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떨어진 1,0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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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박민 기자] “원·달러 환율 1130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단기간에 환율이 급락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통신장비 업체 A사 관계자)
“회사 매출의 90% 이상이 달러 매출이라서 이번 원달러 환율 하락에 매출도 해당 비율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수출 업체 B사 관계자)
원·달러 환율이 2년 반 만에 1000원대에 진입했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0원 내린 1097.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18년 6월 15일(1097.70원)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모처럼 수출 증가 소식에 화색이 돌았던 산업계는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연말까지 1050원 하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기업들은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60% 이상은 환리스크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대기업보다 환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달 국내 수출기업 801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의 61.1%, 중견기업의 33.9%가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환리스크에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마지노선인 손익분기점 환율은 각각 1133원과 1135원이었다. 환율이 10% 하락했을 때 대부분 기업은 ‘상품단가 조정이 불가하다’고 답했고 환율 하락 때 응답 기업의 65% 이상은 수출액 감소를 우려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100원이 일단 깨지면서 심리적으로 하락 쏠림이 심해질 수 있고 환경 자체도 하락 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 부담이 커지면서 당국 개입이 강해지고 원화 강세를 한 요인으로 국내 증시에 유입하던 외국인 투자자도 차익 매물을 내놓으면 1050원선에서 추가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은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 경기부양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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