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인가 고의인가…관저 출입허가 놓고 '진실게임'

공수처 "허가받아"…尹측 "허가 아냐" 정면반박
경호처 "우리 검토 없는 건 불승인으로 판단"
공수처 뒤늦게 "경호처 추가승인 필요한 것" 설명
공조본, 15일 새벽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전망
  • 등록 2025-01-14 오후 10:25:29

    수정 2025-01-14 오후 10:25:29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와 윤석열 대통령 측 사이에서 대통령 관저 경비를 담당하는 55경비단의 출입허가를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무산된 후 이르면 15일 새벽 2차 집행이 유력한 가운데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공수처가 55경비단으로부터 회신받은 ‘출입 허가’ 공문. 공수처 제공.
공조본은 14일 오후 55경비단에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공수처 소속 검사, 수사관 및 국가수사본부 소속 수사관,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의 출입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전날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는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겨 있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 25분 55경비단으로부터 “요청 대상 주소지에 대한 출입을 허가함”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5경비단은 33군사경찰대와 함께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 임무를 맡고 있으며,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경호처에 배속돼 경호처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55경비단 병력이 1차 저지선에 동원돼 적법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수처의 공지 이후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55경비단의 회신 공문을 공개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공개된 공문에는 “수사 협조를 요청한 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며 경호구역으로 지정돼 우리 기관에서 단독으로 출입 승인이 제한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변호사는 “공조본의 대국민 사기극과 불법 영장 집행, 이것이 내란이고 쿠데타”라며 “군사시설 불법침입 혐의로 전원 현행범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경호처도 즉각 가세했다. 경호처는 “경호처의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은 불승인으로 판단한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호처 내부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이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어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55경비단이 공수처에 보낸 공문.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 제공.
윤 변호사의 반박 이후 공수처는 뒤늦게 추가 공지를 통해 “이날 오후 4시 24분경 ‘대통령 경호처 출입승인 담당부서에 추가적인 출입승인이 필요하다’는 추가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55경비단의 출입허가 공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만 경호처의 추가 승인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공수처와 경찰은 경호처와 3자 회동을 갖고 ‘평화적 영장 집행’을 요청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종료됐다. 경호처는 “사전 승인없이 강제로 출입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김선호 국방부 장관직무대행(차관)은 이날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법 집행과정에서 군 병력을 투입해 물리적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부여된 임무가 아니다”라며 “만약 제가 한 행동이 월권이고 직권남용이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15일 새벽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호처가 강경대응할 경우 국가기관 간 물리적 충돌과 함께 2~3일에 걸친 장기 대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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