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의정 갈등 장기화에 고개 드는 `의사혐오`

‘의주빈’·‘의마스’ 의사 향한 조롱 이어져
의사들 “존중 무너져…소명감 갖기 힘들 것”
"부정적 인식, 불가피한 현상…불신으로 이어질 것"
  • 등록 2024-04-24 오후 4:33:34

    수정 2024-04-24 오후 4:45:49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최근 한 식당이 단체행동에 참여한 의사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사회 전반에 의사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당혹스러움을 표하며 ‘의사 악마화’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식당 ‘일 베키오’에 따르면 최근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24에 이름을 올린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은 최근 ‘의료파업 관계자 출입금지’가 적힌 종이를 식당 문에 붙였다. 해당 식당은 “의료파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생명의 존엄 앞에서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이념이나 사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한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게 식당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한 지 두 달이 넘으며 시민들 역시 의사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의주빈(의사+조주빈)’, ‘의마스(의사+하마스)’라고 의사를 조롱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모(29)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권을 가진 직업군은 의사라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자기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아 투석을 맡고 있던 의사들의 사직, 응급실 뺑뺑이 등 의정갈등에 따른 부작용이 알려질 때마다 이 같은 정서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백모(40)씨는 “의료 파업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의사들에게 환멸이 느껴진다”며 “특히 국내에 몇 없는 소아 투석 담당 의사들이 사직서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의사들이 아이를 인질로 잡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산 지역의 한 정형외과 개원의 A씨는 “내가 인턴·레지던트일 때만 해도 의사에 대한 자부심과 환자들을 지키겠다는 소명감으로 가득해 장기간 노동을 버틸 수 있었다”며 “의사들에 대한 존중이 이 정도로 무너진 사회에서 어떻게 인턴·레지던트들이 소명감을 가지고 일 할 수 있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젊은 의사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되면 필수의료·지역의료 의사들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 주장했다.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과도한 의대 증원 후에는 의사라는 직업을 돈으로 보는 이들이 몰릴 것이라 생각하고, 환자를 살리는 것에 사명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이들은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껏 필수의료·지역의료 의사들을 지탱했던 존중과 명예와 같은 무형의 가치가 사라지고, 업을 떠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사들의 강경한 태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의료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익 집단이 내는 목소리는 사회적 공익에 맞춰 어느정도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의사집단에서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 파업) 때도 이러한 현상이 있었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해소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환자와 의사 간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의대 증원 문제를 섬세하게 접근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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