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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이 25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놓은 관전평이다. ‘극우·우경화’ 논란 속에 컨벤션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진 제1야당 상황과 관련, 새로 등장하는 지도부를 상대해야 할 집권여당으로서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당선이 유력한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이 타당하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태블릿PC 조작설’까지 언급하고, 당 지도부가 합동연설회에서 욕설과 고성·막말을 쏟아내는 태극기부대를 제대로 통제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5.18·탄핵·태블릿 조작, 여권에 공격 빌미만
당 최대 행사이자 축제가 돼야 할 한국당 전당대회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와 탄핵 정당성 논란, 태블릿PC 조작 등 여권에 공격 빌미만 주면서 역(逆)컨벤션효과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극우 성향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진태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누르고 당 대표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하고,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을 한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우경화를 실제로 입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황 후보와 함께 양강주자로 꼽혔던 비박(박근혜)·개혁보수 성향의 오 후보는 ‘황교안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김진태 후보와 2위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3명(여성 몫 1명 제외)을 뽑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조경태·김광림·윤재옥·윤영석 의원 지역구는 각각 부산·경북·대구·경남이다. 모두 바른정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고 당에 남았던 이들이기도 하다.
“극우로 선명성 보여주다 태극기만 조직화”
당내에서는 김진태 후보의 2위 등극과 김순례 후보 당선에 대해 ‘설마설마’ 하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 TK(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 책임당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독선에 맞서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 이런 게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태극기가 소란스럽기만 하지 대표선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그래도) 김진태 후보가 20% 이상 득표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얻으면 차세대 대권 후보군으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원도 “태극기는 목소리만 크고 어차피 우리를 찍을 사람들인데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5.18 논란도 빨리 털고 가야 하는데 김진태 후보 득표율이 높고 김순례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렇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김진태 후보 약진과 김순례 후보 당선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한국당이 우경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비전과 가치·노선 경쟁을 해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컨벤션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당 전당대회는 극우로 선명성을 보여주기 시작하다가 태극기부대만 조직화한 꼴”이라고 했다. 또 “지난주까지 실망만 주다가 이번주에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완전히 묻힐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모멸감을 참으면서 한국당 당원 하기 힘들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