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역전, 침체 '경고'만으로도 제 역할 한 것"

[인터뷰]②캠벨 하비 美듀크대 퓨콰비즈니스스쿨 재무학과 교수
"美 경기침체 빠지지 않아도, 일드 커브 ‘시그널’ 틀린 것 아냐"
"더 많은 기업, 침체의 폭풍 견녀낼 것…폭풍 영향도 적어질 것"
  • 등록 2019-11-05 오전 6:00:00

    수정 2019-11-05 오전 6:00:00

사진=캠벨 하비 교수 제공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당장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아도, 장단기 채권금리 역전현상이 주는 신호가 틀린 건 아니다. 성장 둔화를 경고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

채권수익률 곡선(일드 커브)과 경기침체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규명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캠벨 하비(사진) 미국 듀크대 퓨콰비즈니스스쿨 재무학 교수는 2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채권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평탄하거나 역전하거나 모두 저성장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이 더는 침체 경고등이 아니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실제 시장 일각에선 최근 유로존과 일본 등에서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 급증이 일어났다는 점, 세계적 저물가 기조로 장기물 금리를 단기물 금리보다 높게 만드는 이른바 ‘기간 프리미엄’의 동반하락이 이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경기침체 우려가 아닌 또 다른 변수들이 채권시장에서 금리 역전현상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을 두고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물론, 야코브 프렝켈 JP모건체이스 인터내셔널 회장 등이 “장단기 금리 차 역전현상을 신뢰하는 건 이번엔 잘못일 수 있다”고 발언한 배경이다.

그러나 하비 교수는 “과거와 달리 이번 역전현상은 꾸준히 뉴스로 다뤄졌다”며 “기업 경영자들은 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이는 기업들을 침체의 실존적 위험에서 보호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기업이 침체의 폭풍을 견뎌낼 수 있게 됐고, 향후 그 폭풍의 영향도 훨씬 작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이 정상화됐다. 경기침체 우려는 해소된 건가.


△1986년 나의 시카고대 논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7차례의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를 예상했고, 그 결과는 모두 들어맞았다. 모두 이르면 8개월, 늦어도 18개월 내 침체가 왔다. 지금은 해소됐지만 지난 6월30일 시작된 역전현상은 경기둔화 경고를 보냈다. 확실하게 내년에는 훨씬 더 느린 성장을 예상하는 게 타당하다.

-만약 경기침체가 닥칠 경우 얼마나 지속할까.

△글로벌 금융위기는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이 매우 오랫동안 이어진 것이 특징이었다. 이번에는 (역전현상 기간이 짧았던 만큼) 연착륙이나 아주 가벼운 경기침체를 예상한다. 내 생각에 이번 경기둔화는 과거보다 더 짧고 덜 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경기침체는 오지 않는다는 것인가.

△과거와 달리 이번 역전현상은 꾸준히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기업 경영자들은 이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바꿨다. 경영자들은 보다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이는 기업들을 경기침체라는 실존적 위험에서 보호하게 됐다. 즉, 더 많은 기업이 경기침체의 폭풍을 견뎌낼 수 있게 됐고, 향후 그 폭풍의 영향은 훨씬 더 적어질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연착륙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러나 나는 2020년에 불황이 일어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모두 놀라워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이제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역전 현상이 정상화됐다고 해도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 지금은 대규모 확장 정책을 펼 때가 아니다. 많은 돈을 빌릴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빚이 많은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사업 전체가 위협받게 된다.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합의’가 경기둔화 가능성을 낮출 것으로 보나.

△물론이다. 어떤 종류든지 간에 중국과의 합의는 긍정적일 것이다. 문제는 관세 전면전으로 인해 다른 피해가 이미 미 경제를 파고들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불확실성과 홍콩 시위사태 등 경기침체의 확률을 높이는 요인들이 많다. 기본적인 금융 이론에 의하면 만약 경제에 위험이 증가한다면, 경기침체로 이어질 공산은 커진다.

사진=캠벨 하비 교수 제공
-미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연준은 향후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 최근 나는 연준의 중요성이 크게 과장됐다고 믿고 있다. 연준은 장기 이자율을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단기 이자율만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 최근에 그들은 리더(leaders)가 아니라 추종자(followers)였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내 말은 연준이 단기 이자율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준이 올해 들어 3차례나 단기 금리를 낮췄지만, 단기 금리가 아닌 장기 금리가 더 하락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했음을 보지 않았나.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저금리가 유지되면 향후 침체를 해결할 화력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정책입안자들이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인다.

-내년 미국 대선 전에 침체가 닥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나.

△나는 미국에 사는 캐나다 경제학자다. 따라서 특별한 정치적 편견은 없다. 다만, 내가 관찰한 한 가지는 정치인에게 무엇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통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통상적으로 보면 선거가 있는 해에 경제적 위험이 급증하곤 했다.

*캠벨 하비 교수는…3개월물과 10년 물 미 국채금리가 역전되면 이후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1986년 처음 발견한 캐나다 출신 미 경제학자. 통상 장기 국채 금리는 단기 국채 금리보다 높은 것이 상식이다. 국가에 돈을 오래 빌려줄수록(구입한 국채 만기가 높을수록) 투자자가 높은 이자를 받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우려되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앞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국가에 돈을 빌려주려고 나서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기 국채 수요가 급증하고 장기 국채 금리가 단기 국채 금리보다 낮아진다는 것이 하비 교수의 이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7차례의 침체를 적중시키면서 그의 이론은 학계는 물론 월가에서도 가장 적확한 침체 예측 모델로 꼽혔다. 캐나다 토론토대 정치경제학과와 요크대 MBA를 거쳐 미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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