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온라인 설문한 결과 낙태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여성의 임신중단과 관련된 현행 법은 모자보건법과 형법 2가지다. 모자보건법에서는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만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에서는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을 다루고 있다.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것은 1973년, 형법이 제정된 것은 1953년이다. 법이 사회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개정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낙태에 대한 법은 문구 정도만 수정됐을 뿐 큰 틀은 변하지 않은 채 반백년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형법 269조 ‘낙태의 죄’는 낙태를 한 여성과 수술을 집도한 의사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를 여성의 문제로만 보는 인식이 법조항에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여성이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낙태 수술을 받으려면 성관계를 맺은 남성의 동의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임신과 낙태 과정에서 남성은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셈이다.
모자보건법 개정에 대해서는 48.9%가 ‘개정 필요’를 답했다.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라고 답했다. ‘임신주수와 상관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사유로는 △강간 또는 근친상간 91.2% △태아 이상 또는 기형 74% △미성년자 71.3% △모체의 생명 위협 69.9% △모체의 신체적 건강보호 65.5% △모체의 정신적 건강보호 60.7% △파트너와의 관계 불안(이별, 별거, 이혼 등) 51.4% △본인 요청 45.8%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