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이 정부와 벌인 토지 소유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민영휘의 후손인 유모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영보합명회사가 ‘서울 강남구 세곡동 땅 1492㎡(약 451평)에 대한 소유권을 돌려 달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유권 보존등기 말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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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심리불속행으로 영보 측 상고를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사건들 중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이 상고심 절차 특례법 등에서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을 때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 법 4조는 원심 판결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을 때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영휘는 일제에 조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1910년 조선총독부에서 자작 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7년 민영휘를 재산환수 대상이 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단했다. 세곡동 땅을 두고 국가와 법정 분쟁을 벌인 유씨는 민영휘 셋째 아들 민규식의 의붓 손자이고, 영보는 민규식이 1933년 농지개량 사업 등을 위해 설립했다.
민규식은 1910년 일제 토지조사령에 따라 이 땅을 소유하게 됐다. 유씨 측은 1933년 민규식이 영보에 이 땅을 출자했으므로 소유권이 영보에게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 땅은 1949~1950년 ‘유상몰수 유상분배’를 골자로 하는 농지개혁법이 시행되면서 국가 소유가 됐다.
유씨 측은 소송을 통해 세곡동 땅이 제대로 분배·상환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원소유자에게 소유권이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민규식이 이 땅을 친일행위로 얻었다는 근거가 없다며 유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이 땅이 영보에 출자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토지 소유권의 전제가 되는 출자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