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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의 존재감만 더욱 부각된 게 아니다. KBS 가요대축제는 ‘저질 음향’으로 빈축을 샀다. 몇몇 무대를 제외하곤 ‘뮤직뱅크’와 차별점을 찾지 못했다. KBS는 연말 바쁜 일정 속 피곤한 몸을 이끌고 최선을 다해 이날 무대를 준비한 가수들에게 미안해 해야 할 정도다. 한마디로 “재미없다”는 평이 다수다. 합동 무대만 꾸민다고 특별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했다.
28일 오후 8시50분부터 장장 185분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2012 KBS 가요대축제’가 열렸다. KBS는 음원·음반 판매량, 방송출연 횟수를 합산한 결과 활약이 뛰어난 상위 20팀을 선정했다. 2012년 가요계를 빛낸 가수들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자리였다.
노을·다이나믹듀오·동방신기·미쓰에이·비스트·B1A4·샤이니·손담비·슈퍼주니어·시크릿·씨스타·씨엔블루·에일리·티아라·틴탑·카라·케이윌·2AM(이상 가나다 순) 등이 출연했다. 성시경·소녀시대 윤아·씨엔블루 정용화가 공동 MC를 맡았다.
1부의 문은 미쓰에이가 열었다. 이어 B1A4, 티아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음향 문제 탓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의 열혈 팬이 아니라면 놀랄 만했다. 라이브를 너무 못 해서다. 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은 추운 날씨에 감기라도 걸린 듯 호흡이 딸리고 음정도 불안했다. 가창력 부재만 여실히 드러냈다. 일부 가수들은 립싱크에 의존했다.
‘아이돌, 아티스트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듀엣 무대는 그나마 가장 신선했다. 씨스타 효린 케이윌 에일리는 각각 기타리스트 박주원 피아니스트 권순훤 첼리스트 김규식과 하모니를 이뤄 평소 듣고 보기 어려운 무대를 보여줬다. 악기 하나와 목소리만으로도 얼마나 감동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는지 들려줬다.
아이돌의 섹시 퍼포먼스 대결은 연말 가요제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손담비는 스포트라이트와 실루엣이 몽환적인 유리상자 안에서 ‘눈물이 주르륵’을 불렀다. 고혹적인 섹시미가 ‘주르륵’ 흘렀다. 카라와 미쓰에이는 구하라와 수지를 앞세워 화끈한 춤을 췄다.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요염한 자세와 표정으로 남성팬들의 마음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포미닛 현아와 비스트 현승의 ‘트러블메이커’는 단연 눈에 띄었다.
20팀 가운데 아이돌이 아닌 이는 부활·성시경·노을·다이나믹 듀오·케이윌이였다. 부활은 1부 마지막에 등장해 ‘사랑할수록’ ‘네버엔딩스토리’ 두곡을 열창했다. 아이돌 슈퍼밴드도 같이 다 나와 선후배 간 훈훈한 정을 나눴다. 성시경은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2부는 1990년대 댄스음악을 재조명하는 ‘청춘 나이트’를 비롯해 샤이니,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날 MC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특별한’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들게 했다.
네티즌은 KBS 시청자게시판에 혹평 세례를 쏟아냈다. 네티즌 정성하(eunha7777) 씨는 “가요대축제 뮤직뱅크랑 다른 게 뭐죠. 실망”이라고 했다. 윤상열(runt0y0u) 씨는 “가요대축제인지 아이돌대축제인지, 대한민국 2012년도에는 가수가 아이돌 밖에 없었나 보군요”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박수진(aji88) 씨는 “정말 모든 게 실망이네요. 아이돌 댄스 파티야? 청소년들도 많이 볼 텐데 선정적인 춤에 노래는 립싱크인지 하나도 안 들리고 음향도 저질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