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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말까지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마련할 테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나, 디지털 뉴딜에 호응하기 위해 5G 투자를 3년 정도 앞당겨 2022년까지 투자를 늘리기로 한 통신사들은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 논란은 당장 내년에 이용기간이 끝나는 2G·3G·4G(LTE) 주파수(310㎒폭)에 대한 재할당 대가를 통신사들이 원하는 대로 최대 1.5조~1.7조 원으로 할 것인가, 정부 바람대로 3조 원이상(업계 추정)으로 할 것인가를 넘어선다. 사람과 사물이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경제시대에 경기 활성화와 디지털 뉴딜 추진을 위해 정부의 주파수 할당대가 정책은 어찌해야 할까의 문제다.
할당대가는 주파수 독점사용 대가..한국, OECD 평균보다 높아
주파수는 공공자원이다. 그래서 통신사가 이용하려면 정부에 할당대가를 내고 빌려써야 한다. 마치 면세점이 사업할 때 임대료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국내 주파수 할당대가는 OECD 평균수준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게 통신사들 얘기다. 권휴곤 KT 무선정책팀장은 메릴린치 자료를 인용하며 “한국의 매출액 대비 주파수 비용 부담률은 2019년 기준 8.1%로 OECD 평균 수준인 5.1%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이번 재할당 대가 산정 시에는 △과거 경매 낙찰가 배제 △예상 매출액 산정 현실화(3% 이하 적용) △5G 투자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말아끼는 정부..디지털 뉴딜과 무관할까
정부는 신중하다.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은 “재할당 대가 관련 연구반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정하면 된다. 정해진 건 없다”고 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관은 “재할당이슈는 디지털 뉴딜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5G 투자를 독려하면서 내놓은 당근책은 투자 세액공제, 기지국 등록면허세 감면, 5G 국가망 프로젝트 등이지, 3G와 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 관계자는 “5G 투자 세액공제를 받아도 100억 정도인데 기존 서비스(2G·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3조 이상을 내라는 것은 5G 투자 여력을 급속히 훼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주파수를 처음 경매하면서 3.5㎓ 대역 280㎒폭, 28㎓ 대역 2400㎒폭 등 총 2680㎒폭을 3조6183억 원에 팔았다. 당시 일각에선 헐값 매각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10조 원이상까지 받을 수 있었음에도 전략적인 경매 설계를 통해 3.6조원에 팔았다. 세계 최초 5G를 지원하고 투자를 독려한다는 의미였다.
정부가 이번에도 5G 투자 독려를 통한 ICT 산업 발전과 경기 활성화를 우선 순위로 고려할지, 뉴딜로 돈 쓸 곳이 많아진 가운데 통신사가 내는 준조세 성격인 재할당 대가를 올려 부족한 국가재정을 메우는데 더 관심을 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