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과방위 여야의원들이 ‘앱 내에서만 결제하면서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내라는 걸 규제하는 법안’을 잇달아 내자, 국내 대표적 로펌과 학연·지연을 동원해 입법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법안은 재석 188명 중 찬성 180명, 반대 0명, 기권 8명으로 가결됐다. 세계 최초로 앱마켓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게임에만 적용됐던 구글의 인앱결제는 당장 10월 1일부터 음악, 웹툰·웹소설 등 모든 분야에 적용돼 15~30%의 수수료를 내야할 뻔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에따르면 구글 인앱결제 강제로인한 국내 콘텐츠 산업 피해액은 올해 연간 2조 원(2021년 기준), 2025년에는 연간 5조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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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글로벌 독점적 빅테크 기업의 갑질을 막는 법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국회와 정부, 기업과 창작자들이 뭉쳐 투쟁한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구글갑질방지법’ 통과의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조 의원의 노력은 계속됐고 지난달 12일, 리처드 블루먼솔(Richard Blumenthal) 상원의원은 미국판 갑질방지법인 ‘오픈앱마켓법안(The 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앞으로도 국제 연대 활동과 선도적인 입법 성과를 통해 대한민국이 ICT 기술 강국에서 ICT 정책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역시 숨은 공로자다. 그는 지난해 8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방통위에 ‘구글갑질을 해결해달라’고 신고했을 때부터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시장조사과를 통해 현행법으로 제재가 가능한 지, 법적인 보완이 필요한 지 등을 직접 챙겼다.
과방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로 갔을 때, 공정위가 중복 규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 법안 처리가 위태로워지자 통큰 결정을 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밥그릇 싸움으로 보지 말아달라. 창작자 단체에서 법안의 개정 시기를 늦추면 개정되더라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두 기관이 협력해 이용자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방위·법사위 여야 의원들에게 의견서를 내며 설득했고, 원내대표들도 만났다. 맏형 격인 인터넷기업협회의 박성호 회장은 구글코리아가 회원사임에도 입법 전쟁의 선두에서 진두지휘했다. 인기협이 개최한 토론회만 14회(참석 토론회 5회까지 포함하면 19회), 연구용역 2회, 기자회견, 입장문, 성명서, 서한 등이 9건이다.
박성호 회장은 “법 통과를 위해 힘써주신 많은 창작자와 개발자, 대한민국 국회 및 정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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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팀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이다!(I am a Korean!)”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입법 규제가 만들어지자, 이를 환영한 것이다.
팀 스위니 대표는 “한국은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한 첫 번째 오픈 플랫폼 국가가 됐다”며 “개인용 컴퓨팅 45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어 “이제 전 세계 모든 개발자는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