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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을 담은 단순함…스티브 잡스도 빠졌다
- 마크 로스코의 1953년 작 ‘무제’(ⓒ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ARS, NY/ SACK, Seoul).[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쉰 살이 된 화가는 가로 세로 길이가 얼추 2m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에 극히 단순한 형태의 추상화를 그린다. 얼핏 보면 검은 바다에 자줏빛 노을이 지는 풍경처럼 보이는 그림은 점점 인생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는 중년 남자의 복잡한 심경을 단순한 구도 속에 담아냈다. 화가가 겪은 시대는 불행했다. 1903년 러시아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열한 살에 아버지가 사망했다. 생활은 궁핍했다. 사춘기 무렵 세상은 1차대전의 광기에 휩싸였고 20대 후반에는 대공황을 겪어야 했다. 전쟁은 다시 반복됐다. 2차대전의 흔적은 비참했다. 눈에 보이는 세상에 흥미를 잃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때부터 화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심연을 이루는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려 했다. 언어와 문화에 따라 달리 표현하지만 감정은 결국 인류 보편의 접점이라고 생각해서다. 미국의 현대화가 중 대가로 꼽히는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이는 ‘마크 로스코’ 전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로스코는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작품 외적인 소식으로 한국 미술계에서 입에 오른 작가다. 2007년 5월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화이트센터’가 7280만달러(약 820억원), 2012년 크리스티경매에서 ‘오렌지, 레드, 옐로’가 8690만달러(약 980억원)에 거래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말년에 “복잡한 사고의 단순한 표현”이라고 말한 로스코의 작품 철학에 공감한 것이 알려지면서 ‘잡스가 사랑한 화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로스코의 작품을 대규모로 국내에 전시하기는 처음이다. 이는 로스코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국의 워싱턴국립미술관이 로스코 전시실을 리모델링하면서 가능했다. 한국에 오기 전 네덜란드 헤이그 시립미술관에서 연 전시에는 20만명의 관람객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부터 말기까지 로스코의 생애 전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초기 대표작 중 하나로 추상으로 넘어가기 전의 ‘지하철 판타지’(1940)부터 1970년 작가가 자살하기 직전에 그렸던 ‘무제’까지 나왔다.생전의 마크 로스코가 1960년에 그린 ‘No.7’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Photo by Kate Rothko).로스코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화풍이지만 추상회화의 본질과 형상 및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스코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인간 삶이 지닌 드라마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각형 안에 담은 극도의 단순한 형태들이지만 그 안의 색채와 색들의 경계, 농도에 충분히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림이 관객에게 말을 걸어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어 때로는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눈물을 쏟을 수 있다고 봤다. 생전에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비극, 아이러니, 관능성,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며 “혹시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생전 로스코의 명성을 드높였던 ‘로스코 채플’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말년의 검은색 그림 7점으로 로스코 채플을 재현했다. 로스코 채플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작은 예배당으로 십자가 등 기독교적인 상징 대신 농도가 다른 검은색으로 칠해진 로스코의 작품 14점을 걸어, 삶에 대한 근본적인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전시를 기획한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여한 작품의 보험평가액만 약 2조 5000억원에 달한다”며 “로스코의 작품을 미국 바깥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부터 6월 28일까지. 02-532-4407. 마크 로스코가 1970년 그린 ‘무제’(ⓒ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ARS, NY / SACK, Seoul)
- '현대·대우건설人脈' 건설업계 누빈다
-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현대건설(000720)과 대우건설(047040) 출신 임직원들이 건설업계 CEO자리를 대거 차지하고 있다. 또 건설사마다 이들 업체 출신의 임직원을 모셔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출신 임직원들이 상종가를 치는 이유는 국내외 풍부한 현장경험과 개발 노하우, 경영실적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둬 검증된 인사로 통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출신, 해외건설·건축·토목 분야 두드러져 코오롱건설(003070)은 지난 1일자로 원현수 부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원 대표이사는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상무를 거쳐, 2003년 임원으로 영입돼 상무보에서 부사장까지 1년마다 한 단계씩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동부건설(005960) 황무성 대표이사 부사장도 뿌리는 현대건설이다. 건설 안전 분야 베테랑인 황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GS건설을 거쳐, 2004년 11월부터 동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유웅석 SK건설 대표이사 사장도 현대건설 출신으로 지난 96년 선경건설 이사로 영입돼, 2005년 3월 토목사업부문장 부사장,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반도건설, 우방, CJ개발 등 중견건설업체에서도 현대건설 출신 CEO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8월 신임 사장에 김호영 전 현대건설 해외담당 부사장을 선임했고, C&우방도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상무이사를 거친 변재신 대표가 2005년 6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또 C&우방이 인수한 아남건설도 현대건설 출신인 정순균씨가 대표이사이다. 지난해 6월 우림홀딩스에서 CJ개발로 새 둥지를 튼 오명길 대표이사도 맥은 현대건설이다. 현재 김운용 CJ개발 리조트담당 부사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에는 최근 이길재 전 현대건설 영업본부장을 영입, 건설담당 사장으로 선임했다. 또 안효신 부사장, 이봉기 건축기술본부장(전무), 김광욱 건축영업본부장(전무) 윤기준 기술담당 이사 등이 현대건설 출신이다. 태영은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을 거친 김외곤 부사장을 필두로 김영민 환경영업부 상무, 송영철 건축부 이사, 비상근 고문인 강태호, 장윤길씨 등이 현대건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밖에 남광토건(001260)에서 토목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오연석 전무, 우림건설에서 경영소장을 맡고 있는 김영금 전무, 계룡건설 호충환 관리상무, 한화건설 강대신 토목환경사업본부 전무 등도 현대건설 출신이다. 고병민 휴먼텍코리아 대표이사 사장도 현대건설 상무 출신이다. 현대건설 출신으로 타 업종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경우도 많다. 이영희 현대정보기술사장, 현대건설 부사장을 역임한 김호일 현대시멘트 부회장, 현대상선 이재현 대표이사, 최동주 현대아이파크몰 사장,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 등이 현대건설 출신이다. ◇대우건설 출신, 주택·개발 분야 활약 대우건설 출신 건설사 CEO도 많다. 특히 주택영업, 개발 임원 중에는 대우건설 출신이 즐비하다. 한화건설 김현중 사장이 대표적인 대우건설 출신 CEO다. 한화건설에는 사장 외의 주요 임원급에도 대우건설 출신이 포진해 있다. 주택사업본부 임원을 지낸 이근포 건축사업본부 부사장과 김원화 기획.PF 민자담당 상무, 봉희룡 주택사업담당 상무 등을 꼽을 수 있다. 진재순 한일건설 회장도 대우건설 사장을 지냈고, 같은 회사 함재우 영업담당 상무도 대우건설 출신이다. 전 호반건설 사장을 지낸 이영씨도 뿌리는 대우건설이다. 윤성식 대구도시개발공사 사장도 대우건설 맨이다. 이밖에 대우건설 주택부문 상무를 역임한 장성각 벽산건설 전무, 계룡건설산업 조경래 영업본부 전무, 우림건설 김주식 상무 등도 대우건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부동산 디벨로퍼 대표로 변신한 임직원도 많다. 뚝섬 상업용지 1구역 PM과 최근 대전 서남부 택지개발사업을 따낸 피데스개발의 김건희 회장과 김승배 사장은 대우건설 출신 디벨로 인맥의 중심축이다. 또 대우건설 건축사업본부 출신인 이강오 참좋은 건설, 김광식 태화플래닝사장, 김양곤 시우개발 사장, 김하진 메디안개발 사장 등도 대우건설 출신이다. 대우건설 출신 디벨로퍼가 많은 데는 많은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사업의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겨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대우건설에 근무하면서 부동산 개발 예행 연습을 수없이 해왔다”라며 “이 같은 경험을 발판으로 국내외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