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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애초부터 갈 길이 다른 사람들이 하나로 합치자고 나서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다 양측 모두 패하고 상처만 입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간 불붙었던 당대당 통합이 양패구상(兩敗俱傷)의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날 국민의당은 5시간에 걸친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의원들간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바른정당과의 연대 통합에 대해 어물쩍 넘어갔다. 정책·선거 연대를 통해 서로 간 신뢰를 확인(또는 구축)한 후 당대당 통합 논의를 하자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되레 당내에서 몇 명이 통합에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알려지면서 갈등만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박지원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끝장토론에서 통합 반대가 다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명길 의원은 곧바로 자료를 내고 박 전 대표와 정 의원의 발언에 반박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예상했던 대로 실제 논의된 방향과는 다르게 일제히 오늘 아침 인터뷰들을 했다”며 “논의 방향을 언론에 잘못 전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고 실망스러움을 표했다.
결국 국민의당 내부 균열의 단초를 제공한 안철수 대표에게로 화살이 향한다. 호남 중진을 대표하는 박 전 대표는 연일 안 대표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통합은 당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지지기반인 호남으로부터 외면받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논리다. 안 대표는 사실 당내 불만에 대해 명확한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 있다. 소위 ‘안파’와 ‘비안파’간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호남 중진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이미 안 대표에게 등을 돌린 듯한 모양새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의당도 내부 분열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정치는 세력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그래야 당뿐 아니라 의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주목받는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을 품으려고 하는 이유도 이런 차원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하나의 좌표를 정하지 못하면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당장 정책·선거연대 동행에도 불구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양측 모두 참패한다면 또는 한 쪽이 무너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최악의 상황에서 당대당 연대 통합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