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해도 입주까지 8~10년…당장 불 붙은 집값 잡기엔 역부족

GB해제로 서울·수도권 8만 가구 발굴 방침
녹지면적 부족한 서울, GB해제해도 강남집값 못잡아
재건축재개발 지원책도 사업성 개선에 큰영향 없어
  • 등록 2024-08-08 오후 6:16:53

    수정 2024-08-08 오후 7:22:53

[이데일리 김아름 박경훈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12년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냈지만 규모나 공급 시기면에서 서울의 공급 부족을 충분히 해소하는데는 부족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높여 공급을 확대하겠다고도 했지만 사업성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2년만에 그린벨트 해제한다지만... 8년 걸린다

8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활용해 주택공급을 추진한다. 오는 11월 5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발표하는데 여기에 서울지역 1만 가구 이상이 포함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수도권 3만가구 규모를 발표한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 그린벨트는 149.09㎢로 서울 면적의 24.6%에 해당하지만, 북부지역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기에 택지로 개발하기 부적합하다. 결국 선택지는 강남권 그린벨트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는 급히 중앙도시계획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를 각각 열어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했다. 지정일은 올해 11월 신규 택지 발표 전까지이며, 이달 13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가 협조해야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규 택지를 활용해 ‘장기전세주택Ⅱ’(시프트2) 등 신혼부부, 청년 대상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규 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보상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린다. 정부는 이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지만, 당장 패닉바잉으로 번지는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 확대 효과를 얻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그린벨트는 강북은 산이기 때문에 결국 강남일텐데 물량 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그걸로 강남 집값을 안정하고, 서울 전역까지 파급효과가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굳이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필요성은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주택 물량 확보는 그 취지로 밝힌 미래세대를 위한 것과는 거리가 오히려 멀다”라며 “서울은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24.79㎡로 전국 266.01㎡의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녹지 면적이 부족한 상태다. 서울 인근의 보존 가능한 지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키고 지금까지 계획한 신도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영향 평가 등 절차에서 좌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의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하고만 협의했고 환경부 하고는 (아직) 협의를 못했다”라며 “앞으로 발표하는 11월까지 협의하고 전략영향평가 할 때 별도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지원책 “시장 진정 한계”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제고해 공급을 늘린다는 지원책은 이미 여러차례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공사비 갈등 등으로 사업 지연이 여전한 상태다.

이번에 새로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재개발 지원책으로는 △1주택 원조합원 취득세 40% 감면 △최대 용적률 법적상한 추가 허용 △용적률 완화에 따라 의무 공급하는 임대주택 비율 하향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행 대비 1.4배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등이다. 재초환 폐지는 국회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통과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지원책들도 사업성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 원조합원 취득세의 경우 보존등기 시점에 건축물에 대해서만 납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으면 몇십만원 많으면 100만~200만원 정도로 실제 사업에 지장을 줄 정도의 큰 영향이 아니다”며 “임대주택 인수가격이 오른 것은 다행스럽지만 그래도 원가 인정이 안된다는 사실은 여전하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책의 한계성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는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위주의 주택가격 상승과 장기적인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방면 공급 정책이 담겨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최근의 상승세를 주도한 강남권, 마용성 지역의 신축 위주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현 정부의 대책이 공급계획만 있고 실제 공급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대책 발표 이후 실질적인 진행 속도나 구체적인 결과가 확인돼야 수요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 개정 등 9월 본격 진행할 관련 법안의 국회 법 개정 속도에 따라 정책 현실화에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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