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임원 연봉만 상승?‥MZ세대, 반발심 `부글부글`

삼성전자, 임원 연봉 78% 오를 때 직원 연봉 17% 상승
LG전자, 직원 연봉 제자리걸음에도 임원 보수 67%↑
롯데쇼핑, 구조조정에도 임원 보수↑‥"성과급 기준 뭐냐"
성과보상시스템 재고 목소리‥현실적 어려움 목소리도
  • 등록 2021-03-23 오후 6:10:05

    수정 2021-03-23 오후 9:33:16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재계가 밀레니얼-Z세대(MZ세대) 중심으로 공정한 임금 및 성과급 처우에 대한 목소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재계는 임원의 연봉은 직원들과 달리 ‘성과인센티브’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항변하지만, 직원들에게도 합리적인 성과측정을 통한 임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임금과 성과급 개선 목소리가 커지는 데는 회사 내에서 임직원들 간 성과에 대한 처우가 불공평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위기감이 커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임원들은 2019년 대비 더 많은 보수를 지급받자 불만의 목소리가 터진 것이다.



삼성·LG·롯데 직원 대비 임원 보수 크게 상승

실제 재계 순위 1~5위에 위치한 기업(삼성전자·현대차(005380)·SK하이닉스·LG전자(066570)·롯데쇼핑(023530))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LG전자 △롯데쇼핑 등의 1인당 등기이사 평균보수가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1인당 등기이사 평균보수액은 27억5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8.9% 증가한 반면, 1인당 직원 평균 급여액은 1억2700만원으로 1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세 번째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성과를 거두며 전체적으로 임금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1인당 등기이사 평균보수액은 19억200만원으로 78.6% 대폭 올랐지만, 직원 평균 급여액은 4627만원으로 5.5% 소폭 상승에 그쳤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 면세점 사업이 크게 위축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영업이익을 거둔 데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1인당 등기이사 평균보수액은 되려 크게 상승한 것이다.

LG전자의 경우 1인당 등기이사 평균보수가 43억7600만원으로 67.2% 증가했다. 반면 직원 평균 급여액은 8600만원으로 제자리걸음했다.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첫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직원들의 연봉은 변동이 없자 내부에서는 큰 반발이 일기도 했다. 최근 LG전자는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올해 임금인상률을 9% 올리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인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음에도 직원 평균급여액은 9357만원으로 20.3% 줄었다. 반면 1인당 등기이사 평균보수는 12억500만원으로 8.6% 하락에 불과했다. 해외 판매가 20% 가량 감소한 현대차는 유일하게 직원보다 임원의 보수가 하락했다. 현대차의 1인당 등기이사 평균보수액은 19억5000만원으로 11.6% 줄었고, 직원 평균 급여액은 8.3% 감소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임원의 보수는 직원과 달리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에 따라 변동이 큰 성과보상제이기 때문에 일반적 비교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성과가 미비하면 해고 1순위로 내몰리는 게 임원이라는 설명이다.

목소리 내는 MZ세대‥한국식 성과보상시스템 도전받다

임금과 성과급 불만의 목소리를 주도하는 것은 MZ세대다. 이들은 특히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익명 게시판에서 한 이용자는 “2020년 총 영업이익은 36조원으로 이를 직원 1인당 영업이익으로 환산하면 3억4000만원”이라며 “이 기간 반도체(DS) 부문 대표의 연봉은 2.4배 증가했지만, 사측은 그런데도 올해 직원들에 대해서는 2~3% 연봉 인상 제시에 그쳤다”며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성과급에 대한 투명한 기준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는 A씨는 “회사 내부에서 노력 대비 성과가 적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성과급이 줄었는데 모두가 알 수 있는 투명한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식 성과보상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다수의 기업은 회사별, 소속 사업부별 일괄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다만 지급할 성과급을 측정하는 건 전적으로 사측의 몫이다. 이를 개개인별로 성과를 측정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개인별 성과 측정을 정교하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성과급제를 뿌리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성과에 대한 당장의 보상을 바라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개인별 성과를 성과 측정을 정교하게 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존에 유지해오던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만큼 노사가 협력해 기준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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