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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28일 삼성전자를 통해 상속세 납부 계획과 함께 1조원 규모의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지원의 사회 환원 방침을 공개했다. 삼성 일가의 의료공헌은 고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계승해 앞으로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으로 보인다.
살아 생전 이 회장은 다양한 꿈과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꿈과 가능성을 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해 늘 안타까워했다고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유족들이 한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고 이건희 회장이 평소 인간 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에 기반해 의료 분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조원의 기부금 중 7000억원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부된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3000억원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간 총 1만7천여명의 어린이가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나머지 900억원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쓰일 예정이다.
故 이건희 회장 생전, “따뜻한 기업으로 사명”…의료·연구 분야 관심 각별
또 남다른 ‘어린이 사랑’을 갖고 있던 고인의 뜻을 기려 어린이 복지 사업에도 힘쓴다. 유족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시에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후원함으로써 긴 안목에서 ‘희망’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고인이 회장 취임 후 첫 번째로 추진한 사회공헌 활동도 어린이 복지 사업이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취임 직후 외부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밖에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비서진을 불러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9년 사재 102억원을 출연해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같은 해 12월 첫번째 어린이집인 ‘천마어린이집’이 개원했다. 이 회장은 어린이집 건립 현장을 직접 찾아 “5살, 6살 어린이들이 생활할 텐데 가구 모서리가 각이 져서는 안된다”고 당부하고 “하루 급식의 칼로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이후에도 이 사업은 꾸준히 지속돼 지금은 전국에 30여개 삼성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여겼다. 지난 2013년에는 발달장애를 겪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문치료센터 건립에 써달라며 200억원을 기부했으며, 이에 힘입어 2017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시어린이병원 내에 삼성발달센터가 개원했다. 고인의 생전 주요 어록을 통해서도 의료 공헌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5년 신년사를 통해“어려운 이웃을 돕고 그늘진 곳을 보살피는 데 우리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사장단 회의에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