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라진 국경…글로벌기업 불공정행위 적극 규제할 때”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한국 소비자·기업 피해있다면 글로벌기업 제재해야”
“40년된 공정거래법…국내기업 역차별 없게 달라져야”
특사경 도입 찬성…ACP 도입해 기업 방어권 보장 촉구
  • 등록 2022-04-21 오전 6:21:00

    수정 2022-04-28 오전 11:35:27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김상윤 기자] “더이상 산업에 국경이 없는 시대입니다. 플랫폼 시대가 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요.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국내, 그중에서도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집중할 뿐 글로벌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 규제를 하지 않습니다. 공정위도 시야를 글로벌마켓으로 넓혀야 할 때입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 공정위 방향을 이같이 제언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왕 원장은 2015년부터 3년간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경쟁법에도 정통한 학자다. 1997년에 미국 독점규제법의 역외적용 관련 논문을 내는 등 통상법과 경쟁법을 오간다. 그가 인터뷰 중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라는 단어를 자주 쓴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국 소비자·기업 피해있다면 글로벌기업 제재해야”

왕 원장은 먼저 글로벌기업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또는 담합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공정위가 제대로 규제하고 있는지를 지적했다. 구글, 퀄컴 등의 사례가 있으나 국내기업에 칼날을 들이댄 횟수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미국은 1945년 알코아(Alcoa) 사건 이후 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벌인 공정거래법 위반 조차도 자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있으면 활발히 민·형사상 처벌을 한다.

그는 “산업에 국경이 없어진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의 담합 등이 발생했다면 이는 한국 소비자나 기업도 분명히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외국에서 이뤄진 외국 기업의 불공정행위도 한국 경쟁당국이 제재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고 관련 공정위 조직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마찰 우려에 대한 질문에 그는 “모든 정부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에 다른 나라와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한국이 합당한 규제를 했다면 외국과 주고받는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독립적인 경쟁당국이 통상까지 고려해 처분을 고민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사진 앞줄 오른쪽)가 2020년 11월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사업자의 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로 향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왕 원장은 현 공정거래법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공정거래법에는 없는 규제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기업과 대등하게 싸워야 할 국내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당지원 등 대기업 동일인(총수) 규제 관련 조항 및 이에 부과된 형사처벌 등을 국내기업 역차별의 대표적 예로 꼽았다.

그는 “공정거래법의 틀을 무려 40년이나 유지하며 다른 나라 공정거래법에서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을 한국만 규제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구글·애플·아마존 등 빅테크가 한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시급하게 정비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특사경 도입 찬성…ACP 도입해 기업 방어권 보장 촉구

왕 원장은 공정위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찬성했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공정위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 구속영장·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조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특사경 도입 시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보며 얻은 정보로 별건수사를 하거나 공정거래법 취지에서 벗어난 과한 형사처벌을 할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이 같은 우려를 전하자 왕 원장은 대뜸 몇 건의 기사를 보냈다. 공정위가 H기업에 10회 44일간 임의조사를 나갔으나 결국 무혐의 종결했던 사건이었다. 다른 기사는 공정위가 또 다른 기업에 7차례나 임의조사를 나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기업에 묻고 싶다. 법원에서 절차를 밟아 받은 영장으로 1~2회 압수수색을 받는 것과 무엇을 정확히 들여다보는지도 모를 공정위의 임의조사를 수십 번 받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낫나”라며 “재계에서는 검찰 별건수사에 대한 우려를 말하나 이는 검찰보다 공정위가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위가 강제조사권을 갖고 신속하게 조사를 마친다면 그게 더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공정위가 더 효과적인 조사를 위해 국세청·관세청 등과의 정보교환 및 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왕 원장은 공정위가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제도(Attorney-Client Privilege·ACP)를 도입할 것도 촉구했다. ACP란 변호사 자문 목적으로 외부 로펌과 이뤄진 의사 교환을 조사대상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호하는 제도다. 미국·EU(유럽연합)·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은 ACP를 기본권리로 인정하고 있고, 재계의 도입 요구도 크다.

그는 “공정위의 강한 조사 권한을 고려하면 아직 ACP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며 “기본적인 권리인 ACP도 보장하지 않고 조사를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의 경쟁당국으로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CP가 경쟁당국의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도 왕 원장이 강조한 부분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워터밤 여신
  • 생각에 잠긴 손웅정 감독
  • 숨은 타투 포착
  • 손예진 청순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