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알짜 자회사 SK루브리컨츠 매각에 무게

IPO와 매각 놓고 고심..조건은 매각이 유리
구조적 혁신 통해 사업·수익 구조 개선 목표
  • 등록 2015-06-11 오후 4:43:31

    수정 2015-06-11 오후 4:43:31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처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당초 올 하반기를 목표로 SK루브리컨츠의 기업공개(IPO)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인수 제안을 하면서 선택지가 추가됐다. 현재로선 매각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 직격탄으로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구조적 혁신’을 통해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최근 특별퇴직, 야근 부활,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이같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도별 경영실적 추이(자료: SK이노베이션)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MBK로부터 SK루브리컨츠 지분 중 일부를 2조5000억~3조원에 매각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IPO 시 1조원 남짓한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MBK가 제시한 매각 조건은 SK 입장에서 더 매력적이다.

게다가 SK루브리컨츠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주춤했던 만큼 SK이노베이션이 IPO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매각 쪽에 손이 가게 만드는 대목이다.

매각 방식은 양사가 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 지분을 출자한 뒤 특수목적회사가 SK이노베이션에 SK루브리컨츠 지분 100%에 대한 매매금을 납입하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MBK가 특수목적회사 지분 75%를 보유하고 SK이노베이션은 나머지 지분 25%와 현금 2조5000억원을 확보하는 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매각은 여러가지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으며 매각 여부나 대상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고 오는 12일 심사를 완료한 뒤 이르면 내달 중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매출 65조8652억원, 영업손실 2312억원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사업·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기본급의 최대 60개월분을 지급하는 특별퇴직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만에 실시하기도 했다.

자료: SK이노베이션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작년에 이익 창출이 안되고 투자가 집중되면서 순차입금이 급격히 늘었다”며 “가장 기본이 되는 재무구조를 단단하게 다지겠다. 연 목표는 6조원 이하로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입금을 줄여나가면서도 필요한 투자는 빠르고 과감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8조1000억원에서 지난 1분기말 6조8200억원으로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이 매각을 선택할 경우 IPO 대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1조원 가량의 자금은 미국 석유개발사업 등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활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09년 10월 옛 SK에너지에서 윤활유 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됐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를 내세워 국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윤활기유로는 세계 3위, 고급 윤활기유 부문에선 세계 1위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하반기 유가 급락 속에서도 2014년 매출 3조5292억원, 영업이익 2954억원을 올린 바 있다. MBK도 SK루브리컨츠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정철길(오른쪽 첫번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기극복 및 신성장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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