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원 ‘산호청운’(2022·사진=온수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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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찬찬히 봐야 보인다. 시간이 필요한 그림이란 얘기다. 변색한 듯 연하게 타고 오른 색도 그렇고, 그 색을 입고 곳곳에 박혀 있는 형상도 그렇다. 전체를 이룬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이상할 게 없지만, 하나하나를 뭉쳐놓은 전체는 ‘이상’하다. 평범치 않단 얘기다. 무엇보다 시대를 거스르고 공간을 거스른다. 또 생각을 거스른다. 딱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으려 드는 ‘시선’을 밀어낸다. 그런데 참 신기한 노릇이 아닌가. 흐름을 거스르진 않고 있으니.
작가 정재원은 풍경을 그린다. 그런데 그 풍경이란 게 단순치 않다. ‘작가만의 해석’을 쓰고 있어서다. 자연에서 나온, 인공으로 세운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산중 호숫가 맑은 소리’쯤으로 풀이가 될 ‘산호청운’(山湖淸韻·2022)이 그렇다. 그 ‘하나하나’의 요소인 산·나무·바위·폭포 등은 중국의 고대 화보집과 북송대(9∼10세기) 산수화집은 물론, 현대의 재건현장과 아파트 조경에서까지 광범위하게 ‘돌출’을 감행한 것들이라니.
굳이 왜 이토록 험난한 풍경을 택했을까. ‘이질’을 꺼내려는 게 아니란다. 겹겹이 덮인 세월을 뚫고서도 인간과 어울린, 그렇게 살아남은 ‘동질’을 더듬고 싶어서란다.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온수공간서 여는 ‘수면 위로’(On the Water)에서 볼 수 있다. 종이에 아크릴. 140×200㎝. 온수공간 제공.
| 정재원 ‘달빛Ⅰ’(2022), 종이에 아크릴, 40.9×31.8㎝(사진=온수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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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원 ‘여름-산들바람’(2022), 종이에 아크릴, 40.9×31.8㎝(사진=온수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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