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은 ‘전문성’과 ‘독립성’에 방점을 찍은 사외이사 후보들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한진그룹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주주연합이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을 벌이고 있다.
분쟁상대인 주주연합이 ‘자신들이야말로 대한항공을 살릴 수 있는 전문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한진그룹은 사외이사 추천 후보로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은 인물들로 꽉꽉 채웠다. 대표적으로 재정경제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김석동(67) 전 금융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화 사태를 해결하고 금융시장 안정화를 도모한 경험이 있어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재고에 큰 도움을 줄 인물로 평가된다.
아울러 한진그룹이 과거 오너리스크가 있었던 점을 비춰 봤을 때 기업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영석(60)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고, 최윤희(56)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첫 여성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외부에서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았다.
KT(030200)는 민영화 이후 11년 만에 내부 출신인 구현모 대표이사(CEO) 체제가 들어설 예정이라 ‘새 판 짜기’에 집중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이뤄졌다. KT는 이번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8명 중 절반(4명)을 물갈이한다. 무엇보다 이사회 평균 연령이 60대에서 50대로 대폭 낮아졌다. 사외이사로는 △강충구(61)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찬희(55)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여은정(48) 중앙대 경영학부 부교수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추천됐다. 특히 여 부교수는 KT 이사회에서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이자 가장 젊은 피다. 그는 현재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소비자정책위원회 금융분과 위원 등 자타공인 ‘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사외이사가 거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무색하게 이번 주총에 이름을 올린 사외이사들의 면면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