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단순하다. 시청자가 아빠의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지보다 아이들이 펼치는 ‘애교 퍼레이드’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시청률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이상 시청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아빠 어디가’ 김유곤 PD는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재롱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아빠와 아이의 관계에 주목하기 위해 다른 가족과 어울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를 거듭하면서 아빠와 아이의 발전되는 관계를 비추겠다는 의도다.
‘아빠 어디가’가 기획의도에 맞춰 제작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몇 해째 방송되는 기존 프로그램 중에서도 정도를 넘어 기획의도를 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획의도와는 무관하게 시청자의 입김을 따라 프로그램이 좌지우지되곤 한다. 프로그램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셈이다.
최근 ‘1박2일’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기획의도와는 달리 ‘1박2일’은 ‘어디’보다는 ‘무엇’이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게임을 위한 게임이 난무한다. 정작 우리나라 숨겨진 여행지 소개는 뒷전이 됐다. “출연자들의 게임을 재미있게 지켜봤는데도 정작 어디를 다녀왔는지는 기억에 없다”는 시청평을 새겨들어야 할 판이다.
기획의도는 프로그램의 뼈대다. 시청자의 시청평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은 좋은 시도지만 지나치게 휘둘리면 허울만 남게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기획의도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