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석유화학 수출 1168만t 전망… ‘합섬원료’ 부진 직격탄”

석유화학협회 보고서, 생산도 0.8% 증가한 2155만t 예상
합섬원료 수출 전년比 18% 감소 예측, 생산량 감소 영향
합성수지·고무 수출은 소폭 늘었지만 수출환경 여전히 ‘암울’
  • 등록 2020-03-23 오후 5:46:05

    수정 2020-03-23 오후 6:49:08

롯데케미칼이 올초 증설을 완료하고 상업가동에 들어간 울산공장 메타자일렌(MeX) 설비. 사진 속 높은 타워형 설비가 MeX 생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컬럼’. (사진=김정유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석유화학 수출이 올해도 여러 악재로 인해 부진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합섬원료 부문의 수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올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유화 수출은 전년대비 1.0% 감소한 1168만4000t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은 전년과 유사(2054만t)한 2155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수요는 0.8% 증가에 그친 1132만9000t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유화시장의 3대 부문에 속하는 △합성수지 △합성원료 △함성고무 중에서도 합섬원료 시장 부진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내 합섬원료 수출 전망치는 전년대비 17.6% 감소한 241만8000t다. 합섬원료는 올해 생산량도 전년대비 6.9% 줄어든 654만5000t을 기록할 전망이다. 역시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 영향이 크다. 합섬원료는 테레프탈산(TPA), 에틸렌글리콜(EG) 등의 제품을 말한다. 특히 TPA는 파라자일렌(PX)을 원료로 생산하는 폴리에스터(섬유), 페트병(PET) 등에 들어가는 대표 합성원료다. 하지만 지난 한해 동안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극심한 수요 부진, 중국 업체들의 무차별적인 TPA 설비 증설 등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합섬원료 시장은 맥을 못추고 있다.

국내 주요 합섬원료 생산업체로는 한화종합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삼남석유화학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업황 부진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가동률을 조정하거나 설비를 전환하는 식의 자구책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케미칼이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자체 TPA 설비를 연간 60만톤 규모의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설비로 전환을 완료하고 최근 상업가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TPA 시황이 좋지 않아 업체들 사이에서도 설비 전환 같은 여러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생산이 줄다보니 수출량 자체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합성수지 수출은 875만2000t으로 전년대비 4.7%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량도 3.5% 늘어난 1423만8000t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협회 측은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신증설에 따른 생산확대, 납사분해시설(NCC) 정기보수 감소 등에 따른 가동률 제고로 생산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합성고무 수출도 전년대비 1.9% 늘어난 51만4000t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합성고무 증설이 제한적인 가운데, 타이어 수요 회복이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유화업계의 실질적인 수출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합성수지 부문만 하더라도 북미의 대규모 증설 설비 가동에 따른 공급 증가로 글로벌 합성수지 가격 하락에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가격 하락은 대부분을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산업지형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이란 변수까지 겹치면서 올해 유화 수출시장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태다.

유화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부진에 이어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 올해 국내 유화업계는 녹록지 않은 한해를 보내게 됐다”며 “고부가 제품, 첨단소재 등의 비중을 키우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식으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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