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범영 ‘화개사 노송’(사진=장은선갤러리)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소나무야 늘 푸르다지만 이 거목의 푸름은 유독 특별해 보인다. 절집 뒤로 보이는 산세가 내는 빛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으니. 푸르다 못해 검게 그을린 자태. 뻗어 올린 키, 펼친 가지에 숨긴 세월이 보인다. 작가 백범영(58·용인대 교수)이 그린 ‘화개사 노송’(2019)이다. 작품명대로라면 인천 강화군 교동면 화개사를 지키는 그 늙은 소나무일 거다.
작가는 소나무를 그린다. 산을 거닐며 찾아낸 소나무를 중심에 세우고 그 주위에 드리운 풀·꽃을 수묵담채로 한지에 담아낸다.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깔끔하게 뽑아내는 풍경은 작가 붓질의 기본기라고 할까. ‘수묵화는 번진다’는 흔한 상식을 들이댈 틈이 없으니까.
완성을 인정할 때까지 밀어붙인다는 작업태도가 일조했을 거다. “망막이, 붓이, 사유가 화면에서 더 이상 머물 공간이 없을 때까지”가 작가의 신념이라지 않나. 그렇게 ‘그림 이상의 그림’이라 할 정중동의 세계에까지 도달했다. 조용히 정지한 화면에 움직임이 스치니 말이다.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먹향 따라 솔길 걸어서…’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수묵담채. 53×37㎝.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