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추락 끝, 비상 시작..폴 투 플라이"(인터뷰)

4년만에 11집 '폴 투 플라이'로 컴백
노무현 전 대통령에 헌정곡
'공연의 쉰'은 섹시했다
  • 등록 2014-04-02 오전 8:47:22

    수정 2014-04-02 오전 8:47:22

이승환(드림팩토리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이승환은 지난 몇 년이 고단했다. 2010년 정규 10집 ‘드리마이저’가 실패했고, ‘밤의 여왕’이란 영화에 투자했다 사기까지 당하면서 재정에 타격을 입었다. 사람은 큰 좌절을 경험하면 두려움에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승환은 다시 한 번 날아오를 각오를 다졌다. 최근 발표한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 전편을 통해서다.

◇‘폴 투 플라이-비상을 위한 추락’

“2010년에 발표한 앨범이 2주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다시는 앨범을 내고 싶지 않았다. 앨범을 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경제 활동인지, 취미 활동인지 스스로 반문도 하면서. 2년쯤 주체할 수 없는 창의력 때문에 좀이 쑤시더라(웃음). 이번 앨범은 그때처럼 벼랑 끝에 선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대중적으로 만들었고 마케팅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승환은 1997년부터 내리막길이었다고 했다. 1997년은 5집 ‘사이클’이 발표된 해였다. 수록곡 ‘애원’이 억울하게도 뮤직비디오 귀신 조작설에 휩싸이며 그에게 심리적 위기를 겪게 했다. 2000년대 이후 음악시장이 음반에서 음원으로 재편되면서 앨범 시대의 가수들이 전반적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특히 10집은 그에게 ‘벼랑 끝에 선 기분’을 느끼게 했을 정도였다. 다시는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심심한 사과를 전하며 4년만에 돌아왔다. 11집의 타이틀은 ‘폴 투 플라이’. 지금까지의 내리막길은 비상을 위한 추락이었다 뜻에서 붙여졌다. ‘폴 투 플라이’는 희망을 노래하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는 달달한 러브송 ‘너에게만 반응해’를 비롯해 듣기 편안한 댄스곡, 서정적인 발라드곡 등 대중친화적인 10곡이 실렸다. 이승환의 미성이 가슴을 후벼 팠던 그의 한창 때를 연상케 하는 곡들도 실렸다. 서정적인 곡들이 많지만 일렉트로닉·R&B·스윙·클래식과 접목, 창법의 변화 등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담아냈다. 대중성에 맞췄어도 완성도에 대한 욕심은 놓지 못했다. 완벽한 사운드를 위해 외국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참여시켰다. 녹음하는데 시간은 3년간 1820시간-곡당 믹싱 작업만 2~3번 어떤 곡은 마스터링 작업만 6번을 거쳤다고 했다-, 녹음하는 비용만 3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폴 투 플라이’는 2CD로 계획된 앨범이다. 외국에서 작업한 곡이 14곡이 더 남아있다. 전편은 대중이 좋아할 음악을 담았고, 후편에 그가 하고 싶은 음악들로 미뤄뒀다. 이승환은 전편이 실패하면 후편은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은 못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게다. 완벽주의적인 작업 성향 상, 아낌없이 쏟아 부은 전편이 실패하면 후편은 낼 여력이 없는 것 같다. 후편에는 그가 하고 싶은, 실험적이지만 ‘선배가 후배들에게 깃발로 서있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곡들로 채울 계획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냐마는 후편에 더 많은 애정을 숨겨둔 그였다.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노래다. 곡을 만들고 나서 보니 진중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사를 붙일 수 없을 것 같아서 도종환 시인에게 부탁드렸고, 가사를 받아 보니 문득 그분 생각이 나더라. 도종환 시인은 그런 의도로 쓰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분에 대한 노래로 불러도 되냐고 물었더니 부르는 사람의 몫이라고 하셨다.”

마지막 트랙의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헌정곡이다. 이승환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이 곡에는 고인에 대한 존경심, 그리움이 배어 있다. 이승환은 곧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의 뮤직비디오도 공개할 예정이다. 권위적이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을 통해 ‘아버지의 등’을 얘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 곡의 수익금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키로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곡일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을 굳히지 않았고 앨범에 실었다. 오히려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소신으로 비치는 지금의 팍팍해진 세태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른 영화 ‘26년’에 투자했을 때에도 무서운 경험을 했다면서 사회적 참여를 했다가 포기하는 친구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깃발처럼 있어줘야 할 것 같다”면서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왜 나쁜지 모르겠다. 소신이라는 말까지 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공연의 쉰’은 섹시했다.

“음악 인생 25년간 후회 남지 않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뻐기고 있다. 저처럼 할 말 다하고 하고 싶은 거 다한 사람도 없을 거다. 여러분 덕택에 행복한 가수였다. 앞으로도 저의 든든한 ‘빽’이 돼 달라.”

이승환은 지난 달 28일과 2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콘서트 ‘이승환옹 특별회고전+11’ 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콘서트는 11집 ‘폴 투 플라이’ 전편의 쇼케이스를 겸한 콘서트였다. 이승환은 이 공연에서 11집 ‘너에게만 반응해’ ‘폴 푸 플라이’ ‘내게만 일어나는 일’ 무대를 공개했고 음악 인생 25년을 정리했다. 그의 전성기였던 1989년 정규 1집 ‘B.C 603’부터 1995년 정규 4집 ‘휴먼’까지,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화려하지 않은 고백’ ‘천일동안’ 등의 곡들과 1992년 오태호와 결성한 이오공감 시절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열창하며, 객석에 시간여행을 선물했다. 스스로는 ‘내리막길’이라 표현혔지만 1997년 ‘사이클’부터 2010년 ‘드리마이저’까지 ‘애원’ ‘가족’ ‘세 가지 소원’ ‘사랑하나요’ ‘물어본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울다’ 등의 곡들도 추억을 안기긴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에서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가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이승환은 ‘공연의 신’으로 불린다. 그의 진가는 콘서트 무대에서 제대로 발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3분 남짓 되는 방송 무대는 물론이고 앨범을 듣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무대 위의 그는 ‘국민 MC’도 부럽지 않을 입담으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러다가도 보컬리스트로서 무대에 서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심장을 뛰게 하면서 객석을 순식간에 홀려버린다. 이제는 나이 탓에 ‘공연의 신’이 아닌 ‘공연의 쉰’으로 불린다며 농치지만, 그럼에도 무대 위의 그는 여전히 섹시했다.

이승환(드림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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