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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180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흐름이며 1190원~1200원대까지 추가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외환시장의 중론이다.
1180원대를 연간 상단으로 보는 이유는 국내 반도체 수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는 점과 외환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을 통해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30원 오른 1176.3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179.00원까지 오르면서 1180원 직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장중 고점 기준으로 작년 9월16일(1181.50원), 종가 기준으로는 9월15일(1179.00원) 이후 최고치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3일 종가인 1169.00원보다 7원 가량 더 오른 수준이다.
다만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 등은 환율이 이미 오버슈팅하며 올라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상승세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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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스피시장에서만 7조원 이상 매도하며 무섭게 국내 주식을 팔아 치우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규모는 줄어들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100억원, 760억원 가량 매도했다.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13일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7000억원 가량 팔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매도폭을 크게 줄였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최근 일주일 간 주요국 통화 중에서 미 달러화에 비해 1.5% 이상 가치가 하락한 건 원화가 유일하다”면서 “이는 반도체 경기와 국내 주식 수급, 코로나19 확산세를 모두 반영한 오버슈팅 레벨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전망에 대해서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공표하고, 이르면 11월 FOMC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역시 외환시장에는 이미 반영된 이슈라는 분석도 있다. 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이르면 8월 쯤으로 예상되면서 원화 약세 영향을 일부 막아 줄 가능성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흐름은 미 연준 테이퍼링 이슈는 예상되어 있던 만큼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고 보고 최근 화율 상승은 국내 수급 이슈 영향이 더 큰데 추가 상승 모멘텀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딜러들이 예상하는 고점 수준인 118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1200원까지 갈 만한 리스크 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