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8 리포트] 터키 돌풍 잠재운 독일의 ‘승리공식’

  • 등록 2008-06-26 오후 4:32:11

    수정 2008-06-26 오후 4:47:45

▲ 대형유니폼 걸개를 내건 독일 응원단들이 터키를 꺾은 독일 선수단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사진=송지훈 기자]

[바젤(스위스)=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클럽과 대표팀을 막론하고 ‘단기전의 강자’로 불리는 팀들이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력, 운영 방식 등과는 별도로 경기 수가 적은 토너먼트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팀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러한 팀들은 대회 일정과 상대할 팀들의 면면을 철저히 분석해 매 경기 최적의 해답을 구한 후 그것에 ‘올인’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는데, 어떤 팀에게든 활용 가능한 ‘확실한 무기’를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대표팀 중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이 ‘토너먼트에 최적화 된 팀’으로 첫 손에 꼽힌다. 전자의 경우 정상급 수비력을 바탕으로, 후자의 경우 높이와 파워를 활용해 월드클래스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나라들이다.

26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 상크트 야콥-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과 터키의 유로2008 4강 첫 번째 경기는 독일이 전문가들과 도박사들 사이에서 ‘우승 후보 0순위’로 지목받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번 대회서 매 경기 명승부를 연출하며 ‘투르크 돌풍’을 일으킨 터키가 기대 이상의 역량을 선보이며 꾸준히 흐름을 지배했지만 마지막에 환호한 쪽은 전차군단이었다. ‘내용이야 어쨌든 결과만큼은 이긴다’는, 특유의 승리공식이 또 한 번 적용된 셈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뛰어난 체격조건에 근거한, 파워풀한 축구를 구사한다.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성인 남성 평균 신장(182.5cm)이 말해주듯, 멤버들 중 대부분이 장신이기에 가능한 결과다.

공격 시에는 측면이 주요 루트로 활용된다. 발이 빠른 선수가 터치라인 부근을 장악한 후 상대의 위험지역으로 공을 올려 보내면 중앙에 포진한 동료들이 마무리 짓는 식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방식임에도 ‘승리 공식’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로 불리는 건 타고난 체격조건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적절히 어우러진 결과다.

3골을 터뜨린 터키와의 4강전이 좋은 예다. B.슈바인슈타이거의 선제골, M.클로제의 역전골, P.람의 결승골 등 모든 득점상황에서 측면수비수 람의 오버래핑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중원에 ‘전술 핵’ M.발라크가 포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전진패스보다는 측면으로 내주는 패스가 많았고, 어시스트보다는 득점가담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반 41분 터키 공격수 S.센투르크에게 실점을 허용해 2-2로 추격을 허용하고도 4분 만에 한 골을 보탠 건 특유의 득점 시스템이 위기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경기 후 가진 공식인터뷰에서 뢰브 독일대표팀 감독이 “우리 선수들은 상대가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승리 본능을 잃지 않는다”며 칭찬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정규시간 종료 직전 실점을 허용하며 분패한 터키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여운이 많이 남을 법한 경기였다. 일단 모든 지표에서 독일을 압도하고도 정작 득점에서는 모자랐던 것이 아쉽다. 슈팅 수(20-9) 유효슈팅 수(11-3) 볼 점유율(54%-46%) 실질적 볼 소유 시간(32분59초-27분34초) 등 모든 자료가 ‘터키의 우세승’쪽으로 잔뜩 기울었으니 전차군단 입장에서는 굴욕에 가까운 경기를 치른 셈이다.

터키선수단이 출장 정지와 부상이 겹쳐 14명의 가용인원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깝다. 선전의 배경으로는 F.테림 터키 감독의 ‘맞춤형 전술’이 첫 손에 꼽힌다.

이날 투르크 전사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조별리그, 8강전 당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후반 중반까지 웅크렸다가 막판에 상대를 몰아치던 기존의 틀을 깨고 일찌감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초반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있다는 테림 감독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양쪽 날개 자원이 수시로 전차군단의 수비지역 측면을 파고들었고 센투르크가 이끈 공격진은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내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민첩성과 조직력 등 비교 우위를 지니는 장점들을 철저히 활용해 흐름을 장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경기를 온통 지배하고도 패했으니 어찌 보면 3개에 불과한 유효슈팅을 모조리 득점으로 연결한, 독일의 얄미우리만큼 날카로운 골 결정력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테림 감독은 “매번 경기 막판 골을 성공시키며 신바람을 냈는데 이번엔 외려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져 적잖이 어색했다”며 “주도권을 잡고도 승리하진 못했지만 그것이 바로 축구의 묘미이기도 하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다크호스 듀오’ 중 하나였던 터키가 결승 문턱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홀로 남은 러시아의 거취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러시아와 스페인의 8강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대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거스 히딩크 러시아 감독과 러시아대표팀 주전 공격수 아르샤빈의 이야기로 온통 떠들썩하다.

공개훈련장에 이례적으로 400여 명의 기자들이 찾았을 정도니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이다. 과연 러시아는 히딩크 감독 특유의 ‘마법’을 앞세워 스페인을 꺾고 돌풍을 지속할 수 있을까? 결과는 27일 새벽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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