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캐스팅 영화 계속, 부작용은?

  • 등록 2016-12-02 오전 11:40:00

    수정 2016-12-02 오전 11:4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멀티캐스팅 영화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멀티캐스팅 영화는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며 흥행의 안정적인 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두 번 세 번 보면 재미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어떤 영화가 흥행하면 유사한 영화들이 쏟아진다. 멀티캐스팅 영화도 마찬가지다. 흥행을 노리는 공식화된 멀티캐스팅 영화에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멀티캐스팅 영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012.07)부터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원톱 주연이 가능한 배우들을 한 데 모아 놓아 영화였다. 배우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이다. ‘도둑들’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몰며 일찌감치 흥행이 예상됐다.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으로 불리며 재미까지 갖춘 웰메이드 범죄오락영화로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도둑들’에 이어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베를린’(2013.01),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신세계’(2013.02) 설경우 정우성 한효주 ‘감시자들’(2013.07)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관상’(2013.09) 등이 연달아 흥행하며 멀티캐스팅 영화가 봇물이 터졌다.

하지만 관객의 다양한 기호를 고려한 캐스팅으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은 배우들의 개런티에 대한 부담감을 높여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 톱배우의 경우 출연료가 편당 7억원 이상이다. 국내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가 56억원(2015년 한국 상업영화 기준)임을 고려할 때 톱배우 한 명의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10%를 훌쩍 넘는다. 멀티캐스팅 영화들은 제작비 80억원을 넘기는 대작이 많지만 주연배우 3~4명만 써도 15~20억원에 이른다. 배우들의 개런티에 많은 돈을 쓰다 보면 스태프 처우나 작품의 퀄리티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멀티캐스팅 영화가 여성 배우, 여성 관객을 점점 소외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멀티캐스팅 영화들을 보면 대게 범죄오락물이 많고, 장르적 특성상 남성 배우가 무리로 나온다. 그 안에서 여성 배우들은 사건이나 이야기의 전개에서 소외된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여성 배우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설 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덕혜옹주’ ‘비밀은 없다’로 여배우로서 몇 안 되는 티켓 파워를 과시했던 손예진은 “여성 멀티캐스팅 영화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으며, 내년 1월 개봉하는 ‘여교사’로 관객과 만나는 유인영은 “‘여교사’로 인해서 영화계 판도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여성 위주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긍정적인 효과는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워 재능 있는 신인배우나 무명배우를 발견해냈는데 이제는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수현이 ‘도둑들’을 통해 충무로에 입지를 구축하고, 박성웅이 ‘신세계’를 통해 신스틸러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재발견됐다. 2PM의 준호는 ‘감시자들’을 통해 ‘연기돌’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요즘 멀티캐스팅 영화들은 주연은 말할 것도 없고 조연급까지 이름 있는 배우들로 채운다. 이춘연 씨네2000 대표는 “한, 두 명의 주연배우가 나오는 중소급 영화와 티켓 파워를 가진 주연배우가 여럿 나오는 멀티캐스팅 영화가 있으면 투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후자에 쏠리기 마련이다. 중소급 영화나 다양성 영화는 더 제작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며 “멀티캐스팅 영화로는 새로운 장르, 새로운 인재에 대한 발굴이 어렵다. 그런 영화들이 신인 감독이나 신인 배우들을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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