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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긴박했던 '서울의 밤'
-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30분께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오후 11시 ‘반국가 세력 척결’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5시간 반 만,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3시간 반 만이다.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이날 긴급 담화를 통해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이어 윤 대통령은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했다.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법조계에 따르면 계엄선포는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 중 하나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헌법은 비상계엄시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및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다.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계엄사령부가 3일 오후 11시에 선포한 ‘포고령 1호’에는 일체의 정치활동과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 선동,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도록 해 언론·출판의 자유도 제한된다.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선 계엄법 제9조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할 수 있고 계엄법 제14조에 의해 처단한다고 발표했다.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엄법 제11조엔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이로써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무산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긴급 담화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나라가 대혼란에 빠졌는데,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비상 대기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제1공화국이 출범한 다음 지금까지 모두 16번의 계엄령이 선포됐다. 이 중 비상계엄령은 12번 선포됐다.이번 계엄 선포 전 우리나라 헌정사상 가장 최근 비상계엄 선포는 45년 전인 1979년이다. 당시 비상계엄 조치는 ‘10·26 사건’으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이뤄졌다. 전국으로 비상계엄이 확대된 것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서였다. 신군부는 ‘시국 수습 방안’ 중 하나로 비상계엄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했다.전국 곳곳에서는 신군부를 규탄하는 집회·시위가 벌어졌는데, 신군부는 계엄 확대로 이들을 진압하고 실권을 장악했다.비상계엄은 이듬해인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다.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일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었다. 이때 이후로는 계엄령이 선포된 적은 없다.다만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45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나 배경이 다르다.신군부가 정권을 잡기 위해 비상계엄을 이용했다면 윤 대통령은 거대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탄핵·예산 독주를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해 내린 조치로 해석된다.한편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로 시민들은 밤새 혼란에 빠졌다. 트래픽이 몰리면서 네이버 카페의 접속이나 뉴스 댓글 기능은 장애를 빚었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도 잠깐 먹통이 되기도 했다.SNS 등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로 한밤중 달려나간 시민들의 영상도 잇따라 올라왔다.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회 정문 앞 등으로 모이면서 군경과 시민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이를 본 한 네티즌은 “‘서울의 봄’이 아니라 ‘서울의 겨울’이 찾아왔다”고 지적해 수백 건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전 5시 현재 대부분 귀가한 상태다.
- 尹비상계엄 해제에 ‘한국물 ETF’·쿠팡 손실축소…환율도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해제하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 등 한국기업들의 주가와 한국물 상장지수펀드(ETF)도 빠르게 손실을 줄이고 있다. 다만 한국 정치 불안이 여전한 만큼 변동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3일(현지시간) 오후 3시기준 뉴욕 증시에 상장된 ‘MSCI South Korea ETF’는 1.8%가량 떨어지고 있다. 장중 한 때 7% 가까이 떨어지다 낙폭을 상당히 줄인 것이다.프랭클린 FTSE 한국 ETF는 0.95%, 매튜스 한국 액티브 ETF는 2.17% 하락 중이다.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주가는 3.38%, 웹툰엔터테인먼트 주가도 0.32% 가량 빠지고 있다. 장중 각각 7%, 4% 이상 빠졌었다.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시에도 거래되고 있는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도 낙폭을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포스코홀딩스(-4.04%)가 4%대 하락했고, KB금융(-2.7%), SK텔레콤(-1.42%), KT(-0.52%), LG디스플레이(-1.5%), 한국전력(-2.31%), 우리금융지주(-1.39%)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손실을 줄이고 있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85% 오른 1417.41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4일 새벽2시(한국시간)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66% 오른 142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월가에서는 한국시장의 정치 불안을 주시하고 있다. 모넥스 USA의 트레이딩 디렉터인 후안 페레즈는 “우리 모두가 비상사태가 정확히 무엇인지 평가하는 동안 한국 원화가 급락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일반적으로 국가의 안정성에 대한 큰 두려움이나 우려가 없는 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 조처를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