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44년 만에 유럽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떼어낸 스페인, 유로2004 실패 이후 연속해서 메이저대회 4강 진입에 성공하며 ‘녹슨 전차’ 이미지를 털어낸 독일.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공통된 바탕은 무엇일까. 유로2008 본선행 티켓조차 거머쥐지 못했던 축구종가 잉글랜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으로 대회 내내 실망감만을 안겼던 독일월드컵 결승전 매치업의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렇다면 이들이 실패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의 성패를 함께 묶어낼 수 있는 공통분모로 ‘내일을 위한 쇄신’이란 화두를 제시할 수 있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했거나, 정체됐던 오늘을 반성하며 달라질 내일을 준비했던 스페인과 독일은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반면 상대적으로 어긋난 길을 걸었던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소위 ‘전통의 강호’들은 철퇴를 피할 수 없었다. 실상 유럽 국가들의 수준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판국에 마땅한 노력조차 없었으니 게을렀거나 혹은 자만했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스페인과 독일은 나란히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던 유로2004 이후 가장 의욕적이고 꾸준하게 탈피를 도모했던 나라들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젊고 재능 많은 플레이어들의 과감한 기용이 있었다. 라모스(DF) 사비, 세나, 파브레가스(이상 MF) 토레스, 비야(이상 FW) 등 2006 독일월드컵을 통해 메이저무대에 막 선을 보인 스페인의 젊은 피는 이번 유로2008에서 팀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하며 그토록 요원하던 정상의 감격을 선사한 주역으로 활약했다.
반해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는 제자리걸음이 결국 화를 부른 모양새다. 실상 유로2004와 독일월드컵 그리고 유로2008 지역예선(혹은 본선)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스쿼드의 변화 폭이 가장 정적이었던 나라들이다.
필드를 떠난 지네딘 지단의 공백을 제한다면 새로운 인물을 찾기 힘든 프랑스와 칸나바로의 부상-네스타 대표팀 은퇴로 본의 아니게 플랫4가 바뀌었다는 것을 빼고 독일 월드컵 우승멤버가 고스란히 유로2008에 나선 이탈리아는 결국 자충수를 둔 셈이다. 믿었던 베테랑들은 시나브로 찾아온 체력저하와 안일함 속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면면으로 따지자면 화려하기로 소문난 잉글랜드의 본선행 좌절도 조합을 둘러싼 소모적인 고민에 허송세월하다 힘을 받지 못했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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