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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법체계 그대로...재난피해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
- [포항=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대목 앞이라 물건만 1000만원 넘게 들여놨는데 다 버리고 냉장고 하나 남았습니더. 이 자리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이런 물난리는 생전 처음이지요. 신고해도 정부서 나오는 돈은 200만원이 전부라던데 막막하지요.”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의 오천시장에서 35년째 장사를 하고있는 임화수(70세)씨는 추석연휴에도 장에 나와 태풍 피해를 수습했지만, 언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하다. 코로나19 피해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에게 집중호우 피해까지 덮쳤다. 농경사회가 기반이었던 1970년대 풍수해대책법을 근간으로 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이 사회경제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소상공인은 재난피해 사각지대에 놓였다.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담은 법개정안은 국회에 발목이 묶였고, 소상공인들은 이번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전망이다. 태풍 힌남노 피해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포항 오천시장이 폐허처럼 변했다. [사진=독자 제공]◇물난리 피해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13일 행정안전부 복구대책지원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상륙해 경상권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태풍 ‘힌남노’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는 현재까지 상가·공장 3000여건, 주택침수 3500건으로 집계됐다. 추석연휴로 응급복구율은 절반을 조금 넘긴 59%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포항 오천시장 115개 점포는 명절 대목을 맞은 추석 전날도 여전히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폐허처럼 변해있었다. 텅 빈 상점을 뒤로하고 임시 가림막을 만들어 생업을 이어가는 상점도 있었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다. 안병한(61세) 오천시장상인회 회장은 “하필 명절 대목앞에 이런 물난리가 나서 기자재를 포함해 피해액이 점포당 4000만~5000만원은 된다.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할 것 같다”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오천시장은 인근 지역에 비해 지대가 낮은데다 냉천이 범람해 삽시간에 물이 사람 키만큼 들어찼다. 지난달 수도권에 이어 올해 발생한 집중호우는 우리나라의 배수시설을 초과하는 시우량(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도심의 생활터전까지 넘봤다. 우리나라의 하수관로 설계기준은 30년(지선), 50년(간선) 빈도다. 즉 최대 50년에 한번 정도 올 수 있는 시우량에 견딜 수 있는 배수시설 설계 기준에서 100년에 한번 올 만한 시우량을 연이어 기록하면서 도심의 배수시설이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저지대 등 ‘위험지역’의 경우 하수관로가 받을 수 있는 용량을 훨씬 초과하면서 하천의 범람까지 이어져 인명 피해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재난안전법상 소상공인 시설은 자연재난 구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고, 정책보험인 재난보험 가입률도 저조해 100곳 중 93곳은 자연재해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로 태풍과 집중호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난예방 시설 정비는 물론 재난복구지원에 대한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등에 내린 집중호우로 소상공인에 지급된 재난지원금 지급액은 279억원이었다. 피해 신고가 접수된 상가는 1만3900곳에 달한다. 상가 1곳당 평균 약 2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 셈이다. 소상공인 상가 및 공장에 대한 피해액은 자연재난 피해액에 산정조차되지 않는다. 이는 현행 재난안전법이 재난 피해 복구 지원과 관련해선 주거용 건축물의 복구비와 농·어업 시설의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시설은 정책자금 융자 등 간접 지원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영업 관련 시설이나 건물, 동산 등의 피해 복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원에 대한 근거는 부재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마찬가지다. 행안부의 자연재난 조사 및 복구계획 훈령에 따르면 피해 시설 복구와 피해주민 생계안정, 피해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한 직접 현금 지원으로는 △주거용 건축물 복구비 △농업·어업·임업·염생산업 시설복구 지원 △공공시설 복구사업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70년대 농업사회시대 만들어진 풍수해대책법에 근간 이는 현행 ‘재난안전법’이 1967년 제정된 풍수해대책법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자연재난에 대한 지원 근거 체계는 1970년대 우리사회가 농어업 중심의 사회였을 당시에 만들어, 경제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 장마와 태풍 피해를 입은 2020년 이후 소상공인 재난 지원 현실화를 위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재난지원금 규정은 2005년 개정된 이후 17년째 제자리다. 이재민들은 200만원의 재난지원금과 생계급여, 복구비 등을 합쳐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으나, 소상공인 피해는 200만원의 재난지원금 외의 별도 복구비 지원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 지난달 수도권 폭우에는 중앙정부 재난지원금 200만원 외에 특별 교부금 200만원을 편성하면서 침수 이상 피해 소상공인에 400만원이 이례적으로 지급됐다. 여기에 개별 지자체에 따라 100만원씩 추가지원이 이뤄진 경우 총 500만원의 지급결정이 이뤄졌다. 소상공인 지원근거법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재난안전법의 근간이 ‘풍수해대책법’과 ‘재난관리법’이기 때문이다. 풍수해대책법은 농·임·어업과 주택,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지원을 다루고 있으며, 재난관리법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을 계기로 마련된 인적재난 관리대책이다. 아울러 ‘자연재난’ 대책의 굵직한 변화의 계기를 낳은 사건들 역시 △1994년 일산 제방붕괴 △1998년 지리산 폭우 △2002년 태풍 ‘루사’ △2010년 우면산 사태 등으로 주로 주택침수나 인명, 농작물 피해, 도심 배수시설 정비 등에 집중돼왔다. 남윤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법 개정이 미비한 것은 그동안 소상공인 재난지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 부족 등이 근본 원인”이라며 “재난안전법에서 지원하고 있는 농·어업과 비교해 소상공인은 사업체수, 종사자수, 매출액 등에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보호는 헌법상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담당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를 통해 소상공인 재난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피해 현황을 보면 지원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 민주당 서울·광주시의회 “강력한 처벌로 HDC현산에 경종 울려야”
-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서울특별시의회·광주광역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대형 사고로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 HDC현산이 시공 중이던 건설 현장에서 2건의 붕괴 사고로 24명의 사상자(사망 15명, 부상 9명)가 발생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강력한 행정 처벌을 통해 불법·부당한 이익 추구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반복하는 HDC현산에 경종을 울리고, 대기업의 이익과 경영권이 아닌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행정을 실천해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특별시의회와 광주광역시의회 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잇단 중대재해사고 발생 책임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등록말소 등 강력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시공사인 HDC현대에 최고 수위 행정 처분인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내려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 4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주택법 위반,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HDC현산 현장소장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시공사인 HDC현산과 하청업체인 가현건설산업, 감리를 맡은 건축사무소 광장 등 법인 3곳도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올해 1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 소재 주상복합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현장 근로자 6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역시 HDC현산이 시공하던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9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 참사`에 HDC현산이 받은 행정 처분은 고작 8개월 영업정지와 과징금 4억원에 불과했다. 기업의 부당 이윤을 위해 최저가 하도급·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부실 공사를 부추기고, 하도급 업체의 불법적 행위를 묵인함으로써 무고한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HDC현산은 8개월 영업정지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가처분 소송을 내는 후안무치함을 보였다.초유의 인명사고가 발생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는 시공 방법 임의 변경, 가설 지지대 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품질 불량 등 총체적 부실 공사로 또 다시 참담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국토교통부 `HDC현산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사고조사위원회`는 이미 지난 3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 사고가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로 발생한 `인재`로 규정하고, 시공사인 HDC현산에 최고 수위 행정처분인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서울시에 요청했다.그러나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난 8월에서야 청문회를 개최하고, 최종 결과 발표를 미뤄둔 상태이다. 항간에서는 국토부의 최고 수위 행정처분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국민의 눈높이와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최소한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실제 학동 참사 당시 `부실 시공 혐의 8개월 영업정지`와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혐의 8개월 추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던 서울시가 과징금 처분 변경 요청을 받아들여 8개월 추가 영업정지 처분을 철회함으로써 `봐주기 논란`을 자초한 바 있기에 서울시를 향한 불신과 의혹의 시선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이에 서울특별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광주광역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불법·부실 공사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HDC현산에 대해서 등록말소 처분 등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업체에 대해서는 최고 등록말소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영업정지를 받더라도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련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의 경우 계속 시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 영업정지를 내리는 것은 그 기간에 상관없이 `행정기관이 준 면죄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서울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이 보호해야 하는 것은 ‘부당·불법 기업의 경영권’이 아닌 ‘국민의 생명’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이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것은 ‘대기업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다. 거대 기업의 비윤리적·반공동체적 위협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2022년 대한민국은 전세계 GDP 순위 12위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인 G20의 회원국이자 OECD의 선도적 회원국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명실상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위협하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서울특별시의회와 광주광역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서울시가 인명을 경시하고 기업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HDC현산에 `등록 말소`라는 철퇴를 내림으로써, 일각의 봐주기 의혹을 불식시키고 안전사회 구축과 시민보호라는 본연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 주기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 [단독]보이스피싱 방지안, 추석 후 발표…이번엔 효과 있을까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A씨는 00범죄에 연루됐으니 계좌에 있는 잔액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검찰 사칭 전화를 받았다. 잔액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현금으로 특정인을 만나 이를 전달하도록 요구받았다.B씨는 저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금융 기관 사칭 연락을 받았다. 상대편은 대환대출 실행을 위해선 기존 대출금을 자사 직원에게 직접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했다.A, B씨처럼 최근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금을 특정 계좌로 옮기는 계좌이체형이 많았지만, 최근엔 대면편취형 피싱에 당하는 경우가 오히려 늘고 있다.지난 7월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0명 중 7명은 대면편취형 피싱에 당해대면편취형은 말 그대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범이 지정한 특정인(현금 수거책)을 만나 직접 현금을 전달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주로 정부기관이나 금융 회사를 사칭해 피해자를 유인하는데, 현금 수거책은 주로 피해자에게서 편취한 현금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사기 이용 계좌로 무통장 입금한다.과거엔 피해자가 현금을 특정 계좌로 바로 이체하는 ‘계좌이체형’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를 이뤘다. 이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의 홍보 강화로 범죄 추세가 대면편취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중 대면편취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8.6%(3244건), 2020년 47.7%(1만5111건), 2021년 73.4%(2만2752건)로 급증했다. 특히 대면편취형은 계좌상 거래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과 달리 피해자가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힘들었다.이에 정부가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를 위해 법 개정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 보이스피싱 유관 부처 및 관계 기관들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국무조정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마련한 범정부 차원의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에 포함됐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드러날 경우 은행 등에 지급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만 금감원이 채권소멸절차를 밟아 피해금을 환급할 수 있게 돼 있다.◇고령 고객엔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가입 권유정부의 보이스피싱 대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정부인 2020년 6월에도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 방안’이라는 보이스피싱 대책이 나왔다. 당시 대책엔 대포통장 범죄 처벌 강화, 금융회사의 책임 강화, 인공지능(AI) 등 활용 이상 금융 거래 탐지시스템(FDS)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되는가 하면 범행 수법도 문서 위조·악성프로그램 유포 등 점차 전문화·지능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현 정부는 보이스피싱을 민생 침해 범죄로 규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말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또 정부는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어 피해자들이 불편을 호소해 온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 신고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를 용산 이전으로 현재 비어 있는 서울 효자동 서울경찰청 202경비단 건물에 설치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보이스피싱 척결 방안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이번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엔 고령층 등 보이스피싱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금융 회사들은 앞으로 고객이 계좌를 개설할 때 지연 이체·입금 계좌 지정·단말기 지정 등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서비스 가입을 권장해야 한다. 그간 은행 자체적으로 달랐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서비스 매뉴얼도 통일해 체계적인 관리도 꾀한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 고객들이 최대한 많이 가입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인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활동 강화’와 같은 맥락이다.
- ‘광주 학동 붕괴참사’ 책임자들, 최고 징역 3년6월…업체들도 유죄
-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참사 책임자들 일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 관계자들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해 6월 9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5층 규모 철거 건물이 무너져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연합뉴스)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박현수)는 7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굴삭기 기사 조모(48)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하청 업체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모(29)씨에겐 징역 2년 6월, 철거 감리자 차모(60)씨에겐 징역 1년 6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 세 명은 이날 법정구속됐다.아울러 현산 현장소장 서모(58)씨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 안전부장 김모(58)씨와 공무부장 노모(54)씨에겐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50)씨에겐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현산에는 벌금 2000만원, 한솔기업과 백솔기업은 각각 벌금 3000만원의 벌금형 판결을 받았다. 앞서 검찰은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 건물 해체계획서 미준수 △ 부실한 하부 보강 △ 과다한 살수 △ 버스 승강장 미이동 등 조치 미흡 등을 지목했다. 현산 현장소장 등이 한솔 등과 건물 해체 계획을 논의하고 매일 현장을 점검해 부실 해체를 몰랐을 리 없고 비산먼지 민원이 제기되자 살수차를 추가 투입하도록 한솔에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원청인 현상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현산 측은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 책임에 대해 “건축물 관리법상 해체 주체는 철거업체, 현장 감리, 해당 관청”이라며 “철거 공사의 시공자가 아닌 도급자이므로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법원은 이 같은 현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축법상 시공 계약을 체결한 주체인 현산이 공사의 시공자에 해당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로만 범위를 좁혀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현산이 해체 작업 시 구조물과 부지 상황 등을 사전조사하고 이를 고려한 작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기소된 현산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 축소에만 급급하고 범행 후 증거인멸을 시도해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6개월간 구금됐고 유족 등에게 총 80여억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다른 피고인들의 양형 이유에 대해선 “해체 공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 의무 정도를 참작하고 각자가 사고 발생에 기여한 정도, 의사결정권 행사 수준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4구역에서 건물 철거 도중 발생한 사고로 붕괴 건물이 인근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검찰은 현산와 하청 업체가 공사 전반에 대한 안전과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보고 현장 관계자들과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 "인공지능, 서울 재난사고 막는다"…'서울디지털재단' AI 혁신기술 발표
-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나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 등 각종 재난 상황과 건설 현장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서울시에 도입된다.AI 기반 하수관로 결함탐지 시스템. (자료=서울디지털재단)서울디지털재단은 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마포구 상암동 서울스마트시티센터에서 프레스데이를 열고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 재해로부터 서울시를 보호하기 위한 ‘재난·안전 예방을 위한 인공지능(AI) 혁신 기술’을 발표했다. 이날 재단이 발표한 AI 혁신 기술은 △AI 기반 하수관로 결함탐지 시스템 △AI 기반 건축 공사장 위험요소 관제 시스템 △AI기반 도시 변화탐지 시스템 △AI 기반 교량 결함탐지 시스템 △메타버스 윤리 가이드라인 등 5가지다. 이는 서울시의 싱크홀(땅꺼짐) 사고, 공사현장 사고, 노후건축물 및 교량 붕괴 사고 등 5가지 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AI 기반 하수관로 결함탐지 시스템은 도심지 싱크홀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컴퓨터가 영상·이미지를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하수관로 CCTV 영상 내 결함을 자동으로 식별한다. 또 AI 기반 건축공사장 위험요소 관제 시스템은 소규모 건축공사장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로 AI가 공사 현장의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 상황을 감지한 후 안전관리자 및 작업자에게 즉시 알려준다.AI 기반 도시 변화탐지 시스템은 노후건축물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로 무허가 건물 및 불법 증·개축된 건물을 적발하기 위해, 항공사진으로 서울시의 변화된 지역을 검출한다. 또 AI 기반 교량 결함탐지 시스템은 교량 붕괴사고를 예방하며, 교량 시설물 내 결함을 자동탐지하고 유형을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여기에 메타버스 윤리 가이드라인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발생하는 윤리 침해 사고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이다. 개발자와 운영자, 이용자, 창작자 등 각 주체 별 행동 준수 사항이 담겨 있다.(자료=서울디지털재단)서울디지털재단은 AI 혁신 기술과 함께 내년부터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재단은 △어디나(어르신디지털나들이)지원단 플랫폼 확장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심화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고도화 △시민 중심의 AI 셰어링(Sharing) 연구 △디지털 약자를 위한 서비스 개발 등 총 5가지 사업을 신규·확대 운영한다.어디나지원단 플랫폼은 서울시 대표 어르신 디지털 격차해소 교육 브랜드로 IT역량이 뛰어난 만 55세 이상 강사가 노년층을 ‘1대 1’로 교육하는 방식이다. 내년에 강사 150명 양성, 노년층 2만명까지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는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에서 시행한 디지털 역량 조사다.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이용, 디지털 정보이해, 디지털 안전, 디지털 태도 등 4개 분야 8개 하위항목으로 분석한다.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고도화는 코로나19로 부각된 고령층의 비대면 기기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모바일웹·앱 △영상 △키오스크 분야에서 노년층이 접근하기 쉬운 개발 표준안을 제작한 것이다. 또 시민 중심의 AI 셰어링 연구는 재단의 신규 사업으로 대규모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디지털 기술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개인·소상공인을 위한 AI 서비스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디지털 약자를 위한 서비스 개발도 재단의 신규 사업이며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가 체감할 수 있는 일상·증강현실 서비스 등을 개발 지원할 예정이다.강요식 이사장은 “취임 후 1년간은 서울디지털재단이 지속 가능한 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을 다진 해였다”며 “앞으로도 서울디지털재단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함께 통합된 정책을 기반으로 서울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성과를 적극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재주'는 키아프가, '돈'은 프리즈가…관람객 7만여명 들이고 폐막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명작 퍼레이드’를 펼친 ‘프리즈 서울’ 전경. 가고시안갤러리가 내건 데미안 허스트의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2005) 속 유리판에 빼곡하게 모여든 관람객들이 비쳐 보인다. 일명 ‘알약’으로 알려진 허스트의 작품은 건식 전사지로 만든 알약에 하나하나 색칠해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트공화국’인 줄 알았다. 지난 엿새간 대한민국을 미술 하나로 북새통에 몰아넣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폐막했다. ‘프리즈 서울’은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키아프 서울’은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소문 무성한 잔치’를 열었고, 각자의 계산법대로 성과를 쓰고 과제를 안은 채 마무리했다. 올해 론칭해 하루 앞서 문을 열었던 ‘키아프 플러스’가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됐으니, 키아프로선 21번의 행사를 치르는 동안 가장 길게 장을 세웠던 셈이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프리즈는 ‘대흥행 기록’, 키아프는 ‘절반의 성공’이다. 2020년 9월, 5년 동안 함께하기로 약속을 하고 올해 처음 한국에 상륙한 프리즈에게 기꺼이 사랑채를 내준 키아프는 주객이 뒤바뀌는 상황을 맞았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발 디딜 틈 없는 ‘진짜 장터’가 벌어진 건 프리즈 쪽이었다. 오매불망 기다렸을 ‘큰손’ 컬렉터가 먼저 달려간 곳도 프리즈다. 개막하자마자 수십억대 작품 판매소식이 빵빵 터져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설마 했던, 바로 그 풍경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키아프 역시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살려내긴 했다. 하지만 “프리즈에 묻어간다”는, 자존심 건드리는 평가가 내내 따라다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명작 퍼레이드’를 펼친 ‘프리즈 서울’ 전경. 한 관람객이 갤러리 타데우스로팍 벽면에 걸린 독일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정오의 엑스레이’(2020)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개막 첫날 120만유로(약 16억 3000만원)에 팔린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키아프와 프리즈를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공동티켓으로 공동개최의 의미를 살린 이번 행사에 다녀간 관람객 수는 7만여명. 미술품 투자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했던 지난해 ‘키아프 2021’이 기록한 8만 8000여명(누적)보단 수치상으론 조금 밑돈다. 하지만 이조차 고스란히 키아프의 것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프리즈만 보고 돌아간다”는 관람객은 속출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다. 온전히 키아프만의 성과가 될 매출 규모는 지난해 낸 역대급 성적 650억원을 다소 웃돌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행사에 앞서 “지난해 대비 3배 성장할 것”이란 예측은 키아프에서 먼저 내놨다. 2000억원대까지 내다봤으나 거기까지 미치긴 어렵겠다는 의견이 다수다.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는 늘 해왔던 첫날 판매현황을 건너뛴 데 이어 “올해부터 판매액 집계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운영진의 갑작스러운 결정을 전했다. 한편 프리즈가 팔아낸 미술품 규모를 두곤 “6000억∼8000억원대”란 얘기가 나온다. 그간 매출 규모를 발표한 적 없는 프리즈지만, 속속 드러난 수백·수십억대의 작품가를 놓고 볼 때 그 정도는 무난할 거란 추측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명작 퍼레이드’를 펼친 ‘프리즈 서울’ 전경. 관람객들이 R+V갤러리에 걸린 파블로 피카소의 ‘화가’(1967)를 감상하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굳이 관람객 수와 매출액을 따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미술장터를 마감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대한민국 미술시장에 내려놓은 이슈거리는 적잖다. ◇① 흥행 공신은 결국 ‘해외 작가’ ‘프리즈 서울’에 나흘 내내 압도적으로 몰린 인파는 예외 없이 해외 유명작가의 걸작을 건 갤러리로 향했다. 4500만달러(약 613억원) 상당의,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소개된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1937)을 건 미국 애콰벨라갤러리즈는 마치 포토존을 차린 듯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 혹여 작품이 손상되진 않을지 염려스러운 정도였으니까.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1937)을 한 관람객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4500만달러(약 609억원)를 달고 애콰벨라갤러리즈에 걸린 작품은 ‘프리즈 서울’에 최고가로 나와 거의 모든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옆에 걸린 피에트 몬드리안의 ‘구성, No.Ⅱ’(1927)가 홀대를 받는다 싶을 정도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하우저앤드워스에 걸린 조지 콘도의 신작 ‘붉은 초상화 구성’(2022)을 향한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그 앞 바닥엔 루이스 부르주아의 ‘회색분수’(1970∼1971)까지 놓여 있던 터. 그냥 지나칠 이유가 없었던 거다. 데미안 허스트와 무라카미 다카시 등을 건 가고시안갤러리, 안젤름 키퍼와 게오르그 바젤리츠 등을 건 타데우스로팍 등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행사의 성패를 좌우할 실제 거래도 이들 작품에 몰렸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1984)이 1500만달러(약 204억원, 가고시안)에 팔렸다는 첫타에 이어 콘도의 ‘붉은 초상화 구성’이 280만달러(약 38억원), 마크 브래드퍼드의 ‘오버패스’가 180만달러(약 24억원, 하우저앤드워스), 바젤리츠의 ‘정오의 엑스레이’(2020)가 120만유로(약 16억 3000만원) 등등, 곳곳에서 판매신호가 잡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명작 퍼레이드’를 펼친 ‘프리즈 서울’ 전경. 벽에는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 구성’(2022)이 걸렸고, 바닥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회색분수’(1970∼1971)가 놓였다. 거장급의 작품을 대거 들여온 하우저앤드워스는 콘도의 그림을 280만달러(약 38억원)에 판 것을 비롯해 첫날에만 14점을 팔아내는 기염을 토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반면 한국 작가의 작품이 대다수인 키아프는 상대적으로 ‘평이’할 수밖에 없다. 굳이 안달을 부리면서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할 만큼 “일생에 단 한 번”은 아니었다는 거다. 달려가는 순서에서도 밀렸고, 구매하는 목록에서도 밀렸다. 결국 키아프는 “해외 거물급 작가와 구분이 필요한 한국 작가들을 위한 장치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비평에 내내 시달렸다. 미술계 한 전문가는 “거장의 걸작과 나란히 걸린다고 저절로 격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며 키아프 운영의 허점을 꼬집기도 했다. ◇② 타깃층이 달랐던 두 페어문제는 결국 드러날 ‘간극의 풍경’을 예상은 했으나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키아프의 대응에 있다. 두 아트페어를 한덩이로 묶어가는 데 분명한 체급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명작 퍼레이드’를 펼친 ‘프리즈 서울’ 전경.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서 갤러리현대가 설치한 이승택의 작품을 관람객들이 돌아보고 있다. 갤러리현대는 박현기·이승택·곽인식 세 작가만으로 ‘돌의 세계’를 꾸며 화제를 모았다. 박현기·이승택의 작품은 11억원 상당에 판매됐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공략해야 할 타깃층이 다르다.” 이 말은 오히려 해외 미술계 관계자가 꺼냈다. 그도 그럴 것이 관람객은 대거 몰렸지만 ‘프리즈 서울’에 나온 작품 대부분은 한국의 일반 관람객에겐 그저 스마트폰에 저장할 ‘사진 속 그림’일 뿐이란 얘기다. 굳이 아트페어가 아니어도 기꺼이 찾아갔을 그 현장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보다 10배 이상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그저 관람만 했다’는 소리다. 오해도 만들어냈다. 영국계 한 갤러리스트는 “한국인은 아트페어를 굉장히 좋아하는가 보다”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명작 퍼레이드’를 펼친 ‘프리즈 서울’ 전경.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 나선 카스텔리갤러리는 198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개인전을 꾸렸다. 관람객들 사이로 ‘초현실주의 머리 Ⅱ’(1988·앞)와 ‘프로필 헤드’(1988)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키아프는 프리즈와 공동개최를 두고 “해외 미술계에 한국 미술과 작가를 소개한 성과”를 내세워왔다. 하지만 프리즈가 ‘한국 미술계에 해외 작가와 그들의 걸작을 각인한 성과’와 비교를 할 땐 소소할 수밖에 없다. ‘VIP’를 대하는 온도차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키아프는 늘 해왔던 대로 올해도 각 갤러리에게 ‘VIP 티켓’을 할당하고 그 이상의 관리는 하지 않았던 터. 진짜 VIP인지 VIP의 티켓을 들고 온 일반 관람객인지는 구분할 재간이 없다. 그래선지 VIP에게만 전시장을 공개한다는 첫날은 항상 ‘미어터졌고’, “무슨 VIP가 이리 많은가” 했던 불만이 올해, 다름 아닌 ‘프리즈 서울’에서도 터져나왔던 거다. 지난 2일 개막을 앞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프리즈 서울’ 입구. VIP에게 전시장을 먼저 공개한 이날, 관람객들이 긴 줄을 늘어선 채 입장을 기다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③ 한국미술, 아사아 중심에 설 기회 첫술에 배가 부를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프리즈와 키아프 양쪽에 부스를 낸 학고재갤러리의 우찬규 대표는 키아프가 강조했던 ‘한국 미술과 한국 작가가 해외 미술계 인사와 갤러리스트들에게 미친 영향’이 적잖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해는 아니어도 그 효과가 만드는 이후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거다. 홍콩 미술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 등장한 ‘한국 미술시장’의 파워에 대해선 너나 할 것 없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에 나설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가 “첫 개최만으로 ‘프리즈 서울’이 본고장인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즈 아트페어가 됐다”고 한 말에도 거부감이 없다. 폭스 CEO는 “수익 면에서도 프리즈 서울이 프리즈 뉴욕이나 프리즈 LA를 제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연 ‘키아프 서울’ 전경. 학고재갤러리에 백남준의 ‘구-일렉트로닉 포인트’(1990·오른쪽)가 우뚝 섰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기념해 제작했다는 작품이다. 왼편으로 김현식의 ‘현을 보다’(2022) 연작 9점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다고 놔두면 그냥 흘러가는 물은 아니다. 해외 미술품 경매사의 한 관계자는 “어느 작가가 뜬다고 하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몰아가는’ 문화가 한국에 있다”며 “단단하게 다져나가야 할 미술시장에 이런 쏠림, 아울러 급속한 시장 과열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란 조언을 내놨다. 국적을 막론하고 미술시장의 기둥은 ‘작가’인데 그 작가를 제쳐두고 돈 되는 작품에만 투자하는 분위기를 꼬집은 거다. 그 관계자는 “그림 한두 점 비싸게 파는 일로 해결될 일은 분명히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④ 내년에는 판 더 커지나 “서울의 결과가 놀랍다”는 탄성은 올해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들의 이견 없는 반응이다. “내년에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로 기분좋은 성과에 대한 소회를 덧붙였다. 이는 새로운 시장개척으로 쓸 만한지 테스트한 ‘세계고시’에 한국이 통과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연 ‘키아프 서울’ 전경. 김구림의 ‘음과 양’(2009·오른쪽)이 가나아트 부스에 걸렸다. ‘키아프 서울’의 대표작으로 나선 작품은 4억원대에 판매됐다. 그림 왼쪽으로 휠체어에 앉은 김구림 작가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사실 이번 행사에 해외의 갤러리스트들보다 더욱 놀란 건 대한민국의 ‘관’이다. 첫날인 2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다녀간 데 이어 5일에는 전병극 문체부 차관까지 현장을 둘러보며 북적이는 인파 속에 섞였다. “우수한 한국 작가와 작품이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박 장관의 약속에 더 빠른 실행력을 보인 건 오 시장이다. 이건희미술관 건립지로 선정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내년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의 개최지로 빌려줄 의향이 있다”고 발언한 거다. 서울시는 이에 내년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키아프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다만 결은 좀 다른 눈치다. “천막을 치거나 가건물을 세워서라도 아트페어를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오 시장이 밝혔다”며 “만약 성사된다면 코엑스를 메인무대로, 송현동을 보조무대로 판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연 ‘키아프 서울’ 전경. 세련된 전시 디스플레이로 유명한 벨기에 갤러리 악셀베르보트가 ‘보따리’ 연작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김수자의 작품으로만 부스를 꾸리고 전시장 밖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호평을 얻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메쉬코리아, 군포복합물류센터 예정대로 개소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IT 기반 종합 유통물류 브랜드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가 의류에 특화된 군포복합물류센터를 개소했다고 6일 밝혔다. 메쉬코리아는 올해 1월 이후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 수도권 새벽배송 사업 매각 등 사업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가용자금 마련을 위해 건물 임차료 납부 방식도 지난 7월 분할 납부로 전환하며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다.메쉬코리아 군포복합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사진=메쉬코리아)이번에 개소하는 군포복합물류센터는 약 2810㎡ 규모로 센터 내 의류에 최적화된 설비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설치된 자동 택배 봉투 포장기는 시간당 700건의 단품 포장이 가능하고 셀 단위로 상품이 적치되는 시설은 재고관리와 피킹작업 효율을 극대화한다.비신선물류센터는 신선식품 대비 상대적으로 관리하기가 쉽다. 이에 운영만 잘이뤄진다면, 메쉬코리아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군포복합물류센터는 전국 5대 물류 거점 중 하나인 군포복합물류터미널 내에 위치해 있다. 군포복합물류센터는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경동택배 등 국내 주요 택배사로 5분 내 이동 가능하고, 영동고속도로(동군포IC), 평택파주고속도로(남군포IC), 서해안 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를 10분내 진입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메쉬코리아는 이번 군포복합물류센터를 의류에 특화된 디지털 물류센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화상태인 기존 남양주 의류 전용 디지털풀필먼트센터를 보완하기 위함이다.앞서 메쉬코리아는 남양주 의류 전용 디지털풀필먼트센터에서 온라인 명품 부띠끄 발란, 슈즈 멀티숍 브랜드 ABC마트, 슈마커, 컨템포러리 브랜드 인스턴트펑크,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ZARA) 등 국내외 패션산업을 리딩하고 있는 기업들과 협업한 바 있다.최병준 메쉬코리아 국내사업부문 대표는 “물류 요충지인 곤지암, 김포, 남양주 등에 위치한 부릉 풀필먼트센터를 통해 신선식품과 밀키트 뿐만 아니라 비식품인 의류, 신발 등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군포복합물류센터 개소를 통해 급증하고 있는 기업고객의 물류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