓인]
-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컬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공식 철회하면서 화제다. 본지의 지난해 10월 6일 단독 보도(미국서 유턴한 마켓컬리, 밸류 급락에 ‘IPO 철회’ 가닥)를 정면으로 반박한 지 두 달 만에 해당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상장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이해한 자본 시장에서는 2달 만에 ‘백기’를 든 컬리를 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5조~6조원이 거론되던 기업가치가 1조원 밑으로 고꾸라진 상황에서 기존 기업가치를 회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어느 수준의 기업가치를 상장 재추진 마지노선으로 볼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시장 안팎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그때는 아니고, 지금은 맞다는 컬리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장 철회는 없다’던 컬리 측이 태도를 뒤집은 배경은 무엇일까. 컬리 측 설명을 종합하면 “그때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맞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논의가 이뤄진 끝에 해당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거나 ‘갑자기 논의가 진전돼서 이렇게 됐다’는 두 가지 해석 중 하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논의 중인 상장 철회를 숨기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면 자본시장은 물론 컬리 투자자에 대한 기만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갑자기 이런 논의가 이뤄졌다는 게 맞다면 더 큰 문제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의사 결정을 단 기간에,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회사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컬리 상장을 두고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은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크게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금을 투자한 FI들의 우려는 차치하고서라도, 임직원들까지 뚝 떨어진 기업가치로 상장하는 것에 부정적 견해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트업 씬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받은 스톡옵션에 대한 적당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 골자였다. 컬리 설명대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뚝 떨어진 기업가치로 상장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명분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간과하고 있지만, 짚고 넘어갈 것은 컬리의 주요 의사 결정을 창업주인 김슬아 대표가 온전히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슬아 대표이사의 회사 지분은 5.75%에 불과하다. 컬리의 최대주주는 외국계 자본인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SCC Growth IV Holdco H, Ltd., SCC Growth V Holdco H, Ltd.)로 지분율이 12.87%에 달한다. 이어 지분율 11.89%를 보유한 중국계 투자사인 힐하우스캐피탈(HH SUM-XI Holdings Limited)과 러시아계 VC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글로벌(DST Global VII, L.P.)등 회사 지분 절반 이상이 외국계 자본으로 이뤄져 있다. 속된 말로 ‘쩐주의 말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투자자들이 ‘내 돈 내놔’를 외치면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장 철회도 결국 그들의 입김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란 게 자본시장 분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적절한 시점 재추진?…“밸류 회복 힘들 것”컬리는 “최적의 시점에 기업공개를 재추진하겠다”고 알렸다. 컬리 입장에서 상장을 통한 자금 수혈이 절실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컬리 측의 열린 결말과 달리 시장의 평가는 차갑고 냉혹하다. 컬리가 언제쯤 상장을 재추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입을 모은다. 자본 시장에서 점치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원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2021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PE가 2500억원을 투자하며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괴리가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이다.건조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관계자들조차 컬리의 기업가치 회복을 두고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다. 85% 가까이 빠진 기업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시리즈(단계별) 투자처럼 기업가치를 키울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 컬리는 추가로 투자 유치를 받기도 녹록지 않아 기업가치를 회복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앵커PE가 투자한 4조원 기업가치 회복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수준 회복을 못 한다면 앵커PE가 손절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적자인 실적이 기적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자극을 부여한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면서도 “현재 떨어진 기업가치를 종전 수준으로 돌리겠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수준에서 결단을 내릴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테슬라 쇼크'에도 날아오른 코스피…"반등 올라타기엔 아직"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코스피가 ‘테슬라 쇼크’에도 새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 마감했다. 2차전지주 약세 속 반도체 업종을 등에 업고 날아올랐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가 지수를 끌어올렸고, SK하이닉스(000660) 역시 급등하며 ‘8만닉스’와 코스피 시가총액 3위를 동시에 되찾았다. 반도체 업종의 설비 투자 축소가 예상된다는 외국계 투자의견과 함께 국내에서는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 기대감에 추가 상승폭을 키웠다는 평이다. 증권가는 지난해 조정 폭이 워낙 커 단기적으로 반등 여력이 있긴 하지만, 거시경제 먹구름이 여전하고 실적 추가 하향 조정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길 권고했다. ◇ 코스피, 닷새만 반등…반도체·2차전지株 ‘희비’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37.30포인트(1.68%) 오른 2255.9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사자’ 속에 5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업종별로 전기·전자가 3%대 가장 큰 폭 상승하면서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다. 간밤 테슬라 폭락 여파에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던 2차전지주는 반도체 업종 강세에 따라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간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인도량이 목표치에 미달하고, 실적 우려가 번지면서 12% 폭락했다. 지난해 1월보다 70% 넘게 내린 수준이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0.57% 상승했다. 시총상위주 전반이 올랐지만, 삼성SDI(006400)는 0.33%, SK이노베이션(096770)은 0.66%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4.33%)와 SK하이닉스(000660)(+7.14%)가 이날 지수 상승에 ‘7할’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1위(1770억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 상승폭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70% 수준으로 집계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종이 유독 강세를 보인 배경으로 증권가는 대체로 외국계 증권사의 투자의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외 다양한 호재가 맞물렸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 공급 정책 수정 가능성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숏커버링 유입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정보기술(IT) 재고 조정 기대감 △정부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등 다수의 재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반도체 등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은 추가 상승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세액 공제 지원 확대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순이익이 증가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주가 상승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삼성전자를 팔아치운 외국인과 기관의 ‘빈집털이’ 효과가 나타났다는 의견도 따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 업종을 많이 비워뒀고, 관련 뉴스에 빈집을 채우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코스피 강세 올라타기엔 아직…업종 차별화 대응해야”다만 코스피가 강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날 지수를 견인한 반도체 업종에 대해서도 추가 실적 하향 조정 우려가 여전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28조7742억원으로 1개월 전(33조6985억원)과 3개월 전(41조5735억원) 대비 각각 14.6%, 30.79%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남 연구원은 “설비투자를 줄이면 공급이 줄고, 장기적으로 2024년 이후 재고도 줄면서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하지만 재고가 워낙 많이 현재 예상되는 설비투자 규모로는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두 분기 연속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까지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지난해 내내 조정을 받아 단기적으로 반등 여력이 있지만, 업황 개선 시점이 예상보다 더 늦게 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6일 예정된 삼성전자 잠정 실적발표를 유의하란 의견도 제시된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공급 정책 변화 가능성에 크게 반등한 점을 가만하면,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공급 정책 변화 신호가 있어야 반도체가 주도하는 반등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역사적 밴드 하단에 다시 도달하면서 2150선을 하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거시경제와 실적 둔화 불확실성이 여전해 업종별 차별화 장세에 대응해야 한다”며 “2차전지 관련주는 하락폭이 워낙 컸던 만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져 1월 대응이 유효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코리아 프리미엄' 대전환 싹 튼다
- [이데일리 이은정 김보겸 기자] “도준이가 최대주주가 됐다고 한들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한 이사회 하나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데.”“세상이 변했어요, 아버지. 기업이 오너에게 돈을 벌어다 주려고 존재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망할 주주들의 권리와 이익 실현이 더 중요한 시대죠.”(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15화 中 순양그룹 진영기 부회장과 아들 진성준의 대화)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재벌집 막내아들은 오너가(家)에서 팽당한 윤현우가 순양그룹 창업주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환생해 경영권을 확보하며 복수에 나서는 내용을 다룬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윤현우는 진실을 폭로하고, 시장의 분노가 순양그룹 불매 운동으로 향하자 오너일가는 결국 경영 일선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비단 드라마의 얘기가 아니다. 작중에도 수차례 언급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은 연말연초에도 떠들썩하다. 거시경제 악화로 맥 못추는 증시 속 당국의 제도 개선이 부지런히 이뤄지고 있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새해 개장식에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를 저지한 트러스톤자산운용, 계묘년 해가 뜨자마자 7대 은행지주들이 ‘제값’을 받도록 하겠다며 나선 얼라인파트너스,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라이프자산운용 등이다. 3일 이데일리는 행동주의펀드 수장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 “코스피 PBR 美의 4분의 1…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문제”한국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을 다수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럼에도 코스피 평균 밸류에이션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미달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다.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면 단순히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 비용이 비싸진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미국의 약 절반에 불과하다. 증시가 저평가가 되면 상장 전 벤처캐피털(VC)들도 창업 기업에 더 비싼 비용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 거버넌스가 개선되면 기업들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ROE가 올라가고 증시가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한국 증시 저평가의 핵심이 ‘불투명한 지배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후진적 지배구조는 기업의 탓만은 아니다.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른 짧은 자본시장 역사의 부작용으로도 평가된다.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선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관계 일치가 핵심 과제라는 의견이다. 기업의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이사의 역할에 대해 상법 은 주주가 아닌 회사에 대해서만 충실 의무를 뒀다. △사외이사 독립성 △주주환원 인식·주주환원율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밸류에이션 관련 주주와 기업은 주주 소유 주식 수를 기준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계약관계인데, 경영권에 근접한 대주주 이해관계가 소수주주와 일치하지 않을 유인이 많다”며 “기업이 보유한 자금을 사사로운 목적에 동원하거나 대주주가 보유한 특별관계 기업과의 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등 그 사례는 다양하다”고 전했다. ◇ “지배구조 개선→기업이익 증대…대주주·소수주주 이익 일치돼야”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 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황 대표는 “대주주가 기업에 귀속돼야 할 이익의 사익편취 등이 제거됨에 따른 이익의 증가이고, 기업 이익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좋은 기업 지배구조는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원동력도 된다. 기업 경영진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는 우호적 행동주의 펀드 라이프자산운용은 SK에 이러한 취지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이사가 모든 회사와 모든 주주를 위해서도 일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라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 의지가 있는 기업만을 선별해 투자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싸도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극단적인 행동주의 펀드나 투자자의 주주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단기적인 차익실현을 목표로 기업과 경영진의 장기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한다고 여기는 인식도 있다. 황 대표는 “적절한 주주활동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 기업과 사회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주주활동을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의 중장기 발전을 추구, 고객·수익자의 중장기 이익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韓증시 ‘대전환’, 사회구성원 모두가 나서야”드라마 속 진도준의 파트너인 행동주의 펀드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의 가치투자자 오세현 대표는 “미국 증권시장에서는 같은 레벨의 기업이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가 붙은 주식은 제값 받기가 힘들다”고 언급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가 해소되고 진정으로 ‘대전환’을 맞기 위해선 여러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황 대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수주주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자들이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주주권리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과 지지, 감독당국의 적절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 강남 3구·용산 뺀 서울 전지역 규제지역 해제…시장은 아직 ‘관망’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의 청약·대출·실거주 분야 등 부동산 규제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지만 주택시장 매수 심리를 충분히 띄우긴 역부족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급매물 해소 등으로 가파른 집값 하락을 막는 효과는 볼 수 있지만 매수자로선 아직 집값이 저점을 다진 것은 아니란 판단에 관망 심리가 여전하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상단이 연 8%를 돌파하는 등 고금리 부담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에 남아 있는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다. 사진은 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북의 아파트 단지 모습.국토부는 3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 ‘규제지역 해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등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규제 전면해제 조치를 발표했다. 하루 전인 2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이번 규제 해제 조치는 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국토부는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 21개 구와 경기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에서 전면 해제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경기도 4곳을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해제한 지 약 두 달 만에 시장 예상보다 더 규모의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남 3구, 용산만 주택투기지역을 유지하고 그 이외 지역은 모두 해제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정부의 이번 규제지역 해제로 주택 매매 과정에서 세금 등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다주택자 중과세가 사라지고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한도가 확대된다. 주택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수도권은 공공택지 또는 규제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다. 비수도권은 공공택지나 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고 그 이외 지역은 전면 폐지했다. 전매제한 완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즉시 착수하며, 개정된 시행령도 소급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2~5년간 실거주 의무도 폐지했다. 서울에서 아파트 등 집값 낙폭이 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지역에선 막상 규제 해제 대상으로 풀렸어도 활발한 시장 분위기를 찾아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수유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북 지역은 규제 해제 지역으로 포함될 것이란 예상이 종전부터 있어 집주인들은 떨어진 집값이 조금 더 오를 수 있는지 간혹 묻기도 하는데 사겠다는 문의가 늘어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아직 문의 온 것은 없었다”며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그냥 당장 팔아야하기 때문에 내놓은 것이어서 당장 거둬들이겠다고 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이어 “역시나 금리가 시장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지역 좀 풀었다 해서 거래가 이전으로 회복하리란 기대는 안 하고 있다. 목돈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로서는 금리 인하로 방향을 잡아야 거래가 좀 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분양물량을 쏟아내는 경기 광명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실수요자의 문의가 이어져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광명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그간 광명은 규제지역으로 남아 있어 불만이 컸던 지역이었다”며 “규제 완화 소식에 집 보러오겠다는 손님이 하나둘씩 늘고 있어 지금보다는 시장이 조금 낫지 않겠나 하는 기대도 해보고 있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 실수요자의 급매물 매수 등 일부 거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활성화까지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올해까지 높은 대출 금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선뜻 대출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지역 해제하면 세금, 대출 등 규제 완화되는 부분은 있어서 작년보단 거래가 소폭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올해는 고금리가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이고 주택 가격 하락 심리가 커서 시장이 크게 반등할 만큼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고금리 받는 캐피털·대부업체는 왜 대출 문 닫을까 [이슈산책]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대출금리도 올라가고 있는데, 2금융권과 3금융권 금융회사들은 되레 대출을 급격히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거리에 대출 전단들이 널브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지난해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것과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2~3금융권 회사들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원인은 수익성 악화 혹은 더 나아가 역마진 때문입니다. 중·저신용자들의 주요 대출 창구인 2~3금융 회사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자 중·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빠르게 내몰리고 있습니다.◇여전채 금리 상승에 가산금리 감안 시 역마진…저축은행, 햇살론 취급 중단수신 기능이 없어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정도를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통해 조달하고 있는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로선 뛰는 시장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대출을 줄이는 이유입니다.실제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5.536%를 기록했습니다. 기준금리 지속 인상에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지난해 10월 채권시장이 급속 냉각되면서 한때 6%를 넘기기도 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안정을 찾아 가는 모습이지만,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오른 셈입니다.특히 올해에만 33조원 규모의 카드채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사들은 평균 2%대로 발행한 채권을 올해엔 5~6%대의 고금리로 차환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처지가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수수료율을 올리거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의 조정금리(우대금리+특판할인금리)를 없애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여전채를 지속 매입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에 온기가 퍼지기엔 역부족입니다. 특히 중소형 캐피털사의 경우엔 신규 자금 조달 자체가 올스톱되면서 신규 대출을 아예 취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중소형 캐피털사는 하루하루 연명하는 수준에 처해 있다”고 말합니다.이들이 이 같은 처지에서 금리 인상 외에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어 주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신용자들은 부실 위험이 높아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인데요. 여전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여전히 높아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저신용자들의 경우 연체 시 부과하는 가산금리 3%를 감안하면 이미 금리가 연 20%를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대출은 역마진일 수 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그들에 대한 대출은 거절하거나 최대한 보수적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같은 현상은 비단 여전사들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축은행 역시 조달 비용인 수신금리가 연 5%를 상회하며, 2%대를 기록한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들에게 예적금을 받아 그 자금으로 대출 사업을 영위합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기준금리 지속 인상·은행채 발행 제한 등의 영향 탓에 수신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바람에 은행으로 시중 자금이 쏠리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하자, 저축은행들도 은행들에 발맞춰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축은행들도 조달 비용 상승분만큼 대출금리를 올리자 못하자 수익이 안 나오는 햇살론 등의 정책금융상품 취급을 중단하거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저신용자들을 상대로 한 대출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습니다.◇대부업 1위 러시앤캐시, 신규대출 중단...법정 최고금리 20%에 못 버텨3금융권인 대부업체 사정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최근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가 조달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신규 대출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대출에 필요한 자금의 80% 이상을 2금융권에서 조달해 오는데 조달 금리가 8~9%까지 올랐다. 1년 전의 4~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며 “대손상각비용, 일반관리비용 등을 더하면 이미 연 20%의 금리를 넘기는 수준이라 대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들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1년 전에 비해 약 2배 오른 상황인데, 은행들은 주로 고신용자를 상대로 해 금리 수준 자체가 낮기 때문에 기준금리 상승분을 고스란히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우리도 은행들처럼 금리를 2배 정도 올리면 현재 약 40%에 달하는 금리로 대출을 내줘야 마진이 남는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2금융권과 3금융권 업체 관계자들의 언급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금리가 있는데요. 그것은 ‘연 20%’입니다. 그렇다면 이 ‘연 20%’ 금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법정 최고금리입니다. 법정 최고 금리는 사인 간 거래에 적용하는 이자제한법과 금융기관 및 대부업자 등에 적용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서 각각 정하고 있습니다. 이자제한법은 최고 금리를 25%, 대부업법은 27.9%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하도록 하는데, 정부는 지난 2021년 7월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낮춰 주겠다며 시행령을 개정해 최고 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내렸습니다.즉 우리나라에서 그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대출에 적용할 수 있는 금리는 연 20%를 넘을 수 없습니다. 작년 한 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두 배 넘게 올랐지만 그 비용을 상품의 판매가라고 할 수 있는 금리에 반영을 못 하니 마진이 거의 안 남거나 마이너스 마진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주로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의 경우 금리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증가한 비용을 고스란히 판매가에 반영할 수 있지만, 중·저신용자들이 주요 고객인 2~3금융권들의 경우 원래도 10~20%의 이자를 받았기 때문에 늘어난 비용만큼 대출 상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이들 2~3금융권 금융사들은 부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끊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밖인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착한 정책의 역설’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기준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그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면 되는 문제 아니냐고 질문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한 번 내린 최고 금리를 다시 올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국회엔 대출금리 내리자는 법안뿐...대출 중개 플랫폼 ‘문전성시’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로 표를 먹고 사는데, 대출금리를 내리자는 것도 아니고 올리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린다면 그들을 위해 서민 정책 금융 상품을 확대하자는 것이면 모를까, 어렵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어 “물론 최고금리를 시행령을 통해 정부에서 정한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중대한 사안은 반드시 당정 협의회를 거치도록 돼 있다”며 “정부가 이를 들고 오지도 못하겠지만 만약 들고 온다고 하더라도 여당에서 이를 받아줄 리 만무하다”고 부연했습니다.실제 국회에서도 여야 막론하고 최고금리를 현재보다 더 인하하려는 움직임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학계 등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일정 수준에 고정해 놓지 말고 시장금리 수준에 연동하는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를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쉽지 않다는 것은 금융당국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대승적 차원의 국회 결단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원론적 차원의 논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이처럼 법정 최고금리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이 취약 차주들은 제도권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습니다. 대출 중개 플랫폼 ‘대출나라’ 게시판에는 불과 수십만 원의 급전도 구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글들이 빼곡히 들어차고 있습니다. 공공연히 법정 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를 약속하는 글들도 눈에 띕니다. 1월이 불과 만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출 문의 건수만 1298건일 정도로 저신용자들의 제도권 대출 창구는 빠르게 닫히고 있는 형국입니다.결국 2금융권과 대부업계의 대출 상황이 악화하면서 제도권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비제도권인 불법 사채의 늪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는 지난 2017년 5937건에서 2019년 4986건까지 줄었다가 지난 2021년 9238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도 8월 기준으로 6785건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 "은행 주주환원 50%땐 주가 2배"…행동주의 펀드가 뜯어고친다
- [이데일리 이은정 이명철 기자] “7대 은행지주가 주주환원율을 최소 50%로 높인다고 발표하면, 주가는 선행성을 감안해 그 즉시 2배는 오를 것입니다. 버는 돈만큼 주주환원을 못하다 보니 20년째 저평가가 심화됐습니다.”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새해 벽두부터 국내 상장 금융지주를 정조준해 주주행동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날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7곳에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요구했다. 은행주가 만성적으로 ‘저평가의 늪’에 빠진 지는 오래지만,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은행주에 전격 주주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해외은행보다 경영 안 밀리는데 국내는 20년째 저평가”이 대표는 “KB·신한·하나 은행주 평균으로 장부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넘은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평균적으로 PBR 0.3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순자산가치의 0.3배의 낮은 시가총액으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지배지분) 장부상 순자산가치가 48조원일 때 시가총액은 불과 0.4배인 19조원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코스피200 평균인 0.8배도 큰 폭 하회한다.해외 은행(1.3배)과도 대조된다. 동일 기준으로 국가별 주요 은행의 순자산 대비 시총 비율을 살펴보면 △미국 JP모건은 1.5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1배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는 1.6배 △대만 자오펑진(Mega Holdings) 1.4배다. 해외 은행(1배)은 주당 1만원으로 주식을 발행한다면, 국내 은행(0.3배)은 주당 3333원의 가격으로 원가(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주식을 팔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은행들의 비정상적 저평가는 국부 관점에서도 막대한 손실”이라며 “내국인 보유 은행 지분가치가 현재 약 26조원에 불과하지만, 정상적으로 인정받았다면 104조원이다. 약 78조원의 국부 손실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무엇보다 은행의 핵심 경영지표는 수익성·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이 꼽히는데, 주요 해외 은행들에 국내 은행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네 개 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하면 국내 은행은 9.9%로 해외 은행(10.5%)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은행주 저평가를 불러일으킨 가장 큰 요인으로는 ‘비효율적 자본배치’를 꼽았다. 이 대표는 “낮은 주주환원율과 주주가치를 고려한 자본배치 정책의 부재가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라며 “해외 은행들은 평균 당기순이익의 64% 정도 주주환원을 하는데, 국내 은행은 24%에 그친다”고 했다. ◇ “대출성장 관리하면 50% 주주환원 가능…韓경쟁력 높여야”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은행들이 대출 성장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면 자본비율을 유지·개선하면서도 매년 최소 당기순이익 50% 수준의 주주환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내 은행들에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공식 도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내용을 각 은행 이사회가 2월 9일까지 결의·공정공시할 것을 요구했다.이 대표는 “모두 민영은행이고, 관련 노력을 이행하는 데 당국의 협조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 7곳에 동시 요구한 것도 각 사 대응을 주주들이 비교해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고, 사실 은행들도 자유롭게 배당하길 원하는 분위기가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얼라인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 은행지주들은 지금도 꾸준한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2021년 10월 6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분기배당 주당 400원 및 자사주 1주당 1500억원 취득·소각을 결의했다. 지난해 2분기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총주주환원율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30%까지 상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KB금융은 지난해 1분기부터 분기 배당을 정례화, 배당 성향을 확대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자본적정성을 견실하게 유지하는 범위에서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다각도의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고 전했다.이 대표는 2021년 9월 얼라인파트너스 창립 이전 골드만삭스를 거쳐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몸담았던 2020년부터 은행주에 대한 주주행동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배당에 대해 “배당 여부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 사항”이라고 완화적 발언을 한 점도 이 시점에 은행주 주주행동에 본격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주주행동을 통해 에스엠과 라이크기획을 결별시켜 유의미한 기업가치 제고를 이룬 그는 금융지주를 새해 첫 타깃으로 삼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자본조달능력은 국가경제의 위기극복능력·안정성과 직결됩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오랜 숙제였던 은행주 저평가를 극복하면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