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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연극과 정치의 차이는 '진실'에 있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언어는 단문인데도 논리가 명확하고 투박하면서도 진심이 묻어 있다. 연령 제한 없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구사하고 있다. 연기든, 진실한 정치인의 내면이든 대중은 한 위원장의 말 속에서 동일한 감정을 느낄 만큼 진심이 묻어난다.”책 ‘말과 정치문화, 연극의 싸움의 기술’을 펴낸 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를 분석한 내용이다. 김 교수는 “(한 비대위원장이) 공격적인 언어를 구사해도 정치투사의 이미지보다는 분열과 혐오정치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한테 해결사의 이미지가 강해 지지가 견고한 것”이라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말투가 국민적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연극평론가의 정치 평론이라니 어색한 조합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 교수는 “연극과 정치문화가 닮은 것은 말(언어)과의 싸움이란 점”이라며 연극과 정치가 서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정치 언어는 대중적인 선동성이 강하지만, 연극의 언어는 이중적이면서도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정치 칼럼을 쓰게 된 것 또한 “한국 정치가 ‘내로남불’과 말의 전쟁이 돼버린 시대에 연극 구조에서 최소한 진심을 한 수 배워”보기 위해서였다.연극을 통해 삶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정치도 연극과 비슷하다. 김 교수는 칼럼 ‘대중의 진심과 정치인의 진실’에서 “진심이 없는 기술의 연기는 관객이 먼저 느낀다. 기술만 부리는 정치는 진실인 척하는 가면 쓴 정치의 기술이다”라며 “배우도 정치인도 관객과 민심의 가슴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는 진실의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과 배우(연기자)만이 결승점에서는 유권자와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책은 김 교수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 사태를 보면서 쓴 글을 시작으로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50편의 글을 하나로 엮었다. ‘이태원 참사의 비극, 우리는 안전한가’, ‘K-드라마와 대장동 드라마’, ‘삼성의 스타일, 김건희 여사의 패션’, ,‘이준석의 말과 정치’, ‘대선정국 드라마, 윤석열 당선인의 문화정책’, ‘이재명의 연기론’ 등 이념과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연극 평론가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쓴 글이다. 김 교수는 “투덜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한 사람의 말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이라고 소개했다.
- 특수통 검사에서 정치인으로…‘당대표’ 한동훈의 47일
-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조계에서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엘리트 특수통 검사, 재계 저승사자, 최연소 검사장,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 그런 한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위기의 국민의힘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정치인이 된 한 위원장은 47일 간 정치개혁 과제, 공천 시스템 등을 밝히며 국민의힘은 한동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다만 이른바 ‘사천(私薦) 논란’과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논란’으로 인한 당정갈등과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연결되지 않는 현상은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의원 정수 감축’ 등 정치개혁 밝힌 한동훈…“반드시 실천”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사부터 정치개혁을 내세웠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며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른바 ‘방탄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공격의 메시지였다.그는 지난달 10일에는 정치개혁 과제 2호로 ‘금고형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을 제안했다. 그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도당 신년 인사회를 통해 “재판 중인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재판 기간 동안 세비를 전액 반납하도록 하겠다”며 “일부 국회의원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며 재판을 방탄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이후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 △자당 귀책 사유로 인한 재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정수 250명으로 감축 △국회의원 세비 중위소득 수준으로 지급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진정성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소구하려는 것 같은데, 지금 국민들의 정치 염증을 만들어낸 정당이 어디인가를 겸허히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그럼에도 정치개혁 과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뜨겁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5~7일 수도권 거주 만 18세 이남 남녀 24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 축소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71%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p, 응답률은 10.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 중 64%도 ‘동의한다’고 응답했다.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청산’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계속해서 밝혀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를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하며 86 운동권 청산의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몇몇 운동권이 자신들끼리 수십년째 (혜택을) 주고 받으며 부패해졌다는 것이 문제”라며 “송영길·윤건영·윤미향·서영교 등이 청렴한가”라고 꼬집었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승승장구’ 한동훈, ‘김건희 명품백’·‘사천 논란’에 위기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만나며 위기를 겪었다. 한 위원장은 해당 논란에 “국민들께서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대통령실의 심기를 건들였다. 게다가 한 위원장이 강력히 영입 추진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해당 논란과 관련해 프랑스 대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게다가 대통령실이 거듭 ‘시스템 공천’의 중요성을 밝혀왔음에도 한 위원장은 서울 마포을에 김 비대위원을, 인천 계양을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공식석상에서 소개하며 이른바 ‘사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권유했고 한 위원장은 사퇴를 거부하며 당정갈등은 절정에 치달았다.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함께 상경하며 갈등 봉합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후 엿새만인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함께 오찬을 하며 갈등이 일단락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한 위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은 국민민생·안전 등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굉장한 시너지를 내며 상호협력해야 한다”며 “지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그런 시너지를 내기 위한 최상의 관계”라고 주장했다.당 지지율과 한 위원장의 지지율이 이어지지 않는 ‘디커플링’ 현상도 한 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월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를 물어본 결과 한 위원장은 23%로 지난해 11월 2주차(13%)보다 10%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지난해 11월 2주차(37%)보다 3%포인트 내렸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