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의 시작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 벨기에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무너졌다. 10년 후 유럽선수권. 역시 8강전에서 잉글랜드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그리고 한국 팬들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2002년 월드컵 8강전. 역시 연장까지 득점없이 비긴 뒤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세 경기 모두 공교롭게 6월 22일 벌어졌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스페인의 GK는 이케르 카시야스. 홍명보에게 쐐기골을 내주고 눈물을 흘렸던 그가 6년 후 벌어진 2008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 8강전 승부차기에서 다시 스페인의 수문장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악령을 떨쳐낸 영웅이 됐다.
스페인은 네 번째 키커 구이샤의 슛이 이탈리아 GK 잔루이지 부폰에게 걸려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다섯 번째 키커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침착하게 골문을 갈라 승부를 마무리했다. 2골차로 멀어진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다섯 번째 키커를 내 보낼 수도 없었다. 최종 결과는 4-2.
저주를 푼 대가는 컸다. 1984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24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뤘고, 1920년 벨기에 엔트워프 올림픽에서 이탈리아를 2-0으로 꺾은 뒤 88년간 이어온 주요대회 이탈리아전 무승의 사슬도 끊어 버렸다. 또 스페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뒤 4강에 오른 유일한 팀이 됐다. 스페인 외에 조별리그에서 수위를 차지했던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포르투갈은 이미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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