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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결정적장면]칼은 사라졌지만, 위 속 토마토가 남았다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범행 도구는 물론 혈흔, 지문, 족적, 현장 인근 CCTV 등 유의미한 직접 증거는 모두 사라진 채 남은 건 처참히 살해된 아내와 아들의 싸늘한 시신 뿐이었다. 현장감식 경찰관조차 “20년의 현장감식 경력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상한 살인사건 현장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완전 범죄는 없었다. 수많은 간접 증거들이 한 명을 지목하고 있었고, 그는 바로 피해자들의 남편이자 아빠, 조모(42)씨였다.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 편 화면 캡처.(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지난 24일 열린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사건’ 1심 선고공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는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직접 증거는 없었지만, 손 부장판사는 논리와 경험칙상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간접증거들이 그가 가족을 살해했다고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주 서초동 결정적 장면이다. ◇억울하게 떠난 피해자들…위 속 토마토를 남겼다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이 유·무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됐다. 부검 결과 피해자들의 위에는 토마토와 견과류 등 죽 상태의 음식물들이 발견됐다. 검안의와 부검의 등 총 6명의 법의학자들은 피해자들이 마지막 식사 후 짧게는 4시간, 길어도 6시간 이내 사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통상 위 속 음식물을 통해 추정한 사망 시간은 변수가 많아 그 신뢰성이 낮게 평가된다. 다만 1명이 아닌 2명 모두 유사한 소화정도를 보인 점, 6세인 아들의 경우 성인 대비 변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는 신빙성 있는 증거로 봤다.당시 별거 중이었던 조씨가 사건 당일 피해자들의 집을 찾은 시간은 저녁 9시부터 익일 새벽 1시35분까지로 자신이 집에서 나서기 전 피해자들이 살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자신이 집을 찾은 저녁 9시 이미 설거지가 된 상태라고 진술했으므로, 피해자들은 저녁 9시 이전 저녁 식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재판부는 두 가지 가정을 세웠다. 저녁 7시 30분 이전 피해자들이 저녁 식사를 했다면 이들의 사망 추정 시간은 익일 새벽 1시 30분 이전이 된다. 즉 조씨와 함께 있던 시간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녁 7시 30분부터 저녁 9시 사이 저녁 식사를 했다면 사망 추정 시간은 익일 새벽 3시 이전이 된다. 조씨의 말대로 자신이 그 집을 떠난 새벽 1시 30분까지 피해자들이 살아있었다면, 새벽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제3자에 의해 살해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집 근처 3대의 CCTV 분석 결과와 족적이나 지문, DNA 등 현장 감식 결과 제3자의 외부 침입 가능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위 속 토마토는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본심 감추지 못한 조씨…가족을 사랑하지 않았다조씨 유죄 선고는 지난 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은연 중 드러났다. 당시 조씨는 전기가마 제조업체 관계자의 증인신문에서 유독 흥분하며 본인이 직접 질문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손 부장판사는 조씨에게 “그동안 여러 중요한 증인이 나왔을 땐 왜 가만히 있었나. 흥분되나”라고 꾸짖었다. 이어진 피의자 신문에서도 “검사조차 아이 모습이 나오면 울컥하는데, 재판 내내 피고인은 이 두 피해자의 죽음에 대해 지나지게 냉정하게 보인다”며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이같은 조씨의 이상 행동들은 수많은 간접증거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검찰은 내연녀가 있었던 조씨가 부인, 아들과의 관계에서 완벽히 애정이 결여된 상태라고 봤다. 사건 발생 전 1년 간 조씨가 부인에게 전화를 건 것은 106차례에 불과했지만, 내연녀에겐 무려 2640차례나 했다. 내연녀 증언에 따르면 조씨가 아들에 대해서도 ‘친자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경마 도박에 빠져 금전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처지에서 아내가 가입한 여러 개의 보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사건 발생 당시 조씨 은행 계좌 잔고는 바닥 나 있었고, 사건 발생 직후 보험사이트에 접속해 아내가 든 보험에 자신이 피보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의 사망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조씨에게 전화했던 경찰관은 “그동안 변사사건을 처리하면서 유족에게 전화를 건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 조씨와 같이 자신의 신분을 묻지도 않고 가족이 왜 어떻게 사망했는지 등을 물어보지 않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마치 피해자들의 사망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경찰이 자신을 찾을 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조씨는 피해자들의 장례식장에 단 20~30분 머물다 돌아갔고, 이후 영화를 다운로드 받거나 신변잡기적 내용을 인터넷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손 부장판사는 “조씨는 오랜만에 피해자들이 사는 남루한 빌라에 들렀고 어린 아들은 아빠를, 아내는 남편을 반갑게 맞았는데, 조씨는 이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운 채 나타났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며 “생명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절대적 가치인 것은 정언명제이고,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 남편이 아내를, 아빠가 어린 아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정언명령”이라고 강조했다.
- 5월 1일 공익직불제 시행…신청·접수 안내
-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논과 밭작물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해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공익직불제가 5월 본격 시행된다. 농민들은 지난해 지급 받던 기존 변동직불금에 비해 최고 50%의 소득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지급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전 같은 준수사항을 강화한다.공익직불제 개요. 농림축산식품부 제공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5월 1일 공익직불제를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제도 시행에 맞춰 농업인 대상으로 직불금 신청·접수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공익직불제는 쌀 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했다. 올해 관련 예산으로 2조4000억원을 편성했다.경작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면적직불금은 △농업진흥지역(진흥지역) 내 논·밭 △진흥지역 밖 논 △진흥지역 밖 밭 3개 지역과 1구간(2ha 이하), 2구간(2ha 초과~6ha 이하), 3구간(6ha 초과)로 나눠 차등을 둔다.진흥지역 내 논·밭 지급단가는 1구간 205만원(ha당), 2구간 197만원, 3구간 189만원으로 확정했다. 진흥지역 밖 논은 1구간 178만원, 2구간 170만원, 3구간 162만원이다. 진흥지역 밖 밭의 지급단가는 1구간 134만원, 2구간 117만원, 3구간 100만원이다.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쌀직불금의 ha당 평균 단가는 논 진흥지역 약 144만원, 논 비진흥지역 약 117만원 수준이다. 변동직불금 지급 수준은 매년 차이가 있어 일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에 비해 진흥지역과 비진흥지역 논은 각각 최고 42%, 52%의 상승 효과가 발생한다.농가 내 지급대상 농지 합이 0.5ha 이하이고 농가 내 모든 구성원이 소유한 농지 등 면적이 1.55ha 미만인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연 120만원을 고정 지급한다.기본직불금 지급 대상자는 환경보호, 생태보전, 공동체 활성화 등 분야별 17개의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미 이행시 준수사항별 기본직불금 총액의 10%를 감액한다.농식품부는 이달말부터 농업인들에게 공익직불신청서를 배포하고 신청서 작성방법 등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할 계획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청 접수 시 방역지침을 준수토록 안내할 예정이다.다음은 내주 농식품부 주요일정 및 보도계획이다.◇주간주요일정△27일(월)07:30 당정협의회(장관, 서울)07:30 대외경제장관회의(차관, 세종)△28일(화)10:00 국무회의(장관, 서울)△5월 1일(금)10:30 차관회의 및 정책홍보 전략회의(차관, 세종)◇주간보도계획△26일(일)11:00 스마트팜 전문·장기 교육과정 청년교육생 모집11:00 전국 가금농가 일제 방역점검△27일(월)06:00 농식품 분야 규제개혁을 위한 현장의 참신한 생각을 찾습니다! 11:00 농업‧농촌 고유가치를 찾아 떠나는 농촌여행11:00 ‘19년 동물용의약품 수거검사 위탁사업 결과 및 향후계획△28일(화)11:00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발표11:00 양돈농장 고용 외국인근로자 교육·홍보 추진11:00 스마트팜 데모온실(카자흐) 컨소시엄 선정결과△29일(수)06:00 과천 경마공원 바로마켓 드라이브 스루 운영△30일(목)11:00 공익직불제 시행11:00 오리데이에 오리고기 먹으면 면역력이 내게 오리
- 억울하다던 '관악 모자살인' 남편, 1심 무기징역…'위 음식물'에 덜미(종합)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에서 잠들어 있던 아내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조모(42)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범행 당시 사용한 흉기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조씨는 “억울한 남편이자 아빠”라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의학자들의 사망추정시간과 평소 조씨의 수상한 행적 등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 조씨가 범인이라고 결론 지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 편 화면 캡처.(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조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8시 56분에서 22일 오전 1시 35분 사이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씨(41)와 아들(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 내부에서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는 물론 족적이나 DNA, 혈흔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다만 경찰은 현장 감식과 통신기록 조회 등 여러 수사 결과를 종합해 조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뒤 사건 발생 50일 만인 지난해 10월 5일 구속했다. 당시 아내와 별거 중이던 조씨는 해당 시간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 “22일 오전 1시 35분께 집을 나설 당시 아내와 아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고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해왔다.이에 검찰은 검안의와 부검의 등 법의학자들이 피해자들의 위(胃)에 남아있던 내용물을 통해 사망 추정시간이 마지막 식사 추정 시간인 저녁 8시 이후 6시간 이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따라, 조씨가 머문 시간에 피해자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봤다.이와 함께 검찰은 조씨가 결혼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내연녀가 있어 가정에 가혹할 정도로 애정이 결여돼 있었다는 점, 평소 경마 도박에 빠져 살아 금전적으로 어려웠다는 점, 사건 발생 직전 영화 ‘진범’ 등 살인과 관련된 영상물을 수 차례 내려받아 본 경과 등 조씨의 수상한 행적에 주목했다.재판부 역시 검찰이 제시한 이같은 간접 증거들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으며, 이를 종합한 결과 조씨가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재판부는 “사망추정 시각이 대부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있는 동안이고, 그 외 3자가 개입했을 정황은 추상적 가능성에 그친다”며 “피고인의 성격과 범행 당시 갈등 상황 등에 비춰 인정할 수 있는 범행 동기와 간접사실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에 관해 유죄 증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특히 재판부는 “아내와 아들은 죽는 시간까지 피고인을 사랑하고 존중했는데 그 결과는 끔찍했다. 칼로 수차례 목부위를 찌른 행위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며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가져온 조씨는 아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실행에 옮겼다”고 꾸짖었다.이어 “유족들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고, 피해자의 친구들도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재판에서 냉정한 태도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범죄전력이 없는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자상한 남편과 아빠라는 존재가 피해자들에게는 죽는 순간까지 사치였다. 목에 수 차례 칼날이 박히면서 어떤 아픔과 절망을 느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과 참회를 찾아볼 수 없는 인면수심 행위에 대해 상응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사법부 소임“이라며 조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2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이에 조씨는 ”나는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이 억울함이 풀리고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 [경마이야기]수영 잘 하는 경주마, 경주로에서도 더 빠를까
-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지난 3월18일 서울 한국마사회 과천경마공원에 경주마 수영장이 개장했다. 개장 첫날부터 경주마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줄줄이 수면을 가리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경주마들을 위한 전용 수영장이 국내에 3개소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말 수영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말 훈련법이며 현재는 경마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할 정도로 그 효과가 상당하다 인정받고 있다.◇ 고대 로마시대 군마(軍馬) 수영훈련으로 지구력 길러평균 체중 약 500kg에서 많게는 1톤에 달하는 ‘말’은 태생적으로 수영을 한다. 야생에서는 생존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겠지만 사람에게 길들어진 말은 고대 때부터 훈련을 위해 수영을 해왔다. 로마시대, 나폴레옹, 아메리카인디언 등이 전쟁을 대비해 말의 지구력 향상을 목적으로 수영훈련과 수영경주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는 경주마 훈련에도 적용됐다. 193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안수영을 실시한 경주마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많은 국가에서 말 전용 수영장을 도입, 경주마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한국도 1986년부터 말 수영장을 개소하며 말 수영을 채택했다. 현재는 서울과 부산에 총 3개소가 운영 중이며 제주에서는 해안에서 개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 심폐능력·근육발달·재활까지 경주마 수영 효과훈련이 한창인 말 수영장은 거친 숨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경주마들의 흉곽이 수압에 의해 압박돼 평소보다 더 강하게 호흡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경주능력과 직접 연관된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평소 사용하지 않던 주변 근육을 발달시킴으로서 육상 활동 시 지구력 향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말수영의 더 큰 목적은 재활기능이다. 관절염이나 인대부상 등 경주중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동기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이 부담스러운 말에게 효과적이다. 충격의 부담이 적은 수영을 통해 환부 주변조직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향상시키며 냉찜질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재활효과를 통해 부상마의 컨디션 조절을 실시, 경주에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미성숙 마필의 발육을 촉진시켜준다. 아울러 체중관리가 중요한 경주마의 비만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제주의 경우 해안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는데, 바닷물의 삼투압으로 찜질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피부질환 예방에도 효과를 보인다.말 수영의 단계는 구체적으로 적응운동, 유산소운동, 무산소운동 순으로 진행된다. 처음 수영을 접하는 말은 적응을 위해 1분 정도만 수영을 실시한다. 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점차 시간을 늘려 느린 속도로 20분까지 확대한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약 400m의 거리를 6∼7분 가량 사람의 보통걸음 속도로 진행한다. 가장 많은 체력을 요하는 무산소 운동의 경우 200m를 빠른 걸음 속도로 3~4분 진행한다. 이때 경주마는 지상에서 전력질주 하는 것과 맘먹는 훈련강도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말 수영은 운동기 질환에 대한 걱정 없이 경주로에서와 유사한 훈련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수영훈련이 경주성적에 미치는 효과는?서울경마공원 경주마 중 가장 뛰어난 그룹인 1등급 경주마 87마리 중 약 절반이 수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영훈련 여부는 경주성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수영을 하지 않은 경주마의 승률이 일부 높기도 하다. 하지만 이중 7세 이상의 고령 경주마인 경우 수영훈련을 거친 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4%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수영훈련이 관절과 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경주마의 컨디션 조절은 물론 선수로서의 수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실제로 2019년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출전했던 돌콩(이태인 마주, 배대선 조교사)을 비롯해 뉴시타델(이성재 마주, 배휴준 조교사), 상감마마(이관형 마주, 박병일 조교사)등 간판스타 경주마들도 부상 방지 및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수영훈련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2018 브리더스컵 우승마인 부산경남 경마장의 킹삭스(김창식 마주, 김영관 조교사)는 다리부상으로 인한 오랜 공백을 딛고 1년 4개월만에 경주로로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현재 수영훈련에 집중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 [경마이야기]한국경마 100년史… 베팅부터 최초·최고 상금 기록은?
- 2011년 10월16일 국내 최고 기록인 17연승에 성공한 미스터파크.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축구, 야구, 농구 등 지금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경기에 팬들이 베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지만 스포츠에서 가장 먼저 베팅을 시작한 분야는 경마다.기원전 4000년경 헤타이트왕국에서 경마에 청동 동전을 걸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 경마는 누구의 말이 더 빠른 가를 가리는 순수 스포츠에서 비롯됐다. 중세 유럽에서는 말의 주인(마주)이 자신(가문)을 상징하는 옷(마주복색)을 입고 말에 직접 올라타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경마경기가 시행됐다. 이 경기가 인기를 끌다 보니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이 등장하고, 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돈을 걸게 된 것이 오늘날 경마의 원형이다. 실제 오늘날과 같이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서로 나누어 갖는 페리뮤추얼 방식은 19세기에 들어서야 유럽 경마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제 강점기에 순수스포츠가 아닌 베팅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경마가 도입돼 스포츠라는 인식이 반감된 측면도 있지만 시작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돼 공식적으로 경마를 시행하기 이전부터 경마에 대한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다. 1921년 국내 최초 경마시행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 한국마사회 제공1921년 국내 최초 경마시행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1921년 5월 7일 군인들의 훈련장소였던 용산 신연병장에서 시작된 경마에는 경기장 밖 동산 위에까지 5만여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중략) 우승 예상마에 투표(베팅)하여 맞춘 사람에게는 당시 2원50전짜리 미쓰코시오복점(신세계 백화점 전신)의 상품권을 주었다.”라고 나와 았다. 이때 1등말에 투표한 사람에게 주어진 상금은 2원 50전으로 당시 1원이 오늘날 약 15~18만원의 가치에 해당하므로 약 40만원에 해당한다. ◇ 억 소리나는 몸값 경마 스타들 즐비경마는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 경주마의 능력 검증을 통한 종마자원 선발, 더욱 우수한 자마 생산이라는 선순환체계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복합산업이다. 그렇기에 경주마, 씨수마, 마주와 기수 등 그야말로 억(億) 소리 나는 몸값 경쟁이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아는 손흥민이나 류현진 등 일반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계약금이나 이적료는 그들의 실력이나 명성의 척도로 기능한다. 경주마의 몸값도 비슷하다. 선수들은 전성기 때의 계약금이 가장 높지만 실력 있는 경주마들은 은퇴 후의 몸값이 더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말의 경우, 씨수말 활동을 통해 교배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뛰어난 DNA를 가진 수백, 수천의 자마를 생산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1회 교배료가 1200만원인 엑톤파크. 한국마사회 제공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의 씨수말 중 하나인 이시돌 목장의 ‘엑톤파크’가 1회당 약 1200만원의 교배료를 받고 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국내 경주마의 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내 경주마 중에서도 ‘경부대로’를 비롯하여 활발히 씨수말 활동을 하는 말들이 출현하고 있다. 트리플나인, 돌콩, 문학치프 등 혈통과 능력을 볼 때 은퇴 후 씨수말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현역 경주마들도 다수 있어 국내 경주마들의 몸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수한 씨수마의 혈통을 타고난 경주마에 투자해 국내 최고 상금을 벌어들인 주인공은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출발한 이종훈 마주다. 그가 지금까지 수득한 상금만해도 110억5000만원이 넘는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시장을 지나다 비루먹은 말 중에 천리마를 찾아냈다는 현대판 백락이라 불릴만하다. 이종훈 마주는 백광열 조교사와 짝을 이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1~2세마들 중에서도 뛰어난 명마를 쏙쏙 골라내는 선구안을 보여줬다. 또한 수득 상금 이상으로 더 좋은 경주마를 발굴하여 명마를 배출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 경주상금 보면 기수들의 몸값 알수 있어비싼 경주마를 모는 기수들의 몸값도 경주상금이 말해준다. 서울과 부산경남 경마장에는 각각 50여명과 30여명의 기수들이 활동 중인데 기본적으로 경기에 출전해서 받는 수당 외에 매 경기마다의 순위상금, 월별로 2~3회씩 벌어지는 대상경주 상금까지 더하면 상위 10%의 소득은 연간 약 2억5000만원, 하위 10%도 74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최우수기수로 선정된 문세영의 상금은 연 5억원을 넘는다. 경마 경주에서 162승으로 연간 최다승 기록 보유자 문세영 기수. 한국마사회 제공기수는 상금경쟁 외에 다승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경마장에서 1987년 데뷔해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가 통산 2111승으로 최다승을 갱신 중이다. 통산승수 2위인 문세영 기수가 1588승인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연간 최다승은 역시 같은 경마장의 문세영 기수가 세운 2014년도에 수립한 162승으로 이 역시 당분간은 깨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 기록 갱신은 관전 포인트의 하나육상선수들처럼 경주마도 경주거리별 강자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1000~2300m 거리별 최고속도 보유마가 모두 다른 이유다. 기록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단축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는 기록이 눈에 띈다. 먼저 1000m 단거리 경주에서 2007년 ‘클레버스타’라는 2세마가 세운 58.3초의 기록이다. 보통 거리별 최고 기록은 2~3년 안에 신예 경주마들에 의해 깨지곤 하는데 11년 후인 2018년에 역시 2세 수말 ‘싱싱메리’ 역시 58.3초로 타이기록을 수립하는데 그쳤다. 장거리 경주에 해당하는 2000m는 2009년 4세 수말인 ‘동반의강자’가 세운 2분 04초 9의 기록이 10년 넘은 현재까지 여전히 마의 벽으로 남아 있다. 경주마들에게는 최다승, 연승 기록과 그레이드 경주의 연패 등은 중요한 커리어가 된다. 국내 공식 기록으로 최다승은 1995년부터 2003년 43승을 기록한 경주마 ‘신세대’가 있고, 최다연승인 17승은 2012년 부경의 ‘미스터파크’가 세웠다. 해외의 경우 1955년 푸에르토리코의 경주마 ‘카마레로’가 세운 56연승이 최고 기록인데 오늘날과 같이 경주마 복지 차원에서 출전횟수가 제한되는 시스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승수다. 이 모든 최고 기록은 경기를 관전하는 경마팬들에게 즐거운 구경거리가 된다. 모든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법이다. 코로나19로 올해 경마는 임시휴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수와 각 마방에서는 경주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휴장 기간 동안 흘린 땀방울 만큼 올해도 경마장에는 분명 새로운 기록들이 쏟아질 것이다. 2020년에는 과연 어떤 경주마와 기수들이 한국경마 100년사의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1995~2003년 국내 최다승 기록마 신세대. 한국마사회 제공
- 관악 모자살인사건…인면수심 범죄 vs 가족 잃은 억울한 가장(종합)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아내와 아들을 죽인 인면수심 행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검찰,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마당에 자백까지 강요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장.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은 범행도구나 지문, 족적, CCTV 등 결정적 증거가 일체 발견 되지 않은 이례적 사건인 만큼, 선고를 앞두고 진행된 결심 절차에서도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은 사형과 무죄, 양극으로 갈렸다.1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법원의 판단은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 인정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이데일리DB)◇사망 추정 시간이 관건 떠오른 이유검찰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 심리로 진행된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의 결심공판에서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씨(42)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2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에 요청했다.조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8시 56분에서 22일 오전 1시 35분 사이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씨(41)와 아들(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아내와 별거 중이던 조씨는 해당 시간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 “22일 오전 1시 35분께 집을 나설 당시 아내와 아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고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사건 직후 수사기관은 범행도구, 지문 등 직접적인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고 족적이나 물건이 옮겨지는 등의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이 조씨가 현장에 마지막으로 머문 오전 1시 35분 이전 또는 이후인지가 사건 해결의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사망 시간과 관련 법의학자들의 추정을 두고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했다.검찰은 피해자들의 검안의와 부검의 등 법의학자들이 위 속 내용물을 통해 마지막 식사 후 6시간 이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씨와 피해자들이 저녁 식사를 한 시간은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로 추정되는 만큼, 조씨가 머문 시간 사망했을 것이란 주장이다.조씨 측은 “위 내용물에 의한 사망 시간 추정에 대해서는 국내·외 법의학서에서 모두 부정적으로 기재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집에서 나온 오전 1시 35분부터 아침 7시까지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검 “남편 수상한 행적” vs 변 “수사 기본 이행 못해”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조씨의 ‘수상한 행적’들을 일일이 지목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조씨 측은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 탓에 피고인에 대한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진범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반박했다.검찰은 “피고인의 최근 1년간 전화 통화 발신 내역을 살펴보면 아내에게는 106회에 불과했지만,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낸 내연녀에게는 무려 2640여회에 이르고, 누나와의 통화에서 아들의 친자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말하는 등 가족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결여 됐는지 알 수 있다”며 “또 피고인은 경마가 열리는 날마다 경마장을 찾아 하루 100만원 내지 50만원을 탕진하는 등 도박에도 중독돼 사건 당시 계좌 잔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조씨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영화 ‘진범’이나 예능방송 ‘도시경찰’ 등을 수차례 다운 받은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현장에 증거가 남지 않은 사건으로, 일반인이 이같이 과감한 범행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피고인의 범행 전 행적을 보면 살인 사건 수사물이나 경찰의 수사기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영상물을 다수 시청했다”고 밝혔다.조씨 측은 “피고인은 내연관계를 정리 중이었으며 아내와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이는 등 별다른 문제 없었다”며 “경마 역시 지난해 5월에 시작해 금액도 몇 백만원에 지나지 않는 등 도박에 빠졌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이어 “강력 사건은 현장감식이 매우 중요한데 다행스럽게도 부엌칼에서 혈흔이, 화장실 세면대에서 제3자의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이에 대해 어떤 수사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제3자의 출입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서도 집 주변에 설치된 3대의 CCTV뿐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해야 했지만 미진했다”고 지적했다.끝으로 조씨는 “나는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이 억울함이 풀리고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조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 [경마이야기]코로나19 충격, 360조원 세계 경마시장 생존법
-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각 국이 잇따라 경마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마시장과 연관된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해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일본, 홍콩 등은 온라인 발매가 수반되는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 미국 뉴욕주·영국·프랑스·아일랜드 줄줄이 경마 취소미국 뉴욕경마협회는 이달 19일부터 뉴욕주 애퀴덕트 경마장에서 열리는 모든 경주를 무기한 연기했다. 250년 남짓한 미국 역사에서 145년의 역사를 가진 켄터키더비도 5월2일에서 9월5일로 변경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처음이다. 75년 동안 흔들림 없던 켄터키더비 일정을 세계대전과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코로나가 바꿔버린 것이다. 무기한 연기, 잇따른 경주취소는 플로리다주의 오칼라 브리더스 경매(OBS)에도 영향을 미쳤다. 291마리의 말들이 경매장에 나왔지만 40%의 말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갔다.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다. 이달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영국 내 모든 경주가 취소됐다. 영국경마협회는 경주 취소가 20조원 경마시장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를 우려해 경주 재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9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프랑스도 4월 중순까지 경주를 전면 취소했다. 11조원 규모의 경마 매출이 반 토막 날 위기에 처했다. 아일랜드는 경마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확진자 급증가로 결국 4월 19일까지 경주를 취소했다. ◇ 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 일부 국가들은 비대면 시대로의 전환에 걸맞게 온라인 발매로 코로나 19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켄터키주, 플로리다주는 온라인 발매에 기반한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이달 28일 개최하는 플로리다더비는 상금규모를 100만달러에서 75만달러로 축소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대상경주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지역경제는 한숨 덜었다. 경매시장도 비대면 시대에 맞게 변신했다. 텍사스 2세마 경매는 취소되었지만, 텍사스더러브렛협회는 온라인에 카탈로그를 올려두고 잠재적 구매자가 개인적으로라도 좋은 말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에 맞서 오프라인 중개자에서 온라인 구매 플랫폼으로 발 빠르게 진화한 것이다.사진 위는 지난 22일 무관중 경마를 시행한 일본 경마장의 시상식 모습. 사진 아래는 지난해 2월 시상식 모습. 출처 JRA홈페이지일본도 온라인 발매 기반 무관중 경마를 시행 중이다. 관중이 없는 대신 경마전용 채널이 있어 경주를 생중계하고, 경마팬들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마권을 살 수 있다. 일본의 2018년 총 매출 중 68.8%(22조원)가 온라인을 통해 발생했다. 넓게 온라인으로 구분되는 계좌발매 매출 약 20%까지 합하면 더 많다. 일본 중앙경마회 관계자는 “경마산업이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농축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마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행히도 온라인 발매 덕분에 매출이 종전대비 90%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과 마카오 역시 ‘비대면’ 발매로 ‘대면’ 발매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홍콩은 무관중 경마 시행 초기에는 매출이 25% 감소했으나 최근 20% 정도로 감소폭이 줄었다. 오프라인 발매 감소분을 온라인 발매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택에 홍콩자키클럽은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BMW홍콩더비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는 홍콩 아이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경마산업 비대면 시스템 도입 검토해야”호주의 가장 성대한 경마 축제인 ‘골든슬리퍼데이’도 관중 없이 진행됐다. 2세마들이 뛰는 지구상의 가장 비싼 경주인 골든슬리퍼데이는 총 상금이 26억원에 달한다. 말산업뿐만 아니라 레저산업, 패션산업 등 호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경마팬들은 화면으로만 경주를 볼 수 있었지만 9억원 이상을 베팅했다. 전년대비 15% 감소했으나 위축된 경기를 감안하면 아쉽지 않은 매출이라는 평가다. 2020년 국제경마연맹(IFH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마매출 규모는 143조에 달한다. 경마산업에 말 생산·판매, 승마산업, 말 관련사업 등을 포함한 전 세계 말산업 시장 가치는 무려 360조원으로 추정된다. 여타 산업이 가치사슬 내에서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듯 경마산업도 말 생산, 경매, 승마산업과 함께 돌아간다. 즉 경마시장이 흔들리면 연관된 1차(생산·사육), 2차(사료·설비제조), 3차(경마, 승마, 관광) 말산업이 함께 흔들린다.경마업계 관계자는 “말산업 가치사슬에서 경마부문은 중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마 매출 감소는 고스란히 종사자, 생산농가, 연관업체의 몫”이라며 “경마시장과 연관된 1차, 2차, 3차 산업을 생각한다면 우리 경마산업에도 비대면 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사진 위는 지난 22일 무관중으로 진행된 홍콩경마장 BMW더비 모습. 사진 아래는 지난해 같은 경주 시상식. 한국마사회 제공
- 코로나19에 경마장도 '셧다운'…마사회 창립 71년만에 적자 예고
- 코로나19로 휴장하고 있는 서울 경마공원의 텅빈 고객 경마 관람대 풍경. 한국마사회 제공[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경마 휴장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말산업 전체로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창립이후 사상 첫 적자 경영이 예상되고, 경마관련 종사자의 소득 피해도 커지고 있다. 마사회 창립일은 해방 이듬해인 1949년 9월 29일이다.3월 한 달 휴장으로 8000억원의 매출이 허공으로 날아갔고, 4월 9일까지 휴장기간을 연장하면서 발생할 매출 피해를 합하면 총 피해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말산업의 경제 규모는 3조4125억 원에 달하고 약 2만5000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경마산업은 말산업 전체 경제규모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말산업의 허브역할을 맡고 있다. ◇ 과천, 부산경남, 제주 경마공원, 휴장피해 눈덩이한국마사회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2월 23일 임시휴장에 돌입한 이후 휴장기간을 4월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8만5000명이 찾던 과천, 부산경남, 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는 개점휴업 상태다. 경마 상금이 주 소득인 기수, 조교사, 관리사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경마상금을 주된 수입으로 삼고 있는 경마 관계자들은 1110여명이다. 한 달에 평균 200억원 가량의 경마상금이 발생한다. 경마 중단으로 수입원이 사라진 탓에 생계를 걱정해야할 처지다. 경마일에 근무하는 근로자 5000여명도 수입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마일에 근무하는 경비·환경미화 근로자들은 줄어든 일거리 덕에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경마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달보다 월급이 30% 줄었다.말 생산농가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마 중단으로 인해 3월 초 예정된 경매가 무기한 연기된 탓이다. 한국마사회의 경매 낙찰 경주마 우대정책에 대한 기대로 이번 경매에는 작년 133마리보다 크게 늘어난 168마리의 말들이 경매에 상장될 예정이었다. 경매 상장마의 약 50%가 낙찰되고, 평균 낙찰가가 약 40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5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허공에 뜬 셈이어서 자금난을 겪는 말 생산농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씨수말 ‘오버애널라이즈’를 고가에 수입하는 등 우수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이번 3월 경매 무산으로만 약 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마 팬들에게 우승마 추리를 위한 경마정보를 제공하던 경마전문지 판매업자들과 ARS와 SMS로 정보를 제공하던 통신매체들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경마전문지 및 통신매체 예상 시장은 연간 약 3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25억원 가량의 매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 경마공원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인근 상권도 ‘깊은 시름’과천, 부산경남, 제주 3곳의 경마공원은 총 26개의 식당이 매 주말마다 고객을 받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인해 약 8억60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뿐 아니라 과천, 부경, 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에 입점한 71개 편의점의 평균 월매출은 약 14억에 달한다. 경마공원 내 식당과 편의점은 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가 주로 운영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생계 피해가 우려된다. 과천 경마공원 인근에 위치한 식당들도 경마일인 금·토·일요일에 식당을 찾는 손님이 80% 급감했다.농수산물 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도 멈췄다. 바로마켓은 연간 147만 명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코로나로 인해 바로마켓도 일시 휴장함으로써 참여하는 140개 농가의 판로가 막혔다. 3월 한 달 동안 11억원의 매출이 증발할 것으로 추정된다.민간승마장의 교관들과 마필관리사들도 당장의 생계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이다. 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460여개의 승마장 연 매출은 600억원에 달한다. 세수부족도 걱정거리다. 경마 매출액 중 73%는 구매자들에게 환급되고, 16%는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한다. 지난해 마사회의 매출액은 7조3572억원으로 그 중에서 레저세로 7357억원, 지방교육세로 2943억원, 농어촌특별세로 1471억원을 납부했다. 이번 경마 중단으로 세수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 달 휴장으로 1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증발하는 것이다. 특히 레저세, 지방교육세 등 지방세가 감소함에 따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세수차질이 우려된다.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말산업은 하나의 생태계와 같아서 어느 한 부분이 교착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부분도 불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내부적으로는 경마매출 하락에 따른 경영위기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경마를 비롯한 말 산업 전반의 회생을 위해 협력업체·임대업자·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