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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일부가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북한 매체 중 비교적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경우 접속 차단 해제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인터넷 규제를 맡는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통일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습니다. 오보라는 거죠.
다만, 통일부 기자 간담회에서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에 대해선 차단을 해제하자는 의견이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은 있었다고 합니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노동신문 같은 북한 매체를 일반 국민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게 하느냐는 아직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보도 목적에 한해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등 일부에는 접근이 허용돼 있지만, 인터넷 포털에서 일반인이 쉽게 검색하고 들어가 볼 수 있게 하는 건 다른 문제죠.
아마 북핵 해결이 진전되고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북한 매체를 풀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아질 겁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인터넷에서 뭔가를 막고 푸는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IT기업들의 보안 기술 발전과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인터넷 규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기술 발전이 인터넷 접속 차단 논쟁 키워
인터넷은 여럿에게 뿌리는 방송이 아니라, 일대일로 교신하는 통신입니다.
그런데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기존 방식(HTTP)을 통해 주고받는 통신데이터를 암호화(TLS 암호화)하면서 복잡해졌습니다.
HTTPS라는 것이죠.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도 ‘https://’로 시작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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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선 디지털성범죄, 불법 식·의약품, 저작권 위반, 총포·화약류 제조, 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불법정보로 보고 차단이나 삭제할 수 있는데 https 방식이 도입되자 차단하기 어려워진 거죠.
그래서 정부는 https의 약점(암호화 직전 서버 이름이 보이는 순간)을 찾아 새로운 차단 방법(SNI 필드 접속차단 방식)을 선보였는데, ‘감청’ 논란이 제기되는 등 시끄러워지고 말았습니다.
이 방식은 암호화 기술로 숨긴 편지의 겉봉(주소)만 본다는 점에서 편지 내용을 들여다보는 감청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내가 누구와 자주 접속하는지 정부가 아는 것 자체가 감청이라고 주장한다면 논란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것도 사실입니다.(물론 인터넷서비스제공기업들은 모두 아는 문제이지만요)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해제하는 일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개인간 통신이니 국가는 불법정보 유통에 아예 손을 떼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절차의 투명성을 통한 정당성 확보와 ▲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https 차단’ 논란으로 방통위원장이 사과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감청이어서라기보다는 사전에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시 북한 매체 허용(차단 해제)으로 돌아가 볼까요.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는 정부 관계자의 ‘비교적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매체에 대해선 해제하자는 의견이 있다’는 이야기는 무책임하게 들립니다.
국가보안법상 금지정보가 여전히 불법 정보로 규정돼 있어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국보법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라는 것이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인터넷상에서 삭제하게 만든 글도 법원의 최종 판단 이후 국보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난 경우도 있는 만큼, 정부가 허용이든 삭제든 뭔가를 하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의하기 애매한 소위 가짜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짜뉴스에 대해선 우파 유투버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합니다.
공적이거나 사회 규범과 관련된 인터넷 게시물은 즉시 지워야 피해가 최소화되는 성범죄 동영상과 다르죠.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한 주제를 담았다면, 인터넷 접속 차단이든 해제든 더 절차적으로 투명하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