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걸그룹 '19금' 소주 광고를 바라보는 눈

  • 등록 2012-12-20 오후 2:31:58

    수정 2012-12-20 오후 2:40:40

위부터 차례대로 현아, 구하라, 효린(사진=롯데주류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19세 미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한 소주 광고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걸그룹 포미닛 현아(20), 씨스타 효린(21), 카라 구하라(21)가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해당 소주 광고 영상에서 ‘섹시 댄스’ 대결을 편다. 핫팬츠를 입은 채 다리를 크게 벌려 주저앉는 일명 ‘쩍벌춤’은 기본이다. 요염한 눈빛과 교태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 전략상 당연한 수단이다. 어느 대폿집서 모델의 실물 크기로 붙어 있는 광고 포스터에 술잔과 입을 맞추는 개구진 40대 중년 남성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서울시가 이러한 풍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시는 주류제조사와 연예기획사, 광고제작사 등에 아이돌의 주류 광고 출연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 10대들의 우상인 아이돌이 주류 광고에 출연할 경우 술이 청소년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당장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자율 규제가 미흡할 경우 세무조사 등 강도 높은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가요계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기관의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과 ‘성 상품화’에 눈이 먼 기획사의 자정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앞서 주류 광고 모델로 활약한 이효리·신민아·김아중·유이·문채원·이민정 등은 놔두고 왜 유독 이들만 눈총을 받아야 하느냐는 항변이 먼저 나온다. 10대들의 우상이 아이돌뿐이냐는 반문도 설득력을 얻는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서울시의 논리라면 아이돌이 아닌 배우 조인성·원빈·소지섭 등이 만약 주류 광고 모델로 나서면 10대들에게 술이 과연 나쁜 이미지로 비춰진다는 말인가”라고 답답해 했다. 또한 그는 “19금 콘텐츠는 ‘타깃 오디언스‘를 확실히 잡는 전략으로도 유효하다.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게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섹시 콘셉트‘로 일관해온 해당 가수들의 자업자득이란 주장도 있다. 두 걸그룹이 소속된 한 가요 기획사 고위관계자는 “현아는 처음부터 너무 ‘섹시’ 이미지로만 소비돼 온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 이미지가 결국 광고 모델로 발탁된 배경이자 10대 청소년에게 유해한 요소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스토리 없는 단순한 노출과 자극적인 몸짓은 예술이 아닌 퇴폐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이러한 논란을 막기 위해 안전망으로 만들어진 관련 제도의 맹점이다. 소주 광고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17일부터 시범운영 중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제를 무안하게 한다.

광고는 ’19금‘ 빨간 딱지가 붙었지만 뮤직비디오와 달리 인터넷에서 사실상 누구나 제약 없이 볼 수 있다. 네티즌의 투표를 유도한 ’배틀(Battle)‘ 형식의 광고 게시물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선정성 논란은 대중의 호기심만 더욱 부추겼다. 심야 시간에만 방송 광고가 허용되는 주류 제조사는 이 틈새를 노렸다.

롯데주류는 서울시의 권고를 받아들여 해당 광고 동영상을 21일까지만 공개한 뒤 일단 중단한다고 20일 밝혔다. 이 회사는 향후 동영상을 편집해 수위를 조절하고 성인 인증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예방대책을 세우고 관련 행정기관들과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아·효린·구하라의 ‘19금 광고’는 조회수 50만건을 달성하면 다음 라운드 영상이 공개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태껏 현아의 영상만 200만명이 봤다. 아이돌과 가요계가 논란으로 얼룩진 사이, 속으로 웃은 건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광고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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