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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마이야기]산통으로 알아보는 '슬기로운 말 수의사 생활'
-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말 수의사는 일반적으로 말의 질병과 상해를 예방, 진단, 치료하며 이를 위한 연구와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특히 한국마사회에 소속된 수의사들은 경마운영은 물론 방역, 검역 등까지 다양한 범위를 담당한다. 또한 경주 전·후 마필 건강을 확인하고 경주 중 사고 발생의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항시 대기하고 있다. 또한 금지약물 검사도 하는데 이를 위한 시료 채취, 보안도 말 수의사들이 담당한다.업무 전반적인 내용은 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프고 상처받은 말들과 교감하며 채워지는 그들의 일상은 조금 특별하다. 어렵고 난해해 지칠 때도 부지기수다. 일례로 말들에게는 일반적인 ‘산통’이라는 병이지만 수의사들에게는 짐작할 수 없는 결코 쉽지 않은 ‘미션(Mission)’으로 떨어진다.그들이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진단하고 극복할지, 말 수의사들이 생생하게 전하는 ‘슬기로운 말 수의사 생활’을 들어봤다.◇ 말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증상 ‘산통’ 산통은 일반적으로 출산시의 진통이라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말 수의사들에게도 ‘산통’은 익숙하다. 바로 배가 아픈 증상, 배앓이(疝痛)다. 산통은 특정한 질병명이 아니라 복강 내 장기에 이상이 생겨 배가 아픈 증상을 통칭하는 말로 그 원인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갑자기 발현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해 수의사들이 가장 신경 쓰이는 말 질환중 하나다. 말은 소화기관이 무척 길고 용적도 상당하다. 1.5m 길이의 식도를 지나 15L 크기의 위가 연결돼 있으며 이어서 길이 15-22m, 용적 55-70L의 소장에 다다른다. 7m 길이의 대장은 140~150L의 큰 용적을 차지한다. 이렇게 거대한 말의 장은 다른 동물과 달리 복강 내에 견고히 붙어있지 않고 매달려 둥둥 떠다니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장의 위치가 변하고 꼬여서 막히기 쉽다.말이 배앓이를 앓아도 호소할 순 없기에 말 수의사는 배앓이를 하는 말을 만나면 먼저 청진기를 활용해 문진을 하고, 말의 행동을 관찰한다. 산통증상이 있는 말은 대부분 통증 반응을 발현하는데 발 긁기, 심박증가, 헐떡임, 눕기, 구르기 등이 대표적인 통증반응이다. 이마저도 경중의 정도가 다양하며 때론 통증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식욕감소, 배변불량, 고체온증 등을 증상이 다양하며 이 역시 말마다 양상이 다르다. ◇ 산통 유발원인 다양…처치도 제각각산통을 유발하는 원인은 장폐색(막힘), 변위(위치변화), 장중첩, 가스축적, 변비, 식체, 장경련, 장염, 장 내 모래축적, 위궤양, 독소감염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 중 정확한 진단을 찾아내기 위해 말수의사는 여러 진료행위를 한다. 한국마사회 제공말의 신체 상태 확인을 위해 체온 측정, 청진, 호흡수 측정 등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수행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각종 수치를 확인한다. 직장에 손을 넣어 장을 만져보기도 하고 복부 초음파를 통해 장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도 수행한다. 이렇듯 산통은 원인도 다양하고 증상도 다양해 진단을 위해 여러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산통은 신음하고 있는 말도 힘들게 하지만 그 옆에 서 있는 말 수의사에게도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질환이다.산통의 원인을 진단하고 나면 바로 치료를 진행한다. 원인이 다양해 처치도 다양하지만 크게 약물을 이용한 내과적 처치와 수술을 통한 외과적 처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내과적 처치는 소염진통제, 진정제, 수액, 영양제 등 증상에 적합한 약물과 식이조절 등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으로 많은 경우 내과처치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내과처치로 호전되지 않거나 애초에 내과치료가 불가능한 케이스의 경우 개복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전신마취 후 배를 열어 장기를 절개하거나 장문합(장을 잘라 서로 이어붙임), 위치교정 등 각종 기법으로 수술을 수행한다.◇ 새벽 해가 뜰 때까지 진행되는 수술 500kg에 이르는 말을 수술하는 과정은 육체적 노동이 수반된다. 수술복, 마스크, 장갑, 모자로 온몸을 덮은 수의사들은 150L에 육박하는 대장을 온몸으로 껴안는 듯한 모습으로 장을 꺼내고 20m에 달하는 소장을 일일이 만져가며 탐색한다. 몸속 깊이 있는 장기에 접근하기 위해서 까치발을 선 채로 있다보면 어느새 말 복강에 뛰어들 것만 같은 자세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산통의 원인을 찾고 나면 의학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가위, 칼, 겸자 등과 같은 기구를 이용해 수술을 하고 굵은 실과 바늘로 복부를 봉합한다. 말이 전신마취에서 깨어 회복하고 나면 수술은 종료되는데 여기까지 최소 2시간에서 길면 6-7시간이 소요된다.산통은 언제 어디서나 응급 상황으로 발생할 수 있다. 수술이 지체된다면 수 시간 내에 말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산통 응급진료와 수술을 대기해야 하는 일은 말 수의사들에겐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때때로 9시가 넘은 늦은 밤에 응급진료를 하고 수술까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술 후 말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면 새벽 3시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때도 있다. 수술 이후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하기를 기원하지만 결코 사명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칠 법도 한데 그들은 오늘도 말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한다.수의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에는 따뜻하면서도 투철한 직업 정신이 담겨있다. 정재민 한국마사회 수의사는 “수술이 잘 돼 건강한 모습으로, 당장 경주로를 누빌 것 같이 활기차게 말이 퇴원할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힘들고 고되지만 동물이 전하는 감동은 말 수의사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라고 말했다.한국마사회 제공
- `코로나19` 어둠에서 빛보는 `죄악株`
-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계기로 이른바 죄악주(Sin stock)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개중에서도 언택트(Untact) 요소를 포함한 이들이 콘택트(Contact) 종목보다 더 선방하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 19로 심신이 지친 인간의 빈틈을 파고든 결과로 해석된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성행하는 술·담배·도박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술과 담배 그리고 카나비스(마리화나)` 관련주를 묶어서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STF) Advisor Shares Vice ETF(ACT)는 최근 한 달 수익률 19.9%를 기록했다. `적어도 수입의 50%가 알코올, 담배, 카나비스에서 발생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걸 목표로 하는 상품이다.‘사무엘 아담스’ 맥주를 만드는 ‘보스턴 비어 컴퍼니’(6.5%), ‘잭다니앨’ 위스키를 판매하는 ‘브라운 포머’(5.1%), ‘헤네시’ 꼬냑을 제조하는 ‘LVMH 모엣 헤네시 루이 비통’(4.8%), ‘말보로’ 담배 브랜드를 가진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2.4%) 등이 주요 투자 기업이다.지난달 미국 국내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했으나 술과 담배를 찾는 이는 늘어난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넬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 주 미국 음용 알코올 소매 판매량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와인 27.6%, 양주 26.4%, 맥주 등 14% 각각 늘었다. 외출이 금지되자 마리화나가 합법인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이 일었다. 사재기로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이런 현상에 힘입어 마리화나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 AdvisorShares Pure Cannabis(YOLO)는 최근 한 달 수익이 15% 이상으로 뛰었다.도박 산업도 여전히 문전성시다. 투자 포트폴리오 80% 이상을 카지노와 게임 기업에 집중하는 VanEck Vectors Gaming ETF(BJK)는 최근 한 달 동안 19% 수익을 내고 있다. 상품 속을 뜯어보면 희비가 갈린다. 런던거래소에 상장한 플러터엔터테인먼트사(社) 주가는 한 달 새 39% 올랐는데,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라스베이거스 샌즈 주가는 6.7%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두 회사 모두 도박 사업을 주력으로 하지만 플러터는 온라인으로, 라스베이거스샌즈는 오프라인으로 업장을 운용하는 것이 차이다. 플러터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도박 중개업체 벳페어(Betfair)다. 미국은 물론 유럽은 역내 카지노 업장의 셔터를 내린 지 오래다. 그러자 도박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언택트 도박업체 주가가 빛을 본 것으로 해석된다.애초 온라인 도박 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였다. 내기 도박의 기초자산이 되는 축구, 농구,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가 중단된 때문이다. 그러나 경마와 개 경주 등 동물 스포츠를 내기 도박으로 끌어와서 코로나19 국면을 타개했다.◇지친 심신 파고든 죄악주죄악주는 인간의 나약한 틈을 파고든다.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빈틈은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 19로 심신이 지친 인류가 죄악주에 더 쉽게 노출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외신을 보면, 러시아에서 3월 마지막 주 위스키와 보드카, 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 31%, 25% 각각 증가했다. 원래 알코올 의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만연한 러시아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뉴욕타임즈는 `술을 마시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술 소비량이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 19 감염자 8만7147명을 기록해 중국(8만2836명)을 제치고 감염자 수 9위를 기록하고 있다.다만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세계적으로 대세로 자리하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투자에 역행하는 분야라는 게 걸린다. 술·담배·마약·도박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해치는 탓에 반(反) ESG에 해당한다.노르웨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가와 블랙록자산운용을 포함한 유수의 자산운용사는 반 ESG 기업에 투자를 중단하거나 줄이기로 선언한 상태다. 언제든 뭉칫돈이 빠지면서 수급이 불리해질 여지가 있다. 2012년 미국에서 나왔던 알코올 ETF `WSKY`는 테마 투자 지평을 넓힌 평가를 받았지만 2018년 6월 상장폐지했다. 운용사 측은 “시장 수요를 고려해 펀드를 청산한다”고 밝혔다.
- 이데일리 '내일의 경제일정'-여야, 본회의 열고 '코로나 2차 추경' 처리
-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는 29일 국회 예결위는 본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한 긴급재난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한다. 여야는 예결위 심사 과정을 통해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수정안도 본회의에 올린다. 이에 따라 본회의서 추경안이 처리되고 청와대가 밝힌 일정대로 다음달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주요 경제일정이다. ◇정치·사회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08:30 정세균 국무총리,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서울청사)10:00 정세균 국무총리, 기반시설위원회 위원 위촉식 및 위원회(정부서울청사)16:00 정세균 국무총리, 생활방역위원회(국제전자센터)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발표양돈농장 고용 외국인근로자 교육·홍보 추진스마트팜 데모온실(카자흐) 컨소시엄 선정결과과천 경마공원 바로마켓 드라이브 스루 운영◇경제·금융 07:30 홍남기 부총리,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서울청사)08:30 홍남기 부총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서울청사)10:00 홍남기 부총리, 제1차 기반시설관리위원회(서울청사)김용범 기재부 1차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통계청, 코로나19 통계 대응정보, 유엔과 연계KDI, 북한경제리뷰◇산업07:50 성윤모 산업부 장관, 수출지원 현장점검 및 간담회(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10:00 정승일 산업부 차관, 1차 기반시설관리위원회(서울청사)산업부, 수출지원 현장방문 및 수출상황점검회의 개최
- [서초동 결정적장면]칼은 사라졌지만, 위 속 토마토가 남았다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범행 도구는 물론 혈흔, 지문, 족적, 현장 인근 CCTV 등 유의미한 직접 증거는 모두 사라진 채 남은 건 처참히 살해된 아내와 아들의 싸늘한 시신 뿐이었다. 현장감식 경찰관조차 “20년의 현장감식 경력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상한 살인사건 현장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완전 범죄는 없었다. 수많은 간접 증거들이 한 명을 지목하고 있었고, 그는 바로 피해자들의 남편이자 아빠, 조모(42)씨였다.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 편 화면 캡처.(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지난 24일 열린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사건’ 1심 선고공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는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직접 증거는 없었지만, 손 부장판사는 논리와 경험칙상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간접증거들이 그가 가족을 살해했다고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주 서초동 결정적 장면이다. ◇억울하게 떠난 피해자들…위 속 토마토를 남겼다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이 유·무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됐다. 부검 결과 피해자들의 위에는 토마토와 견과류 등 죽 상태의 음식물들이 발견됐다. 검안의와 부검의 등 총 6명의 법의학자들은 피해자들이 마지막 식사 후 짧게는 4시간, 길어도 6시간 이내 사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통상 위 속 음식물을 통해 추정한 사망 시간은 변수가 많아 그 신뢰성이 낮게 평가된다. 다만 1명이 아닌 2명 모두 유사한 소화정도를 보인 점, 6세인 아들의 경우 성인 대비 변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는 신빙성 있는 증거로 봤다.당시 별거 중이었던 조씨가 사건 당일 피해자들의 집을 찾은 시간은 저녁 9시부터 익일 새벽 1시35분까지로 자신이 집에서 나서기 전 피해자들이 살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자신이 집을 찾은 저녁 9시 이미 설거지가 된 상태라고 진술했으므로, 피해자들은 저녁 9시 이전 저녁 식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재판부는 두 가지 가정을 세웠다. 저녁 7시 30분 이전 피해자들이 저녁 식사를 했다면 이들의 사망 추정 시간은 익일 새벽 1시 30분 이전이 된다. 즉 조씨와 함께 있던 시간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녁 7시 30분부터 저녁 9시 사이 저녁 식사를 했다면 사망 추정 시간은 익일 새벽 3시 이전이 된다. 조씨의 말대로 자신이 그 집을 떠난 새벽 1시 30분까지 피해자들이 살아있었다면, 새벽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제3자에 의해 살해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집 근처 3대의 CCTV 분석 결과와 족적이나 지문, DNA 등 현장 감식 결과 제3자의 외부 침입 가능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위 속 토마토는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본심 감추지 못한 조씨…가족을 사랑하지 않았다조씨 유죄 선고는 지난 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은연 중 드러났다. 당시 조씨는 전기가마 제조업체 관계자의 증인신문에서 유독 흥분하며 본인이 직접 질문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손 부장판사는 조씨에게 “그동안 여러 중요한 증인이 나왔을 땐 왜 가만히 있었나. 흥분되나”라고 꾸짖었다. 이어진 피의자 신문에서도 “검사조차 아이 모습이 나오면 울컥하는데, 재판 내내 피고인은 이 두 피해자의 죽음에 대해 지나지게 냉정하게 보인다”며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이같은 조씨의 이상 행동들은 수많은 간접증거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검찰은 내연녀가 있었던 조씨가 부인, 아들과의 관계에서 완벽히 애정이 결여된 상태라고 봤다. 사건 발생 전 1년 간 조씨가 부인에게 전화를 건 것은 106차례에 불과했지만, 내연녀에겐 무려 2640차례나 했다. 내연녀 증언에 따르면 조씨가 아들에 대해서도 ‘친자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경마 도박에 빠져 금전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처지에서 아내가 가입한 여러 개의 보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사건 발생 당시 조씨 은행 계좌 잔고는 바닥 나 있었고, 사건 발생 직후 보험사이트에 접속해 아내가 든 보험에 자신이 피보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의 사망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조씨에게 전화했던 경찰관은 “그동안 변사사건을 처리하면서 유족에게 전화를 건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 조씨와 같이 자신의 신분을 묻지도 않고 가족이 왜 어떻게 사망했는지 등을 물어보지 않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마치 피해자들의 사망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경찰이 자신을 찾을 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조씨는 피해자들의 장례식장에 단 20~30분 머물다 돌아갔고, 이후 영화를 다운로드 받거나 신변잡기적 내용을 인터넷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손 부장판사는 “조씨는 오랜만에 피해자들이 사는 남루한 빌라에 들렀고 어린 아들은 아빠를, 아내는 남편을 반갑게 맞았는데, 조씨는 이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운 채 나타났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며 “생명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절대적 가치인 것은 정언명제이고,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 남편이 아내를, 아빠가 어린 아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정언명령”이라고 강조했다.
- 5월 1일 공익직불제 시행…신청·접수 안내
-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논과 밭작물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해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공익직불제가 5월 본격 시행된다. 농민들은 지난해 지급 받던 기존 변동직불금에 비해 최고 50%의 소득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지급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전 같은 준수사항을 강화한다.공익직불제 개요. 농림축산식품부 제공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5월 1일 공익직불제를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제도 시행에 맞춰 농업인 대상으로 직불금 신청·접수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공익직불제는 쌀 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했다. 올해 관련 예산으로 2조4000억원을 편성했다.경작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면적직불금은 △농업진흥지역(진흥지역) 내 논·밭 △진흥지역 밖 논 △진흥지역 밖 밭 3개 지역과 1구간(2ha 이하), 2구간(2ha 초과~6ha 이하), 3구간(6ha 초과)로 나눠 차등을 둔다.진흥지역 내 논·밭 지급단가는 1구간 205만원(ha당), 2구간 197만원, 3구간 189만원으로 확정했다. 진흥지역 밖 논은 1구간 178만원, 2구간 170만원, 3구간 162만원이다. 진흥지역 밖 밭의 지급단가는 1구간 134만원, 2구간 117만원, 3구간 100만원이다.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쌀직불금의 ha당 평균 단가는 논 진흥지역 약 144만원, 논 비진흥지역 약 117만원 수준이다. 변동직불금 지급 수준은 매년 차이가 있어 일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에 비해 진흥지역과 비진흥지역 논은 각각 최고 42%, 52%의 상승 효과가 발생한다.농가 내 지급대상 농지 합이 0.5ha 이하이고 농가 내 모든 구성원이 소유한 농지 등 면적이 1.55ha 미만인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연 120만원을 고정 지급한다.기본직불금 지급 대상자는 환경보호, 생태보전, 공동체 활성화 등 분야별 17개의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미 이행시 준수사항별 기본직불금 총액의 10%를 감액한다.농식품부는 이달말부터 농업인들에게 공익직불신청서를 배포하고 신청서 작성방법 등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할 계획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청 접수 시 방역지침을 준수토록 안내할 예정이다.다음은 내주 농식품부 주요일정 및 보도계획이다.◇주간주요일정△27일(월)07:30 당정협의회(장관, 서울)07:30 대외경제장관회의(차관, 세종)△28일(화)10:00 국무회의(장관, 서울)△5월 1일(금)10:30 차관회의 및 정책홍보 전략회의(차관, 세종)◇주간보도계획△26일(일)11:00 스마트팜 전문·장기 교육과정 청년교육생 모집11:00 전국 가금농가 일제 방역점검△27일(월)06:00 농식품 분야 규제개혁을 위한 현장의 참신한 생각을 찾습니다! 11:00 농업‧농촌 고유가치를 찾아 떠나는 농촌여행11:00 ‘19년 동물용의약품 수거검사 위탁사업 결과 및 향후계획△28일(화)11:00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발표11:00 양돈농장 고용 외국인근로자 교육·홍보 추진11:00 스마트팜 데모온실(카자흐) 컨소시엄 선정결과△29일(수)06:00 과천 경마공원 바로마켓 드라이브 스루 운영△30일(목)11:00 공익직불제 시행11:00 오리데이에 오리고기 먹으면 면역력이 내게 오리
- 억울하다던 '관악 모자살인' 남편, 1심 무기징역…'위 음식물'에 덜미(종합)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에서 잠들어 있던 아내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조모(42)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범행 당시 사용한 흉기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조씨는 “억울한 남편이자 아빠”라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의학자들의 사망추정시간과 평소 조씨의 수상한 행적 등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 조씨가 범인이라고 결론 지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 편 화면 캡처.(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조씨는 지난해 8월 21일 오후 8시 56분에서 22일 오전 1시 35분 사이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씨(41)와 아들(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 내부에서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는 물론 족적이나 DNA, 혈흔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다만 경찰은 현장 감식과 통신기록 조회 등 여러 수사 결과를 종합해 조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뒤 사건 발생 50일 만인 지난해 10월 5일 구속했다. 당시 아내와 별거 중이던 조씨는 해당 시간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 “22일 오전 1시 35분께 집을 나설 당시 아내와 아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고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해왔다.이에 검찰은 검안의와 부검의 등 법의학자들이 피해자들의 위(胃)에 남아있던 내용물을 통해 사망 추정시간이 마지막 식사 추정 시간인 저녁 8시 이후 6시간 이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따라, 조씨가 머문 시간에 피해자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봤다.이와 함께 검찰은 조씨가 결혼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내연녀가 있어 가정에 가혹할 정도로 애정이 결여돼 있었다는 점, 평소 경마 도박에 빠져 살아 금전적으로 어려웠다는 점, 사건 발생 직전 영화 ‘진범’ 등 살인과 관련된 영상물을 수 차례 내려받아 본 경과 등 조씨의 수상한 행적에 주목했다.재판부 역시 검찰이 제시한 이같은 간접 증거들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으며, 이를 종합한 결과 조씨가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재판부는 “사망추정 시각이 대부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있는 동안이고, 그 외 3자가 개입했을 정황은 추상적 가능성에 그친다”며 “피고인의 성격과 범행 당시 갈등 상황 등에 비춰 인정할 수 있는 범행 동기와 간접사실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에 관해 유죄 증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특히 재판부는 “아내와 아들은 죽는 시간까지 피고인을 사랑하고 존중했는데 그 결과는 끔찍했다. 칼로 수차례 목부위를 찌른 행위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며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가져온 조씨는 아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실행에 옮겼다”고 꾸짖었다.이어 “유족들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고, 피해자의 친구들도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재판에서 냉정한 태도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범죄전력이 없는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자상한 남편과 아빠라는 존재가 피해자들에게는 죽는 순간까지 사치였다. 목에 수 차례 칼날이 박히면서 어떤 아픔과 절망을 느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과 참회를 찾아볼 수 없는 인면수심 행위에 대해 상응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사법부 소임“이라며 조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2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이에 조씨는 ”나는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이 억울함이 풀리고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 [경마이야기]수영 잘 하는 경주마, 경주로에서도 더 빠를까
-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지난 3월18일 서울 한국마사회 과천경마공원에 경주마 수영장이 개장했다. 개장 첫날부터 경주마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줄줄이 수면을 가리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경주마들을 위한 전용 수영장이 국내에 3개소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말 수영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말 훈련법이며 현재는 경마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할 정도로 그 효과가 상당하다 인정받고 있다.◇ 고대 로마시대 군마(軍馬) 수영훈련으로 지구력 길러평균 체중 약 500kg에서 많게는 1톤에 달하는 ‘말’은 태생적으로 수영을 한다. 야생에서는 생존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겠지만 사람에게 길들어진 말은 고대 때부터 훈련을 위해 수영을 해왔다. 로마시대, 나폴레옹, 아메리카인디언 등이 전쟁을 대비해 말의 지구력 향상을 목적으로 수영훈련과 수영경주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는 경주마 훈련에도 적용됐다. 193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안수영을 실시한 경주마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많은 국가에서 말 전용 수영장을 도입, 경주마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한국도 1986년부터 말 수영장을 개소하며 말 수영을 채택했다. 현재는 서울과 부산에 총 3개소가 운영 중이며 제주에서는 해안에서 개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 심폐능력·근육발달·재활까지 경주마 수영 효과훈련이 한창인 말 수영장은 거친 숨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경주마들의 흉곽이 수압에 의해 압박돼 평소보다 더 강하게 호흡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경주능력과 직접 연관된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평소 사용하지 않던 주변 근육을 발달시킴으로서 육상 활동 시 지구력 향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말수영의 더 큰 목적은 재활기능이다. 관절염이나 인대부상 등 경주중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동기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이 부담스러운 말에게 효과적이다. 충격의 부담이 적은 수영을 통해 환부 주변조직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향상시키며 냉찜질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재활효과를 통해 부상마의 컨디션 조절을 실시, 경주에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미성숙 마필의 발육을 촉진시켜준다. 아울러 체중관리가 중요한 경주마의 비만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제주의 경우 해안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는데, 바닷물의 삼투압으로 찜질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피부질환 예방에도 효과를 보인다.말 수영의 단계는 구체적으로 적응운동, 유산소운동, 무산소운동 순으로 진행된다. 처음 수영을 접하는 말은 적응을 위해 1분 정도만 수영을 실시한다. 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점차 시간을 늘려 느린 속도로 20분까지 확대한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약 400m의 거리를 6∼7분 가량 사람의 보통걸음 속도로 진행한다. 가장 많은 체력을 요하는 무산소 운동의 경우 200m를 빠른 걸음 속도로 3~4분 진행한다. 이때 경주마는 지상에서 전력질주 하는 것과 맘먹는 훈련강도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말 수영은 운동기 질환에 대한 걱정 없이 경주로에서와 유사한 훈련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수영훈련이 경주성적에 미치는 효과는?서울경마공원 경주마 중 가장 뛰어난 그룹인 1등급 경주마 87마리 중 약 절반이 수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영훈련 여부는 경주성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수영을 하지 않은 경주마의 승률이 일부 높기도 하다. 하지만 이중 7세 이상의 고령 경주마인 경우 수영훈련을 거친 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4%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수영훈련이 관절과 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경주마의 컨디션 조절은 물론 선수로서의 수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실제로 2019년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출전했던 돌콩(이태인 마주, 배대선 조교사)을 비롯해 뉴시타델(이성재 마주, 배휴준 조교사), 상감마마(이관형 마주, 박병일 조교사)등 간판스타 경주마들도 부상 방지 및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수영훈련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2018 브리더스컵 우승마인 부산경남 경마장의 킹삭스(김창식 마주, 김영관 조교사)는 다리부상으로 인한 오랜 공백을 딛고 1년 4개월만에 경주로로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현재 수영훈련에 집중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 [경마이야기]한국경마 100년史… 베팅부터 최초·최고 상금 기록은?
- 2011년 10월16일 국내 최고 기록인 17연승에 성공한 미스터파크. 한국마사회 제공[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축구, 야구, 농구 등 지금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경기에 팬들이 베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지만 스포츠에서 가장 먼저 베팅을 시작한 분야는 경마다.기원전 4000년경 헤타이트왕국에서 경마에 청동 동전을 걸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 경마는 누구의 말이 더 빠른 가를 가리는 순수 스포츠에서 비롯됐다. 중세 유럽에서는 말의 주인(마주)이 자신(가문)을 상징하는 옷(마주복색)을 입고 말에 직접 올라타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경마경기가 시행됐다. 이 경기가 인기를 끌다 보니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이 등장하고, 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돈을 걸게 된 것이 오늘날 경마의 원형이다. 실제 오늘날과 같이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서로 나누어 갖는 페리뮤추얼 방식은 19세기에 들어서야 유럽 경마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제 강점기에 순수스포츠가 아닌 베팅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경마가 도입돼 스포츠라는 인식이 반감된 측면도 있지만 시작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돼 공식적으로 경마를 시행하기 이전부터 경마에 대한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다. 1921년 국내 최초 경마시행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 한국마사회 제공1921년 국내 최초 경마시행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1921년 5월 7일 군인들의 훈련장소였던 용산 신연병장에서 시작된 경마에는 경기장 밖 동산 위에까지 5만여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중략) 우승 예상마에 투표(베팅)하여 맞춘 사람에게는 당시 2원50전짜리 미쓰코시오복점(신세계 백화점 전신)의 상품권을 주었다.”라고 나와 았다. 이때 1등말에 투표한 사람에게 주어진 상금은 2원 50전으로 당시 1원이 오늘날 약 15~18만원의 가치에 해당하므로 약 40만원에 해당한다. ◇ 억 소리나는 몸값 경마 스타들 즐비경마는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 경주마의 능력 검증을 통한 종마자원 선발, 더욱 우수한 자마 생산이라는 선순환체계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복합산업이다. 그렇기에 경주마, 씨수마, 마주와 기수 등 그야말로 억(億) 소리 나는 몸값 경쟁이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아는 손흥민이나 류현진 등 일반적으로 스포츠 선수들의 계약금이나 이적료는 그들의 실력이나 명성의 척도로 기능한다. 경주마의 몸값도 비슷하다. 선수들은 전성기 때의 계약금이 가장 높지만 실력 있는 경주마들은 은퇴 후의 몸값이 더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말의 경우, 씨수말 활동을 통해 교배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뛰어난 DNA를 가진 수백, 수천의 자마를 생산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1회 교배료가 1200만원인 엑톤파크. 한국마사회 제공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의 씨수말 중 하나인 이시돌 목장의 ‘엑톤파크’가 1회당 약 1200만원의 교배료를 받고 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국내 경주마의 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내 경주마 중에서도 ‘경부대로’를 비롯하여 활발히 씨수말 활동을 하는 말들이 출현하고 있다. 트리플나인, 돌콩, 문학치프 등 혈통과 능력을 볼 때 은퇴 후 씨수말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현역 경주마들도 다수 있어 국내 경주마들의 몸값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수한 씨수마의 혈통을 타고난 경주마에 투자해 국내 최고 상금을 벌어들인 주인공은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출발한 이종훈 마주다. 그가 지금까지 수득한 상금만해도 110억5000만원이 넘는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시장을 지나다 비루먹은 말 중에 천리마를 찾아냈다는 현대판 백락이라 불릴만하다. 이종훈 마주는 백광열 조교사와 짝을 이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1~2세마들 중에서도 뛰어난 명마를 쏙쏙 골라내는 선구안을 보여줬다. 또한 수득 상금 이상으로 더 좋은 경주마를 발굴하여 명마를 배출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 경주상금 보면 기수들의 몸값 알수 있어비싼 경주마를 모는 기수들의 몸값도 경주상금이 말해준다. 서울과 부산경남 경마장에는 각각 50여명과 30여명의 기수들이 활동 중인데 기본적으로 경기에 출전해서 받는 수당 외에 매 경기마다의 순위상금, 월별로 2~3회씩 벌어지는 대상경주 상금까지 더하면 상위 10%의 소득은 연간 약 2억5000만원, 하위 10%도 74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최우수기수로 선정된 문세영의 상금은 연 5억원을 넘는다. 경마 경주에서 162승으로 연간 최다승 기록 보유자 문세영 기수. 한국마사회 제공기수는 상금경쟁 외에 다승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경마장에서 1987년 데뷔해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가 통산 2111승으로 최다승을 갱신 중이다. 통산승수 2위인 문세영 기수가 1588승인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연간 최다승은 역시 같은 경마장의 문세영 기수가 세운 2014년도에 수립한 162승으로 이 역시 당분간은 깨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 기록 갱신은 관전 포인트의 하나육상선수들처럼 경주마도 경주거리별 강자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1000~2300m 거리별 최고속도 보유마가 모두 다른 이유다. 기록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단축되고 있는데 국내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는 기록이 눈에 띈다. 먼저 1000m 단거리 경주에서 2007년 ‘클레버스타’라는 2세마가 세운 58.3초의 기록이다. 보통 거리별 최고 기록은 2~3년 안에 신예 경주마들에 의해 깨지곤 하는데 11년 후인 2018년에 역시 2세 수말 ‘싱싱메리’ 역시 58.3초로 타이기록을 수립하는데 그쳤다. 장거리 경주에 해당하는 2000m는 2009년 4세 수말인 ‘동반의강자’가 세운 2분 04초 9의 기록이 10년 넘은 현재까지 여전히 마의 벽으로 남아 있다. 경주마들에게는 최다승, 연승 기록과 그레이드 경주의 연패 등은 중요한 커리어가 된다. 국내 공식 기록으로 최다승은 1995년부터 2003년 43승을 기록한 경주마 ‘신세대’가 있고, 최다연승인 17승은 2012년 부경의 ‘미스터파크’가 세웠다. 해외의 경우 1955년 푸에르토리코의 경주마 ‘카마레로’가 세운 56연승이 최고 기록인데 오늘날과 같이 경주마 복지 차원에서 출전횟수가 제한되는 시스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승수다. 이 모든 최고 기록은 경기를 관전하는 경마팬들에게 즐거운 구경거리가 된다. 모든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법이다. 코로나19로 올해 경마는 임시휴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수와 각 마방에서는 경주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휴장 기간 동안 흘린 땀방울 만큼 올해도 경마장에는 분명 새로운 기록들이 쏟아질 것이다. 2020년에는 과연 어떤 경주마와 기수들이 한국경마 100년사의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1995~2003년 국내 최다승 기록마 신세대. 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